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부 9화 고양이 귀와 꼬리만 있는 들고양이 수인 노랑 머리 노예
    2022년 12월 16일 22시 49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중요한 것이 떠올랐어."

     저녁식사 후. 올리브와 버질을 방에 불러서 트럼프로 놀고 있던 나는, 문득 그런 말을 했다. 그보다, 실제로 떠오른 거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심까 도련님."

     "이 세계에는 노예제도가 있는데도, 나는 아직 노예시장에 가볼 일이 없잖아."

     "그런 장소는 안 가는 편이 좋습죠. 못 볼 꼴을 봐서 밥맛이 떨어집니다요."

     "그런가?"

     

     "그야, 전쟁도 없는 이 시대에 노예로 팔리는 녀석들의 인생이란, 어느 것이나 비극적입죠. 어미 앞에서 어린 딸이 팔려나가는 광경이 일상다반사라서, 뭐 울부짖는 목소리만 그득한 괴로운 장소라구요."

     "그랬나......"

     유원지에 와서 무제한 이용권을 샀는데 아직 타보지 못한 어트렉션이 있다! 는 투로 가볍게 말한 거지만, 예상외로 심각한 리액션을 보게 되었다.

     

     "골드 상회에서는 노예의 매수는 하지 않는가?"

     

     "아버지가 작위를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귀족은 냄새난다며 노예를 싫어하는 녀석이 많아서, 귀족들한테 비판을 살만한 짓은 하고 싶지 않겠지."

     "그랬군. 이렇게 말하기는 뭣하지만, 의외다."

     "세간에서는 악덕 상회로 취급하니까. 아버지의 그 얼굴로는 그런 인상을 받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런 연유로, 다음 휴일에 올리브만 데리고 노예시장에 이세계 사회견학을 하러 가기로 했다.

     

     "Oh......"

     "돌아가려면 지금뿐이다."

     "아니 갈래. 여기서 돌아가면 일부러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잖아."

     "그런가. 용기와 만용을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해라."

     "그래, 명심할게."

     애니나 영화 등에서는 그다지 리얼하게 그리지 않는 것이 국룰인 노예시장이지만, 실제로 진짜 노예시장에 와보니, 왠지 세기말 느낌이네. 하늘이 쾌청한 만큼, 더욱.

     

     노예상인들이 가게 앞에다 노예를 세워두면, 고객들이 나열된 노예들을 바라보고 있다. 의외였던 것은 여성 고객도 꽤 많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가 여성 노예를 산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확실히 노동력으로 생각한다면 강하고 듬직한 남자 노예 쪽이 수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휴일이라서 그런가. 상당한 인파로 북적이는데 더해, 노예시장에 오는 사람은 위험한 녀석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눈으로 잘 보려는 이유로 올리브한테 목마를 태워달라고 했다.

     

     "오오!"

     "어때? 잘 보이나?"

     "잘 보여. 이건 꽤 괜찮은데."

     "그래. 기뻐한다면 다행이다."

     여섯살배기의 몸에서 훨씬 높아진 시점으로 노예시장을 내려다보는 것은, 좋다.

     

     "도련님, 떨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붙잡도록 해."

     "응, 알았어."

     기쁨 반 부끄러움 반으로 목마를 타고서 노예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자, 분명하게 다른 노예들과 분위기가 다른, 히로인 냄새가 풀풀 나는 듯한 오렌지색 머리가 눈에 띄는 미소녀 노예가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 세계에 전생하고 나서 처음 보는 수인 소녀였다. 퍼리 대감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의 몸에 고양이 귀와 꼬리만 나왔을 뿐이라서 퍼리 대분노!! 라는 느낌의 전형적인 짝퉁 냄새가 나는 암컷 수인이었다.

     

     "오, 도련님. 이 녀석이 신경 쓰이나?"

     "그래, 나쁜 의미로."

     내가 올리브한테 멈춰달라고 하고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자, 노예상인이 손을 비비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쁜 의미로, 라는 말은 못 들었나 보다.

     

     "이것들은 동방에서 매입한 들고양이 수인입니다~ 흉폭한 야만족이지만 그만큼 전투력은 괜찮지요. 목쇄만 차고 있으면 무엇을 명령해도 절대복종! 안심, 안전한 장치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녀석은 특히 외모도 좋고 일족 유일한 여전사인가 뭔가 하니, 추천한다구요?"

     절대복종의 목쇄를 차고 있는 탓에 제대로 몸도 못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시선은 지금이라도 날 죽일 것처럼 날카로워서 그녀의 마음이 아직 꺾이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점주. 이쪽의 체격 좋은 남자 쪽을 줘."

     "괜찮으신지요? 이런 상등품은 거의 시장에 도는 것이 아니라구요? 전투능력도 있어 보이고, 외모도 발군. 침대 안에서 경비를 세우게 하는데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헤헤헤!"

     "하반신을 통해 진드기라도 옮으면 안 되니까. 겉모습의 강한 느낌도 호위로서는 필요한 요소니까, 이쪽의 근육질 쪽이 좋아."

     "예예! 그럼 이 녀석의 소유권을 도련님한테 옮길 테니, 쬐끔만 마력을 흘릴 준비를 해놓으십쇼. 어이! 이분이 널 사주신다고 했다!"

     

     아, 저 암컷 수인이 엄청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네. 진드기가 있는 똥냥이 취급했으니 당연한가. 안됐지만, 굿바이 히로인 후보여. 이전의 호크였다면 맨 먼저 보자마자 널 샀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불행해졌을 테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

     키는 2미터를 넘을까. 마치 해외의 로이더 격투선수나 중량급 보디빌더 같은 두툼한 근육으로 몸을 뒤덮고 있다. 고양이보다는 호랑이로 부르는 편이 좋을 듯한, 노란색 털의 들고양이 수인이 나른한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다.

     

     올리브 위에 탄 나보다도 시선이 높다니, 이거 상당하네. 확실히 이런 녀석이 호위로 서준다면 위압감 발군이겠지.

     

     "너, 이름은?"

     

     "크레슨."

     "그럼 크레슨. 너는 오늘부터 내 노예이며, 호위 3호다. 목숨 바쳐 날 지켜라."

     아, 매우 언짢은 표정이 되었다. 그야 그렇지. 꽤 강해 보이고, 자존심도 높아 보이니까.

     

     그런데 사고 나서 눈치챘지만, 올리브, 버질, 크레슨이라는 땀내 나는 아저씨만 갖추고 말았잖아.

     

     나는 여혐이지만 호모는 아니다. 그래서 남자가 늘어도 딱히 기쁘지 않고, 즐겁지도 않다. 음, 뭐, 너무 아저씨만 늘어나도 좀 그러니, 호위는 크레슨으로 끝내자.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