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 31화 반짝반짝 왕자의 형은 반짝반짝 왕자(1)
    2022년 12월 25일 04시 01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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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어, 안녕 호크 군! 오늘도 혼자서 점심이야? 괜찮다고 나도 함께 먹어도 될까!?"

     "황송한 말씀이옵니다, 전하."

     "하하하! 나를 부를 땐 친애를 담아 루타바가라고 불러달라고 했잖아?"

     "송구스럽습니다, 전하."

     "그렇게 노골적으로 겸손해하면 섭섭한데! 교내에서는 왕족도 귀족도 없이 모두 평등하잖아?"

     

     "하하하, 그거야말로 농담이죠. 당신은 21세. 저는 아직 11세. 대등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나이나 신분이 그리도 중요해?"

     잠꼬대는 자고 나서 말해라 바보 녀석. 당연히 중요하잖아, 라고는 말할 수 없다.

     

     "중요한 일이고말고요. 당신께서는 괜찮으셔도, 저희들로서는 큰 문제입니다."

     그럭저럭 충실한 대학생활이  시작되어 몇 주가 지났을 무렵.

     

     최근 나는 묘한 미남이 들러붙게 되어 곤란해하고 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전개라고? 정답! 상대는 3학년 선배인 백발벽안의 제2왕자, 루타바가 브랜스턴. 그렇다, 그 피클스 왕자의 배다른 형이다. 또냐! 형제가 함께 뭐냐고 대체!

     

     피클스 왕자가 정통파의 반짝반짝 미남 왕자님이라고 한다면, 루타파가 왕자는 스포츠계의 상쾌한 잔근육 미남이라는 느낌이다. 스포츠 만화에 나오는 듯한, 부원들을 그 카리스마로 이끌어가는 부류의 쿨한 부장 캐릭터 같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대놓고 무시하던 초등부의 꼬마들 정도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세미나 내에서 가벼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왠지 나를 신경써준 그는, 내가 손목시계형 마도구를 써서 존재감을 지우고 나서도 그 은폐마법을 간파하여 말을 걸 수 있는 정도로는 인간성도 실력도 있는 모양이다.

     

     "오전 중의 강의는 어땠어? 모르는 일이 있다면 뭐든 물어봐도 된다고?'

     

     "전하께서 저 같은 비천한 자한테 신경쓰시는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어이어이, 그건 너무 자기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수십 년만의 월반으로 들어온 화제의 천재아라고? 지금 이 대학 내에서 널 신경 쓰지 않는 녀석은 없어!"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겠죠."

     "자자, 그런 말 마고! 모처럼 이렇게 알게 되었는데 네가 외톨이로 지내는 걸 보는 건 참을 수 없어서 말야!"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의 일은 부디 내버려 두시길. 이 이상 쓸데없는 풍파에 휩쓸리는 것은, 저도 주변 사람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이 나라의 제2왕자가 얼간이가 아님을 기뻐해야 할까. 그가 나쁜 생각이 없이 친절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정말 절실히 그만뒀으면 한다.

     

     "너, 왕궁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던데? 그 피클스한테 이제야 친구가 생겼다 싶더니, 설마 하던 평민 상인이라면서. 거기다 이번에는 무적합자에 관한 논문을 써서 월반했다며?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주위의 주목을 모은다는 점, 자각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건 뭐......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이상한 아이네! 너, 꽤 마음에 들었다고!"

     오옷, 상쾌함 1000% 같은 루타바가 왕자의 푸른 눈에 한순간이나마 탁한 것이 깃든다. 제1부터 제3까지, 배다른 왕자님이 셋이나 있으면 물밑에서 파벌투쟁이나 가열찬 후계자 레이스 같은 것도 있겠지. 상쾌함만으로는 해나갈 수 없는 게 왕족이니까.

     

     "너랑 대화해보고 싶었던 것은 사실. 대화해보며 널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어때? 점심식사가 끝나면 소화 겸 농구나 테니스라도 하지 않을래?"

     1  비만아가 스포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거절한다.

     2  11살 아이가 21사 대학생을 상대로 이길 요소가 없다. 거부한다.

     3  먹고 나서 바로 운동하다니 바보냐. 극구 사양한다.

     

     "간단한 공 던지기 정도밖에 못하겠는데요."

     "하하, 역시 11살 아이 상대로 진짜 시합을 할 생각은 없어."

     정답은 4  왕자님의 말에 평민 따위가 거스를 수는 없다

     

     "가벼운 운동이라고. 기대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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