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13 기나긴 여행의 끝(4)
    2022년 12월 28일 13시 34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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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안느 씨, 고마워요."

     마이논 씨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당신이라서 다행이었습니다. 제대로 전부 해치워주셨습니다."
     "...............어째서, 저를."
     "저희들이 경험한 미래에서는 많은 자들이 희생되었거든요. 완전한 5체 소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좀더 전으로 돌릴 수는 없어도, 왕한테 바로 도움을 요청했어야죠!"
     "말했잖아요. 저희들이 경험한 미래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힌 것은, [웜 섀도우]였어요. 5체의 정벌을 위해 수많은 강자들이 찾아와 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상태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전장 그 자체가 오히려 온 세계의 두려움을 가져오는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천진난만했던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사라지고 없다.

     단지 당연하게 평화를 누렸을 소녀는, 침통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많이 죽고, 죄 없는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었지요."
     "그것, 은."
     "그때의...... 이전의 마리안느 씨는 정말로 무서웠답니다. 자신들이 지면 세계가 끝장난다면서,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예. 분명 그렇겠죠. 소수정예로 단번에 끝내지 못하면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렸겠죠......"
     "나이트메어 오피우쿠스 폼이 되어서......"

     "뭐?? 뭔가요 그게?? 진짜 뭔데요??"

     뭔가 낯선 단어가 나왔다.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에 도착할 줄은. 원하고 있었는데도 현실감이 없네요. 이것도 전부 마리안느 씨께서 힘내준 덕분입니다."
     "..........."

     무슨, 말하는 거야.

     원했던 일이라니.

     추억을 원해서, 뭐든 눈부셔서, 그래서 항상 미소였다는 말인가.

     

     "마지막으로 추억도 생겼습니다. 귀중한 시간이었지만, 그때 저를 구해주셨던 멋진 분과, 함께 놀고 싶었습니다....."
     "그런 거였다면, 그런 화관이 아니라.......!"

     좀 더 괜찮은. 좀 더 좋은 것을 선물했을 것이다.

     전혀 아니라고 이런 거. 전혀. 전혀!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어!

     

     "마리안느 씨한테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고 들어서, 밝게 행동해 봤거든요. 하지만 저...... 마이논, 이런 식으로 해봤어! ......에헤헤. 조금 부끄러웠지만, 이상했지?"
     "그런! 그런......그런 거......"

     

     몸이 휘청거린다. 시야가 흔들린다.

     유트가 날 꼬옥 안아서 고정시켜 주었다. 안 그러면 쓰러질 정도였다.

     

     "마리안느 씨, 그런 얼굴 하지 마. 나, 괜찮아. 우리들의 여행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 말을 함과 동시였다.

     두 사람이 발끝부터 점점 투명해졌다.

     빛의 입자도 되지 않는다. 안 된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구성한 몸을 잃으면, 두 사람은 단지 사라질뿐.

     섬뜩했다. 사라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남는다.

     

     "그만! 마이논 씨, 포기하지 말아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착했답니다."
     "또......! 또 어디로든 갈 수 있잖아요, 이제부터잖아요??"

     이런 것이.

     이런 것이, 그녀들의 여로의 끝이란 말인가.

     

     "~~~~읏!!"

     이유도 없이 전부 다 파괴하고 싶어진다. 그녀에게 돌아갈 장소는 없다. 끝없는 어둠으로 환원될뿐이다.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한다.

     

     "저, 저기, 제가 유성으로 몸을 구축할게요. 거기에 들어가면, 분명."
     "그럴 수는 없습니다...... 혼도 이미 소멸해가고 있으니, 그릇을 준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즈투르파 씨는 사실만을 말했다.

     보면 알 수 있다. 마력의 흐름을 보면, 이미 손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유성으로 몸을 구성하다니 최대급의 개소리다. 단지, 아직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걸어보고 싶었을뿐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린라드 가문으로서, 민폐를 끼쳐버린 점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만해.

     그만해 줘.

     앞으로 내딛으려고 했다. 유트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상은, 너희들도 더욱 상처 입고 말아."

     청기사가 손으로 제지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고마워, 마리안느 씨."

     

     

     투명해진 저편에 어둠과 반짝이는 별하늘을 투영하면서.

     마이논 씨는 마지막까지.

     정말 예쁘고, 온화해서, 어디에나 있는 소녀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인차라투스 왕국, 왕성.

     수많은 고난을 이겨냈다.

     일부 정보는 숨긴 채, 나와 로이는 큰 반란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명목으로 훗날 이 나라에서 표창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은 귀국해도 좋다고 한다.

     마차가 오는 것을, 성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리안느 양."

     

     

     안심이 되었다. 데리러 와줬는지, 유이 양이 비통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괜찮, 으세요?"

     유이 양이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 피맛이 퍼질 정도로 깨물었다. 거머쥔 주먹은 지금이라도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 것 같다.

     

     정신차려보니, 발돋움한 유이 양이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 코를 파묻으며, 필사적으로 오열을 참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로이와 유트가 말없이 지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가장 열심히 한 자는 누군가.

     갑자기 불행에 휘말려서 말로에 도달하고는, 그걸 뒤집기 위해 시간까지도 거스른 자는 누군가.

     

     그런 그녀에게 돌아갈 장소는 이미 없다.

     나에게는 돌아갈 장소가 있다.

     

     이런 거.

     이런 거, 내가 원하던 승리와는 멀어.

     

     

     절대적인 축복이, 지금은 절대 인정하기 어려운 부조리라고 느껴졌다.

     


     ※ 2022 연말 베스트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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