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52
    2023년 01월 30일 23시 17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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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광산의 조악한 오두막에 있던ㅡㅡ고독하면서도 지성이 느껴졌던 노인의 모습이었다.

     죽음 직전에도 나의 행복을 기원해주었다.

     그는 공작의 아버지의 실수의 뒤처리를 해줬다고 말했었다. 왕국 붕괴 후에 아헨바하 공작령에 흘러들었던 것이다.

     

     (하지만ㅡㅡ그렇게 되면, 힌가 노인의 마지막 말은......?)

     

     그때 나는 [삼라만상]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ㅡㅡ이 몸은, 벌을 받기 위해서 있을지니. 죽음으로 갚을 수 없는 죄를 범했기 때문일진저. 하지만, 지금 햇빛을 쐰다는 요행이 찾아왔구나. 천지를 다스리는 만능의 신이시여, 바라건대 이 딱한 아이에게 축복을 주시옵소서......"

     

     힌가 노인은 뭔가의 [죄]를 범했다? 그것은 천부주옥에 관련된 무언가를? 아니면 포르샤 왕국 괴멸에 이어지는 일을?

     아마...... 딱한 아이라는 말은 흑발흑안을 말하는 거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엘은 이어서 말했다.

     

     "에, 저희는 성왕님께 억지를 부려서, 조사단을 파견하도록 하여 힌가 박사의 저서를 모았습니다.거의 남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을 복사하고 남은 것을 가족 분에게 건네줬습니다. 에, 힌가 박사의 논문은 여태까지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 많으니, 흥미를 가졌다면 기쁜 일이군요."

     "자, 잠깐만요!"

     방금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엘이 말했다.

     

     "힌가 노인의 가족이라구요!?"

     "노인이 아니고 박사입니다. 에, 뭐, 레이지 군이 보기에는 노인일지도 모르겠지만."
     "죄, 죄송합니다. 잘못 말했네요. 힌가 박사에게 가족 분이 있어요?"
     "예. 레프 마도제국이라는 별난 나라가 있는데, 에, 그쪽에 따님이 시집을 간 상태라서."

     

     힌가 노인의 딸은 포르샤 왕국 괴멸 시에 외국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난을 피했다.

     

     "지금도 그분은 레프 마도제국에 있어요?"
     "글쎄요, 거기까지는...... 왜냐면 15년 전의 일이라서요. 만일 저서를 보고 싶다면 이곳 성왕궁에도 복사본이 있습니다만."
     "......아뇨, 진본을 보고 싶어서요. 그 따님의 연락처를 가르쳐주실 수 있어요!?"
     "상관없지요. 에, 그분은 이름이 에마라고 하는데, 남편이 레프 마도제국의 상급관리였지요. 분명 딸도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루루샤다.

     깨달았지만, 내가 이 이상 말하면 의심을 살 테니까ㅡㅡ이미 충분히 수상쩍다고 생각하지만ㅡㅡ가만히 있었다.

     생각도 못한 수확을 얻은 나는, 혼자 저택으로 돌아갔다.

     

     

       *  특급사제 엘   *

     

     

     앉은 채 계속 움직이지 않는 커다란 토끼의 등뒤에 나타난 자는, 6대 공작가 중 하나인 에베뉴 가문의 당주였다.

     

     "......엘 님. 레이지 공은 돌아갔습니까?"
     "에, 돌아갔지요."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재앙의 아이]에 대해서라도?"

     당주가 곁에 앉았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엘이 말했다.

     

     "......그렇지요. 레이지 씨가 [재앙의 아이]라는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눈으로 보아도 확신이 들지 않는군요. 그에게서는, 에, 사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문헌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재앙의 아이]는 흑발흑안이며 강대한 힘을 지니고, 일국을 멸망시키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만...... 레이지 공은 푸른 머리 아닙니까."
     "머리카락의 색은 바꿀 수 있습니다. 에, 염색약을 썼겠지요ㅡㅡ적어도 흑발흑안로 지내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아는 모양입니다."
     "단순한 패션일지도 모릅니다만."
     "이거 이거! 에베뉴 가문의 당주나 되시는 분께서, 에, 그런 의미 없는 가정을 하시다니요."
     "가능성은 전부 확인해두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려서 말입니다. 그럼 엘 님은 그 소년이 [재앙의 아이]라는 말씀이신지?"
     "......에, 그렇다고는 단언할 수 없겠군요."
     "왜입니까?"
     "............."
     "확증이 들면, 그 자리에서 끝장을 내도록 성왕께서는 말씀하셨는데...... 결국 놓아준 거군요?"

     

     당주가 손을 스윽 올리자, 정원에 잠복해 있던 두 명의 검은 자들이 일어나더니 소리 없이 사라졌다. 당주의 호위가 아니고 성왕궁의 병사도 아닌, 암살에 특화된 자들이다.

     

     "에, 확증은 없었습니다."
     ".........."

     입가는 어렴풋이 웃고 있지만, 이 하플링의 눈동자는 무서울 정도로 싸늘했다.

     엘은 엘대로 레이지가 원래는 흑발이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조정자 또한 [재앙의 아이]에 대해서 말했었다. [재앙의 아이]는 죽여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상층부에서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힌가 박사의 이야기를 해서 즐거웠기 때문에? 에베뉴 가문의 당주의 말대로, 사기를 느끼지 못해서?

     

     (......아니, 우리를 구하는데 열심이었던 소년을 살해할 수는 없는 일)

     

     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굳이 입밖에 내지 않는다. 귀족가의 당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코웃음 치면서 "그럼 이쪽에서 끝장을 내겠습니다." 라고 말할 테니까.

     아니ㅡㅡ그런 [깨끗한 일]만이 아니다.

     

     (조정자와 싸웠던 그 힘은, [이치]의 [바깥]에 있는 것. 그 힘이 성왕국으로 향한다면......)

     

     옛 문헌에는 [재앙의 아이]가 이윽고 진정한 [재앙]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역사적 사실이 무수히 기록되어 있다. 그 위협은 [맹약]에 의해 나름대로 컨트롤되고 있는 [뒷세계]에 비해 훨씬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ㅡㅡ엘은 생각한다.

     

     (아이일 때 살해된 [재앙의 아이]는 정말로 [재앙]이었던 걸까요? 에, 세심히 키운다면, 이 세계에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가정은 물론 [의미가 없는 가정]이다. 입밖에 꺼내면 엘의 목이 위태로워질 위험한 사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힌가 박사의 논문이 그 발상에 가깝다. 과거에 일어난 비참한 사실이 있었다 해도, 인간의 가능성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ㅡㅡ아이일 때 죽여두면 [재앙] 이 되지 않는다면 재빨리 죽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귀족과는 정반대의 생각이다.

     

     "에, 그 소년은, 문제없습니다."
     "......뭐, 성왕 폐하께는 그렇게 전해두지요."

     눈을 깜작이는 토끼에게 동요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도 당주. 리비에레 가문의 문제는 괜찮으신지?"
     "문제없겠죠. 이미 물증이 나왔고, 성왕 폐하께서도 이미 움직이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냉혈경]이 붙어있고. 잘 됐군요, 엘 님.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천제단]을 훼손한 대역죄인이 드디어 심판받지 않습니까."
     "......에, 그런 모양이네요."

     엘이 대답을 하자, 에베뉴 가문의 당주는 일어섰다. 그가 방을 나가자, 갑자기 압박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어 엘은 작게 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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