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 33화 미래를 살아가는 자와 과거에 놓여진 자들(2)
    2022년 12월 26일 04시 39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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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해버렸다면 사과할 테니깐!! 그런 울먹이는 표정이나 짓는 주제에 계속 가만히 있고 아무 말 없이 우리한테 등 돌리지 말라고!!  우리들은 친구잖아!!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이쪽을 바라봐!! 우리를 보라고, 이, 바보 녀석아!!"

     통곡에도 가까운 절규. 크레슨의, 내 얼굴보다 커다란 손이 뻗어와서 내 머리를 움켜쥔다. 그의 악력이라면 그대로 목을 조르거나 목뼈를 부러뜨려 날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도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대로 엄지와 검지만으로 내 턱을 붙잡고서, 강제로 그를 바라보게 한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일도 오랜만이었던 느낌이 든다.

     

     "......보라고 말해도, 보고......"

     있어, 라고 말하려던 대사가, 끊겼다.

     

     아아, 직시하는 것은 그의 얼굴만이 아냐. 현실이다.

     

     어라? 크레슨은 이런 얼굴이었었나?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좀 더 꾀죄죄한 느낌이었는데, 1년쯤 지나는 사이에는 조금 쪘다? 라고 농담도 했었지. 그래서, 그리고 나서, 으음......

     

     "저기."

     "어."

     "뭔가, 늙었다?"

     "그래, 네놈이 걱정을 끼친 탓에 말이다."

     전생에서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들고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선명한 오렌지색의 털에 흰 것이 섞여있다. 계속 그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으니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만.

     

     "돌아왔다..... 어이! 뭐하고 있어 크레슨! 도련님의 목을 조르다니, 제정신인가!?"

     "아~ 잠깐잠깐! 괜찮으니까1"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들려는 올리브에게, 서둘러 양손을 내저으며 제지한다.

     

     "올리브, 맞지?"

     "왜 그러지? 머리라도 맞았나? 기억이 어지럽다면 지금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다만."

     

     "아니, 괜찮아. 응, 괜찮아."

     

     검은 털의 들개는, 기억 속 모습과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되도록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얼굴을 인식한 것은 오랜만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이미 몇 주 동안이나 의도적으로 그들을 피하고 있었으니 오랜만이라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가.

     

     전생의 기억에 각성했을 때아 비슷한 기분이었다. 마치 눈이 뜨인 느낌의. 아니, 실제로 눈이 뜨인 것이다.

     

     시야가 뿌옇게 되며, 색채가 물든다.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내 목에서 손을 놓은 크레슨이 그대로 눈물을 닦아주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단단히 걸어놓은 자물쇠가 부서지는 듯한 이미지였다. 마음속 어둠의 밑바닥에 가라앉았을 마음이 해방되어, 언젠가 짜증을 내던 아이가 땅바닥에 내리치는 것처럼, 내던지는 것처럼, 일부러 난폭하게 놓아버린 것이 이제야 손안에 돌아온 것만 같은.

     

     마음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나는 자신이 배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일까지 잊고 말 정도로 자신을 소홀히 했었구나 나는. 아아, 정말로, 구제할 길이 없어......

     

     "저기, 너희들 말야...... 나를, 좋아해?"

      "당연하지. 싫어하는 녀석을 위해 일부러 화내겠냐고."

     "그게 문제라도 있나?"

     

     "아아, 아니. 응......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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