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 44화 이단심문관과 유죄추정의 종교재판
    2022년 12월 29일 16시 25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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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 새끼, 너 사룡한테 먹힌 거 아니었냐?"

     "HAHAHA! 사룡이 인간 자식 하나를 일부러 유괴할 리가 없잖습니까, 하하."

     역시 인간의 식사는 최고라며 고기를 마구 먹는 내 귀에, 뒷돈을 챙기는 악덕성직자인 가메츠 고츠크 신부의 빈정거림이 들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불량신부의 얼굴은 여전히 선인의 가면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지만, 온화해 보이는 실눈이 뜨이면 그 안의 눈동자는 날카로운 삼백안이었으며 입을 열면 폭언 투성이.

     

     "호오, 그러셔? 네 아버지, 정말 소란피운 바람에 꽤나 소문이 퍼졌던데?"

     "설령 그 소문이 진실이었다 해도, 사룡한테 납치된 아이가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그건 마법실험의 실패로 방이 날아가리는 바람에 부상입은 자기 자식의 실수를 숨기기 위한, 어리석은 커버스토리라고요."

     그런 이유로, 골드 상회는 현재 돈과 사람을 써서 진화작업에 애쓰고 있다. 사룡과 인간이 접촉했다고 알려지면 여신교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

     

     "아, 이거 요양했던 곳에서 사 온 커피입니다. 꽤 맛있다구요? 블루 마운틴이라는 최고급품이라던데요."

     "오오?"

     식사 중인 내 뒤에 서 있던 올리브가, 무거운 종이봉투를 가메츠 신부에게 건넸다. 참고로 블루 마운틴은 이 세계에 실존하는 한 잔에 금화 1닢(1만 엔) 상당의 최고급품이지만, 이번의 내용물은 이른바 금색의 과자란 것이다.

     

     역시나 돈을 좋아하는 악덕신부. 받아 든 종이봉투의 무게만으로 대략 그 금액을 파악한 모양이다. 순간 [이렇게나?]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미소를 지으면서 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참고로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술을 주문해버렸지만 필요경비로서는 저렴한 편이다.

     

     "이몸의 본부에서 통보가 나왔다. 만의 하나 네놈이 정말로 사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 진위를 불문하고 제거하라는 말씀이셨다."

     "수단은?"

     "이단심문관. 소문 정도는 들어봤겠지? 모두가 S급 모험가에 필적한다는 괴물들이 모인, 여신교의 암부를 지탱하는 실행부대다. 사실, [내게도 감시가 붙어있고]. 눈치챘나?"

     "그 감시라면 [이미 문제없습니다]."

     "호오? 어떻게 했는지는 묻지 않으마.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나은 것이 얼마든지 널려있으니까... 몇 마리?"
     

     "앞에 하나, 뒤에 하나. 연락책이 둘. 주의 깊기도 하죠."

     휘유~ 하는 휘파람소리를 내며, 가메츠 신부가 눈썹을 팔자로 짓는다.

     

     "다섯 닢."

     "올리브."

     올리브가 재킷의 주머니에서 금화 10닢을 테이블에 쌓는다.

     

     "통신마법에 의한 원격감시를 어떻게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연락책의 정기연락이 두절된 시점에서 녀석들은 움직일 거다."

     "움직이게 한 거라구요. 저 자신의 결백을 다름 아닌 녀석들 자신의 손으로 증명하게 한다. 이 이상으로 확실한 방법은 없으니까요."

     

     "내게 뭘 원하는 거냐?"

     "아무것도.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평소대로의 당신으로 있어주면 되는 거예요."

     "흠? 꽤나 크게 나오셨잖아 젠장맞을. 그만한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반대라구요.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해둔다는 거죠. 저는 남들보다 더 겁쟁이라서요."

     안면 익히기와 정보수집과 뇌물. 보일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점주에게 계산을 끝내는 김에 고액의 팁을 건네둔다. 곳곳에서 돈을 아끼지 않는 일은 꽤 중요하다. 이것도 모두 아버지가 부자인 덕분이다. 정말 아빠한테는 고개를 들 수 없어~

     

     "네놈의 울고부는 상판대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어 보이던데. 뭐, 이만큼 화끈하게 받았으니, 죽으면 기도 하나 정도는 해주마."

     

     "안 죽어요."

     한번 죽어서 이 세계에 전생한 것이다. 두 번째의 이세계 전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죽었을 때 여신이 뭔가의 리액션을 일으킬지도 모르겠지만.

     

     어쩌지, 다음에는 지구도 판타지도 아닌 다른 세계로 전생할지도. 로봇 애니의 세계라면 좋겠지만, 굼뜬 나로서는 파일럿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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