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부 121화 추방된 남자의 역습
    2023년 02월 05일 22시 04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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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이요?"

     "그래!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은?"

     

     "아니, 심각한데요. 전쟁이잖아요?"

     

     "그래, 그대는 전장에 선 경험이 없었지? 좋아, 그럼 이 내가 여자를 품는 것처럼 전쟁을 즐기는 법을 샅샅이... 아아, 그대한테 여자 이야기는 금기였던가."

     

     "이젠 그 정도로 화내지는 않아요."

     "그러한가. 그럼 좋고. 그대의 역린을 두 번 다시 건드리는 건 피하고 싶으니까."

     봄의 방문을 느끼게 하는 초봄. 이제 곧 반이 고등부 1학년이 되는 무렵, 나는 이그니스 황제에게 불려 나갔다. 듣자 하니 마마이트 제국의 동맹국이었던 자마사레이르 왕국에서 긴급한 구원요청이 도달했다고 한다. 그보다 대단한 이름이네 자마사레이르 왕국. 이 세계에 제대로 된 왕국명은 없냐고 여신한테 따지고 싶어진다.

     

     이야기를 되돌리자면, 자마사레이르 왕국에서는 요즘 만년 E급 모험가이면서 그 특수한 스킬 [몬스터 무스메 한정 페로몬] 이란 것을 써서 왕국 부근에 자리 잡은 마물 무리의 수장인 몬스터 무스메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이 판명된 청년을 국외추방하고 말아서, 분노한 각 부족의 장수인 몬스터 무스메들이 왕국을 멸망시키려고 침공했다고 한다.

     

     그 벤자민 청년을 국외추방한 이유가 [만년 E급모험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모험가가 있으면 이 나라의 품위가 내려간답니다!] 라고 모험가길드의 시찰에 나섰던 제1왕녀가 [이 나라에서 나가도록 하세요 도움도 안 되는 이 나라의 수치!] 라며 혼자 결정해 버린 일이 있는 모양이어서, 진실을 알게 된 길드마스터와 일부 대신은 당황했지만 완전히 때늦었다.

     

     설득을 하러 벤자민 청년의 새집에 몰려갔지만, 절을 하며 사과하기는커녕 [너 같은 쓰레기한테 이제야 가치가 생겨났으니 빨리 나라로 돌아와서 마물들을 어떻게 해라 이 못난 것!!] 이라는 폭언을 했으며, 제1왕녀에 이르러서는 [거부하면 사형]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어 16살의 벤자민 청년과 그런 그에게 푹 빠진 몬무스메들은 완전격노.

     

     그렇게 자마사레이르 왕국에는 대량의 마물 무리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밀려들었고, 당황해서딸과 길드마스터와 대신의 폭거를 질타했음에도 [아버님이 그렇게 저자세니까 E그모험가주제에 얕보이는 거잖아요!!] 라며 제1왕녀를 필두로 가신단이 반역하여,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제1왕녀는 윗사람이라도 된것 마냥 제국에 원군을 요청해온 것이다.

     

     "대단해, 지력저하의 저주라도 걸린 걸까요? 싶은 수준으로 무능한 녀석들만 모였는데요."

     "그래. 이미 자마사레이르 왕국에는 미래가 없고, 국민들은 앞다투어 도망치려고 하지만 전방위로 마물에 포위되었기 때문에 도망칠 곳도 전혀 없지. 그래서 여기선 동맹국을 슬하에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멸망되기 전에 제국에 흡수합병시키자는 계획이다. 애초에 이 동맹이란 것도 아버지 시대에 맺어진 거니까 왜 일부러 이 내가 그런 얼간이들의 뒤처리를 해줘야 하는 말이냐."

     참고로 왕녀만이 아닌 원군을 요청하러 온 사자까지도 거들먹거리면서 [정식 지명에 의한 것도 아닌 제위를 찬탈한 야만스러운 짐승 따위가 건방진! 빨리 왕녀님을 도우러 가라 이 무능한 짐승들아!!] 라는 폭언을 내뱉었기 때문에, 이그니스의 어둠의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 녀석을 사자로 보내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무진장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요즘 어둠과 불을 조합해서 검은 불을 만드는 취미가 생긴 황제는, 검은 불길로 제국의 적과 근처의 위험한 마물들을 잿더미로 만든 결과 흑염제라고 불리며 경외받게 된 모양이다. DoH였다면 마물카드 제거와 상대 라이프 대미지를 겸비할만한 이름이다.

     

     "그래서 포크 피카타가 아닌 호크 골드 명의로 절 부른 건가요."

     "그래! 전쟁이 일어나면 장비와 병기, 마도구와 병참, 그 외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 않느냐! 골드 상회에 대량발주를 해서 왕국과 제국 양국의 경제를 크게 일으키는 거다! 그런 또 없는 기회다! 물론, 따르겠지? 이 대세를!"

     "뭐, 따르겠지만요."

     "좋아 좋아! 자 그렇게 정했다면 바빠질 거다 호크여! 그대한테는 나의 웅장한 모습을 특등석에서 관람시켜 줄 것이니, 기대하고 있도록!!"

     "예? 저도 전장에 가는 건가요?"

     "뭐, 걱정 마라! 그대는 제대로 이 내가 지켜줄 테니!"

     "폐하께서는 최근 골드 님의 앞에서는 위엄이 내려가기만 하셨기 때문에, 가끔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벼르고 계십니다."

     "으옷!? 갑자기 나타나서 말하지 마!!"

     황제의 측근인 말 수인 캐럽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듣고 보면 확실히."

     "우읏!? 그, 그렇게 싸늘한 눈은 아니 된다 젊은 사자여! 확실히 그만 그대와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있었음은 깊게 반성하고 있다! 하인츠 공한테 가르침 받은 전이마법을 시험해 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전장에 서서 싸우는 내 용감한 모습을 본다면 그대도 나를 다시 볼 게 아니겠느냐!! 푸하하하하!! 기다려라 마물들! 그리고 자마사레이르 왕국의 무례한 왕족들이여!!"

     "불안해~"

     스승님 뭐 하시는 건가요 스승님. 뭐, 어느 사이엔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사이좋아진 스승과 이그니스다. 수만 년을 살아온 전설의 용신이 눈앞에 있다면 조용히 있을 리도 없겠지만.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왠지 이번 일은 전형적인 추방물 같다고나 할까, 너무 판박이인데.

     

     솔직히 전생에서 추방물은 그다지 읽어보지 못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개 주인공을 무능하고도 짐짝처럼 취급해서 추방해 버린 녀석들이 된통 당하는 것을 꼴좋다며 바라보며 주인공은 사실 치트였던 스킬로 할렘 만세, 같은 내용을 상상하면 크게 빗나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황제의 목적은 그 꼴좋다에 편승해서 자마사레이르 왕국을 침략하여 제국의 밑에 둔다는, 이른바 어부지리 작전이다. 왠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의 주인공 같은 녀석한테 시비를 걸지도 모른다는 점이 조금 불안하지만,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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