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55 악의의 진의는 호의 속에(2)
    2023년 02월 01일 15시 31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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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지."
     "예."
     "아버님이 한 일은, 잘못되었어?"

     백작은 이 나라를 위해 일했고, 아가씨를 위해 일했다.

     설령 그것이 주변에서 보아 [악]이라고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백작한테는 그야말로 올바른 일이었다.

     나는 백작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싫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말 서투른 사람이었어)

     

     라는 동정심까지 품었다.

     내가 그 사람을 좀 더 기대해서 자기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 백작에게는 베스트였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협박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있어서 악의에 찬 짓으로 보이는 일이었다.

     그 진의가, 나를 지켜주고 싶다는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해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아버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거든요."

     나는 단언했다.

     

     "그럼."

     아가씨는 거듭 물어보았다.

     우리는 현관에 도달했다. 바깥의 소란에 거먹은 메이드와 집사들이 있다.

     나는 아가씨를 위해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우리가 한 일은 틀렸어?"

     어렴풋한 달의 밤은 어두웠고, 쉬리즈 가문의 기사들이 모여있어서 많은 마도 램프가 문까지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문 저편에는 백 명 정도의 무장병이 모여있었는데, 저쪽도 저쪽대로 마도램프가 빛을 내고 있었다.

     

     "아니요."

     나는 단언했다.

     

     "당신이 잘못된 일을 한다면, 제가 전력으로 말릴 겁니다."
     "......그래."

     

     나와 아가씨가 걸어가자, 그걸 깨달은 기사들이 제지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쑥쑥 앞으로 나아갔다.

     

     "ㅡㅡ여기에 레이지라는 호위가 있잖아. 그를 내놓으면 끝날 이야기야."
     "ㅡㅡ이런 밤중에 왔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입니다만."

     문에서는 레레노아와 기사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다가온 우리들을 눈치챈 그들은, 깜짝 놀랐다. 레레노아는ㅡㅡ괴로운지 얼굴을 찌푸렸다.

     

     "레이지......손을."
     "예."

     나는 아가씨의 손을 잡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무리하고 있구나, 불안하구나...... 적어도 내 체온이 전해진다면 좋겠어.

     아가씨는 나를 끌어당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에서 몇 걸음 남은 곳에서 멈춰 섰다.

     

     "레이지."
     "예."
     "너는...... 백작가를 나온 나여도, 호위해 줄 거야?"
     "물론이죠."
     "그래...... 당신들, 문을 여세요."

     "하지만 에바 님."
     "제 명령이에요. 문을 여세요."
     "......아, 알겠습니다."

     아가씨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기사들이 문을 열었다.

     저쪽에는 빈틈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장병들이 있다. 쉬리즈 백작가의 기사들보다 수준은 낮아 보이지만, 인간족만이 아닌 하플링도 많이 섞여있다.

     

     "에바 아가씨, 거기 있는 레이지 공을 건네주세요. 백작님께는 이런 취지를 전해두었습니다."

     레레노아가 무릎을 꿇으며 간청했다.

     

     "레이지는 이제 백작가와는 관계가 없어졌어요."
     "그렇습니까...... 그럼 더욱 문제는 없겠군요."
     "레이지를 데려가서 어쩌려고요?"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죽일 건가요?"
     "읏."

     레레노아는 움찔거렸다. ......죽이는 거냐고. 무섭잖아. 그보다 손쉽게 사람의 생사를 결정짓는 거네.

     

     "넘겨줄 수는 없어요. 레이지는 제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레이지."
     "예."
     

     아가씨는 돌아서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에는 빛이 들어와 있다ㅡㅡ그것은 따스한 감정이다. 내 마음을 뜨겁게, 싸울 의욕을 끌어내준다.

     아아, 이것이 [고무의 마안]인가. 컨트롤이 되는 마안은 얼마나 기분 좋은 것인지.

     하지만 아가씨.

     그걸 걸지 않으셔도, 저는 충분히 싸울 의욕이 있다구요.

     

     "여기 있는 모두를 쓰러트릴 수 있어?"

     아가씨의 순진한 질문에, 레레노아는 깜짝 놀랐고, 무장병들은 살기를 내었다.

     

     "전력을 다한다면 문제없습니다."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 세계에서는 100명의 흑철급 모험가보다 한 명의 순금급 모험가가 더 강하다.

     그 정도로 천부의 차이가 크다.

     다시 말해, 눈앞의 무장병이 모두가 덤벼도 우로보로스를 막을 수 없었을 거라 나는 확신하고 있다.

     

     "ㅡㅡ레이지 군, 너는 그런 말을 해도......"

     레레노아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지만, 그것은 소용없다.

     

     "그럼 전력을 다해, 레이지."

     아가씨의 오더는 매우 심플했다.

     

     "길을 여는 거야."

     그리고 언제나, 사람을 막 부리는ㅡㅡ뭐, 오늘만은 그렇다고.

     

     "알겠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나도 날뛰고 싶은 기분이니,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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