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부 120화 이것은 날것이니 오늘 안에(1)
    2023년 02월 04일 19시 29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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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ZZ... 앗!? 뭐, 뭐야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 나는 호크!"

     눈을 뜨자, 지푸라기 위에 있었다. 왠지 몸이 엄청 무겁고 지면이 가깝다. 일어나려고 하다가, 너무 짧은 팔다리의 감촉에 볼품없게도 넘어지고 만다. 비릿하고 습한 바닥 위에서, 나는 자신의 손이 발굽으로 된 것을 깨달았다. 뭐야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마법도 쓸 수 없는데??

     

     "오, 일어나셨습니까요 도련님."

     "버, 버질!? 어,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눈이 무섭다고!"

     

     "아니, 별것 아닙니다요. 자아, 도련님이 좋아하는 먹이를 가져왔습니다요."

     사슬 소리가 나자, 나는 자신의 다리가 사슬을 통해 쇠공과 이어졌음에 전율했다. 그렇다, 내 몸은 돼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왜일까. 말할 때마다 돼지의 코가 킁킁거려서 듣기 괴롭다.

     

     "잠깐!? 그 브러시는 뭐야!?"

     

     "뻔하지 않습니까요. 골드 상회가 기르는 돼지이니, 그에 걸맞은 털로 가꿔야합습죠. 뭐 무서워할 일은 아닙니다요.  제가 한평생 도련님을 돌봐줄 테니깐요. 사료도 맛난 것을 사줄 것이며, 매일 브러싱과 방목을 해주며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길러줄 테니 안심하십쇼."

     "저, 정신 차려! 너는 그런 녀석이 아니... 아니 그런 녀석이었지. 이렇게 깜짝 놀랄 정도로 음습한 측면을 가졌었다니 이 호크 골드의 안목도 여기까진가...가 아니라!"

     "하하,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요 도련님. 그렇게 눈물지으면서 보면 깨물어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집니다요."

     "그아앗~!?"

     "안심하십쇼. 도련님이 죽여달라고 할 때까지는 제가 듬뿍 애정을 담아 귀여워해줄 겁니다요. 그리고 죽으면 도련님돼지의 고기는 남김없이 전부 맛있게 먹어주겠습니다요. 돈까스, 돈지루, 족발과 머릿고기, 호르몬..."

     "NOOOOOO!!"

     그때, 눈을 떴다. 뭐지, 엄청나게 무서운 악몽을 보고 말았다. 솔직히 전생까지 합쳐서 여태까지 살아온 중에서 가장 무서웠다는 기분이 든다. 이 악몽에 비한다면, 완전무장의 여신한테 1대 1로 덤비는 편이 훨씬 낫다고 기뻐하며 자살특공까지 할 지경이다.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시각은 새벽. 혹시 안즈의 원념이 불러일으킨 저주일지도. 무심코 팔다리를 확인하고 만다. 음, 사람이다. 마법, 쓸 수 있다. 나, 돼지가 아냐, 부힛.

     

     

     

     

     "해방, 말입니까요?"
     

     "음... 왠지 안즈가 어제부터 전혀 먹이도 물도 안 먹고 있는 걸 보면 단식으로 자살하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저렇게 되면 이제 후회할만한 판단력도 사고능력도 없을 테니,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안 돼?"

     

     "도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는 상관없습니다요. 그건 그렇고 겨우 4일 만에 포기하다니, 근성도 없는 여자입니다요."

     "그, 그렇지? 아하하."

     그렇게 되어서, 안즈는 일련의 기억을 지우고서 기억상실로 쓰러진 것으로 여신교의 신전에 맡기게 되었다. 물론 가메츠 신부한테는 어느 정도의 금화를 쥐어주었다. 저곳에는 같은 처지인 메아리 이스도 있다. 나이도 가깝고 같은 기억상실자라는 것도 있으니,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까. 된다면 좋겠다. 정말 절실하게 그렇게 생각해.

     

     "저기, 실례해요. 당신은 대체 누구신가요? 여기는 어디고... 애초에, 저는 대체.. 아, 생각나지 않아...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읏!"

     

     "지나가던 새끼돼지인데요. 생각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떠올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인격면에서는 아직 완전붕괴는 아닌 듯, 약간 정서불안정이기는 하지만 이후의 갱생에는 심각한 지장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너무 무계획적이라 조금 자신이 한심해졌지만, 그래도 말로 바꾼 안즈를 계속 저택에 둔다면 내 정신이 위험해질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

     

     도적단의 일당이었던 꽃뱀치고는 체벌이 약하다고? 괜찮아, 내년에는 그 대사를 못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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