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1(1)
    2023년 01월 17일 20시 39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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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얕보일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오늘 제일 어린 일꾼을 보여달라고 해서 데려왔는데, 뭔가 기분이 상하셨는지?"

     기분에 거슬리냐 마느냐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온통 거슬렸다.

     내장이라도 아픈 건지 피부에 황달기가 있는 이 뚱보 녀석은, 모멸의 기색을 숨기려고도 않고 [최저 랭크]의 상품을 [최고급품]으로 주장했다.

     촌충처럼 손가락에는 수많은 반지를 끼우고, 목에 두른 스카프에는 금실로 자수를 놓았다. 정말 악취미.

      이런 부류는 어느 세계에나 있긴 해. [사람은 외모가 9할] 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입은 옷은 최상급의 비단을 쓴 것이고, 식물유로 정돈한 청회색의 머리카락에 매단 머리장식도 최상급품이다. 검은 예복 차림의 나는ㅡㅡ이 세상에 정장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지만ㅡㅡ얕보일 부분은 없다.

     ......나이 이외에는.

     아니 그게, 4년이 지나자 키도 단번에 자라서 지금은 160cm야. 마치 지금까지 작았던 몫은 만회하려는 것처럼 쑥쑥 컸다. 동료인 고양이계 수인 제리가 "왠지 대나무 같습니다요~ 아하하하." 라고 웃을 정도로 자랐다. 그리고 아직도 평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작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역시 얼굴이겠지.

     얼굴이 나이에 걸맞은 14살의 얼굴이다. 이런 때는 [외모]로 판단해온다.

     

     ㅡㅡ뭐야 꼬마냐고. 돈은 있어 보이니, 조금 바가지 씌워볼까.

     

     라는 식으로.

     

     "제 눈에는 병사나 부상자만 있는 걸로 보인답니다."

     

     서 있는 나의 앞에서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는 아가씨가ㅡㅡ얕보인다면 나보다도 아가씨 쪽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녀는 아직 12살이니까ㅡㅡ부채를 자신의 손바닥에다 탁탁 치면서 말했다.

     아가씨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녀의 눈동자와 같은 빨간색인데, 스커트에 달린 멋들어진 주름은 최고 수준의 장인이 만든 것이다. 흐르는 듯한 밝은 금발에 붙은 눈은 황금의 강에 가라앉은 보석과도 같다.

     

     "그런 걸까요? 그럼 나중에 함께 식사라도 하면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것 봐라. 뚱보 녀석이 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다음에는 속이다가, 이제는 이 소녀를ㅡㅡ한창 때의 로리인 아가씨를ㅡㅡ어떻게 해보려고 생각하는 구제불능 녀석이다.

     하지만 이 뚱보 녀석이 바보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이것은 평범한 반응이다. 오히려 뚱보 녀석은 열심히 했던 편일지도 모른다.

     나와 아가씨가 있는 이곳은, 쿠르반 성왕국의 성도 쿠르바뉴에 있는 [인재알선소] 중 하나다.

     인재알선이란 말이다. 그냥 생각해 보면 [인력이 부족한 가게에 사람을 파견해 준다]는 장소다.

     하지만 이곳의 소장은 보는 대로 뚱보 녀석이며 거기다 상당한 부자다. 실내의 장식도 와인레드의 융단 위에 거대한 샹들리에가 드리워져 있어서, 돈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인재알선으로 얼마나 벌은 걸까?

     

     그 대답은ㅡㅡ이 방의 벽가에 있는 공간, 한층 높은 발판 같은 장소에 서 있는 남녀를 보면 알 수 있다.

     수갑을 채우고는 발에도 사슬을 두르고 있다. 상하의 모두 너덜너덜. 아가씨의 말대로, 팔이 없거나 병색이 역력하거나 몸이 너덜너덜한ㅡㅡ정상적인 몸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나체로 서 있기보다는 병원에 들여보내는 편이 좋다. 물론 그렇게 안 해줄 정도로 이 세상에서의 목숨은 가볍고 싸구려지만.

     

     "이 사람들이 [일꾼] 이라고요......?"

     아가씨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렇게 함에도 애수가 깃들어 보이는 엄청난 미소녀다.

     [일꾼] ㅡㅡ 다시 말해 [노예]의 은어다.

     이곳 쿠르반 성왕국에서는 [노예]의 거래와 소유가 불법이기 때문에 [일꾼]이라는 단어로 매매되고 계약마술로 속박한다. 그것이 [노예]와 뭐가 다른 거지.

     

     "뭐, 대상회의 아가씨로서는 조금 자극이 강한 모양이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말하자면 이 녀석들은 노예지요."

     뚱보 녀석은 손가락을 튕겼다.

     방문이 열리자, 건장한 남자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갑옷을 걸치고 있다. 만일 알몸의 집단이었다면 아가씨의 눈을 더럽혔다며 그녀의 아빠한테서 불벼락을 맞았을 것이다.

     

     "흠. 이 사람들도ㅡㅡ"

     인간족, 수인, 어인, 드워프...... 종족은 다르지만, 누구나 [실력에 자신 있음]이라는 얼굴이다.

     그리고 왼손에 팔찌 같은 문신ㅡㅡ

     나는 무심코 자신의 왼손을 문질렀다.

     

     "물론, 노예지요."
     "이쪽도 당신의 소유인가요?"
     "당연하지요. 자, 지금부터는 [변심으로 돌아간다]는 없는 겁니다?"

     뚱보 녀석은 혀를 핥으며 아가씨를 구석구석 핥아보았다.

     이만큼 많은 남자를 준비하고서 아가씨를 반쯤 협박하고 있다..... 농락하려는 모양이다.

     뭐, 확실히 아가씨는 [공평조화상회]라는 있지도 않은 상회의 소속이라고 소개했으며, 듣지 못한 이름이라면 이 성도가 아닌 상회ㅡㅡ조금 소식이 끊겨도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나 이외의 동행도 없고.

     

     "네...... 변심이라니 말도 안 된답니다."

     아가씨는, 겨울의 밤 같은 싸늘함을 담아 소리 내었다.

     

     "이 녀석은 빙고예요. 쿠르반 성왕법전 제17조 [성왕국민의 권리] 침해에 해당합니다."
     "......뭐?"

     뚱보 녀석은 깜짝 놀라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너....... 단순한 아가씨라고 생각했더니, 요즘 소문으로 듣던 [노예상 사냥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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