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18 악희궁투 아르카디우스(2)
    2022년 11월 21일 12시 17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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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을 쉬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대장과 그 옆에 서 있는 카산드라 씨를 보았다.

     

     "카산드라 씨."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네요, 마리안느...... 적인데도 격려의 말까지 보내다니......"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로 다가가.

     나는 카산드라 씨의 손을 잡았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카산드라 씨."
     "......마리안느. 전......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나요?"

     "네, 그럼요! 당신이 정한 일이잖아요. 포기하지 않는 한, 여행에 끝이란 없답니다."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벽안에 비친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의 여로에는 수많은 곤란이 따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궁지에 빠져도 싸워나간다면, 반드시 미래는 열릴 거예요."

     ".......축복, 인가요."
     "그럴 생각은 없사와요. 어쩌면 저주일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저의 이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기도랍니다."

     기도.

     자연스럽게 나온 단어였지만, 스스로도 매우 납득이 갔다.

     

     "카산드라 씨. 언젠가 결판을 내봐요. 그때까지 부디 지지 마세요. 당신을 쓰러트리는 건 이 저랍니다. 그 대역은, 운명과 세계 따위에 양보할 수 없사와요."
     "..................그래. 그래요. 저도...... 세계한테는, 지고 싶지 않네요."

     그제야 겨우.

     그녀는 얼굴을 들며 미소 지었다.

     아아 그래. 그 미소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끌렸던 것이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있어요 마리안느. 저는 싸울게요. 언젠가 당신을 이길 때까지...... 싸우겠어요."

     그걸 듣고.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나는, 이제야 나의 소중한 친구를ㅡㅡ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항하는 [아테나]를 바라본다.

     모두가 보고나 휴식에 들어간 와중, 모래길을 걸으며 조금 먼 곳까지 온 내 곁에는 지크프리트 씨만 있었다.

     

     "한 때의 작별이로군."
     "네. 하지만 분명, 또 만날 거랍니다."
     "......그렇게 믿고 있는가, 마리안느 양은."
     "그야 이런 거, 누군가가 멋대로 각본을 써서 그걸로 결판이다, 해도 납득이 안 가는걸요."

     그래서 괴롭고 힘든 길을 떠밀고 말았다.

     그녀의 이제부터의 여로는, 매우 괴로운 것이다.

     이미 궁지에 빠졌다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싸우라고 말했다.

     

     "나는 호국의 방패다. 적을 섬멸할 의무가 있지. 하지만...... 넌 그들을, 왕국을 위협하는 외적으로서는 이제 보지 않는 말이구나."
     "..........."

     다시금, 내 제멋대로의 판단에 그를 어울리게 해 버렸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방금 전에도 말했듯, 나는 네 판단을 존중한다. 그리고 가슴을 펴. 나도 같은 의견이니까."

     

     홱 고개를 들고서, 지크프리트 씨의 얼굴을 본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는, 내 머리를 살짝 어루만졌다.

     

     "상냥함을 잃지 않았구나, 마리안느 양. 나는 네 판단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누가 비난한다 해도, 나는 네 편을 들어주마."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부왁 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요 며칠간, 연속으로 밀려든 수많은 결단이 단번에 보답받은 느낌이 든 것이다.

     엉망진창의 몸으로, 그대로 그에게 기대고 만다. 지크프리트 씨는 내 몸을 양팔로 부둥켜안아주었다.

     

     "......정말 고마워요."
     "신경 쓰지 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조금은 믿음직한 면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하니까."

     "후훗...... 그런 거. 이미 충분히 알고 있사와요."

     당분간, 파도 소리와 나와 그의 고동만이 들려왔다. 두 고동은 녹아들어서, 같은 리듬을 새기고 있었다.

     

     ........................................이거 스틸 컷 같아.

     

     고개를 들어서, 슬쩍 그에게서 멀어진다.

     

     "이, 이제 괜찮사와요. 누가 보면 좀 그렇기도 하고."

     "그래? 나는 곤란하지 않지만...... 확실히 넌 곤란하겠지."

     

     풀 죽은 기색으로 지크프리트 씨가 팔을 내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얼굴 하면 몇 분만 더 해볼까 생각해버려!

     

     

    〇무적   몇 시간만 더 부탁해

     

     

     네 그것은 사리사욕이잖아!

     만일 꼬리가 있다면 분명 땅까지 늘어졌을 기색의 지크프리트 씨의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하나 머리를 짜내다가.

     

     

     "그 녀석들은 신용해도 되지만, 신뢰는 하지 마."

     

     팟.

     내 손안에 열려 있던 방송 화면이, 사라졌다.

     

     "......!?"

     

     홱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초췌한 모습의 아버님이 서 있었다.

     

     "맥라렌 공......"
     "안심해. 나는 남녀 교제에는 관대하다. 약혼남보다 그가 더 좋다면 인정하마."

     "그그그그그그런 얘기가 아니라고요!"

     즉시 연애로 결부 짓다니! 하지만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향 게임이었어!

     화악 얼굴이 달궈지지만, 아버님은 조용히 한숨만 지을뿐.

     ......아니. 그래, 아버님한테는 여쭤봐야 할 일이 있었다.

     

     "아버님."
     "뭔데?"
     "제게 증오를 가르치기 위해서, 일부러 죽은 척을 하셨어요?"

     그 물음을 듣자, 그는 시선을 슬쩍 해수면으로 향했다.

     

     "그래. 잘 듣거라 마리안느...... 증오에 삼켜지지 마. 뛰어넘으면 강대한 힘도 되지만, 증오에 휩싸인 채 싸우는 것은, 반드시 너를 파멸로 이끌 게다."
     "잘 알고 있사와요."
     "그럼 됐고."

     당분간의 침묵.

     지크프리트 씨가 [어 이거 자리를 뜨는 편이 좋을까? 내가 없는 편이 좋겠지?]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완전히 떠나갈 타이밍을 놓쳤네 이 사람......

     

     "마리안느."

     앗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니, 우리들은, 네가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무진장 시리어스했다.

     흘끗 곁을 보니 적발의 기사는 [내가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눈짓으로 버티라고 신호를 보내자, 아버님이 한 손으로 슬쩍 차원을 가르더니 그곳에서 낡은 수첩을 하나 꺼냈다.

     

     "금주에 관해 연구한 모든 것을, 여기 기록해두었다."
     "...........!"

     레어 아이템 겟또다제!

     받아 들고서, 휙휙 넘긴다.

     금주의 체계적인 원리나, 각 종류에 관한 고찰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 이건 연구성과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래. 당주의 자리를 네게 양도하마."

     

     깡, 하고, 머리를 얻어맞은 충격이 생겼다.

     

     "......안 돼요. 안 돼요 아버님. 저는 아직 그 수준에는......!"
     "......그럼, 네 기분이 내킬 때 당주를 자칭하도록 하거라. 적어도 나와 레이아는, 네가 이미 당주로서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실감이 안 든다.

     아버님이 얼굴을 이쪽으로 향하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아무렇게나 쓰다듬었다.

     

     "너는...... 자랑스러운 딸이다."
     "......!"
     "그렇기 때문에,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무엇을 이룩할지 이 눈으로 보고 싶다. 아직,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접촉은 몇 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손이 멀어지는 것에 저항감은 없었다.

     아아, 다행이다.

     아버님은 이제, 자신을 단념해버린 곳에서 돌아왔구나.

     

     "일단은 라오콘이 안전한 장소까지 도달하도록 따라가게 될 게다. 그들을...... 아니, 그녀를 이용한 내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으니까."
     "......네. 하지만 어떻게 잠수함을 따라갈 생각이세요?"
     "간단해. 차원 전이하는 잠수함은 어느 정도의 스텔스 기능을 보유했다고는 하지만, 마력으로 작동하니까. 흔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단다."
     "세계관이 다른 단어가 팍팍 나오네요....."

     정말로 어울릴까? 따라갈 수 있을까?

     다시금 격차를 깨달으니, 진심으로 당주를 할 자신이 사라지네......

     

     "마리안느. 너는...... 너는, 신역의 존재가 될 수 있는, 편도행 티켓을 얻었다."

     진저리를 치고 있는 내게, 아버님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가호를 가져다주는 신성한 존재와 동화되는 것을...... 고르지 않았다. 그 녀석과 다르게."

     자조 섞인 음색이었다.

     나는 그걸 듣고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매듭짓고서,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입으로 꺼낸다.

     

     "아버님. 만일 저희들이 생각하는 듯한 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바깥에서 보고 있는 존재가 아니고, 거기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존재도 아닐 거랍니다."
     "......?"
     "지금 여기에 있는 세계를 개혁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소원. 그것이 저희들의 내부에서, 신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이끌어 낸 것이에요."
     

    내 말에, 시야 한쪽에서 지크프리트 씨가 수긍한다.

     

     "......훗, 그래. 역시나 당주다. 벌써 가르침을 받아버렸는걸."
     "정말! 놀리지 마세요!"

     

     미안했구나, 라며 아버님이 손을 흔든다.

     그러고 나서 그는 시선을 옮겨, 기사를 보았다.

     

     "지크프리트 군."
     "......! 예."

     긴장되어 상기된 목소리였다.

     확실히 나는 가족이니 태연히 대화했지만, 이 사람...... 살아있는 전설이었지......

     

     "마리안느를 부탁하마. 자네의 그 힘을, 그녀를 위해 써줬으면 하네."
     "......! 물론입니다!"

     든든한 대답이었다.

     그걸 듣고, 아버님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사를 만났구나, 마리안느."
     "아버님......"
     "그리고, 실력주의가 우리 가문의 모토니까. 마리안느와 결혼하고 싶다면 일단 미리온 아크 가문을 괴멸시킨 뒤 나와 일기토를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마리안느를 쓰러트리거라."
     "아버님......!?"

     이거 보스 러시잖아?

     지크프리트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ㅡㅡ지는 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때는 잘 부탁드립니다."
     "잠깐 지크프리트 씨!? 아니 정말, 이런 쓸데없는 농담에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데......!"

     마지막까지 변변한 말을 못 하네 이 사람, 하며 째려본다.

     아버님은 쓴웃음을 짓더니, 일 합에 차원을 가르고는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가버렸군."
     "네. 하지만, 카산드라 씨와 마찬가지예요. 또 만날 수 있답니다."

     "그래. 그런데 장인어른께서는 뭔가 전투 쪽의 약점이 있을까?"
     "없사와요."

     그런가..... 하며 지크프리트 씨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의기소침하였다.

     아니, 그러니까 무시해도 된다니까 그거.

     

     

     

     

     

     

     

    〇무적  우와 복구되었다! 갑자기 끊겨서 깜짝 놀랐다고!

     

     

     지크프리트 씨와도 헤어져서, 해변을 잠시 걷는다.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방송화면을 열었다.

     채팅이 주욱 올라온다.

     ......신용은 해도 신뢰는 하지 말라니.

     

     

     죄송해요. 부녀끼리 이야기 좀 하느라 끊었답니다.

     

     

    〇제3의성별  아, 아아 그런 거였나?

    〇일본대표  이상이 없다면 다행이고

     

     

     그러고 나서, 이번에도 무사히 이겨내서 다행이다, 라며 칭찬의 채팅이 이어졌다.

     읽으면서, 나는 다시금 생각했다.

     

     세계를 운영하는 존재를, 신이라 부른다.

     그럼 분명, 그들은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에게 근본적으로는 아군일 것이다.

     그럼에도 신뢰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분명, 뭔가 아직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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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깜짝이야!?"

     갑자기 눈앞에 윈도우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넘어질 뻔했다.

     글자를 읽어보니, 아~ 네네. 평소의 그거네. 이 패턴은 이제 질렸다고. 또 이상한 엔딩이 개방된 거냐고.

     진짜 모르겠다~ 끝이야 끝. 어차피 추방의 재능이 없다고 나는.

     

     

    〇무적  추방 루트잖아!?!?!?!?

     

     

     뭐?

     

     

    〇무적  악역영애 카산드라와의 트루 엔딩이네. 둘이 함께 나라에서 추방당해서, 신비의 숲 안쪽에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 살아가게 되는...... 소위 백합 엔딩이야

     

     

     헐.

     그런 느낌의 엔딩도 있구나.

     

     ...............................뭐?

     

     

     추방 루트잖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왔다왔다왔다왔다왔다왔다!!

     

     

    〇미로쿠  여기까지, 정말 길었다...... 참고로 어떤 엔딩인데?

    〇무적  미끈미끈 질척질척. 퇴폐적&야함.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침 쪽부터 시작해

     

     

     흠, 흐ㅡㅡㅡ음!?

     아니 뭐 그건 됐다. 드디어 도달한 것이다.

     

     약관...... 몇 년일까. 십수 년.

     나의 영광 된 써드 라이프로 이어지는 길이, 이제야 열렸다!

     

     제3부...... 아니, CHAPTER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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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어? 버그 났나?

     몇 초 간 눈을 뗸 사이, 갑자기 글자가 전부 검게 칠해졌다.

     

     

     잠깐......어, 뭐야?

     당혹해하는 내 눈앞에서, 검은 사격형에 노이즈가 끼더니 점점 글자를 나타낸다.

     

     

     뭐냐고, 쫄았잖아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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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살의 소녀/새벽의 정위치】 루트가 개방되었습니다 ▼

     

     

     

     

     "뭔가 변했는데요......"

     뇌내 발성도 잊고 입으로 목소리가 나왔다.

     

     

    〇잠자리헌터  위키 보고 올게

    〇화성  아니 이거, 무슨 인터뷰에서 본 건데

     

     

     앗.

     어? 거짓말, 그런 패턴?

     잠깐만. 정말 기다려 봐.

     

     

    〇화성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이건 신살을 달성할 경우에 개방되는 건데, 하지만 신이 강림하지 않으니 사실상 사장된 데이터 같은 느낌으로......

     

    〇화성  신을 추방하고, 세계의 법칙을 바꾸고, 주인공이 전혀 다른 세계로 추방된 인류를 이끌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미래는 여기부터 시작된다ㅡㅡ] 같은 엔딩.

     

     

     잠시 동안, 침묵.

     

     

    〇무적  판정은?

    〇일본대표  세계에서 추방되어야 하는데 이쪽을 추방하면 어쩌냐고 멍청아

    〇슈퍼변호사  너, 바뀌었다는 뜻

     

     

     맞아용~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젠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럼 바꿔줘어!!!!!

     

     

    〇롱런히트축하해  9회까지 있다고 이거!

     

     

     "뒤져어!!!!!!!!"

     

     해변에 나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혼의 밑바닥부터 올라온 목소리는, 하지만 해수면에 허무하게 빨려들뿐이었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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