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12화 금발 여동생이 위선자가 될 것 같아서2022년 12월 17일 14시 41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여동생한테 쓸데없는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쓸데없는 말? 그 아이의 상냥함이 쓸데없다는 건가!?"
"논점을 흐리지 마. 내가 말하는 것은 너의 주제넘은 일에 대해서다."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화가 난 하이비스커스의 팔을, 크레슨이 뒤로 비틀어 구속한다. 완전히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돼지의 상태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호위란 그걸 위해 있는 거니까. 올리브도 권총을 들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상대는 하나, 이쪽은 두. 그걸 이해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내게 손을 대면 잘릴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버티고 있다.
이른 아침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여동생 마리가 대뜸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오라버님, 이 집안에는 많은 돈이 있어요. 그에 비해 이 나라에는 빈곤과 병으로 신음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그들은 돈이 없는 탓에 밥도 먹지 못하고 병을 치료하지도 못하고 지내요. 그건 이상하지 않나요? 왠지 정말 불쌍해요. 이 집안에는 돈이 많이 있으니, 조금 정도는 그 사람들한테 나눠줘도 되지 않나요?]
[이상한 것은 네 머리다. 따라 와]
바보냐고. 고아원과 병원에 기부하는 게 아닌, 그녀는 진심으로 금전을 하나하나 나눠줄 생각인 모양이다. 하이비스커스의 이야기에 촉발된 것일까. 동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것은 간과할 수 없다.
"뭘 잘난 체해서 착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안에 있는 돈은 아버지가 번 돈이지 네 돈이 아니다. 아버지의 돈을 네가 멋대로 갖고 가서 쓰려는 건 도둑이나 마찬가지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싶다면, 네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되고 나서 네가 번 돈으로 해."
"......그래도......"
나는 주저하는 여동생을 내 방까지 데려오고서, 탁자 앞에 앉히고는 시험 삼아 사본 작업을 시켜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자택의 우편함에 조간 신문이 투척되는 정도로는 인쇄기술이 발달한 이 나라지만, 아직 현재 일본 정도로 인쇄기술이 폭넓게 보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책을 하나하나 수기로 쓰는 일도 현역으로 남아있다. 아직 인쇄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시대에 쓰인 귀중한 고서 등은, 그렇게 수기로 한 권씩 사본을 떠서 복사하는 것이다.
집안에서 네 살 여아가 체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적절하다. 주방에서 야채 손질이나 설거지 등을 체험시켜도 괜찮겠지만, 어린이한테 날붙이를 쥐어주는 건 조금 그렇다. 식기도 하루 종일 씻을 만한 양이 아니고.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체험해보도록 해. 싫다, 못한다고 한다면 이 이야기는 역서 끝이다."
"알았, 어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은 점심식사를 포함해 1시간. 휴식은 임의로. 그런 느낌으로 내가 애독하는 소설 1권 분량의 복사를 시켜보니, 마리는 점심이 되기도 전에 손의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하여 맥없이 격침되었다는 마무리였다.
참고로 그런 마리를 [불쌍하다!] 라는 말을 꺼내며 그녀를 탁자에서 끌어내려 한 하이비스커스는, 크레슨의 남녀평등 킥 한 방에 금방 격침되었다. 강하네 크레슨. 그 근육은 풍선 근육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음, 정말 좋아.
"너는 사본 일을 3시간 정도 했었지. 따라서 은화 2닢과 동화 7닢을 주마. 참고로 네가 이제부터 먹을 점심식사의 대금은, 레스토랑에서 먹는다면 대략 은화 3닢 정도다. 네가 입고 있는 그 옷은 은화 5닢 정도의 가치고. 돈을 벌다는 건 그런 것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확실히 부잣집 자식이지만, 그 대금은 아버지가 벌어놓은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 아니다. 뭐 아버지한테서 매월 금화 10닢이라는 용돈을 받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나눠주고 싶다면, 이제부터 네가 원하는 한 글 쓰는 일을 시켜주마. 그렇게 스스로의 돈으로 번 돈을 마음껏 주도록 해. 하지만 아버지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네가 제멋대로 타인에게 주는 일은 안 돼. 정말이지, 무슨 생각이냐."
"......정말 죄송해요, 오라버님. 제가, 오만했습니다......"
"사과할 거라면 내가 아닌, 아버지한테라도 마음속으로 사과해. 직접 말하지는 말고. 채찍을 얻어맞는 걸로는 안 끝날 테니까."
"......네."
완전히 마음이 꺾여버린 여동생에 로리에를 붙여서 방으로 돌려보내고 한숨을 쉰다. 그렇게 문제의 하이비스커스를 깨워서 그 아이한테 쓸데없는 말을 해버린 것은 너냐고 추궁하던 참이다.
"네 부자 혐오가 이렇게까지 병적이었을 줄이야. 무지한 어린애를 이용하면서까지 부자에 대한 괴롭힘에 힘쓰다니, 엄청난 근성이다. 솔직히 실망했다."
"뭐라고~!?"
"너희들 부자들은 돈이 많아서 치사하다. 자기들은 이렇게나 돈이 쪼들린데. 그렇게나 많이 있으니 조금은 불행한 우리들한테 나눠줘도 된다고 말하고 싶은가? 웃기지 마. 너는 B급 모험가였던 모양이지만, E급 모험가나 D급 모험가들이 같은 말을 하면 공짜로 그 녀석들한테 줄 건가? 응? 어떤데?"
분노와 증오로 예쁜 얼굴을 일그러뜨렸던 하이비스커스였지만, 이 이상 날뛰지 않도록 크레슨이 그녀의 양팔을 뒤로 붙잡아 구속한 데다 올리브도 언제든 그녀한테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내 곁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입으로 이길 수 없다고 해서 폭력을 쓸 수도 없어서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고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E급이나 D급인 채로 승격도 못하고 지내는 모험가도 많이 있는데, 자기만 그 나이에 B급까지 승격하다니 치사하지 않은가. 그만한 재능이 네게 있다면, 재능운이 없는 하급 모험가들한테 베풀어줘도 벌은 안 받을 거라고 말하면, 너는 납득할 건가? 어때? 응?"
"웃기지 마! 나는 내 실력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어! 아무 수고도 노력도 않고, 단지 태어난 부모가 부자라는 이유로 아무 불편 없이 편히 살아가는 네놈들 같은 부자들이랑 달라! 나와 너를 같이 취급하지 마!"
"그래서 무지한 마리를 속여도 괜찮다고? 네가 가난뱅이의 대변자로서 나쁜 부자들한테 정의의 철퇴라도 내려줄 생각인가? 그건 사뭇 기분 좋겠지. 널 고용한 것은 실패였다. 네 여동생의 생사 따윈 알바 아니라며 그때 내버렸어야 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을 줄이야."
"아냐! 그건 아냐!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고!"
"그럼 무슨 생각이었지? 말해봐라."
"나는 단지, 그 아이가 졸라대서 여동생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내 여동생이라면 꼭 친구가 되고 싶다, 사이좋아싶다고 마리가 그렇게 말해줬다! 그래서 병이 나으면 만나준다고 했을뿐인데!"
"다시 말해 멋대로 너희 일가의 환경에 동정해서 바보 같은 말을 한 것은 마리 쪽이며, 이번 일은 네가 노린 일이 아니라고?"
비겁한 말투다.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 상황에서 네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젠장! 그래 맞아! 내 탓이 아냐! 나는 그럴 생각으로 그 애한테 여동생의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돈을 베풀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어! 이걸로 만족하냐고!"
"흠. 그럼 이번 일에 한해서, 네 책임은 불문에 부친다. 무지한 어린이의 어리석음이 일으키고 만 사소한 남매 싸움이었다. 내 할 말은 이상이다. 물러가도 좋다."
"......젠장!"
크레슨에게 풀어주라고 하자, 자유롭게 된 하이비스커스는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눈으로 날 노려보더니,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도망치는 듯 내 방에서 나가버렸다. 이것 참, 엉뚱한 소동이었구나.
"왠지 피곤해졌다. 올리브, 주방에서 홍차라도 갖고 와줄래?"
"알겠다. 설탕과 우유는?"
"우유만. 설탕은 됐어."
"알겠다."
방금 전까지 여동생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천장을 우러러보았다.
"부자란 것은 성가시구만. 그건 그렇고 그 꼬마, 지 먹을 것을 딴 사람한테 나눠주는 바보가 어디 있겠냐고. 한번 그걸 맛본 녀석들은 다음부터 기생충처럼 달라붙을 게 뻔한데."
"정말 그 말대로지만, 고아원과 병원에 기부하는 일은 귀족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자주 하는 일인 것도 사실이야. 자선 행사나 노블리스 오블리주 같다고나 할까?"
"그럼 해주면 됐잖아. 너, 장래에는 귀족이 될 거 아냐?"
"그 바보가 그 일에 재미 붙여서 아버지의 돈을 있는 대로 죄다 뿌려버리면 안 된다고. 아~ 싫다 싫어, 크레슨, 스트레스 해소로 조금 털 만져주게 해줄래? 상처 입은 마음에는 치유가 필요해."
"켁! 또냐고? 간지러우니까 너무 만지지 말았으면 하는데~"
땀내 나는 아저씨의 엉덩이에서 돋아났다는 사실에는 눈을 돌리고, 나는 그의 꼬리를 만졌다. 이것은 고양이의 꼬리. 점보 사이즈의 고양이의 꼬리.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끝으로 만지는 모피의 푸근한 감촉에 치유된다. 올리브의 거칠거칠한 개과의 꼬리와는 다른 손맛의, 고양잇과의 꼬리. 아~ 역시 애니멀 세라피는 치유 요소 발군이구만 어이. 쓰담쓰담, 쓰담쓰담.
그렇게나 동물이 좋다면 차라리 개나 고양이라도 기르면 되지 않냐고? 진짜 애완동물은 말이 안 통하잖아. 조용히 꼬리와 모피를 만지게 해주지도 않고.
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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