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11 사태핍박 이머전시
    2022년 11월 11일 23시 23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여관의 옥상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웅크려있기에 적당했다.

     눈이 부어있지는 않나 확인하고서, 충혈된 안구에 탄식한다.

     일단 쏟을 것은 다 쏟아냈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조금은 나아진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서, 방송화면을 켰다.

     

     

     ......잠시 잡담 시간을 가질게요. 저로서는 현재 상황을 재확인하고 싶네요.

     

     

    〇일본대표  아가씨, 괜찮겠어......?

    〇무적  말할 수 있다면, 조금 대화하고 싶은데

     

     

     문제 없사와요, 지금 바로 눈앞에 파프닐이 나타나도 쓰러트릴 수 있다고요.

     그래서, 묻고 싶은 건....... 파프닐이란 뭔가요?

     

     

    〇우주의기원  파프닐과 루시퍼는 어디까지나 작중의 상위 존재에 불과했을 터였다. 하지만......

    〇화성  상위의 정의가 성가시니까, 작중의 범위에서 다른 차원의 존재를 [상위 존재], 그리고 우리들이 있는 영역에 간섭할 수 있는 존재를 [신역권능보유자]라고 편의상 부르고 있어

     

     

     아아 그 분류라면 한번에 알아듣겠사와요.

     다시 말해, 루시퍼와 파프닐은 전자였을 터인데 후자이며, 당신들의 존재를 인식했기 때문에 원작과는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〇red moon  역시, 원래는 머리가 좋구만

    〇101일째의악어  아~ 역시 신역을 침범하는 걸까......

     

     

     채팅창이 시끄러워진다.

     어떻게 대처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물어볼 수밖에 없겠네 이거.

     

     

     뭐든 가능하다는 건 아니라는 전제는 들었지만, 다시금 묻겠어요.

     당신들이 실력 행사를 할 수 없는 이유란 뭔가요?

     

     

    〇제3의성별  그건......

    〇찔러용  음...... 그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럼 저의 추리를 말씀드릴게요.

     당신들은 실력행사고 뭐고, 직접 손을 쓸 수단 혹은 권능을 잃은 거네요?

     

     

    〇독수리안티  ......증거가 있는 거야?

    〇잠자리헌터  너는 소설가 하면 좋을 것 같아

    〇바깥에서왔습니다  이런 곳에 있을 순 없지! 방으로 돌아간다!

     

     

     전형적인 대답 감사합니......잠깐! 한 명만 다르네요! 희생자가 있사와요!

     

     

    〇일본대표  정말 미안. 지원 등을 제외하고서 이런 꼴이다. 우리들은 현현할 힘은커녕, 이미 몸을 잃은 지 오래다

     

     

     뭐 몸이 없어!?

     그럼 어떻게 채팅을 치냐고 그보다 그 번개 할배는 할배의 외모 그대로였는데!?

     

     

    〇TS에일가견  아마 처음에 만났던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뭐 인간의 외모가 진짜 모습인 것은 아냐

    〇육변기  홀로그램 같다고 생각해도 돼

    〇찔러용  뭐 먼 옛날에 위험한 전투가 있어서 운운하는 건 별로 상관없으니 할애!

     

     

     엥......? 아니, 잠깐......그건 그, 제가 있는 세계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세계에 관한 일이겠네요..... 장대한 느낌이네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게 느껴진다.

     지금 있는 여성향 게임의 세계만이 아닌, 여러 세계ㅡㅡ그래 예를 들어 내가 전생 전에 있던 세계까지도! 포함해 신들이 통치하고 있었을 거다.

     다시 말해, 뭐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의 스케일, 너무 커...... (OTL)

     

     

    〇무적   어쨌든 문제는 파프닐이다. 신역권능 보유자인 이상, 녀석의 목적은 우리를 제치고 세계의 운영자로 오르려는 거겠지

     

     

     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〇무적  나는 알 수 있다고. 관할이라기보다, 파프닐은 나의 일부야

    〇무적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관장하는 것은 [사람들의 안녕을 위협하는 악성 생명체]의 관념으로, 그 상징이 불을 뿜는 용이지

     

     

     이거 진짜예요? 관장하는 관념의 스케일에 비해 평소의 말이 너무 빈약하잖아요......

     

     

    〇무적  시끄러! .......어쨌든, 파프닐을 타도하지 않으면 확실히 위험하지만, 타도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기에는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아

     

     

     아, 각본가와 카산드라 씨의 일이구나.

     나는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댓글란이 쭈우욱 올라가며,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며 대책이 나온다.

     하지만 뭐...... 할 수 있는 일, 솔직히 정면충돌밖에 없지 않아?

     

     

     하나만 확인할게요

     신역 권능 보유자는, 정면에서 주먹으로 때리면 죽나요?

     

     

    〇우주의 기원  질문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깜짝 놀랐어

    〇무적  아니 뭐...... 같은 영역까지 올라간다면,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음, 오케이예요. 그럼 방침은 정해졌사와요.

     

     

    〇무적  뭐? 너......너, 파프닐을 두들겨 팰 셈이지!?

     

     

     그래 맞아.

     하는 일은 평소대로다. 내게 가능한 것을 전부 부딪힐뿐이다.

     몸을 잃었다 해도 신은 신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들 인간이 해야만 하잖아.

     방송화면을 닫고 한숨을 쉰다.

     

     "......여기 있었네."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린디다.

     

     "누가 불렀나요."
     "응. 기사단에서, 18시에 1층 연회장을 빌려 작전회의를 한대."
     "알겠사와요."

     대답을 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돌아보자, 그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기. 너, 무리하고 있지."
     "............."

     "다 안다고. 나, 계속 널 보아왔는걸. 네가 초등학교에서 보호자 참관의 날에 계속 뒤를 흘끗거리며 보고 있었던 일도. 수업에서 부모한테 보내 편지를 써야 할 때,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썼던 일도."

     어이어이.

     열렬한 팬이 여기 있었네.

     

     "괜찮, 답니다."
     "......정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네가 괜찮다는 걸로 할게."

     아아, 그 대사.

     정말 착한 녀석이구나 너.

     

     "상관없어요.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알았어. 그럼 다음에 만날 때에는 좀 더 털어버린 모습을 해."
     "충고 감사요."

     그걸 끝으로, 린디는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치고 나서 지붕을 내려갔다.

     딱히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 장소에 계속 있는 거 사실은 민폐 행위인 듯한 느낌이 드네. 어라? 여관 측에 들키면 학교까지 혼나는 거 아냐?

     AV 시청 카드를 구입한 것을 들킨 남학생처럼, 나는 서둘러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타앗!"

     안뜰에 슈퍼 히어로 랜딩으로 파악! 하고 내려앉자, 마침 거기에서 쉬고 있던 모양인 지크프리트 씨와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무언의 시간.

     나는 천천히 일어서고서, 의복에서 흙을 털고는 스커트의 옷자락을 거머쥐며 인사했다.

     

     "......평안하신가요, 기사님. 멋진 달밤이네요?"
     "지금 것을 없었던 걸로 할 수 없는 내 속좁음을 원망해라......"
     "당황하는 모습을 건너뛰니 더욱 대미지가 심하네요......!"

     

     지크프리트 씨는 긴장을 푼 모습으로 잔디에 앉아있었다.

     조금 주저하고서, 그의 옆에 앉아 나란히 달을 올려다본다.

     집합시간에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다.

     

     "......손이 떨고 있는데, 마리안느 양."
     "......기대감 때문이랍니다."
     "그런가. 그렇게 대답한다면, 아직 괜찮겠군."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인식능력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지크프리트 씨는 뭔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인 뒤, 한숨을 지었다.

     

     "제일의 황녀에 대해서 말인데."
     "네."
     "......아는 사이, 였던 건가."
     "네. 정말 예쁘고 눈부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아니,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달과 같은 사람이랍니다. 아름답지만 뒷면은 보이지 않는......"
     "......그렇군."

     잠시 동안의 침묵.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온다. 하지만 그것은 달라붙는 듯한 습기를 품고 있다.

     달은 아직 보이지만, 하늘에는 어두컴컴한 구름이 끼고 있었다. 이건 비가 올 것 같네, 라며 멍하니 생각하였다.

     그래서, 입에서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온 것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무서워요."
     "뭐?"

     

     서둘러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비탈길을 굴러가는 것처럼 계속 말이 튀어나온다.

     

     "무서운 감각, 이었답니다. 처음이었어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거든요. 죽으라고...... 친구였다고 생각한 상대였는데. 얼굴도 보이지 않게 되어서, 새빨개져서. 죽으라고, 온몸으로 원했어요. 살아있는 것 자체를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렇게나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한 일은 처음이었다.

     이것이 미워하는 감정이라면, 인간이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죄송해요. 이상한 말을 해버렸사와요."
     "아니, 됐어. 들어서 다행이었다."

     달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지크프리트 씨는 수긍했다.

     

     "조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상관없어요."

     기사는 깊게 한숨을 쉬더니, 그제야 처음으로 얼굴을 내쪽으로 향했다.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파프닐은 말했다. 나한테서 잔해를 느낀다고."
     "..............네, 그렇게 말했었네요."
     "나는 강했다. 옛날부터 강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여주는 스승과 친구가 있었다. 고아원의 원장과, 같은 시설의 아이들이었다. 축복받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지크프리트 씨의 눈동자는, 이쪽을 향하고 있는데도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애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지. 이 이상한 강함이 분명, 내가 시설에 도달한 원인이라는 것을. 부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어중간하게...... 스스로 정했다고 생각했어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반쯤은 고집부렸던 것 같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아마, 명백하게 엄살이다. 지크프리트 씨가 내게, 엄살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 답지 않게, 자조 섞인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서 난 조금 네가 부럽다고 생각했었다."
     "......네?"
     "너의 강함에는 이유가 있지. 뿌리가 있고, 재능이 있고, 노력이 있는...... 따질 구석이 없는 강함이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약간 입을 벌리고 있다.

     

     "그래서 눈부셨다.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ㅡㅡ네 모습은, 아름다웠다."

     ".............!?!?"

     

     어?

     아니, 어? 우왓, 우와 잠깐 지금 얼굴 무진장 새빨개졌다고 이거 그만 카메라 멈춰!

     

     "이건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믿음직한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에엣!? 어, 아, 그야 뭐, 그렇긴 하지만요......!"
     "그러니 약속한다. 네가 고민하고...... 길에 주저함이 있을 때, 다음번에야말로 나는, 네 옆에 있어줄 것을."
     "우오오오오옷!?"

     얼굴을 가까이하며, 지크프리트 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런! 뇌가 녹겠어!

     

     "네가 또 증오에 사로잡혔을 때. 그때는 내가 되돌리겠다. 그러니 그렇게 안 되도록...... 제멋대로인 이야기지만, 날 믿어줘. 네가 믿고 있는 한, 나는 그 신뢰에 부응하고 싶고, 부응해 보이겠다. 그걸 위해 일어섰으니까."
     "녜, 녜에......"

     심장 소리 때문에 고막이 터지나 싶었다.

     지크프리트 씨는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는, 일어서서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자, 슬슬 시간이다. 작전회의를 하러 가자."

     조금 주저하다가, 손 땀을 스커트로 닦고 나서 기사의 손을 잡았다.

     커다란 손이었다. 뭐냐고 미남 보정으로 웬만한 말은 다 용서되는 남자가 말야. 그 외모로 그런 말을 하다니!

     

      "......네. 그러도록 해요."

     하지만 뭐,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최고의 기사가 내게 기사의 맹세 같은 것을 해주는 거, 진짜 기분 좋아!

     

     

    〇무적  음? 자리를 비운 동안 지크프리트 씨와 대화한 거냐

    〇우주의기원  스크린샷과 녹화를 무한히 해뒀으니, 한 장만 보내줄게

    〇무적  호~ 크아w세drftgy후지코lp;@:

    〇우주의기원  나중에 가격을 전해줄게

     

     

     ......왠지 비지니스에 쓰고 있는데, 내게도 몫이 있는 거겠지?

     

     

     

     

     

     

     

     

     

     

      "우리 지크프리트 중대에게, 파프닐 정벌 지령이 내려왔습니다."
     [......!]

     

     연회장에 지크프리트 씨가 이끄는 중대의 기사들과, 나, 로이, 유이 양, 린디, 유트가 모여있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서서 일동을 바라본 중대의 부대장이 안경을 빛내며 고한다.

     

     "아서 폐하의 명에 의해, 때에 따라서는 현지의 마법학교의 학생도 작전에 참가시키라는 분부였다. 특히...... 마리안느 피스라운드한테는 조력을 부탁하라고 하셨다."
     "알겠사와요."

     바로 대답하자, 그 자리에 잠시나마 침묵이 찾아왔다.

     괜찮은 거냐는 시선을 받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피스라운드 양이 금주 보유자였다는 정보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신의 협력은 기사로서는 사뭇 안타깝지만ㅡㅡ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양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저는 제가 해내야만 할 일을 할 뿐인걸요. 그를 위해서 협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저희들 마법사와, 기사가 함께."

     연회장을 둘러본다.

     학생들한테는 모두 현재 방에서 대기를 명령했지만, 내 친구들은 이 자리에 있다.

     대표로서 로이가 한걸음 앞에 나선다.

     

     "우리들도 이 자리에 있다는 뜻은......"
     "예. 기사만이 아닌, 마법사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마도 아서 녀석의 지시겠지.

     현재 상황에서 걸리적거리지 않을 녀석들을 모두 모아서 부딪힌다. 정말 단순한 최선의 수다.

     

     

    〇고행무리  슬슬 원작과는 다른 이벤트가 되었구나

    〇바깥에서왔습니다  원래 기사단은 관여하지 않았었는데

     

     

     "......그럼, 기사단 1개 중대와 학생으로 구성된 부대라는 뜻인가요."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유이 양을 보며, 나는 어깨는 으쓱였다.

     

     "네. 마치 패전국의 레지스탕스 같아요. 이럼 흥분되죠?"
     "흥분 안 돼! 무슨 감성이 그래!?"

     린디가 비명을 지르자, 모두가 그 말대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썩을, 편 좀 들어달라고.

     ......하지만 뭐, 불안해지는 마음은 이해한다. 왜 기사단은 지원 오지 않냐는 이야기도 되고.

     하지만 이유를 추측하기는 쉽다.

     

     "왕도 습격의 건이 있어서...... 지금 이 지역에서 확인된 자가 왕도 습격과 같은 인원이라는 건 확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이 양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나라의 중심부에서 날뛴 직후인데, 왕도의 방위를 할애해 줄 리가 없다.

     전제조건을 확인하고서, 우리들은 몇 초 동안 얼굴을 마주 보았다.

     결의가 담긴 표정. 불안해하는 표정. 그것들이 일제히 입술을 다물며, 끄덕인다.

     

     "그럼 작전을 설명합니다. 긴급사태이니 내용은 구두전달을 하게 됩니다. 작전의 개요는 야간을 틈탄 기습. 다시 말해 전격전입니다."

     부대장이 담담히 설명한다.

     커다란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것은, 이 해안 일대를 표시한 지도다.

     그것이 마법으로 확장되어 입체적인 그림으로서 공중에 투영되고 있다. 판타지 요소가 있다는 걸 모른다면 이거 완전히 SF라고 생각하겠어.

     

     "정찰부대의 보고에 의하면, 적은 여관에서 7킬로미터 떨어진 절벽 지대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진형으로 보아 최심부를 수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되며, 또한 오늘 대낮에 적과 접촉한 지크프리트 대장의 증언으로 보아, 대사룡 파프닐이라 부르는 존재를 완전히 현현시키는 일이 목적으로 생각됩니다."

     투영도에 붉은 마력 광점이 점멸한다. 적 진영의 대략적인 표시인가.

     그룹은 셋. 제각각 소대 단위로 독립되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양이다.

     전장이 될 지역의 맵을 확인 하고서, 로이와 유트, 유이 양과 린디까지도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대화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나도 질 순 없지.

     

     "흠, 과연."

     팔짱을 끼며 수긍한다.

     전혀 모르겠다.

     

     "아무래도 설명은 불필요한 모양이군요. 훌륭한 이해력입니다."

     우리의 리액션을 보고, 부대장이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잠깐. 마리안느 양의 지금의 발언은 아무것도 모를 때에 하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겠는데."

     "앗 그렇군요."
     "어어어어어어이! 밝히지 말아 주시겠어요!?"

     지크프리트 씨의 인터셉트에 의해, 나에게 미지근한 시선이 내리 꽂힌다.

     

     

    〇찔러용  그냥 가만히나 있지......

     

     

     시끄러!

     그래선 멋이 없다고!

     

     "적의 부지는 공격에 반격하기 위해, 매우 엄밀하게 선택되었습니다. 정면 공격으로는 이쪽이 불리해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피스라운드 양의 돌파력을 살려 어떻게든 뒤집고 싶습니다."

     "아, 아아 그런가요......"

     턱에 손을 대며 몇 초 동안 생각했다.

     어? 음? 결국 뭘 원하는 거야?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내게, 옆의 로이가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

     

     "다시 말해 화력으로 상대의 진형을 파괴하라는 거야."
     "아하! 돌파하면 되는 거네요!"
     "......뭐, 예. 대장 이거면 OK입니까? 정말로?"

     "불안해지는 건 이해하지만, OK다."

     뭐냐구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을 것을.

     다시금, 쳐부술 대상으로서 맵을 재확인한다. 확실히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할 경우, 몇 겹의 방어선에 휘말려 도중에 속도를 잃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최전선에 있는 병력은 어느 정도 무시해야겠네요. 최심부에 핵심인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옆에 여러 방어선을 쳐놓은 형태인가요. 제가 정면에서 세로로 분단할게요. 그럼 분열된 방위대를 좌우에서 협공해서 편하게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정말로 OK였다......!"

     부대장이 경악의 목소리를 내었다.

     

     

    〇잠자리헌터  네 전투용 IQ의 작동 스위치를 모르겠다

    〇화성  우와 한없이 정답에 가깝잖아. 갑자기 머리 좋아지는 거 그만

     

     

     나는 마력을 조작하여, 투영도 중심부를 절단하는 것처럼 푸른 선을 그었다.

     

     "지금 그린대로 분단할 수 있다면 최고지만. 부담이 상당할 텐데? 괜찮겠어?"
     "문제 없사와요.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랍니다."

     유트의 걱정하는 목소리에, 가슴을 펴면서 대답한다.

     갓난애 목 비틀기다. 잘못 말했다 목을 비틀면 큰일 나지.

     

     "그럼 우리는 3인 1조로 좌우에서 공격한다."
     "신속하게 최심부로 도달하려면...... 저지할 자도 필요하겠어. 좌측 전투에서는 제 소대가 담당하겠습니다."

     초동이 결정된 것을 보고, 기사단원들이 발언을 이어나간다.

     뭐 여기서부터는 맡겨둬도 되겠다.

     

     "......마리안느 양. 망설임은, 없는 건가요."
     "유이 양?"

     갑자기 이름이 불렀나 싶더니,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망설임이라뇨? 저 개인의 문제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답니다."

     "네.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이건 다시 말해......불이 일어나서, 불을 끄려는 것이잖아요....."

     무거운 대사였다.

     그녀는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면서, 광채 없는 눈동자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간다.

     

     "그 사람들이 누구고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는 채...... 단지 쓸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한다......"
     "하지만, 유이 양."
     "네, 알고 있어요ㅡㅡ이미 화재는 일어났음을. 그럼 이 불은 확실하게 써야겠죠."

     부대장은 작전을 취합하면서도, 이쪽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기사들도 유이 양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는 깊게 수긍하고 있다.

     

     "물론, 왕국의 기사로서, 그리고 저 개인으로서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소화작업으로 만들기 않도록, 저희들은 확실하게 이 전투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져버리면 불길은 더욱 맹렬히 타오를뿐입니다."

     안경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리면서, 부대장은 그렇게 말했다.

     ......역시 지크프리트 씨가 선발한 부하구나. 뚝심 있다.

     

     "ㅡㅡ알겠습니다. 저도 전력으로 지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차기 성녀님."

     아 맞다. 유이 양은 기사들의 장래의 상사라기보다 수장이네.

     예전의 다과회에서도 그랬었지만, 건장한 기사들이 유이 양한테 최상급의 예절을 보이는 거, 왠지 보기 좋아.

     

     "......하지만, 결정타가 부족하네."

     이 타이밍에, 린디가 중얼거렸다.

     시선이 모이자, 그녀는 양손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아, 아뇨, 죄송합니다."
     "아니, 하트세츄아 양의 지적은 올바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공법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계획이지, 정공법으로 승리하기 위한 계획은 아니다."

     지크프리트 씨도 수긍했다.

     연회장에 침묵이 찾아온다.

     .......흠~?

     

     

     이건...... 이세계 전생 특유의, 군사 치트를 쓸 기회인가!?

     

     

    〇TS에일가견  군사......?

    〇무적   네 지성으로 군사는 저래 무리라니까

     

     

     시끄러워요! 코드기어스에서 배운 넘쳐나는 지력을 보여드리죠!

     

     

    〇우주의기원  그 발언부터가 문제인데

     

     

     "저요."
     "말씀하십시오, 피스라운드 양."

     거수하자, 부대장이 내 발언을 허가해주었다.

     

     "산을 무너뜨리죠."
     "예?"
     "해안이라고는 해도 절벽 이외에는 산지예요. 산을 유성으로 무너뜨려서, 적을 생매장시키죠."
     

     나의 지적인 제안을 듣고, 연회장에 침묵이 찾아왔다.

     흐흥, 너무나 고도한 작전에 깜짝 놀라버린 걸까나?

     가슴을 펴면서 대담한 미소를 짓는 내게, 순서대로 로이, 지크프리트 씨, 린디가 입을 연다.

     

     "아니 잠깐 그건, 국방을 위해 출동했는데 국토를 파괴하는 건 좀......"

     "적의 약화로서는 최고다. 단독으로 쳐들어간다면 그래도 좋지만..... 난전으로 이끌고 갈 이점이 이쪽에 없군. 전력차가 크다면 괜찮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게 될 방법이다."
     "네가 테러리스트 측에 없어서 다행이지만, 이쪽에서는 그 파괴 전문의 뇌는 짐덩어리야. 조용히 과자라도 먹고 있으렴."

     

     

     ................................

     

     

    〇red moon  완전 논파라서 ㅋㅋㅋㅋㅋ

    〇타로  딱해질 정도로 몰매를 맞았네......

    〇일본대표  여어, 군사님! ㅋ

     

     

     "우오오오오오오옹!!"

     "앗 열받아서 날뛴다!"
     "붙잡아! 소란 피지 마!"
     "아니...... 기사 다섯 명이 달려들어도 억누를 수 없는데요!? 평소에 뭘 먹는 겁니까 이 아이!?"

     결국 또 하나의 결정타가 될 만한 것은 내놓지 못한 채.

     우리들은 결전을 대비해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달이 비구름에 뒤덮여 숨겨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강해진다.

     전투 필드는 산의 완만한 지면이다.

     좌우로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음을 사역마가 알렸다.

     

     "..............준비 완료다. 시작하자, 마리안느 양."
     "네."

     옆에 늘어선 지크프리트 씨의 말에 끄덕인다.

     작전회의를 끝내고, 준비를 재빨리 끝내고는.

     드디어 개전의 때를 맞이했다.

     적의 진형은 전개를 끝내 놓아서, 이쪽에서 공격을 감행하면 단번에 전투가 시작된다.

     

     "스읍......."

     숨을 들이마신다.

     정면을 바라본다. 지금부터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라는 자각이 등줄기를 흐른다.

     하지만ㅡㅡ다르다. 다르단 말이다. 내게 원하는 활약이란, 일개 졸병에 그쳐서는 안 된다.

     

     

     ────rain fall、sky burn、glory glow
     ────shooting、exposing、shining、coming

     

     

     자, 만회해 주마.

     방금 전에는 군사 플레이를 실패했지만, 이제부터다. 두뇌 플레이로 만회할 수밖에 없어.

     

     


     ────justice、white、execution、Panagia
     ────sin break down、judgement goes down

     

     

     단순히 유성을 떨어트려서 분단시킬뿐이라면 손쉽다.

     혼란스러워하는 적군을 좌우에서 협공한다. 그렇게 기습이 성립되고, 제압의 페이스도 가속된다.

     그래서 또 하나, 추가하자.

     

     

     ────vengeance is mine

     

     

     "음? 그 영창은 펀치용 아니었나......?"

     "지크프리트 씨, 저를 꽉 붙잡아주세요."
     "앗(눈치챔)"

     

     지크프리트 씨는 사역마를 통해 부하들에게 뭔가를 전하고는, 포기한 표정으로 내 어깨에 팔을 감았다.

     본격적으로 하려면 반대지만, 어부바의 자세다.

     

     자 쇼타임이다.

     산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지형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거든!

     

     "마리안느 양, 부탁이니 지도가 바뀔만한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물론이죠! 이 주먹이 유성이 되어, 전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잘 보세요!"

     "듣고 있나?"

     응 안 들려~

     빛을 내는 오른팔을 한계까지 당긴다.

     파워를 축적하여, 단번에 해방한다. 팔꿈치 부분에서 분출되는 유성의 빛이 우리의 몸을 날려버린다!

     

     

     "격발악역영애 부스트 그랜드 슬래쉬 퍼──────언 치이이이!!"

     2인분의 몸을 한꺼번에 가속시켜서, 순식간에 전장을 가로지른다.

     적 진영의 중앙을 순식간에 통과. 직전상에 있던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하늘 높이 날았다.

     하지만, 파괴는 앞만이 아닌 밑부분에도 나타났다.

     

     "앗......!?"
     "어ㅡㅡㅡㅡ 적습! 적습입니다!"

     당황하는 적의 잡병들. 카산드라 씨가 데려왔다는 황국의 헌병단.

     그 진형의 한가운데에서.

     

     좌악, 하고 대지에 균열이 생겼다.

     균열이 퍼져나간다. 깊고 깊게, 지층까지도 드러날 정도로 지면의 높이 자체가 어긋난다.

     서둘러 좌우로 뛰어 물러나는 병사들. 전력이 분단되었다.

     

     "......! 마리안느 양, 설마 힘의 방향을 밑으로 향하게 한 건가! 의도적으로 땅을 갈라놓다니......!"

     등에서 내려온 지크프리트 씨가, 주위에서 요격태세로 들어가려는 병사들을 물리치며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 얕보면 곤란하다고.

     단지 분단시킨 것만이 아니라, 합류도 못 하도록 해놓았으니.

     이 뛰어난 지성과 IQ와 두뇌, 마치 장기 같지?

     

     파괴의 직선의 종착점에서.

     나는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방출 중인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것이 제가 개발한, 장기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전법! 이름하야 마리안느 시스템이랍니다!!"

     

     

     용왕이든 장기성인이든, 이걸로 한방이라구!

     

     

    〇101일째의악어  장기 얕보지 마

    〇화성  기성한테 된통 당하고 울었으면 좋겠다

    〇바깥에서왔습니다   이 차, 장기말의 선두에 커터칼이라도 달아놓을래?

    〇무적  이 녀석은 앞으로만 나아가니까 차가 아니라 소 아닐까

     

     

     뭐냐고 차든 소든 괜찮잖아!!!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