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 65화 스파게티만 먹어볼까
    2023년 01월 08일 18시 3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저기 도련님, 저 필요한 거 맞습니까요?"

     "뭐? 당연히 필요하지. 무슨 말하는 거야."

     침울한 표정으로 바게트를 우물거리는 버질이 그런 말을 꺼낸 것은 다음날 아침의 일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마음은 기쁘지만, 어젯밤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고, 그뿐인가 호위대상만 현장에 남기고 돌아오다니, 왠지 자신의 존재의의가 어디에 있는지 흔들리고 말았습니다요."

     "현상금의 목을 소금절임해준 것도, 모험가길드에서 환전하는 방식을 가르쳐준 것도 버질이잖아? 그리고 나 혼자였으면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밤중에 그 지역을 걸어 다닐 수 없었는데."

     "하지만, 결국은 전 싸우지도 못해 보고 지켜야 할 도련님을 남기고 도망쳤습니다요. 어젯밤 함께 있던 녀석이 크레슨이었다면."

     "그야 사람은 잘하고 못하는 게 있는걸. 못하는 부분은 포기하고, 잘하는 일을 더욱 잘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오히려 못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다가 실패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해서 발목 잡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니까!"

     

     적어도 여관에 돌아간 시점에서 무리하게 혼자 그 장소로 돌아오거나 크레슨을 데리고 오지 않고, [유사시에는 관계자들한테 알린 다음 언제 내가 돌아와도 좋도록 대기. 필요한 때는 직접 부를 테니까] 라는 나의 지시를 제대로 지켜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덕분에 나는 어젯밤 이그니스한테서 풀려나 여관으로 돌아와서는, 버질이 데워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서 푹 잠들었으니 

     불평할 것도 없다. 목욕물 데워야 하니 20분 기다려달라고 들으면 조금 실망했었어.

     

     "그런 겁니까요?"

     "그런 거라니까. 적어도 나한테는."

     그는 이제 40대. 호위대상인 13살 아이(그것도, 외모는 8살)가 반대로 지켜주고 말았다는 상황에 느끼는 바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버질도 마법 배워볼래? 신체강화 정도는 바로 쓸 수 있게 될 거야."

     "마법입니까요. 전 옛날에 재능 없다고 듣고 그만뒀습니다요."

     "그건 가르치는 쪽이 나빴을 뿐이야. 왜냐면 마법을 쓰는데 재능은 필요 없는걸. 중요한 것은 이미지. 자신은 마법을 쓸 수 있다! 고 믿지 않으면, 마법도 그에 응해주지 않아."

     "하핫! 대학원에서 마법의 연구를 하시는 도련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쬐끔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만요."

     그런 대화가 있어서, 당분간 오전 중에는 버질한테 마법을 가르쳐줬는데, 오후부터는 잠시 모두와 외출하게 되었다. 그러는 것도 제국은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리조트 산업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모처럼이니 바다로 가자! 라는 아버지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크~! 자 치즈!"
     

     "이예이~!"

     푸른 바다, 백사장. 오후는 일을 쉬고서 아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쪽 세계의 구하지 못했던 아빠가 떠오르고 말아서, 조금 서글퍼진다.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없는 것으로 하기 위해 힘내야겠다.

     

     "오우! 맛있는데 이거!"

     

     "어이어이, 막대까지 깨물어 먹는 녀석이 다 있네!?"

     

     이세계인데도 간장을 바른 군옥수수나 후랑크 소시지를 파는 세계관, 정말 친숙해서 최고다. 결국 이 세계가 애니인지 만화인지 게임인지 소설인지를 그 여신한테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솔직히 이제 상관없다는 기분도 든다.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튜브에 몸을 싣고 여름 햇살을 받으면서 파도에 흔들리고 있자, 사소한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는 듯한... 사소한 일.... 음~

     

     솔직히 걸리는 점은 있다. 가족여행인데도 여기에는 마리가 없다. 아버지는 아직도 여동생과의 불화가 남아있다. 그야, 자신과는 피가 이어지지 않은 아이니까. 귀엽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어려운 것도 이해한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이 생긴 나머지 아버지의 차별을 받아 한발 물러나고 있는 여동생과, 그녀를 학대하지 않게 된 대신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아버지의 엇갈림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눈을 감고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어느 사이엔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빠가 있는 파라솔에서 여기까지는 거의 500미터 정도나 될까.

     

     해변으로 올라가자, 도로가에 작은 카페 레스토랑이 있었다. 머리에 반다나를 두른 금발 여성이, 작은 입간판에 분필로 오늘의 점심의 메뉴를 써놓고 있었지만, 이윽고 일어나더니 나를 보았다.

     

     "안녕. 너, 해수욕하러 왔니?"

     "예, 뭐. 그런 참이죠."

     "그래? 괜찮다면 점심 먹고 가렴. 신선한 해산물을 쓴 스파게티가 자랑이란다."

     "그래요, 슬슬 배도 고픈 느낌이고."

     "호크야아아아아아아!! 괜찮니이이이이이이~!? 파도에 휩쓸렸다고 생각해서 걱정...했..."

     여성과 대화하고 있자, 아빠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해 왔다. 마법도 쓰지 않았는데, 무서운 속도다. 그보다 체중 100kg를 넘는데 대단하네 정말.

     

     그대로 다이빙 캐치로 내게 날아오려던 아버지였지만, 좀처럼 볼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시선 끝에는, 마찬가지로 매우 창백해진 얼굴의 금발 반다나 여성.

     

     "아리...!"

     "...여보..."

     아리 골드. 그것은, 예전에 독을 삼키고 죽었다는, 내 어머니의 이름이다.

     

     한 줄기의 바람이, 두 명의 사이를 빠져나갔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