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 62화 어두운 밤에 붉은 보름달2023년 01월 08일 09시 18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내가 제국에 온 것은, 단지 아버지의 일을 따라 놀러 왔다던가 관광하러 왔다는 이유가 아니다. 전쟁의 회피, 혹은 그게 불가능할 경우 대책을 세우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는 그 검은 그리폰 남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그니스 마마이트. 이곳 마마이트 제국의 제1황자인데, 부모 중 누구한테도 없는 불길한 흑모적안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 존재가 말소되고 지금은 별궁에 유폐되어 있다는 인물이다.
아마도 어딘가의 장군님처럼, 밤이면 밤마다 별궁을 빠져나와 마을에서 놀고 다닐 것 같다. 그보다, 실제로 그랬다.
"와하하하! 자 마셔! 놀아! 돈이라면 썩을 정도고 넘치니까!"
치안이 나쁜 슬럼가. 저쪽 세계에서도 신세졌던 아버지의 은신처에서 가까운 주점에서, 진탕 마시며 노는 본인을 발견해버렸으니 틀림없다.
"저기, 저 사람은 높은 사람 아냐?"
"앙? 너, 그걸 본인의 앞에서 말하지 말라고! 이그니스 씨는 님자를 붙이면 언짢아할 정도로 왕후귀족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거친 모험가로 변장한 버질과, 그의 아들로 위장해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들은 발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들렀던 주점에서, 취한 이그니스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좌우에 미녀를 거느린 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겠다. 저것은, 아빠가 인정해주지 않아~! 라고 울거나, 아빠한테 인정받기 위해 나 힘낼래! 같은 그릇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버지한테 반역을 해서라도 원하는 것은 손에 넣는 타입의 위험한 남자다.
저쪽 세계에서는 비교적 싹싹하고 호방한 인상이었지만, 아직 5살 어린 탓인지 굶주린 육식동물 아우라 같은 것이 풀풀 난다. 아니, 온몸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아우라 같은 불량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그니스 씨! 이쪽의 술도 맛있다구요!"
"아앙~ 이그니스 씨! 나도 당신 무릎에 태워줘~!"
"그래그래! 자 내 무릎에 와라! 난 어떤 여자든 마다 않는다! 먹고 마시고 취하고 웃어! 음란하게, 퇴폐적으로! 이대로 밤놀이하러 갈 사람?"
와아~!! 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그중에는 흥분해서는 옷을 벗기 시작하는 자도 있고, 가게 이곳저곳에서 반라의 남녀가 마구 입을 맞추기 시작하고, 그 중에는 테이블 밑에 숨어든 여자도 있어서 분명하게 아이가 있어도 될 분위기가 아니다.
"돌아가자 아버지."
"그게 좋아 보이는구만."
왠지 알 것 같다. 그는 방탕한 자식인 척을 하면서 이렇게 마을에서 양아치들을 상대로 밤이면 밤마다 놀고 있지만, 사실은 동료와 부하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마을 안쪽에 그야말로 참모 같아 보이는 말 수인과, 이그니스의 뒤에 말없이 서 있던 소 수인.
제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셈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용병단이라도 세워서 왕국에 전쟁을 걸 셈인지를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녀석은 무언가를 위해 명백한 목적을 지니고 행동하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수확이다.
바깥으로 나가자, 달이 없는 밤이었다. 마치 마피아의 구역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슬럼가의 양아치들도 이 가게에는 얼씬도 안 한다. 이곳에 오는 자들은 오히려 집에 돌아왔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여기가 그 남자의 진짜 집. 몇 번이고 암살당할 뻔했을 흑사자가, 자신의 손만으로 만들어냈을 자신의 있을 곳.
"도련님!"
"진정해. 그리고 도련님으로 부르기 없기."
"앗, 죄송합니다요! 하지만!"
새카만 야밤에, 붉은 보름달이 둘이나 뜬다. 어둠이 슬쩍 기어 나오는 것처럼,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만든다.
"내 연회에 초대장 없이 발을 디디고, 웰컴 드링크 한잔도 안 마신채 돌아가다니 좀 무례하지 않아? 이방인이여."
흑사자, 이그니스. 아니, 그만이 아니다. 어느 사이엔가, 밤의 어둠을 틈타 많은 남녀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섣불리 움직이면 사방팔방에서 공격이 날아올 것 같다.
"당신, 초대받지 않은 야회에 초대장 없이 난입해서는, 얼어붙은 주최자의 미소를 안주로 비싼 술만 일부러 마시는 타입이죠?"
"와하하하하! 잘 아는구만! 그대, 어디서 나와 만났나?"
완벽히 통솔된 짐승의 무리라는 인상이 드는 무장집단과, 그걸 다스리는 흑사자. 앞선 가게에서 미친 듯이 흥분해 있던 반라의 남녀들이, 거짓말처럼 냉철한 얼굴로 이쪽에 무기와 살기를 보내고 있다.
"뭐! 그렇게 굳은 얼굴 하지 마라, 낯선 친구여!"
"친구가 되어주는 건가요?"
"그렇고말고! 나는 실로 친구가 될 보람이 있는 남자라고? 왜냐면,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남자니까!"
"플랜 B!!"
내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버질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 감시자만 일부러 먼저 돌려보내다니, 똑똑해 보이는 얼굴에 비해 꽤나 개구쟁이인 모양이구만 애송이."
다가온 이그니스가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고양이처럼 들어 올린다. 나, 어린이라고는 해도 꽤 살쪘는데, 역시 키가 250cm가 넘는 근육맨이라고나 할까.
"귀여운 특별 게스트가 납셨다! 다시 마시자고 너희들!"
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냉철한 전투집단에서 딴 사람처럼 단번에 흥을 내는 젊은이들에 둘러싸인 나는 다시 방금의 가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플랜 B? [되는대로 행동해보고 다음은 될 대로 돼라 작전]이야. 버질을 먼저 마법으로 은신처에 보낸 것은, 인질을 잡히면 위험하니까 그래. 버질도 약하지는 않지만, 역시 B급 모험가 정도의 실력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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