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부 120화 이것은 날것이니 오늘 안에(2)
    2023년 02월 05일 20시 29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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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가메츠 신부님, 그녀를 잘 부탁드릴게요."

     

     ", 제가 책임지고 맡아두도로 하겠습니다. 호크 군은 평소에도 신세 지고 있으니까요."

     

     선량한 신부 모드의 가메츠 할아범한테 인사하고서 교회를 뒤로 한다. 대기시켰던 마차에 기대어 팔짱을 끼는 자는 버질이다.

     

     "기다렸지. 모처럼 마을까지 왔으니 점심이나 먹고서 돌아갈까."

     ", 말고기라도 먹으러 갈깝쇼?"

     "아하하, 나이스 조크."

     

     안 웃겨! 대낮부터 무섭다고!!

     

     "이 부근이면, 아아, 그러고 보니 맛있는 안심돈가스 가게가 있습니다요밥도 양배추도 된장국도 무한리필!"

     ", 그래!? 그럼 거기서 점심 먹고 돌아가자!"

     

     솔직히 지금은 말고기도 돼지고기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지만, 여기서 부자연스럽게 거부하는 것도 좀 그래서, 굳게 마음먹는다. , 돼지고기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괜찮아 괜찮아.

     

     "저기 버질. 역시 아직 부족해?"

     

     쭈뼛거리며 묻는 나를 휙 들어 올리며버질은 마부에게 갈 곳을 말하며 마차에 올라탄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도련님은 상상도 못 하시겠지만 등급이 정체된 모험가란 것들은 많든 적든 마음속에 어둠을 품고 있는 법입니다요그런데다가 나이 든 아저씨 모험가쯤 되면, 그 불만이 강한 만큼 더욱 숙성발효되어 버립죠."

     ", 그렇겠네."

     

     솔직히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데요 지금.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인생의 비참함과 허무함을 화풀이하고 싶어서, 장래가 유망한 젊은 모험가나 아니면 젊던가 얼굴이 반반한 녀석들을 질투해 버립니다요저는 도련님을 만나 안정된 생활과 자금을 얻고 마법까지 배운 덕에 그렇게 심해지지 않고 끝났습죠."

     

     어이 그거 진짜? 설득력이 없다고??

     

     "그래서 눈앞에다가 정의라는 면죄부를 내보이면, 그만 덤벼들고 맙니다요. 저는 피해지니까 가해자한테 복수할 권리가 있다고 알게 되면, 다음에는 정말 잔혹해지는 겁이죠. 그런데다 자기 안에 이런 추악한 감정이 잠들어 있다니,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요."

     ", 자각 있었구나. 다행이다."

     

     덜컹거리는 마차 위. 어째선지 나는 버질의 무릎 위에 앉은 채로 곰인형처럼 안겨져 그의 마음속 어둠을 만진다. 왠지 송아지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내 경우에는 소보다는 돼지지만.

     

     "솔직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요. 도련님이 그런 말씀 않으셨다면, 저는 계속 그런 식으로 복수심을 불태웠을 거라 생각하니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요."

     "계속 사람을 미워하거나 저주하면 지치는 법이니까. 복수는 아무것도 안 낳는다고 하는 녀석도 있지만, 애초에 복수란 것은 생산성을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왠지 요 며칠 동안 이상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어딘가 후련해진 표정으로 버질이 말한다.

     

     "정당성이 있는 복수는 즐겁습니다요즐겁기 때문에 그에 빠져버리니 위험합죠. 하마터면 자제력을 잃어버릴 뻔했습니다요."

     "잃을 뻔했다기보다, 거의 잃지 않았어?"

     "하하하! 그건 뭐, 결혼사기를 당할뻔한 독신 아저씨의 화풀이였다는 것으로. , 맛난 음식 먹고 목욕이라도 해서 개운해지면 또 내일부터 열심히 해봅시다요!"

     "설레발은. 아직 대낮인데??"

     

     하지만 안심했다. 버질이 계속 무서운 얼굴이었다면 솔직히 다가가기 어려웠으니까. 평소대로의 버질로 돌아온 것에 정말 안심한 탓인지, 내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고 만다.

     

     "하하! 설레발은 도련님의 배도 마찬가지 아닙니까요?"
     

     "으앗!? 만지지 마 간지러우니까! 고용주한테 불경하다고 불경!"

     

     "그거 엄청 실례했습니다! 에잇!"

     

     "크아아아아아!? , 이봐 버질!!"

     

     간지럼 공격을 당하며 크게 웃는 나를 장난꾸러기처럼 미소와 따스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버질. 맛난 등심돈가스의 가게까지는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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