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0 화2020년 11월 17일 23시 2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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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지는 수풀 안에 숨어서, 시냇물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를 훔쳐보는 것처럼 감시하고 있었다.
'음......저 두 사람은 뭘 옮기고 있는 거지?'
그 시선의 끝에는, 커다란 검은 알처럼 생긴 것을 "하나, 둘, 하나, 둘." 이라고 구령을 외치면서 옮기고 있는 두 명의 한국인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저기, 재원아.....앞으로 얼마나 남았어?"
"뭐? 벌써 지쳤어? 아마 반절 남았을 걸."
"뭐~ 아직도 그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한 거야? 진짜.....이거 무거워서 싫어~"
"약한 소리 내지 마. 나도 옮기고 싶지 않지만, 가산해 준다니까 제대로 들고 가야 해. 미나는 이걸 골 근처까지 옮기고, 난 그걸 도와주기만 하면 가산되니까."
두 사람은 당당하게 이 던전의 메인 루트인 시냇물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정상인 골로 나아가고 있었다.
'시험의 남은 시간은 40분. 이제야 발견했다고 생각했더니, 저런 걸 골까지 옮겨야 하는 건가. 평범하게 올라가도 15분은 걸리는 거리라고....이 페이스라면 정말 아슬아슬하겠는걸.'
텐지는 수풀에서 일어서서,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갔다.
"우왓!?"
마침 수풀 앞이 흙이 드러난 단면이어서, 그 흙에 발이 미끄러져서 머리부터 시냇물에 빠져버렸다.
그 순간, 미나와 재원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여, 여어.....그렇게 아픈 애를 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너무나 얼빠진 모습에, 두 사람도 무심코 어이없다는 표정을 띄웠다.
"무슨 일인데?"
재원은 미나와 대화할 때와는 전혀 틀린,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저기.....괜찮다면 말이지만. 협력을 부탁해도 될까?"
"어째서 우리들이."
"일단 골로 가보려고 했는데, 골 근처에서 데밀리아가 잠복을 하고 있더라고. 포박이라고 말한 걸 보면, 학생을 포박하는 역할인 모양이더라."
"그래서....데밀리아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우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응, 나 혼자선 데밀리아를 이길 수 없으니까. 검사인 나로서는 데밀리아에게 이길 수 없어."
"그래, 하지만 우리들은...."
재원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옆에서 필사적으로 검은 고치를 들고 있던 미나가, "이젠 한계~" 라고 하며, 고치를 지면에 놓고 말았다.
그대로 한숨을 쉬며, 지면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잠깐 미나!"
"아~ 글치만 이제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걸. 저기, 텐지였지? 이걸 나 대신 들어준다면 괜찮아. 내가 제대로 호위해줄게."
"잠깐 미나! 멋대로....."
"괜찮잖아. 5등급인 텐지가 우리들한테 이빨을 드러낼 리가 없는걸~. 애초에 1등급인 우리들과 5등급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덮쳐온다 해도, 반대로 이렇게야! 이렇게!"
"뭐, 그렇지만.....만일의 가능성이란게."
"아하하핫, 재원은 예전부터 신경질이었으니까. 난 딱히 텐지를 싫어하지 않는걸? 언제나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고, 매일 던전에서 노력하는 모양이고. 5등급도 5등급 나름으로 발버둥치니, 난 귀엽다고 생각했어."
"그거야 뭐.....나도 딱히 일본인은 싫지 않아. 일본 아이돌도 멋있고. 특히 아자라시가 그랬어. 너무 멋있어서 직접 보고 싶을 정도인걸."
"그럼 정해졌네. 텐지, 잘 부탁해!"
생각치도 못한 쪽에서 보낸 응원에, 텐지는 내심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응, 잘 부탁해. 내 역할은 [평민] 이야, 자 이거.]
텐지는 악수하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고글을 두 사람에게 건네었다.
미나는 그걸 재빨리 받아들고는, 렌즈 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재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재원이 너 일본어 조금 읽을 수 있지 않았어?"
"응, 아주 약간만. 일본어는 문자를 읽는 법이 기괴할 정도로 아주 많아서, 모르는 문자도 많이 있어."
"그럼 이건? 두 글자밖에 없으니 읽을 수 있지 않아?"
미나가 말한대로, 재원도 텐지의 고글을 바라보았다.
"아, 이건 읽을 수 있어. [아이돌의 시조부터 배우는 일본어] 라는 어학서에 같은 말이 실렸었어! 헤이민. 저기, 텐지. 읽는 방법 맞아?"
"응, 맞아. 재원은 대단하네, 일본어를 읽을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뭐, 뭐어....약간 공부했던 것 뿐인걸."
재원은 칭찬받아서 기뻤는지, 볼을 약간 붉히면서 텐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자! 빨리, 장소를 바꾸자! 난 이미 팔이 부들부들 해~"
미나가 이제야 섰다고 생각했더니, 서둘러 텐지의 등으로 돌아가서 어깨를 밀기 시작했다.
"텐지, 정말로 들 수 있어?"
반대편을 잡고 있는 재원은 걱정되는 듯 물어보았다.
"응, 5등급이라 해도 보통 사람보단 힘이 강하다는 걸 증명해볼게."
"그래, 상처만 입지 않도록 해. 우리들은 나라를 대표해서 온 그룹이 아니니, 점수를 노리다가 부상을 입게 하기는 싫으니까."
"알았어. 부상만큼은 절대로 안 당할게."
텐지는 태연스레 단언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역할을 말하지 않았었네. 난ㅡㅡ"
하지만, 텐지는 그 말을 제지하듯이 말을 꺼냈다.
"아, 알고 있어. 미나가 [운반책] 이고, 재원이 [돌봐주기 좋아하는 시골녀] 였지?"
"뭐!?"
두 사람의 놀라는 얼굴을 보며, 텐지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아, 어째서 알고 있냐고? 그냥 나무그늘에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어. 민둥산 구역에서."
"아.....그래서 텐지는 역할을 알게 되어서, 신용할 만한 우리들과 협력을 요청한 거네."
"정답. 데밀리아같은 블랙 탐색사가 아니라는 것이, 내가 협력하는 최저조건이었어. 그리고 데밀리아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1등급 천직을 가진 학생, 이라는 조건도 있었고."
"그렇구나, 텐지는 의외로 요령이 좋고 우수하네. 그.....그리고 말이야.....!"
"응?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해 줄 건데?"
"치사토와 결혼했다는 거 진짜야?"
뭘 물어보나 대기하고 있던 텐지는, 상상을 초월한 질문을 받아서 무심코 입을 떠억 벌렸다.
"저기.....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어?"
"아니, 내가 멋대로 그런 걸까 생각했던 거 뿐이야. 반 친구들하고 선배들 모두가 텐지와 치사토는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해서."
"아, 그건 맞아. 하지만, 같이 살고 있다기보다는, 내가 얹혀산다는 느낌이려나?"
"그래? 그.....둘은 그런 관계가 아니었어?"
재원의 풋풋한 마음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주위를 경계하던 미나가 바로 입가를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자, 잠깐! 왜 웃는 거야!"
"아하하, 재원이는 아직 첫사랑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미, 미나! 나도 첫사랑 정도는....."
"아이돌이잖아? 그건 첫사랑이라고 하는 게 아냐. 첫사랑은 손이 닿는 상대여야만, 첫사랑인 거라고. 그 쪽이 달달하고.....맛있어."
미나의 적나라한 말투에, 재원의 귀는 붉은 색을 넘어 새빨간 색으로 물들여졌다.
"의외인데, 재원은 정말 예쁘니까 남친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
"텐지, 전혀 아냐. 재원이는 아직도 풋풋하고 귀여운 여자애야. 저 화장도 전부,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하는 것 뿐인걸."
"그랬구나."
"아, 아니란 말야! 미나는 너무해!"
재원의 예쁜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 † †
ㅡㅡ모하메드・파인.
"....1, 2, 3, 4, 5, 6......이걸로 7명 째네. 슬슬 골 근처에서 잠복해볼까. 다른 사람들도 올 무렵이니."
파인은 한 학생을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 너어....어째서!"
"응? 난 무슈타 씨한테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싶을 뿐인걸?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고, 설령 블랙 탐색사가 되라고 해도 될 거야."
파인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학생의 사지는 이미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 도망치라고 말해도 멀리 도망칠 수 없다.
파인의 스텔스 볼테커에 의해 사지의 힘줄을 절단당했기 때문이다.
"부, 부탁이다! 난 나라에서 추천을 받은 그룹이라고. 나도 나라에 좋은 보고를 올리지 못하면, 여기에 있을 수 없게 되어버려...."
"시끄러워. 난 널 반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이상은 아냐. 그럼 이만. 곧장 네 심사역인 탐색사가 올 테니까, 안심하고 골까지 옮겨지렴."
파인은 미소하나 띄우지 않고, 냉혹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의 앞에서 소리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나서 조금 후ㅡㅡ.
'......죠지인가. 내 적수가 될 만한 자는, 죠지와 데밀리아 두 사람 뿐. 만일 그 중 한 명을 내 손으로 탈락시킨다면..... 하지만, 1대1로는 약간 힘에 겨울지도. 어부지리를 노리면서, 뒤를 쫓아가 볼까.'
블랙 탐색사의 역할을 가진 파인은, 몬스터와 싸우는 죠지를 발견하고서, 몰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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