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 43화 한편 그 무렵 왕도에서는
    2022년 12월 29일 15시 25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젠장!"

     "진정해, 둘 다."

     "이걸 진정할 수 있겠냐고!?"

     뒤에서 몰래 험담하는 것과 본인이 듣게 험담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바보라고 할아버님한테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라는 소녀룡한테 납치된 뒤로, 고드 상회는 큰 소란이 일어났다.

     

     아들이 유괴된 것만 해도 큰일인데, 거기다 상대가 세계 끝에 산다고 전해지는 사룡이라고 보고받은 아버지 이글은 졸도하고 말더니, 지금은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룡을 정벌해야 하니 S급과 A급 모험가를 모아라! 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서 일국의 군대를 능가한다고 하는 S급 모험가들은 애초에 국가와 계약하는 수준으로 일하고 있거나, 평생 놀고먹을만한 돈과 지위와 명예를 가진 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의 올 일이 없다.

     

     거기다, 자식이 사룡한테 납치되었다는 말부터가 수상쩍은 것이다. 그리고 자칫하면 사룡의 심기를 건드려 브랜스턴 왕국 자체가 사룡한테 찍혀버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이글은 곳곳에서 허풍쟁이로 취급당했으며, 거짓말할 거면 좀 더 나은 농담으로 하라며 냉소받았고, 왕자나 제로 공작가 사람들도 협력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다는 이 상황.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마린 학교장만큼은 사룡의 존재를 믿어주기는 했지만.

     

     어째선지 [호크의 일이니 어차피 괜찮을 게다. 애초에 그 은둔형 외톨이 할배가 악담 하나 정도로 어린애를 해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내버려 두게] 라며 잘 모르는 대사와 함께 피클스와 로사를 내쫓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궁지에 빠진 이 상황에 이글은 드러눕고 말았으며, 마리는 어찌할 수도 없이 오들거리며 오빠의 무사를 여신한테 기도했으며, 하이비스커스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으며, 로리에는 표면상으로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딘가 진정되지 않는 모습.

     

     그리고 눈앞에서 지켜야 할 주인을 빼앗긴 호위들은, 그야 뭐 길길이 날뛰고 있다.

     

     "내가, 내게 좀 더 힘이 있었다며언!"

     "그런 말 마. S급 모험가였다 해도 단독으로는 아무것도 못했을 것은 명백하다."

     도련님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해고될 것을 각오했던 버질은, 무너진 방의 참상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려 호크를 지켰음을 이글이 칭찬하자 오히려 자신의 무력감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이 늘어났다.

     

     "젠장! 약속했는데! 그 녀석은 언젠가 반드시 내가 죽여주려고 했는데! 그런데도 나 이외의 녀석한테 죽어버리면 난 구라쟁이가 되잖아!"

     "아직 죽었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다. 애초에 죽일 셈이었다면 납치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힘만 믿고 살아온 크레슨은, 자신의 힘은 조금도 통하지 않는 사룡의 압도적의 힘 앞에 아무것도 못했음을 분해하는 한편.

     

     [올리브, 도와줘어어어!]

     

     그리고 그런 둘을 나무라면서 냉정해지려고 애쓰는 올리브 자신도, 그때 도움을 구했던 호크의 손을 잡지 못한 것에 자신의 한심함을 자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브한테 혼나는 두도 가까스로 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으니 나 혼자만이라도 그 녀석을 구하러 간다!"

     

     "소용없다! 아무리 네가 강하다 해도 상대는 사룡이라고!?"

     "시끄러!! 아무것도 못하고 그 녀석이 죽기를 기다릴 순 없다고!! 난 말이지!! 납득하지 못하고 살아갈 바에야 납득하고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진정해.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분노 끝에 지금이라도 저택을 뛰쳐나가려고 하는 크레슨을 필사적으로 제지하던 버질이, 올리브의 말에 그쪽을 돌아본다.

     

     "나도 간다."

     "진심이냐?"

     "진심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세 사람을 감싼다. 하지만.

     

     "여러분! 도련님이!! 도련님이!!"

     문을 열고 나타난 자는, 드물게도 초조한 표정의 로리에였다. 평소에는 냉정한 메이드장이었던 그녀가, 노크도 없이 팡~! 하고 문을 부서져라 열다니 정말 드문 일이다. 다시 말해 그만한 비상사태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최악의 전개를 예상하고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도련님이, 돌아오셨답니다!!"

     메이드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