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29
    2023년 01월 24일 14시 59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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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위들의 모임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자리를 떴다. 급사가 와서는 백작이 부른다는 것이 이유다.

     에탄의 호위가 어째서 내게 손을 흔들었는지가 신경 쓰였지만, 모임 시간이 끝남과 함께 저쪽도 바로 일어났기 때문에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

     저택으로 돌아가자, 백작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맥심 대자, 레이지 군. 갔다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별일 아니었습니다."

     

     백작의 앞에서 맥심은 무릎을 꿇었지만, 나는 서 있는 것은 매번 있는 일이다. 고용은 되었지만 충성을 맹세한 것은 아니니까......

     오늘의 모임에 관한 보고를 끝내자, 맥심은 방을 나갔고 나는 남으라고 들어서 방에 남았다.

     웬일로 집사장이 없다...... 왜지.

     

     "레이지 군, 오늘은 갑작스럽게 말해야만 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갑자기면...... 모레의 수여식에 관한 건가요?"

     "아니요. ......관계는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

     영문을 몰라하는 내게, 백작은 [심리의 마안]을 한번 빛냈다.

     

     "레이지 군, 이 눈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지요?"
     "예. 마력을 보내면 특수한 힘을 발휘하는 눈동자였던가요. 핏줄을 따라서 유전되는 것으로서, 부모가 안 가져도 격세유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구요. 다만 성왕가의 [성수색]처럼 격세유전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있다던데요."
     "그 말대로입니다. 에바의 마안에 대해서는 제가 말했었지요?"
     "예. [고무의 마안] 말씀이죠."

     눈이 마주친 자의 전투의욕을 끌어올리는 것이었을 터.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의 효과인지는 [삼라만상]으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가씨라면 굳이 그런 마안을 안 써도 남자들의 전투의욕을 끌어올리는 일은 손쉬운 기분이 드는데...... 앞으로 몇 년만 지나서 미인으로 성장한다면.

     

     "그 마안이 문제라도?"
     "조금 전 발동했습니다."
     "발동...... 전부터 가능했던 거네요."
     "가능하기야 했지만, 효과는 미약하고 마력도 크게 소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것도 어떤 고명한 봉인술사에게 의뢰해서 마안을 봉인시킨 덕분이지요."
     "봉인이요?"

     어떻게 된 일이지, 처음 듣는다. [삼라만상]이라면 그 봉인의 여부도 알 수 있었을 텐데ㅡㅡ나는 몇 번이나 아가씨의 눈을 보았었고.

     아니, 어쩌면 눈에는 봉인의 술식을 안 걸었을지도 모른다. 체내의 마력공급부분에 걸었다면, 꽤 신중하게 보지 않으면 [삼라만상]으로도 모를 테니까.

     

     "......에바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말해준 일이 없었군요."

     백작이 씁쓸한 어조로 말한다. ㅡㅡ솔직히,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타이밍에 그녀의 어머니라니.

     하지만 분명 그것은 필요한 일이다.  백작은 낭비를 매우 싫어하니까. 내가 지금 이 타이밍에, 아가씨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고 백작은 판단한 것이다.

     

     "에바의 마력량은 일반적인 인간족과 비교해 매우 많습니다."
     "엑."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다. 물론 아가씨가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 마력은, 갓 태어난 에바의 마안을 가동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제어할 수 없는 마력이 마안에 흘러든 결과ㅡㅡ그녀는 가장 가까이 있던 인간의 전투의욕을 끌어올리고 말았습니다."
     

     설마ㅡㅡ그건.

     추측을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이다음에 나올, 쓰라린 결말로 이어질 거라는 것은 뻔했기 때문에.

     

     "......어머님, 인가요."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은....... 부인은, [고무의 마안]에 의해 의식을 잃을 정도로 패닉에 빠져서는, 진찰하러 온 의사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때 갓난아기였던 에바를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의사는 경상이었지만, 에바는 팔이 부러졌던 것입니다."
     "그것은......불행한 사고였네요."
     "예. 사고입니다. 누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저처럼 마안을 가진 자는 다른 마안의 영향을 안 받으며, 에바는 마력을 다 쓴 탓에 기절한 것처럼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제정신을 되찾자 당황했습니다."

     백작은 잠시 말을 끊더니ㅡㅡ싫은 것은 단번에 말해버리자는 느낌으로 말했다.

     

     "부인은 훌륭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저택을 나가버린 겁니다."
     "그런...... 백작님은 돌아오라고 안 하셨어요?"
     "몇 번이나 불렀지요. 하지만 봉인술에 의해 그녀의 마안이 안정되었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번 천부주옥의 수여식에 부르는 건 어떤가요."
     "......그게 가능하다면 좋겠습니다만."
     

     아아, 그런 뜻인가ㅡㅡ

     백작이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길래, 나는 이해했다.

     이미 그녀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친가로 돌아간 부인은 산후였던 것도 있어도 몸상태가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그로부터 3년 후에, 사망했습니다. 끝까지 에바에게 해버린 짓을 후회하고 있었다 합니다. 이럴 거였다면 귀족의 힘을 써서라도 억지로 불러오게 했어야 했습니다ㅡㅡ전부 늦었지만요."
     "상대는 가문이 낮은 귀족가였어요?"
     "아니요. 평민입니다."

     순수한 놀라움이, 나를 덮쳤다. 귀족 정도로 완벽하게 귀족의 길을 걷는 사람이, 평민의 부인을 가졌었다니.

     

     "저는 평민의 집에 귀족가의 사람을 보내어 생기는 쓸데없는 혼란을 피하고자, 아델이 자주적으로 돌아오기를 독촉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게 실패였습니다. 에바한테는 부인의 신분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에바가 [평민도 귀족도 평등한 사회]를 꺼냈을 때는 숨이 멎는가 싶었지만요. 그런 사회였다면, 에델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도 들었지요..... 물론 지나친 생각이겠지만......"

     백작은 웃었다ㅡㅡ이렇게나 쓸쓸한 미소를,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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