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46
    2023년 01월 28일 23시 16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눈을 뜨자 새카만 어둠이었다. 내게 주어진 방은 좁기는 하지만, 실내에서 놀 수 있는 오락 같은 것이 거의 없는 이 세계에서는 충분한 넓이였다.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은 정말 희미한데, 그래, [새싹과 새달의 만찬회]에서 거의 1개월이니까, 초승달 전후겠지...... 그야 밤이 어두울 법도 해.

     

     "배고파......"
     "......그럼 뭔가 준비시킬게."
     "그래요? 고맙습니ㅡㅡ"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히익" 하며 한심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가씨!?"
     "뭘 그렇게 놀라? 내가 주인이고 너는 호위. 곁에 있는 건 당연하잖아?"
     "아......"

     나는 아가씨의 눈밑에 다크서클이 낀 것을 눈치챘다. [삼라만상]을 사용할 것도 없이, 아가씨가 내 침대맡에서 간호해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옷이 잠옷인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갈아입혀준 모양이다. 몸도 개운한 걸 보면 닦아주기도 한 것이 틀림없다. 군데군데 [회복마법]으로 회복하지 못한 장소에는 붕대도 감겨있다.

     

     "왼쪽 손목의 이 붕대, 아가씨가 감아준 거죠?"
     "어떻게 알았어!? 앗, 잘못 감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집사장과 메이드들은 어딨어요?"
     "물러나게 했어. 호위는 너 하나만인걸."

     백작가의 영애가 호위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은 역시 이상하다.

     아니...... 아가씨의 감정이 곱고 상냥하다는 거겠지.

     

     "아가씨...... 마력을 컨트롤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래...... 아버님이 [마력조작]의 천부주옥을 주셨거든. 이런 상황에서는 수여식이 또 연기될 거라면서. 이것에 불평하는 귀족이 있다면 혼내준대."

     "하하......"

     백작은 언제부터 수여식에서 따로 행동했던 걸가ㅡㅡ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백작의 행동은, 한두수 앞을 읽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루이 님은...... 어떻게 되셨으려나."

     아가씨는 쭈뼛거리는 기색으로 물어보았다. 그래, 아가씨는 그 전말을 보고 듣지 못한 채 저택으로 돌아온 거구나.

     

     "사망했습니다."
     "!"

     몸을 부르르 떤 아가씨였지만, 그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구나."
     "예."
     "나의 [고무의 마안]을 본 뒤로, 루이 님은 행동이 이상해졌어."

     그런가, 그렇게 된 일이었구나. 아가씨는 루이 님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경 쓰지 말라던가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는 싶었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아가씨에게 그런 입바른 소리가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고, 무엇보다 나도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레이지......?"
     "..........."

     이미 루이 소년은 죽어있었다.

     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로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내게 가능한 일에는 한도가 있다.

     전생의 16년과 기억이 돌아온 뒤의 4년. 나름대로의 인생경험을 쌓아왔다고 생각하지만ㅡㅡ전혀 부족해.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져서 나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분명,

     

     "아가씨."

     아가씨는 12살인데도 나와 같은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다.

     

     "아가씨는 그 마안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

     [고무의 마안]은 잘못 컨트롤하면 폭주하지만, 컨트롤이 가능해지면 엄청나게 유용하다.

     예를 들어 연설 전의 화자를 격려할 수 있다. 또는 큰 무대에 나서는 연기자, 연주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또는 프로포즈를 생각하는 애인의 등을 밀어줄 수도 있다.

     물론...... 전쟁에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잘못 사용한 거네."
     "아니요."
     "아니, 분명 그래. 안 그랬다면 루이 님은ㅡㅡ"
     "루이 님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에바 양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설령 죽는다 해도."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 루이 소년이, 잘난 체하며 제멋대로인ㅡㅡ정말 평범한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 탓으로 돌릴 리가 없다.

     

     "하지만...... 이 눈이 없었다면."
     "아가씨, 그건 달라요. 그 눈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거죠? 사람은 자신의 태생을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살아갈 길은 고를 수 있죠."

     나는 앞머리를 걷어올렸다. [불마법]으로 작게 불을 지피자,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이 보였다.

     그곳은ㅡㅡ슬슬 염색약을 써야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검었다.

     

     "제 머리카락은 검정이예요. 그  탓에 모두가 싫어하여, 부모에게 버림받았죠."
     "ㅡㅡㅡㅡ!!"

     아가씨가 눈을 부릅뜨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달라요, 아가씨. 저는 당신의 동정을 원했던 게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매일을 즐겁게 보내고 있잖아요. 그것은 제가 쉬리즈 백작에게 고용되기를 스스로 선택해서, 아가씨와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나랑?"
     "예. 그러니 모든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사용법만 맞는다면 [심리의 마안]보다도 훨씬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아버님보다도?"
     "예. 백작님은ㅡㅡ"

     그렇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 사람은 [심리의 마안] 덕분에 성왕의 중용을 받기는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었다ㅡㅡ그 사실을 한두 번은 원망했음이 틀림없다.

     그가 거짓말을 간파하는 이상,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 틀림없으니까.

     

     "......아버님은, 대단한 분이야."

     불쑥 말한 아가씨의 두 어깨에서는, 쉬리즈 가문의 당주로서 백작의 뒤를 이어나가야만 한다는 짐이 실려있다.

     무릎 위에 놓였던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럼 그만두실 건가요."
     "ㅡㅡ"
     "백작가를 없애면 되는 거죠. 애초에 영지도 없는 귀족이니,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충분한 돈을 주고 작위를 반납하면 아가씨는 자유죠. 다시 공부해서 관리를 목표로 해도 되고, 마을에서 장사를 해도 되고, 뭣하면 우아하게 지내며 긴 여생을 보낼 수도 있고, 반대로 위험을 원한다면 모험가가 된다는 길도 있죠. 그런 선택지가 당신한테 있다구요. 어쩌실래요?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저는 이 나라에서 당신을 데리고 나갈 수도 있는데요."

     

     

    728x90

    '판타지 > 한계 초월의 천부 스킬은, 전생자만 다룰 수 있다 —오버 리미트ㆍ스킬 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장 47(2)  (0) 2023.01.30
    2장 47(1)  (0) 2023.01.29
    2장 45  (0) 2023.01.28
    2장 44  (0) 2023.01.28
    2장 43(2)  (0) 2023.01.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