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55 악의의 진의는 호의 속에(1)
    2023년 02월 01일 15시 30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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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강화]에 의해 내 귀가 옥외에서의 잡음을 캐치한다. 상당한 인원...... 백은 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의 수가 저택의 문 앞에 모여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맥심 대장의 부하들이 대응하고 있지만, 저쪽이 진심을 드러내면 바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아버님! 이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아버님은 레이지가 목숨을 구해줬으며, 어제도 레이지가 없었다면 수많은 자들이......!"
     "괜찮아요, 아가씨."
     "하지만!"
     "아가씨께서 놀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요."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자, 아가씨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았따.

     

     (정말, 그것만으로도 기뻐)

     

     동료가 있다.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

     그것이 얼마나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가.

     백작님...... 당신은 모르시겠죠?

     

     "레이지 군, 꽤나 여유가 있군요." 

     "예.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제 이 백작가와는 아무 관련도 없잖아요."
     "......다시 말해 지금 바로 나가겠다고? 저곳에 있는 자들은 에베뉴 공작가의 정예들입니다만."

     백작이 눈썹을 찌푸린 것은, 내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고 생각해서일까.

     뭐, 백작의 앞에서 진심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없지만.

     

     "백작님. 제가 알고 싶었던 두 가지의 정보...... 당신은 손에 넣을 수 없었네요. 아니, 별 8개의 천부주옥에 대해서는 약간은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요?"
     "제게 있어 그 두 가지의 정보는, 정말로 필요했던 겁니다. 여기에 남아서 백작가의 위광 속에서 지내는 것도, 불합리하게 높은 봉급을 받는 것도 필요 없었다는 뜻입니다."
     "!"

     "당신은 정말 현명하여 예언자처럼 앞일을 읽을 수가 있지만, 하나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는 이 나라의 미래에 그리 가치를 느끼지 않아요. 제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장소가 다른 곳에 있다면, 저는 이 나라를 떠날 뿐입니다."
     "......아무 미련도 없다?"
     "있어요. 하지만 그 미련은 아가씨 단 한 명 뿐이죠."

     나는 소파를 돌아서, 아가씨의 바로 앞에 섰다.

     

     "아가씨.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세계는 넓습니다ㅡㅡ전부를 보고 다니려면 일생이 걸려도 부족할 정도로요."

     

     아가씨의 눈이 커졌다.

     내민 나의 손을 보더니, 다음에는 내 얼굴을 보았다.

     백작은ㅡㅡ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사장과 맥심 대장이 당황하고 있다.

     백작은 아가씨가 소중하지 않은 걸까ㅡㅡ아니다. 백작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든 아가씨를 지키고 싶다 생각할 정도의 딸바보다. 그럼 어째서 막지 않는 걸까.

     

     "......갈게."

     아가씨가 손을 잡고 일어서자, 백작의 무표정이 무너졌다.

     

     "뭐, 뭐라고......?"

     백작은 아가씨가 손을 잡지 않을 거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틀렸기 때문에 놀라고 있다.

     

     "백작님. 오늘 백작님이 부재중일 때 교회에 갔습니다."
     "......무, 무엇을......?"
     "아가씨와 백작님이 나누었던 계약마술을 해제했습니다."
     "!?"

     백작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집사장과 맥심 대장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백작님 본인만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아가씨에게 계약마술이 걸려있지 않을까ㅡㅡ하고 내가 의심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것은 아가씨가 내 이야기를 듣고 백작을 의심했을 때, 아가씨의 몸상태가 너무 나빠졌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는 계약마술이 걸려있는 것이 아닐까ㅡㅡ그렇게 생각한 나는 아가씨와 함께 교회로 향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논에게서 배운 노하우가 도움이 되었다.

     교회에서는 돈을 내면 죄를 사해주는 의식을 할 수 있다. 알몸이 되어 성수로 목욕을 하는 것인데, 그 수순이 일정한 계약마술을 푸는 절차와 매우 가깝다고 한다. 그때 높은 마력을 체내에서 순환시키면 해제되어 버리는 계약마술이 많다고 한다ㅡㅡ그런 것을 아는 교회관계자는 적다고 논이 말해줬다.

     아가씨는 가진 마력량이 많은 데다가, [마력조작★★★★]이라는 천부도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마술이 해제되었다.

     독특한 형식의 마술이나 마술사 본인을 매개로 한 것은 해제할 수 없다지만, 아가씨의 경우는 달랐던 모양이다.

     백작의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든다.

     

     "에바, 그럼, 너는......!"
     "네, 아버님. 전부 떠올렸답니다...... 제가, 어머님을 죽여버린 것을요."
     

     왜 백작은 계약마술을 쓴 것일까.

     아가씨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당시 저택에 있었던 집사한테서 우연히 들었던 모양이다. 그 기억을 봉인하고 가족 관계가 두 번 다시 망가지지 않도록 쓴 것이 계약마술이었다. 기억을 봉인하는 것만이 아닌 아버지를 배신하지 않는다, 딸을 배신하지 않는다 등을 썼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본인이 배신했다고 느끼느냐의 여부] 가 중요해서, 백작이 아가씨한테 여러 비밀을 가진 것은 [딸을 위해서] 였기 때문에 세이프고, 아가씨가 백작을 의심한 일은 [아버지를 의심하는 것은 배신일지도 모른다]며 아가씨가 느꼈기 때문에 계약마술이 작동한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떠올린 아가씨는ㅡㅡ그때는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담담하게 목욕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딱히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계약마술은 걸려있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택의 방으로 돌아온 아가씨는 전부를 내게 털어 넣고는, 내게 기대어 울었다. 울만큼 운 다음에는, [이제 괜찮아]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ㅡㅡ사실,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은 내 [고무의 마안]이 원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거든.

     

     아가씨는 얼핏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너는 전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백작의 가장 큰 약점은 아가씨였다.

     

     "저는 괜찮아요. 제대로 자신의 죄를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보다도...... 저도 아버님도 서로에게 의존하는 것을 그만둘 때가 온 거예요. 저는 부모를 떠나고, 아버님은 자식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거예요. 그런 마술에 기대지 않아도, 쉬리즈 가문 사람이라면 자신의 다리로 서고 걸어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네가 이 집을 나갈 필요는!"
     "......레이지, 가는 거야."
     "예."

     나는 아가씨와 함께 백작에게서 등을 돌렸다.

     

     "에바, 에바ㅡㅡ!!"

     백작의 비통한 목소리가 귀에 따갑다. 일어나서 쫓아오려는 백작에게, 나는 살기를 드러냈다ㅡㅡ백작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맥심 대장도 겁먹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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