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35
    2023년 01월 26일 11시 41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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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바 = 쉬리즈 *

     

     

     

     숲의 좁은 길을 벗어난 곳에는 지붕이 없는 거대한 신전이 있었다.

     토끼를 따라 소년소녀들의 무리 속에는, 에바도 있었다. 눈앞에는 5단 정도의 계단이 있는데, 20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돌기둥이 안쪽을 향해 나란히 서 있다. 돌기둥이 지탱해야 할 지붕은 없고, 대신 널고 푸른 하늘만이 펼쳐져 있다.

     바닥은 흙에서 돌의 감촉으로 변했다. 거대한 바위를 잘라서 만든, 하나하나가 커다란 돌바닥이 이어져 있다. 돌기둥과 돌기둥 사이에는 초대 성왕에서 시작되는 역대 성왕들의 석상이 있다.

     작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돌기둥 너머에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귀족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던 것이다. 소년소녀들의 부모도 있는데, 그들은 평소대로의 귀족다운 복장이었다.

     귀족이 너무 많아서 쉬리즈 백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어딘가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왠지 현실감이 없어ㅡㅡ)

     

     매끈한 바닥이 비추는 것은 파란색의 하늘이다. 마치 자신이 공중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도 느껴진다.

     나아가는 곳에는 또 계단이 있는데, 계단참에는 성왕이 앉은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올려다본 가장 위에 있는 것은ㅡㅡ칙칙한 회색의, 제단.

     

     (저것이 [일천제단]......!)

     

     아무 특징도 없는 단순한 돌제단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 주위에는 마술이 담긴 듯한 보석을 끼운 로드가 같은 간격으로 꽂혀있었고, 연기 같은 파란색 마력이 제단을 두르고 있었다. 작은 빛이 제단에서 반짝이는 것이 때때로 보인다. 그것이야말로 천부주옥이 생겨나는 빛이었지만, 밑에서 올려다보는 형태로는 잘 알 수 없었다.

     

     "에, 여러분, 여기서 멈춰주세요."

     

     엘이 말하자, 귀족 자녀들은 멈춰섰다.

     성왕이 내려다보고 수많은 귀족들이 주목하자, 모두가 몸 둘 바를 몰라하고 있다.

     엘과 신관들은 인사를 하고 그곳에서 떠나갔다.

     

     "ㅡㅡ고대로부터, 성인이 된 신민들이 천부주옥을 신에게서 선물 받는 날은 [맑다]라고 정해져 있노라."

     의자에서 일어선 성왕은, 엘과 같은 성수색의 망토를 두르고, 길이가 그의 키와 맞먹는 금색의 석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오랜 예식에 따라, 그대들에게 신의 축복을 선사하노라."

     찰랑, 하고 석장을 휘두른다.

     

     "먼저 그대들이, 천부주옥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무구한 자] 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에바는 바닥이 희미한 빛을 내는 것을 깨달았다ㅡㅡ그러자,

     

     "어, 어, 뭐야 이거!?"

     수인의 소녀 밑바닥이, 피투성이처럼 빨개진다. 작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주위에 약간 공간이 생겨났다. 신관들이 바로 달려와서는 소녀를 데려갔다.

     

     "시, 싫어! 뭐야 이거!?"
     "ㅡㅡ서, 성왕 폐하! 딸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중병에 걸렸을 때 [면역강화]의 천부를 일시적으로 주었을뿐입니다! 나은 다음 바로 떼었습니다!"

     

     소리 내는 자는 딸의 아버지일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상태다.

     

     "닥쳐라."

     하지만 성왕의 안광에 입을 다물자, 그들에게도 신관이 다가와서 신전에서 끌고 나갔다.

     그렇게나 엄중한 검사가 있음을 에바는 몰랐다. 다만 아버지가 "천부주옥을 주는 것은 수여식 다음입니다. 그것은 절대적입니다." 라고 들었을뿐이었다.

     수인 소녀가 걸어간 발자국은 피에 젖은 것처럼 남아있었는데, 모두 약간 기분 나쁘다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천부는 본래, 사람에게 하나만 주어진다. 그것을 명심해라."

     성왕의 목소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쥐어짜내는 것처럼 들렸다. 파랗게 질린 소년소녀들은 누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이상해)

     

     하지만 에바가 느낀 것은 의문이었다.

     사람에게 하나만 주어져?

     그렇다면 왜 성왕기사단의 기사단장은 [성검술]이라는 레어한 천부를 대대로 물려받는 걸까? 왜 6대 공작가 중 다섯 가문은 가보처럼 소중이 하는 걸까?

     

     (변명에 불과한 거야. 그래도...... 왠지 성왕 폐하는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것으로도 느껴져......)

     

     앞서 성왕이 말했던 대로 [무구한 자], 지금까지 한 번도 천부주옥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확인하는 방법은 있는 모양이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무구한 자]여야만 하는데에 의미가? 하지만 오늘의 행사에서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는걸)

     

     흘끗 옆을 보니, 미라도 눈썹을 찌푸리고 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역시 미라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님......)

     

     눈으로 아버지를 찾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 어쩌면 여기 없을 수도ㅡㅡ라고 생각하면서, 

     

     (.....레이지)

     

     마음에 깃든 불안을 없애보고자, 믿음직하지만 약간 별난 호위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렀다.

     무의식적으로 왼손의 팔찌에 손을 뻗었는데,

     

     (ㅡㅡ어)

     

     그곳에 있어야 할 보석이 빠져있음을 깨달았다.

     

     (어째서......!?)

     

     들여다보니, 다섯 개나 있던 보석은 모두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이상 마력을 흡수할 수 없다는 표시였다.

     심장고동이 빨라진다. 조금 전 정자에서 조금 잠들어 몸상태가 돌아왔나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으며ㅡㅡ팔찌가 한계를 넘은 탓에 파손되어 체내의 마력량이 돌아왔을뿐이었다.

     

     "......왜 그래, 에바 양."
     "!"

     

     걱정되는지 얼굴을 들여다보는 루이는, 에바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말았다.

     미제어의, 특별한 눈동자를.

     그러자 그때, 와아~ 하며 박수갈채가 일어났다. 성왕이 이제부터 천부주옥의 수여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모양이다.

     

     "루, 루이 님......"
     "ㅡㅡ에바 양,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고개를 돌리자, 그의 시선 끝에는 성왕의 모습이 있었다.

     

     

     

     "먼저 성왕자 크루브슈라토, 그대에게 천부주옥을 수여한다."
     "예."

     맑은 목소리로 대답한 그는,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았다. 귀여운 그 모습을 보고 뺨을 물들이는 것은 소년소녀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성왕만은 벌레씹은 표정이었다. 그 후의 말이 나오지 않은 것에 귀족들이 술렁거렸지만,

     

     "......이번에, 성왕자 크루브슈라토에게 수여하는 것은...... 올해 나타난 별 8개의 천부주옥이니라."

     그 충격적인 말에, 술렁거림은 소란이 되었고, 무심코 "뭐라고." 를 말하는 귀족도 있었다.

     별 8개의 천부주옥은 전대미문이어서, 이 세상 사람들은 쓸 수 없는 별 9개 이상의 천부주옥은 귀족들도 알고 있었지만 최대 별 7개까지만 존재함을 들은 것이다. 거기다 그 별 7개는 전란으로 잃어서 현존하는 천부주옥은 6개가 최고였다.

     

     ".............."

     하지만 성왕은 가만히, 근엄한 표정으로 크루브슈라토를 바라보았다. 술렁거림을 주의주는 일 없이. 성왕자 본인도 그런 천부주옥을 수여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ㅡㅡ당황하면서도 아버지인 성왕을 바라보고 있다.

     

     "기다려주세요, 성왕님."

     그때, 손을 드는 인물이 있었다.

     

     "별 8개라는 희귀한 천부주옥을, 단지 혈통만으로 수여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천부주옥의 내용과 재능이 일치한다면 다른 자가 손에 넣을 기회를 줘도 되지 않을까요."

     불타오르는 눈동자로ㅡㅡ투쟁의욕을 일으키고 있는 듯한 눈으로, 루이가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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