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후일담(1)
    2023년 02월 02일 01시 37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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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를 들은 성왕은, 팔짱을 끼고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이곳은 성왕궁의 알현실이지만, 답답한 장소는 아니라 응접실처럼 둥근 테이블이 놓여있다. [답답한] 쪽의 알현실은 [제1성구]에 존재한다. 성왕궁에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어디까지나 성왕궁 사람만이다.

     알현실에 있는 자는 성왕 외에도 성왕자 크루브슈라토, 뮬 변경백이 있다. 변경백은 여전히 회색곰의 모피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럼, 뭐냐......? 우리들은 천부주옥 수여식에 나타난 조정자를 내쫓는 걸 돕고, 대량학살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사태를 막고ㅡㅡ거대뱀을 토벌한 남자를, 하필이면! 흑발흑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잡아서 죽이려 하다가 반격을 당하고는 성왕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손만 빨면서 지켜봤다는 말인가!?"
     "그런 모양이던데요."

     성왕의 노호성에 움직임 없이, 회색곰이 대답한다.

     

     "에베뉴 그 바보 녀석은 뭘 생각해서 그런 짓을 한 거냐!! 그리고 성왕기사단도!! 연락이 어긋났다고는 해도, 자기들이 정벌했다고 퍼트린 것인가!?"
     "공적에 미쳤는지, 모험가길드한테 전부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기분인지, 일단 사실과 다르다고 알아도 자기들한테 이익이 되도록 주장한다라...... 마치 기사가 아닌 귀족 같군요. [이것은 다르다], [허위의 보고는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 등을 말하는 것도 완전히 같고."
     "변경백! 빈정거림은 필요 없다!"
     "빈정거림이 아니라 사실입니다만."
     "그럼 그 쓸데없는 사실을 말하는 입을 다물어! 아무 의미도 없어!"
     "자, 잠깐...... 아버님, 고정하세요."

     크루브슈라토가 끼어들자, 성왕도 약간 진정되었는지 컵에 든 물을 마셨다.

     

     "아 젠장, 리비에레 공을 추궁할 때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흐음..... 공작가 쪽은 어떻습니까."
     "......그게, 좋지 않아. 에베뉴 공이 꽤나 리비에레 공을 편들고 있어. 쉬리즈 백작이 갖고 온 증거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야."
     "쉬리즈 백작의 [심리의 마안]은 쓰기가 어렵다는 뜻인지."
     "그래. 그리고 그 호위..... 레이지라고 했었나. 그 녀석이 쉬리즈 백작 밑에 있던 것도 또한 문제를 어긋나게 하고 있어. 하지만 뭐, 시간문제다. 타협점을 어디로 할지 찾고 있는 거겠지."

     "타협점이요?"
     "그래...... 에베뉴 공도 거의 범인인 리비에레 공을 계속 편들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거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쉬리즈 백작이 올라서게 되고, 에베뉴 공은 [영웅을 죽이려 했다]는 나쁜 소문까지 돌고 있지. 최대한 짖어대서 쉬리즈 백작의 정당성을 낮춰두고 싶을 거다."
     "............"

     그것은 [나쁜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 아니냐고 변경백은 생각했지만, [사실]이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귀족사회다.

     

     "결국에는 [루시엘 공작가의 검성 오귀스탱이 있었다면 이번 피해는 더 줄어들었다]며 루시엘 공까지 욕을 먹었지."
     "뭐, 에베뉴 공과 루시엘 공은 애초에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폐하.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음...... 이제 영지로 돌아가는 건가? 뮬 변경백, 여전한 충성에 감사하마."

     "옙."
     "자네의 질타도 두 번 다시 잊지 않을 걸세."
     "......농담도."

     변경백은 흉악한 얼굴로 싱긋 웃은 다음, 일어나서는 방을 나갔다.

     

     "성왕 폐하, 변경백의 [질타]란......"

     크루브슈라토가 묻자, 성왕은

     

     "......네게도 친구가 필요하겠구나. 믿을 수 있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친구를."

     그것은 마치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성왕에게는 이후로 수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천부주옥 수여식에서 일어난 일을 귀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결국 전부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각오는 하고 있지만.

     여기에다 6대 공작가 중 하나인 리비에레 가문의 처리도 얽혀있기 때문에 대혼란은 피할 수 없다.

     

     "크루브슈라토, 네가 볼 때 형과 누나는 어떻느냐?"
     "형님과 누님이요? 두 분 다 정말 훌륭하세요. 분명 형님은 차기 성왕이 되어 대단한 치세를 하시겠죠ㅡㅡ아, 방금 것은 아버님, 이 아니라 성왕 폐하의 탓이란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다."

     성왕은 흐뭇해하며 크루브슈라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로서의 감정이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 그리고 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ㅡㅡ지금도,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버릴 수가 없다.

     

     "......자, 성왕으로서의 일이 남아있으니, 나는 가보마."
     "예. 폐하."

     성왕은 일어서서는, 어깨로 바람을 가르며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그것을 크루브슈라토는 고개를 숙이며 배웅했다.

     

     "............."

     조금 지나 고개를 든 크루브슈라토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살고, 루이가ㅡㅡ친구가 되었을지도 몰랐던 소년이 죽은 것을.

     그럼에도 사정을 잘 몰랐으며, 어느샌가 그런 사태가 벌어졌다. 원래는 자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면 섬뜩해지는 반면, 어째서 자기가 살아남았나 하는 자책의 마음도 든다.

     죽음이야말로 성왕가의 의무라면, 이행해야 했다면서.

     

     "......에바 양은, 뭐 하고 있을까......"

     

     그때 크루브슈라토는 그 아름다운 소녀를 떠올렸다. 아버지의 심복인 쉬리즈 백작의 딸이며, 큰 피해를 막아낸 [영웅]을 호위로 두고 있다.

     수여식에서는 매우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ㅡㅡ

     

     ".............."

     크루브슈라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존재에 끌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짓을 해도 되는 입장이 아니다.

     

     (원래는 내가 죽어야 했었다)

     

     그렇다면.

     

     "남은 목숨을,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만 하겠네요......"

     12살 소년에게 그런 비통한 각오를 하게 만들 정도로, 이번 사건은 성왕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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