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 63화 어느 세계에서나 공통된 중범죄=스포일러
    2023년 01월 08일 14시 36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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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VIP룸에 잘 왔다, 내 새로운 친구여. 영광으로 생각해라. 여기에 발을 들인 자는 그대가 3명째다."

     소머리 수인과 말머리 수인을 좌우로 거느리고 염라대왕처럼 우뚝 선 흑사자 상대로 압박면접을 받는 이 상황, 전혀 VIP대우가 아닌데요 이거. 그리고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오늘밤은 재밌겠다는 영상이 흘러나와서 조금 반응하기 곤란하고.

     

     "좋아, 그대의 무례를 용서하마. 혼자서 아군도 없이 적진 한복판에 끌려왔는데도 겁먹지 않는 그 담력, 실로 내 취향이니라! 크하하하하!!"

     갑자기 웃기 시작한 보스를 보고 당황하지도 어이없어하지도 않으며 무표정을 유지하는 소 씨는 그건가? 올리브와 비슷한 타입이려나? 그리고 날 가격매기는 것처럼 바라보는 말 씨는, 참모나 브레인 같은 느낌일까.

     

     "그대한테는 물어봐야만 할 일이 많이 있으니까. 솔직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대답한다면, 혼나는 일 없이 잘 대해주마. 그래서 그대, 뭐 하는 자인가?"

     "뭐 하는 자냐고 물어보셔도, 단순한 상가의 자식인데요."

     "아니. 그대의 몸에는 나의 마력이 묻어있다. 내 깃털을 손에 넣은 적이 있는 거지?"

     "우연히 길가에 떨어진 것을 주웠다던가?"

     "농담은. 내 깃털은 나 자신이 의도해서 폭파시키지 않는 한 안 터진다. 다시 말해, 그대는 내 마음에 들 정도의 [무언가]를 확실하게 이루어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모른다. 호크 골드 13세. 제국에 몇몇 지점을 지닌 골드상회의 사장의 자식이며, 오늘 아침 여해적 페퍼의 목을 모험가길드에 들고 왔다."

     "엄청 잘 알고 있잖아요!"

     

     "그 정도는 조사해보면 바로 안다. 문제는 그런 사소한 정보가 아냐. 말해라, 애송이, 그대는 언제 어디서 내 마음에 들었지? 설마 [미래에서 왔다]라고 말하지는 않으렷다? ....어이, 진짜냐?"

     이런, 순간 의표를 찔린 탓에 이상한 얼굴을 지었음이 틀림없다.

     

     "크크크! 그아하하하하하하!! 이런 일이 말이 되는가!? 시마법에 대성한 현자라고 말할 셈인가 애송이! 이것은 더욱더 놓칠 수 없게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어이!"

     테이블을 가볍게 뛰어넘어 내 앞에 착지한 흑사자가, 내 목을 움켜쥐더니 소파에 쓰러트리고는 이를 드러내며 맹렬한 미소를 짓는다.

     

     "전부 다 불어. 안 그러면 손가락 하나하나를 씹어주고 눈알을 하나씩 파내서 솔직하게 대답하도록 내가 도와주마."

     "알면, 후회할 텐데요?"

     

     "뭐?"

     "미리 누가 포장해놓은 패도, 걸어보고 싶은가요? 당신."

     "...크크크크! 크아하하하하하! 크아~ 핫핫핫핫하!!"

     갑자기 너털웃음을 짓기 시작한 흑사자를 보고, 측근인 소와 말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그래!! 오오, 그렇고 말고!! 이 내가, 이 무슨 실수를! 이 무슨 어리석음!! 아니, 아니! 결코 아니다!! 나중 일 따위, 알아서 어쩌려고? 인생이란 미지의 길을 자신의 재능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 그냥 정답을 훔쳐보고서 그걸 써 내릴 뿐의 문답에 남은 여생을 바치라니, 따분해서 죽을 거다!!"

     내 목을 조이던 손을 떼고는, "미안했다 애송이!!" 라며 융단이 깔린 바닥에 앉아서는 웃는 이그니스.

     

     "뭐 저도 단편적인 지식밖에 없어서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요."

     

     왠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느꼈던 나의 예감은 들어맞은 모양이다. 이 녀석은 아마 미래의 일을 가르쳐주면 반대로 의욕이 사라지는 타입인 것이다.

     

     "그대,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정말로 알고 싶어요? 모르는 편이 좋지 않아요? 자포자기가 되지 않아요? 후회할지도 모르는데요?"

     

     "됐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내가 말하라고 하는 거다.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아마도, [전부]."

     그럴 생각이 든다면, 지금부터 함께 성에 가서 쿠데타 성공[시켜드리겠습니다] 라는 뜻을 담아서 전한다. 그걸 이해한 흑사자는, 돌연 울먹이는 표정이 되었다.

     

     "20년이다. 20년 동안 나는 수치를 견디며 이 기회를 노려왔다! 하지만 드디어 그때를 앞에 두고, 이런 식으로 기선을 제압당할 줄이야!! 믿지도 않는 여신을 원망하고 싶어 지는구나!!"

     "왠지, 미안하네요."

     "됐다.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열어서는 상자를 열려고 했던 것은 나다. 그래, 정말 우스운 일이지? 정말, 식어버리지 않았는가 애송이. 어떻게 해줄 거냐, 응?"

     

     그가 무슨 마음으로 20년이나 되는 간 세월을 버티며 겨우 여기까지 이르렀는지는 상상도 안 간다. 하지만 그것이 이런 형식으로 좌절되고 마는 것을 보자니, 저말 딱한 마음이 든다.

     

     아니, 애초에 나는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서 여기 온 거니까, 그의 의욕을 줄여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은 거의 정답이라는 거, 알고는 있지만, 뭐라고나 할까, 정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달까, 미안하다고나 할까.

     

     "저기, 정말로 괜찮아요? 이대로 번아웃 해버려서, 내일 아침에 목을 매달고 죽지는 않는 거죠?"

     "날 얕보지 마 애송이. 칼을 들었으면 나뭇가지라도 잘라야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철저하게 그대의 비밀을 밝혀내야겠다!"

     그 대사, 뭔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 흑사자와 주인공의 대화는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전부] 이것만 알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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