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부 21화 공작가 전속상인이 되는 무능돼지
    2022년 12월 23일 01시 22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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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식으로, 나의 학교생활은 나름 순조롭게 나아갔다. 기쁨도 즐거움도 없는 대신 괴롭힘은 없는, 단지 집과 학교의 왕복만이 다였지만, 큰 풍파도 없는 평온한 나날은 정말 좋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왕자님과 공작영애님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간섭한다는 정도일까. 신분상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꽤 지친다. 아니, 지치는 것만이라면 그나마 나은 것이다.

     

     "호크 님. 당신을 봐서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공작가에서 추방된 오라버님을 돕기 위해, 부디 호크 님도 협력해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말씀드려도, 공작가의 집안문제에 저따위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아무 보답 없이 협력하라는 건 아니랍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부류의 물건들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지만, 요즘 갑자기 장식품과 미술품 등이 갖고 싶어 졌거든요. 골드 상회라면 그런 물품을 마련할 수 있겠지요?"

     "과연, 알려지고 싶지 않은 거금을 움직이기에는 절호의 방식이네요."

     "거기까지 이해해 주신다면, 이야기는 빠르죠. 부디 부탁드릴게요. 지금의 제게는 동료가 너무 적거든요. 왕족과 귀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꼭 필요해요."

     "하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골드 상회는 귀족들한테 좋은 시선을 받지 않겠지요. 저 때문에 아버지의 회사에 민폐를 끼칠 수는."

     "그때는 제3왕자의 권력을 써서 내가 너희를 지키기로 약속할게. 배너티 군은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러니 나도 부탁하자. 그를 돕는데 협력해 줘. 결코 너만 손해 보게는 안 둘 테니."

     "......좋습니다. 비지니스의 시간입니다."

     이 둘이 고개를 숙이면, 확실히 no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신분마다 반이 나뉘는 이 학교에서는 반을 뒤섞는다는 개념이 없고, 이후로도 3년 동안 매일 얼굴을 봐야 할 상대니까. 그 서먹함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도, 왕족과 공작가와의 연줄을 확보했습니다."

     "호크~? 아빠 조~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하는데."

     "뭐, 그런 반응이 당연하긴 해. 제대로 설명할 테니 진정해 아빠."

     로사 님의 말을 요약하자면, 마법을 쓸 수 없는 무적합자라는 것으로 호적이 파이고 공작가에서 추방된 오빠와, 그런 오빠를 열심히 감싼 탓에 공작의 분노를 사 함께 공작가에서 쫓겨난 어머니가 함께 평민으로 강등되어 약간의 돈만 갖고 마을에서 살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전감각이 귀족이라서 생화능력은 전혀 없는 두 사람은 순식간에 생활고에 빠졌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지만, 아버지인 공작과 그 부하들이 그녀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도와주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때 눈독 들인 것이 골드 상회라는 것이다. 우리한테서 저렴한 장식품과 미술품을 바가지 가격으로 로사 님이 사들이고, 그 매상의 일부를 내가 오빠한테 전해 달라는 것이다. 금화 열 닢 정도, 공작가의 재력이라면 큰 비용도 아니라면서.

     

     그건 그렇고, 전에 여동생 마리가 우리 집의 돈을 생판 남한테 베풀어달라고 말했을 때 그녀를 혼냈던 내가, 아무리 연기라고는 해도 반 군이 불쌍하니 금화를 베풀어준다는 명목으로 그들 모자한테 금화를 넘긴다는 구도는 정말 얄궂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계획을 이행하는데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골드 상회의 이름을 써서 공작가에 출입하는 것이다. 아들인 내가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라서 아버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같은 변명이 안 통하기 때문에, 아버지한테는 사정을 설명하고 간판을 쓰려는 승낙을 얻어야만 한다.

     

     "저는 언젠가 남작가에 들어가지만, 아무리 골드 상회의 재력이 배경이라고 해도 약소한 귀족이 사교계에서 환영받을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공작가, 왕가에 막대한 은혜를 베풀어둔다는 것은 장래의 이익과 연결될 것입니다."

     

     "흠. 확실히 우리 골드 상회는 지금까지 교회든 귀족한테든 일관되게 중립을 지켜왔지. 내가 혼자 장사할 때는 그래도 상관없었지만, 호크가 남작이 되었을 때는 그렇게 말할 수 없겠구나."
     

     평소에 보이던 아들바보/바보아버지는 어디로 가고, 냉정히 머릿속에서 주판을 튕기는 아버지. 이런 면도 있구나. 아니, 상인이니까 당연한가. 솔직히, 다시 보았다.

     

     "음. 위험성은 크겠지만 위험성 없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지. 좋아, 허가하마. 하지만, 호크의 신변 안전이 제일이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손을 떼. 그때는 아빠가 지켜줄 테니. 아무리 공작가나 왕가가 상대라 해도, 호크한테는 손가락 하나 못 댄다!"

     "고마워요 아버지. 그럼 로사 님께 말씀드릴 테니, 조만간 공작가에서 비밀리에 아버지한테 예약을 원한다면서 접촉해올 거예요."

     무사히 대화가 끝났다며 안심하고 있자, 갑자기 여태까지 굳어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칠칠맞게 풀어졌다. 아니, 왜 그래 아버지.

     

     "그런데~ 호크의 신분으로는 솔직히 그 학교에서 인맥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공작가와 이 정도의 파이프를 지니게 되다니, 아빠 놀랐쪄용!! 호크도 정말 훌륭해진데샤!! 아직 어린데도 역시 내 아들!! 역시 호크는 천재! 대천재! 부~히히히히히히히히!!"

     "고마워 아빠! 나, 최선을 다할게!"

     여태까지의 계산적인 상인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잘 들으렴 호크. 총명한 너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만, 공작가를 얕봐서는 안 된다? 귀족이란 것들은 일족 자체가 수십 개의 눈과 귀를 지니고 있는 거대한 괴물이니까. 말단 하인, 언뜻 보면 사이 나빠 보이는 친척, 거래처, 실은 당주의 애인일지도 모르는 여성. 어디에서 물고 늘어질지 모르는 법이니, 방심은 금물이란다."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여차할 때는 절 버려주세요. 제가 가져온 일로 아버지와 골드 상회에 민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 아빠가 호크를 버릴 리가 없잖아~!! 이~런 회사, 딱히 무너져도 전~혀 문제없다니까!! 아빠의 보물은 언제나 호크 단 하나야!! 차명 계좌와 비상금도 얼마든지 준비해 뒀으니까, 여차할 때는 국외로 도망쳐도 괜찮고!! 호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사아가면 돼!!"

     "......고마워, 아빠."

     정말 고마운 이야기가 아닌가. 외모는 상당히 그렇지만, 이 사람은 정말로 아들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깊은 애정이 말투에서 전해져 온다.

     

     "음~!! 호크는 대단해!! 훌륭해!! 역시 내 아들!! 역시 호크가 제일!!"

     "아빠, 괴로워."

     "아 미안미안! 그만 힘줘서 안아버렸네! 아팠니?"

     "뭐, 이 정도라면 괜찮아."

     전생에서는 그다지 효도를 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 만큼, 전생에서는 제대로 효도를 해야겠구나 싶으면서도, 난 이 사람한테 무엇을 보답해야 할지 고민해 버린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사람은 보답을 원해서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단지 사랑하고 있으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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