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22화 주인공 아우라를 접하자 어둠이 깊어지는 돼지2022년 12월 23일 02시 17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주인공은 대단해
"하앗!"
"무슨!"
평민과 빈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의 골목에 울려 퍼지는 새된 기합소리. 키가 2미터가 넘는 전신근육질인 크레슨을 상대로도 겁먹지 않고 목검으로 달려드는, 흑발흑안의 10살 소년. 그야말로 이 세계의 주인공후보, 배너티 제로. 줄여서 반 군이다.
로사 님의 작전에 기반해 접촉한 당초에는 자신이 무적합자라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와 자신을 감싸준 탓에 함께 공작가에서 쫓겨나고 만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평민 생활과 세간의 냉대 때문에 가벼운 자포자기와 인간불신에 빠져있던 그였지만, 내가 공작가가 아닌 로사 님 개인의 뜻으로 왔다고 밝힌 뒤부터는 경계심을 풀고 약간이나마 마음을 열게 되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사이좋게 지내자며 거리를 좁히는 저 선량함. 그야말로 주인공의 그릇이다. 어떤 일에도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하며, 나와 내 호위들한테도 먼저 말을 걸어 사이좋아지려는 모습은 실로 훌륭한 것이었다.
"콜드 씨, 매번 죄송하네요."
"아뇨, 따님한테 학교에서 여러가지로 신세 지고 있는지라."
"그런가요, 그 아이가...... 정말이지, 둘 다 상냥한 아이로 자라줬네요......"
눈에 맺힌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주인공의 어머니. 그녀는 전형적인 귀족집 아가씨로서,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란 인물인 모양이라 애정 넘치기는 해도 세상물정을 몰라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귀부인의 모습이다. 확실히 그런 그녀가 아직 10살인 반 군과 함께 마을에서 산다 해도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 제대로 살 수는 없어 보인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아무쪼록 로사 님의 지원에 대해서는 비밀로. 공작가만이 아닌 주위의 이웃들도 두 분만 아무 고생 없이 생활한다고 알게 된다면 질투한 끝에 강도가 들어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니까요."
"어머나! 정말 무섭네요!"
"예. 인간이란 무서운 생물입니다 마담. 하지만 그 괴물가 가까이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도 또한 인간이니까요."
만일을 위해 내가 그들 모자가 사는 집 자체에 어둠마법으로 결계를 쳤기 때문에 그러한 비극을 당할 가능성은 낮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반 군이 주인공 체질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왜 그래? 벌써 뻗었냐?"
"아직 멀었습니다! 한번 더 부탁합니다!"
"좋아, 오라고 꼬맹이! 넌 볼만한 구석이 있구만! 훈련하면 강해질 거라고!"
"정말이요!? 저, 열심히 할게요!"
그러고 보니 반 군의 이상한 점이 있다. 그는 틀림없이 마력을 지녔음에도 어떠한 속성에 적성을 나타내지 않은 탓에 마법을 못 쓰고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어째선지 타인이 건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특이체질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탓에 그들 모자가 아닌 이 집 자체에 마법을 걸게 된 것인데, 냉정히 생각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점이다.
더욱 자세히 조사한 결과, 그의 몸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모든 마법이 자동적으로 지워진다는 느낌의, 알기 쉬운 완전무효화 능력자였다. 회복이나 보조 마법이 안 듣는다는 불편한 일면도 있지만, 마법에 의한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은 스페셜 능력이다.
보통 이 세계에서는 속성마법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서 그 속성의 엘레멘트와 맞는 자연현상에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이 좋다고 전해진다. 물속성이라면 수영과 폭포수행, 빛속성이라면 일광욕, 바람속성이라면 바람을 맞으며, 흙속성이라면 지면에 땅을 파서 목까지 파묻힌다. 암속성이라면 심야에 명상을 한다던가, 달빛을 받는 수행이 일반적이다.
그 이론으로 비추어보자면, 무속성마법의 사용자로서 그가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휩싸여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통감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무속성 마법의 자질을 키우는데 적절한 상황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일상생활이 실은 수행의 나날이었다는 복선은, 역시 주인공이라는 느낌의 대단한 운명력이라 생각한다. 그가 하는 일 전부가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세계가 사랑하는 주인공만의 특권이리라.
나 같은 엑스트라와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크하하하하! 꽤 하잖아 꼬맹아!"
"나는 강해질 거다! 내가 강해져서 어머니는 지켜야 해!"
"좋아! 그런 기백이 있는 녀석은 싫지 않다고!"
그는 마법의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한 번은 재기불능이 되었다. 하지만 무력감에 휩싸이면서도, 그러니 강해지고 싶다고 결심하여 내 호위로 여기 따라오고 있는 크레슨, 올리브, 버질한테 [부탁이다! 내 훈련을 도와줘!] 라며 그들의 고용주인 내게 허가를 구하지도 않고 멋대로 부탁한 것이다.
10살인데도 이미 주인공답게 사람을 끄는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반 군은, 우리 호위들만이 아닌 근처의 여신교 교회에 있는 분홍 머리 미소녀 수녀라던가, 마을을 자기 구역으로 삼고 있는 정보상의 쥐 수인 미소녀라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녀석들과 친해졌다는 모양이라서, 수많은 캐릭터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십분 활용하여 새로운 인생을 구가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사실 내 도움은 없어도 괜찮았던 거 아냐?] 라는 심술궂은 마음이 든다.
"좋아! 그렇게만 해! 자, 더 거세게 팍팍 와보라고!"
"예! 갑니다! 이야아아아!"
"내디딤이 어설퍼! 파지법도 어설프고! 어설퍼서 안 되겠는데! 진짜로 강해지고 싶다면, 날 죽일 생각으로 와!"
올리브도 버질도 크레슨도, 여기에 올 때마다 그의 검을 봐주는 동안 어느 사이엔가 호감을 품은 모양인지라, 이대로 간다면 셋 다 나 같은 매력도 뭣도 없는 수수한 새끼돼지보다는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미남인 그의 아군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불안해진다.
"도련님, 어두운 얼굴 하고 있는데,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냐, 올리브. 아무 일도."
만일 이 세계에 [호크가 제일!] 이라고 말해주는 아버지가 없었다면, 내 마음의 어둠은 점점 비대화되었을 것이다. 세상의 평판은 최악이지만, 내게는 정말 좋은 아버지다.
"정말로 왜 그래? 뭔가 고민이 있다면 들어줄 수 있다고?"
"아무 일도 아냐. 응, 아무 일도.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냐."
어차피 바로 엑스트라인 나보다는 누구나 좋아하는 주인공인 반 군을 좋아하게 될 상대한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왠지 마음속 어둠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하, 학교 수업에서 배운 일이지만, 이 세계의 역사에 이름을 새긴 극악인과 중범죄자들 중에는 어둠속성 마법의 사용자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그 이유를 왠지 모르게 알겠다.
공기 중에서 나의 체내에 들어온 엘레멘트가 마음의 어둠에 반응하여 증폭되자, 어둠이 마음과 몸에 스며들어 친숙해진다. 그것은 뛰어난 어둠속성 마법사가 되기 위한 제1보임과 동시에, 항상 마음 안에서 범람해버릴 듯한 어둠을 품으며 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둠속성의 적합자라서 악인이 되거나 악인이라서 어둠속성 마법의 소질을 키우기 쉬워지거나.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매한가지다.
아아, 하며 권태감이 섞인 한숨이 흘러나온다. 반 군의 마법을 지우는 능력으로 내 마음속 어둠도 삭제해준다면 좋을 텐데. 이런 꼴로는 당최 주인공이 될 수 없겠다고 납득해 버린다.
그래, 나는 주인공이 아냐. 외모도 내부도 추악한 단순한 엑스트라다. 그거면 됐잖아. 분수에 넘치는 꿈을 천진난만하게 꾸던 유년기는 끝나고, 이제부터는 누구나 현실과 마주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춘기가 시작된다.
친가가 부잣집인 만큼, 전생보다는 백배 천배 나은 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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