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30
    2023년 01월 25일 14시 37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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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창문을 때리고 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에 상관할 수는 없다.

     

     "......이 이야기, 아가씨는."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른다는 뜻인가. 그게 좋다고 나도 생각한다. 알아보았자 무의미한 죄책감을 심어줄뿐이니까.

     

     "현재 아가씨는 어떤 상태인가요?"

     "마안이 발동된 결과, 제 친족이 걸려버리고 말았지요. 드레스의 색으로 티격태격하던 중이라서 옆에 있던 메이드장한테 덤벼들었다고 합니다."
     "괘, 괜찮았나요."
     "물론입니다. 메이드장은 저래 뵈어도 호신술을 좀 아는지라. ㅡㅡ하지만 마력을 모조리 써버린 것과, 갑자기 변해버린 사람이 놀라버린 일 때문에 에바는 잠들고 말았습니다."

     나는 안심했다. 최악의 사태 속에서 그나마 나은 종류의 일이라서.

     

     "그럼, 아가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봉인은 언젠가 풀릴 때가 온다고 그 술사는 말했습니다. 그때까지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된다면서요. 하지만 봉인 관련의 기술자는 매우 적어서, 하루이틀 만에 찾을 수는 없습니다."

     백작은 테이블 위에 작은 가죽주머니를 놓았다. 묵직한 원형의 그 모습을 나는 본 기억이 있었다ㅡㅡ아주 많이.

     

     "모레의 수여식 때, 이것을 선물할 생각이었습니다."

     안에서 꺼낸 것은 청색의 빛으로ㅡ이상하게도 따스하게 느껴지는 빛ㅡㅡ내는 천부주옥이었다. 그 빛은 바깥이 비 때문에 어두웠던 것도 있어서 실내를 밝게 비췄다.

     거기에서 보이는 글자는 [마력조작★★★★] 이라는 것.

     

     "에바가 마력의 컨트롤에 익숙해지면 별을 낮춰나가서, 최종적으로는 이게 없어도, 혹은 별 1개의 [마력조작]으로 끝내게 할 셈이었습니다."

     그래, 제대로 대응책은 있었구나...... 천부주옥으로 끝난다면 백작의 재력이면 어렵지 않을 테고. 별 4개의 [마력조작]은 상당한 레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 나는,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새싹과 새달의 만찬회]의 다음 날에 수여식을 했다면 봉인의 일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던 거네요."

     그렇다면, 그것은...... 내 탓이다.

     

     "레이지 군. 당신은 크루브슈라토 님의 목숨을 구한 것입니다. 누구도 탓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일도 딱히 부상자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면, 부탁이 있습니다."

     

     백작은 싱긋 미소 지었다ㅡㅡ우와, 좋은 미소다. 이것은 내가 제대로 유도당한 거네.

     

     "수여식까지 천부주옥을 주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에바를 방치할 수는 없으니, 그녀의 마력을 최대한 빼내는 마도구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백작이 탁자에 놓은 것은, 은색과 녹색의 보석이 5개 박힌 팔찌였다.

     

     "이것이 그?"
     "예. 마력을 흡수하고, 흡수하면 녹색이 파란색으로 변해갑니다. 상당한 용량이니 모레까지라면 문제없이 담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에바 본인입니다. 마력이 부족해지면 육체적으로 힘드니까요."
     "아하......"

     나도 마력고갈로 쓰러진 경험이 있어서 잘 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해야 할 이 시기에, 육체까지 힘들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레이지 군은 그녀의 곁에 계속 있어줬으면 합니다."
     "그야 당연히 그럴 거지만요."

     내가 바로 대답하자, 백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에바는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건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아가씨가 있는 곳에 가보려고 하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일어서서 방을 나가려고 생각한 나는, 문득 생각났다.

     

     "맞다. 백작님께선 제게 하실 말씀이 두 가지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아ㅡㅡ그래요. 잊고 있었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어조로 백작은 말했다.

     

     "크루브슈라토 님께 주어질 천부주옥 말입니다만, 아무래도 별 7개 이상일 가능성이 짙습니다."
     "헐......"

     뭐라고?

     7개!?

     

     "왜 그러지요? 레이지 군이 그렇게나 알고 시어하던 정보였습니다만?"
     "아, 아뇨, 그, 그래도 7개라니 들어본 일이 없어서......"
     "저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찾고 있는 천부주옥이 아니지요?"
     "그것은......예, 그래요."
     "레이지 군은 뭔가의 천부주옥을 신경 쓰고 있으며, 그 정보를 알고 싶다고 내다보았습니다. 그러니 미지의 별 7개 이상의 천부주옥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겁니다."

     무서워. 백작은 거기까지 생각했구나.

     

     "흥미는 있어요. 흥미는."
     "별 7개 이상이어도?"
     "별 7개 이상이어도."

     뭣하면 9개 이상도 좋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부디 에바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나는 목례하고서 백작의 방을 나가, 아가씨의 침실로 향했다.

     

     

     

     쉬리즈 가문의 주치의의 말에 따르면, 아가씨는 푹 잠들 모양이라서 나는 실내에 들어올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아가씨의 침대맡까지 다가왔다.

     

     (......설마 이런 형태로 아가씨의 어머니에 대해 알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만일 과거를 알았다면, 아가씨는 매우 가슴 아파할 것이다. 자신의 마안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ㅡㅡ그런 일은 결코 아닌데.

     

     (내가 곁에 있는 것이 아가씨의 힘이 된다면, 나는 흔쾌히 힘을 빌려줄 거야. 물론 라르크와 루루샤 씨를 찾아야 하지만, 아가씨가 [마력조작]에 익숙해질 때까지 함께 지내는 정도라면 문제없을 테고. 내 [삼라만상]이 있다면 조언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레이지 군을 믿고 있으니까 말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신경 쓸 필요까지야." 정도는 태연히 말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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