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11화 본성이 썩은 금발 새끼 돼지(2)2022년 12월 17일 03시 16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도련님 도련님, 왜 또 그런 답답한 녀석을 사버린 거죠? 보통 노예라고 하면 보기 좋은 여자를 사는 게 아닌지?"
"그런 용도로 쓰는 게 아닌, 평범한 호위야. 그럼 가장 크고 강해 보이는 걸 사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오? 뭘 모른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보는 눈 있잖아 너! 그래! 그런 나무막대 같은 여자애보다 이몸 쪽이 훨씬 강하다고!"
"......맞아, 도련님은 아직 6살이었지. 그런 것은 아직 빠를지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당신 같은 여섯 살 아이도 없었습죠."
"어찌저찌해도 그렇게 들으면서 자란 아이니까. 어이 크레슨, 배고프면 제대로 식사를 마련해 줄 테니까, 그렇게 지금이라도 말에 달려들 듯한 얼굴 하지 마."
"부자 주제에 쫀쫀하구만, 어이. 말 한둘 정도는 상관없잖아."
"좋지 않다고! 어이 너! 내 귀여운 말들을 제멋대로 먹으면 용서 안 한다!"
"아니, 네 말이 아닌데."
"앗차, 죄송함다 도련님! 말실수라는 걸로, 이번 한 번만 봐주십쇼!"
시원찮은 만년 B급 모험가 버질은 골드 저택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월급도 제법 잘 받고, 일거리도 구린 것과는 먼 정상적인 일이고, 우량한 고용주는 마을의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시골의 농사를 물려받기 싫어서 '나는 모험가가 될 거야! '라며 고향 마을을 뛰쳐나왔지만, 자기에게는 재능이 없었던 모양인지 마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B급에 머물러 있다. 일류 모험가와 이류 모험가의 절대적인 경계선은 A급과 B급 사이에 있는 두텁고 높은 벽인 것이다.
그런 A급에서 한 단계 더 높은 S급 모험가라는 것은 그야말로 먼 하늘의 별천지였고, 무술의 재능도 마법의 재능도 어중간한 자신은 어느새 결혼도 못하고, 허둥지둥 일용직 의뢰와 일용직 일을 반복하는 양아치 같은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후회하면서도, 이제 와서 정직하게 취직하려고 해도 마흔에 가까운 노총각 모험가 따위를 고용해 줄 사람도 없고, 안정을 취하고 싶어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불안정한 생활. 버질 뿐만 아니라 큰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모험가가 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꿈을 접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간다. 버질은 그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늦었다.
젊었을 때만 해도 모험가란 꿈과 희망과 낭만이 넘치는 삶을 사는 줄 알았는데, 모험가 길드에 들어오는 의뢰는 허드렛일이나 매번 비슷한 몬스터 처치뿐이라니, 참으로 인과응보적인 삶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반쪽짜리로 늙어버린 모험가의 최후는 대체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참한 선배로서 후배 모험가들에게 '우리처럼 되지 말라'며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면 젊고 반짝이는 후배 모험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더 비참한 꼴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버질은 전자가 되려고 했다. 자신이 시원찮은 늙은이라고, 만년 B급 모험가라고 비웃는 것도, 머리도 꿈도 희망도 다 잃은 비참한 아저씨라고 비웃는 것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다. 애교 섞인 웃음을 짓고, 손톱을 물어뜯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비참했다.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포기하지 않고 모험을 계속해 온 덕분에 지금은 좋은 고용주를 만나 아이 돌보미로서는 파격적인 월급을 받고, 맛있는 밥도 공짜로 먹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말들을 돌보는 일도 맡게 되면서 인생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골드 저택에서 한 달간 일할 수 있는 임금은 과거 버질은 1년 동안 벌어들인 돈과 맞먹는 액수다. 은화와 동전만 받는 일을 해온 그는 금화를 만져본 지 오래되어 처음 대량의 금화를 받았을 때 손이 떨릴 정도였다고 한다.
분명 지금이 자신의 모험가 인생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바닥의 패배자 모험가였던 내가 이렇게 엄청난 행운의 일자리를 얻어 승자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호크 골드 도련님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행복한 삶이 하루라도 더 오래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고용주인 호크는 여자를 좋아하고 성희롱을 일삼는 색안경을 끼고 구세주 같은 성격 나쁜 놈이라는 세간의 악평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여혐을 공언할 정도로 이상한 아이였다.
이런 부잣집 아저씨들은 성장하면서 주변에 돈으로 모은 미소녀나 미녀를 시중들게 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녀석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역시 호위병은 젊고 예쁜 여자가 좋아! '라고 말하면서 해고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버질은, 말을 좋아한다고 공언하는 것 치고 말고기를 잘 먹던데?"
"그야, 살아있는 말과 처음부터 죽은 모습으로 나오는 말고기는 다르지 않습니까요~"
"그것도 그런가."
아이는커녕 애인도 못 사귀고 마흔을 훌쩍 넘긴 버질에게 호크는 나이 차이가 나는 귀여운 동생, 혹은 건방진 듯하지만 귀여운 조카 같은 존재였다. 이런 말을 하면 남편에게 건방진다고 혼날 것 같지만, 그래도 버질은 호크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닥을 치던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안겨준 복덩이다. 바라건대 오래오래 그의 호위병으로 일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말할 수 있는 존재였다.
"올리브. 신입을 욕조에 넣어야겠으니 도와줘."
"알겠다."
"오? 뭐야? 욕조에 들여보내주는 거냐? 노예를 욕조에 넣어준다니, 별난 녀석이네 너. 별난 사람인 것은 여기 올 때까지 충분히 알았지만 말이야~"
"난 깔끔한 걸 좋아해. 저택 안에 진드기나 벼룩을 흩뿌리면 못 참으니까. 싫어도 욕조에는 하루 한 번,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
"누가 싫어한다 했어! 나도 목욕은 좋아한다고?"
"그래, 그거 다행이다."
정말 이상한 고용주라고 올리브는 생각한다. 악명 높은 골드 상회의 아들. 희대의 난봉꾼. 구제불능일 정도로 성질이 삐뚤어진 개자식. 못된 부잣집 망나니. 그런 평판을 다 알면서도 그는 호크 골드의 경호원 일을 하러 왔다.
딱히 깊은 이유는 없다. 단지 보수가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올리브는 스스로를 다소 공허한 인간이라고 객관화했다. 한때는 내용물도 있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텅 빈 인간이 되어버렸다. 꿈도, 희망도, 잃어버리고 나니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해졌다. 미래라든가, 하고 싶은 일이라든가, 삶의 목적이라든가, 그런 것들은 전혀 없이 그저 환경에 휩쓸려서 그저 나태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왔다.
모험가가 된 것도 군대를 그만두고 얼마 후, 군대에서 함께했던 친구가 함께 모험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몬스터 토벌에 실패해 죽고 나서도 그만두지 않고 모험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특별히 그만둘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숭고한 목적도, 찬란한 꿈도, 장대한 야망도 없이 올리브는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살아왔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그래서 면접에 떨어지더라도 상관없었다. 돈에 대한 집착도 없다. 다만 일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조금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이유였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면접에 합격했다. 솔직히 합격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오랜만에 놀랐다는 감정을 맛보았다.
호크는 도대체 이런 자신을 어디서 채용할 이유를 찾았을까, 조금 의아했지만 굳이 묻지도 않았다. 결국은 별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용한다고 했으니 여기서 일할 것이고, 해고한다고 하면 순순히 나갈 것이다. 자신은 벌써 십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하아~ 나, 부잣집에서 태어나 다행이야. 이렇게나 넓은 욕조에 언제들 들어갈 수 있다니, 최고라고."
"그것에 관해서는 동의한다. 욕조는 좋은 것이다. 넓은 것이라면 더욱 좋고."
"뭘 좀 알잖아 견공. 왠지 고향의 온천이 생각나네~"
"뭐? 이 세계에도 온천이 있어?"
"그야, 있고말고. 내가 태어난 촌락은 화산 근처에 있었으니까. 커다란 온천가와 천연 온천이 마을과 밀림 근처에 있어서, 자주 들어갔었다고."
"좋겠다~ 동방. 언젠가 온천여행이나 하러 가볼까나."
"아 그거, 그만둬. 동방 출신의 크레슨을 노예로 거느린 도련님이 느긋하게 그의 부족들이 와글거리는 곳에 얼굴을 내밀어 봐. 바로 죽을걸."
"그럼, 크레슨은 놔두는 걸로."
"어이, 그건 아니잖아! 너희들만 즐겁게 온천에 들어가서 맛난 것도 먹는다는 거냐고? 왕따는 안 된다고 배우지 않았어? 응?"
"......너, 자기가 노예라는 거 알고 있어?"
"그래, 그랬었지.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노예였지. 네 태도가 힘 빠질 정도로 만만해서, 완전 잊고 있었다고."
노예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노예시장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크와 올리브가 협력하여 더러워진 크레슨의 몸을 둘이서 수인용 샴푸와 브러시로 깨끗이 씻어내고, 셋이 들어가도 넉넉한 크기의 욕조에 몸을 담근다.
원래는 호위나 노예가 알몸으로 주인과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호크의 방침은 '사소한 것은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자가 우정을 쌓는 데 필요한 것은 같은 밥을 먹는 것과 알몸으로 어울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해보니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처음에는 호크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을 드러냈던 크레슨도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독기를 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새로 들어온 들고양이 수인의 노예이자 호위인 크레슨이 '이상한 놈이네'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올리브도 '그렇긴 해'라고 눈빛으로 답했다. 들개와 들고양이. 개과와 고양잇과라는 차이는 있지만, 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수인은 호위병끼리 왠지 모르게 괴상한 주인을 섬기게 된 것에 대한 동질감을 서로 느낀다.
하지만 고용주가 기인이든 괴인이든 올리브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삶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갑작스럽게 끝이 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다만 계약을 맺은 이상, 그 일을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 저택에서 보내는 시간은, 뭐랄까, 아주 조금은 즐겁다. 그런 작은 파장이 십여 년 넘게 고요했던 마음에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그런 예감이, 아주 조금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신기했다.
"목욕을 끝낸 뒤에는, 그래. 과일우유와 딸기우유와 커피우유지. 설마 평범한 우유까지 합해 4종류 전부 팔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솔직히 얕보고 있었거든 이 세계."
"어이, 뭐야 그게. 소나 산양의 젖이냐? 묘한 색인데. 독이 든 건 아니지?"
"달라. 과일이나 다른 음료를 섞어 맛을 낸 소젖이야. 이게 또 맛있다니까!"
"오, 그러셔."
"흥미가 있다면 마셔보면 되잖아. 아, 그렇다 해서 너무 마시지는 마라? 한 명당 하루 2병까지니까!"
"어이, 나는 노예 맞지?"
"포기해라. 호크 도련님은 그런 분이다."
크레슨은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머리로 때리는 공격은 잘하지만, 머리를 쓰는 것은 서툴고, 생각하는 것도 서툴다. 그래서 단순하게 살아왔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싸움을 걸면 산다. 이기는 쪽이 강하고 지는 쪽이 약하다. 세상은 강한 놈이 옳고, 약한 놈이 옳지 않다.
그런 단순한 이치가 그에게 있어서는 인생철학이다. 약한 놈은 강한 놈이 뭘 해도 불평할 수 없다. 그래서 강해져야 한다. 강해져서 이기고, 이기고, 이기고, 계속 이기면 그만이다. 그가 나고 자란 들고양이 부족은 모두 그렇게 단순하게 살았다.
그래서 어떤 싸움에 져서 노예가 된 자신, 패배자가 된 나약한 자신은 무슨 짓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나약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그렇게 때로는 짐승을 죽이고 잡아먹고, 사람을 죽이고 빼앗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자신이 죽어도 어쩔 수 없었고, 잡아먹혀도 어쩔 수 없었고, 노예로 부려먹혀도 어쩔 수 없었고, 노예로 부려먹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나약한 상태로 있는 것도 싫으니, 오래 살게 해 준다면 감사하게도 손톱을 깎고 송곳니를 갈고닦을뿐이다. 언젠가 이 거추장스러운 목걸이를 부수고, 거들먹거리는 주인이라는 놈을 죽이면 나는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실패해서 죽는다 해도 노예로 살아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바보는 바보답게, 정직하게 사는 것이다.
"하아~ 좋은 욕조였다. 그럼, 슬슬 저녁식사 시간이니 식당으로 가볼까. 아, 크레슨은 먹지 못하는 거 있어? 있다면 미리 말해두면 어떻게든 할 테니까. 못 먹는 걸 무리해서 먹어도 맛없잖아. 딱히 요리를 남겨도 뭐라 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해. 그런 쪽으로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말해도 되고."
"어이 꼬마, 너 말이야, 자신이 노예의 주인이라는 자각 없냐? 아니, 불만은 없지만, 그렇게까지 얼빠진 얼굴 해버리면, 이쪽이 이상해진다고, 정말."
하지만 인간 중에는 나보다 더 멍청한 놈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바보의 이름은 호크 골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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