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부 117화 결혼사기에 주의?
    2023년 02월 04일 09시 26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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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누가?"

     "저 말입니다요 도련님! 드디어 제게도 봄이 왔습니다요~!"

     

     어째선지 이 세계에도 벚꽃이 있어서, 만개한 벚꽃이 푸른 하늘에 피어오르는 봄의 일. 묘하게 들뜬 버질한테서 결혼의 보고를 받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만이 아니다. 때마침 다음 팩에 나올 카드의 시험에 어울려주고 있던 올리브도 놀라고 있고, 크레슨은 소파에 잠들어 코를 골고 있다.

     

     실제 나이 16살이 된 나지만, 이미 대학원생이라서 고등부에 입학한 반의 두근두근 러브코미디와는 동떨어졌고, 거기다 외모는 이제야 11살이라서 고교생들 중에 소학생 수준의 꼬마가 혼자 있으면 확실히 붕 떠버린다.

     

     "오, 축하해. 잘 됐네. 그런데 결혼해도 일은 계속할 거야?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물론 계속합니다요! 이 이상으로 봉급이 좋은 직장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수준으로 도련님이 잘해주시니 말입죠!"

     "그래? 그럼 되도록 버질은 외국으로 데리고 가지 않도록 해야겠네."

     "고맙습니다요! 그래서 말인데, 저기... 쬐~끔 말하기 어려운 일인데..."

     "축의금? 그건 줄 테니까 걱정 말아도 돼. 벌써 10년 이상을 같이 한 소중한 호위니까."

     

     "그거 고맙습니다요! 가 아니라, 실은 말입죠, 제 부인될 사람은 낮에는 주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창관을 뛰면서 번 돈을 고향의 가족한테 보내는 애라서 말입니다요. 도련님만 괜찮다면 이 저택에서 메이드로 고용해 주실 수 있을까 해서."

     "당연히 안 되지. 그 여자가 DoH의 최신정보를 노린 기업 스파이나 잡지기자나 결혼사기꾼이나 그 결혼을 핑계로 한 강도나 도둑이라면 어쩌려고. 그렇지 않아도 휴식시간에 빈방에서 빠구리라도 뜨면 못 참아... 미안, 말이 지나쳤어."

     "아뇨, 도련님의 여혐이 대단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요."

     노골적으로 화난다는 식의 분위기를 냈지만, 꾹 차고 있는 버질의 얼굴을 보니 왠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배우자 수당이나 부양자 수당으로 봉급을 올려줄 테니, 부인은 전업주부를 시키는 게 어때? 그래도 일하고 싶다고 한다면 계속 주점 일을 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으면 되고. 적어도 여기선 절대 고용 안 해."

     

     "알겠습니다요. 고맙습니다요."

     

     껑충껑충 뛰면서 들뜬 기색으로 내 방에 찾아왔을 때와는 달리, 어깨를 늘어뜨리며 터덜터덜 떠나는 뒷모습은 애수가 짙다. 미안 버질.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고용하라고 해도 당연히 싫잖아. 이 나라고? 적어도 직접 본인을 데려오던가. 아, 그렇게 전했어야 했나?

     

     아니 그래도 안 된다. 본인을 데려왔어도 아마 결과는 NO다.

     

     "어떻게 생각해?"

     "수상쩍다는 생각만 듭니다만."

     

     "그렇지?"

     라이프가 0이 되어서 카드를 치우기 시작한 올리브가, 괜찮을까 저 녀석 같은 표정으로 닫힌 문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올리브는 10년 이상 전에 여신교의 여교황 안젤라와 파혼을 하게 된 쓰라린 과거를 지니고 있었지. 결혼이라 듣고 떠오르는 게 있는 걸지도 모른다.

     

     "뭐, 그 사람을 만나지도 못한 우리가 사기꾼이라 단정 짓는 것도 성급하고, 설령 그랬다 해도 버질의 저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테니까, 내버려 두는 게 낫겠지?"

     "그렇겠지요. 사랑에 빠진 남자는 맹목적이니까. 40을 넘긴 뒤의 늦봄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코를 골며 낮잠을 자던 크레슨의 콧물 방울이 터진다. 하지만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하는 모습은 평화 그 자체다.

     

     "봄바람이 봄폭풍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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