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54 아버지의 냉혈(1)
    2023년 01월 31일 01시 51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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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가 아버지의 죄를 폭로하자, 귀가 따가울 정도의 침묵이 찾아왔다. 백작은 조금 전 이상의 놀라움은 보여주지 않고 단지 아가씨를 지켜보며 팔짱을 끼었고, 집사장은 난감한 얼굴로 눈을 가았으며, 맥심 대장은 알기 쉬울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침묵을 깨트린 사람은 물론 아가씨였다.

     

     "아버님은 리비에레 가문이 천부주옥 횡령의 흑막이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심리의 마안]을 가졌어도 상대의 거짓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버님 뿐. 백작보다 낮은 귀족가한테는 강하게 나갈 수 있어도, 백작보다 높은 공작가에는 손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버님은 크루브슈라토 님의 독살미수를 계획했어요. ㅡㅡ맥심 대장."

     아가씨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대장은 "아, 예." 라며 새된 목소리로 반응했다.

     

     "먼저 들어보니 레이지는 몰랐던 모양이지만, 당신은 아버님한테서 [새싹과 새달의 만찬회]에 갈 때 뭔가의 약을 받지 않았나요?"
     "아, 예, [만일의 경우를 위해 여러 독에 듣는 만능약이며, 쓰러진 자가 있다면 먹게 하도록] 이라고 하셨ㅡㅡ앗."

     정답이었던 모양이지만, [쓸데없는 말 마] 라는 것처럼 집사장이 노려보자 맥심 대장은 입가를 틀어막아버렸다.

     

     "아버님으로서는 에베뉴 가문의 에탄 님이나 에탄 님의 호위 중 누군가가 독을 간파하는 걸 예상하셨겠지요. 만일 크루브슈라토 님이 독을 먹었다 해도 맥심 대장이 고쳐줄 수 있었고요. 하지만 그 경우, 맥심 대장의 행동은 너무 수상해지니 그 후의 행동이 제한되고 말아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레이지가 독을 간파했기 때문에 아버님의 행동은 마찬가지로 제한되고 말았답니다."

     독을 간파하고 독을 고치는 것은, [네가 범인이지] 라고 의심받게 되는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백작의 다음 수는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ㅡㅡ1개월 정도는.

     

     "독을 탄 남자는 이미...... 죽여버렸겠죠? 그 남자를 냉동마도구로 보존해 두면 육체를 보존시킬 수 있어요. 원래는 에베뉴 가문이 독을 간파하게 하고, 아버님은 리비에레 가문에서 남자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하며 리비에레 가문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면 대대적으로 리비에레 가문의 조사를 한다ㅡㅡ그런 예정이었을 거예요. 남자의 시체는 아버님이 확보하고 있으니, 얼마든지 증거를 날조할 수 있고요. 아버님은 리비에레 가문이 천부주옥 횡령의 흑막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니, 조사하면 증거가 나올 것도 알고 계셨죠?"

     

     우로보로스가 날뛴 것은 백작에게 기회였다. 그에게는 맥심 대장 이외의 부하가 있음이 틀림없다. 오늘 성왕궁에서 엘과 대화하고 있을 때에도 바깥에는 수많은 자들이 몰래 숨어있었고. 일부러 말하지는 않았지만.

     저택이 파괴된 틈을 타면, 훼손이 된 시체가 놓여있어도 부자연스러움은 줄어든다.

     

     "멋진 추리입니다."

     백작은ㅡㅡ온화하게 웃었다.

     부정도 긍정도 안 했다.

     

     "이제...... 어엿한 귀족이군요."
     "......아버님의 교육 덕분이랍니다."

     "아니ㅡㅡ"

     백작은 흘끗 나를 보았다.

     

     "......에바는 필사적으로 생각해야만 함을 느낀 거겠지요. 누구 덕분에."

     절까요. 아니겠죠?

     

     "백작님, 저도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만."
     "뭐지요. 누구 씨."

     역시 전가요?

     

     "......저기, 천부주옥의 수여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은, 백작님도 몰랐었죠? 하지만 백작님은 수여식에 참가하지 않았구요. 그것은 어째서인가요."
     "아, 그건 간단한 일입니다. 수여식에는 수많은 신관이 참석하니까요. 리비에레 가문에 천부주옥을 빼돌린 신관의 방을 조사할 기회였습니다. 그때 리비에레 가문과 내통하던 밀서를 발견했지요ㅡㅡ문서에는 그 밀서를 [바로 파기해라]고 쓰여있었습니다만, 리비에라 가문이 배신할 수 없도록 신관이 갖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구나. 신관을 조사할 때 수여식은 딱 좋은 환경이었구나. 백작한테는 수여식을 기다릴 이유가 있었던 거고.....

     

     "그 후 어둠의 돔이 출현해서, 저는 비상사태를 느끼고는 뭔가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다가, 우연히 찾아낸 돌을 갖고 간 것입니다. 그 돌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뭐, 결국 백작의 가느다란 팔로는 파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대신 파괴하게 되었지만.

     

     "백작님, 왜 그 신관은 리비에레 가문에 천부주옥을 건네줬던 건가요. 큰 죄잖아요?"
     "그것도 간단합니다. 돈입니다. ......에바도 명심해 두세요. 세상의 대부분은 돈으로 해결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돈에 의해 몸을 움직이고 인생을 망치는 법입니다."

     아가씨와 백작의 시선이 부딪힌다.

     지금 아가씨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나에게 이 추측을ㅡㅡ그리고 아마 진실을ㅡㅡ밝혀줬을 때에는, 지금이라도 쓰러질 정도로 안색이 안 좋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가씨는 각오를 다진 얼굴을 하고 있다.

     

     "아버님. 부정을 밝히기 위해 아버님 또한 부정에 손을 댔다는 말씀인가요.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독을 탄 남자는 애초에 처형당할 남자였습니다. 천부주옥의 횡령에 관련되었던 귀족가의 남자인데, 어째선지 붙잡히지 않고 끝까지 도망쳤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죄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 과오는 자신의 돈으로 사치를 부리던 처자식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백작은 거기서 말을 끊었다.

     분명 백작은 거래를 했을 것이다...... 네가 목숨을 내놓는다면, 처자식은 불문에 부치겠다고.

     

     "아버님, 죄는 법에 의해 심판받아야만 한답니다."
     "그 말대로입니다. 분명 리비에레 가문도 처벌받을 겁니다."

     아아...... 이 사람은 아가씨를 [어른 취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은 말투에서도 명백하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다루는 이상, 이제 결코 본심을 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했음이 틀림없다.

     설령 단 둘만 있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

     아가씨의 옆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울고 싶은 것을 참는 듯한 얼굴이다.

     아가씨는 백작이 전부 이야기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면에서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나는 그것이 [확률 낮은 도박]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며, 안타깝게도 그 예감은 적중했다.

     

     "에바. 누구나가 인정하는 [정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부정]이라고 믿고 사냥했던 인재알선소도,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손에 넣고 싶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정의]였던 것입니다."
     "궤변으로 넘어가지 마세요."
     "당신은 이번에 스스로 움직여서 어떤 [진실]을 알았지요? 모든 것은 레이지 군한테서 들은 [정보]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레이지 군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ㅡㅡ!?"

     깜짝 놀란 아가씨가, 겁먹은 것처럼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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