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10 천마굉림/클로즈 투 디 엣지
    2022년 11월 09일 14시 13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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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의 카운트다운이 순식간에 시간을 세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0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현재는 불합리함의 1%도 드러내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뭐냐 이 하늘은. 여전히 미적 센스가 없는 녀석이다."

     가장 먼저 하늘이 찢어졌다.

     파프닐이 뒤바꾼 세계를, 다시 덧칠하여ㅡㅡ아니, 엉망진창으로 잡아 뜯어서, 하늘을 별 하나도 없는 칠흑으로 만들었다.

     

     "나쁘지 않은 풍경이군. 우리들은 존재의 빈약함 때문에 하위 종족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생물이다. 그 뜻을 이해하는 일의 의의는 가르쳐줬을 텐데."

     다음에는 경치가 바뀌었다. 관광지가 사라지고, 불타는 황야가 되었다.

     이 일대를, 현실세계에서 동떨어진 다른 차원으로 유도한 것이다. 옛날 국왕 아서가 했다는, 위상을 바꾼다는 절기의 광역판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리고 관객은ㅡㅡ이 정도인가."

     신의 위업과도 같은 행위를, 간단하게 2연속으로 해치운다.

     루시퍼의 시야에는 파프닐과 카산드라와 소년.

     그리고 로이, 유이, 유트, 린디, 지크프리트.

     마지막으로 마리안느만이 남아있었다.

     

     "......당, 신, 피해를 내지 않도록 신경 쓴 거야......?
     "음..... 마리안느의 친구인가. 기운은 있어보이니 다행이로다."

     쭈뼛거리며 말을 거는 린디에게, 루시퍼가 고개를 끄덕인다.

     

     "대답은 NO다. 녀석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나의 세계로 끌어들였을뿐이다."
     "......그래? 그래서, 우리들과 함께 죽이려고?"
     "흥미는 없다. 알아서들 해."

     수긍한 린디는, 쓰러진 로이와 그 옆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마리안느와 유이에게 달려갔다.

     

     "유트! 넌 지크프리트 씨를 주워!"
     "......! 어, 어어......"

     

     저 멀리 적발의 기사가 쓰러진 것이 보인다.

     하지만 린디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트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 죽음의 전장에서, 가슴의 상하운동조차 치명상이 되지는 않을까 겁먹고 있었던 것이다.

     

     [......루시퍼. 루시퍼, 네놈은......!]

     "말하지 마."
     

     다시 팔을 휘두르자, 파프닐이 날았다.

     그 거체에서는 상상도 못 한 민첩함으로 하늘을 날았고, 루시퍼가 내지른 충격은 대지의 지평선까지 균열을 새기게 되었다.

     

     "어리석은 녀석이다. 신역의 접속권을 습득하자마자, 이건가. 얕은 생각으로 허점투성이의 계획을 짜서는, 의심도 않고 실행에 옮길 줄이야......"

     언어를 자아내면서, 루시퍼는 자신의 왼손을 보았다. 손끝이 빛이 입자가 되어 녹아들고 있다.

     단말의 그릇이 이미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마리안느가 가진 인자는, 어디까지나 단말 현현의 트리거가 되기 위한 것. 그걸 기점으로 본체까지 강림하는 것은 본래의 용도가 아니다.

     

     "출력을 제한해도, 리미트는 64초인가."

     근본적으로, 이 단말로는 루시퍼 본체의 의식을 운용하기에 존재가 너무나도 작다.

     무너져가는 자신의 몸을 확인하면서, 루시퍼는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황금의 눈동자가 정면의 대사룡과 금주 보유자를 포착했다.

     

     "논외다. 세계를 8번은 멸망시킬 수 있지."

     

     날개가 펼쳐졌다.

     칠흑의, 밤조차 삼켜버릴 흉악한 6장의 날개.

     그곳에서 무수한, 새카만 빛이 방출되었다. 한 줄기의 섬광이라 부르기에 어울리는, 극한까지 압축된 레이저.

     상공에서 랜덤한 회피기동을 하는 파프닐에게, 그 레이저의 무리가 얽혀 든다.

     

     [거......!?]

     

     튼튼한 비늘이 쪼개지고, 육체가 파여 피분수가 일어난다.

     날개가 근원부터 절단된 파프닐은 온몸에서 점성이 있는 피를 흩뿌리며 지면에 추락했다.

     

     (젠, 장...... 뭐냐고 이건. 아무것도 못하겠어,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어!)

     

     유트는 의식을 잃은 지크프리트를 업고는 대피하려고 했지만, 크게 흔들리는 지면에 발을 헛디뎌 넘어질뻔했다.

     만일 마리안느의 의식이 또렷했다면, 마치 지금의 자신들은 재난 영화의 일반인 같다며 자조했으리라.

     

     "이거면, 어떤가."

     천천히, 루시퍼가 걷는다.

     두 눈에 증오를 일으키며, 파프닐의 낙하지점에 도착하여 용의 눈을 들여다본다.

     

     "너는.....나의 소중한 것을 더럽혔다. 네 더러운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을 만졌다. 대가는 멸살이다. 사라질 각오는 되었는가."
     [카아......악. 시스템, 주제에! 단지 이유도 없는 파괴를 내버리는, 의지 없는 인형 주제에에에에]

     

     초고속으로 몸을 재생시키며, 파프닐이 루시퍼에게 증오의 목소리를 낸다.

     목 밑이 발광하더니, 그것이 순차적으로 올라가며 입 끝에 도달.

     크게 턱을 벌려서 지향성을 가진 업화를 내뿜는다.

     

     "꼴불견이로다. 귀를 막고 싶구나. 구제할 길이 없도다. 변명조차도 삼류에 불과한가."

     손가락을 한번 튕길뿐이었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탁 튀기자, 파프닐의 브레스는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방금 의지 없는 인형이라고 말했겠다.....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알고 있었다만, 드디어 시력까지 잃었느냐? 나는 지금, 나 자신의 의지로 여기 있는 것을."

     자신의 최대 화력이 순식간에 흩어지자, 파프닐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리고 멍해진 채 목이 날아가고, 몸통까지도 갈기갈기 찢겼다.

     곧장 재생이 시작되겠지만ㅡㅡ그보다도 그가 더 빠르다.

     루시퍼는 조용히 오른손을 뻗어서,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카산드라!"
     "준비 끝났어요."

     

     문득 울려 퍼진, 파프닐을 따르던 두 사람의 목소리. 루시퍼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카산드라의 등 뒤에 전개된 것은, 물로 형성된 거대한 포탑.

     그것이 조준을 마쳤다. 그럼에도 루시퍼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레킹 스콜!!"

     물의 포탑에서 사출 되는 물의 포탄.

     13절 영창의 은총을 입은 그것은 도시의 한 구획 정도라면 흔적도 없이 증발시킬 위력이었다ㅡㅡ하지만.

     

     "성가시군."

     루시퍼는 달게 그걸 받아들였다.

     안면에 크리티컬 히트한 그것이 파괴의 폭풍을 일으킨다.

     하지만 잠시 후, 폭풍은 중심점부터 걷혀버렸다. 그곳에는 멀쩡한 대악마가 서 있었다.

     

     "이 나에게. 하필이면 나에게, 금주의 힘이 통할 거라 생각했나."
     "통할 리는 없지요......하지만!" "
     "억제결계 전개!"

     소년이 외치며, 지면에 양손을 댐과 동시에.

     터져버릴 물의 폭탄, 루시퍼의 주위에 흩어진 물방울 하나하나가 빛을 내었다.

     대악마를 중심으로 하여, 빛과 빛이 연결돼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려나간다.

     

     "호오ㅡㅡ그런가. 현현술식에서 역산한 건가?"

     

     감탄하여 소리 낸 루시퍼는, 팔짱을 끼며 자신을 둘러싼 문양을 바라보았다.

     

     "이건 보았던 일이 없었군. 그것도 그런가. 나를 부른 자가 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상위 존재를 일부러 소환한 뒤에 물리치자...... 라는 생각은, 진짜 바보나 혹은 머리가 맛이 간 자가 아니면 실행에 옮기지 않을 테니까."
     "뭘 주절거려! 너는 방해라고!"

     

     소년이 외침과 동시에, 반짝임이 한층 더 강해진다.

     루시퍼는 팔짱을 낀 채로 탄식했다.

     

     "하나 충고하는데, 꿈과 현실의 구별은 해둬라."

     동시에.

     빛이 어둠으로 변질되었다.

     제어결계의 주도권을, 손쉽게 루시퍼가 빼앗은 것이다.

     

     "......어?"

     "정면으로 부숴줘도 괜찮겠지만...... 소환술식에 가장 정통한 이 나를, 소환술식 베이스의 억제결계로 막으려는 생각은 조금 안이하군."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통하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빼앗겨 버렸다.

     소년이 그렸던 억제결계가 색상을 바꿔서 공중에 뜨더니, 그대로 재생 중이던 파프닐을 옭아맨다.

     

     [앗......!? 뭐야 이건!? 루시퍼, 네놈 이런 치사한 짓을......!?]

     "오, 녀석한테는 듣는가. 그럼 잘된 일이로다."

     정신 차리고 보니, 소년의 바로 옆에 루시퍼가 있었다.

     

     "그런가. 상위 존재의 힘을 빌린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상위 존재에 대한 대항책도 준비했는가."
     "힉......"

     가까이에서 눈동자를 들여다보자, 소년의 목에서 두려움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루시퍼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뜻은 인정 하마. 많이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은 쓸데없겠지."
     "......어?"

     "흠...... 쉽게 전해야 하나.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소년과 그 옆에서 반격 태세에 돌입한 카산드라를 바라보면서, 루시퍼는 말과는 반대로 표정을 증오로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처벌은 변함없다.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라. 그녀의 마음을 짓밟은 벌로 세계와 함께 부서지도록 하라. 내게는 인연이 없는 일이지만, 저 세상이라는 곳에서 울면서 반성하도록."
     "......! 카, 카산드라, 방어를."
     "죽으라고 말했잖은가!"

     노호성과 함께, 루시퍼가 왼손을 하늘로 뻗었다.

     이미 반쯤 빛의 입자로 변해있던 그곳을 기점으로, 막대한 힘의 파동이 발생하여ㅡㅡ

     

     

     그 광경을.

     생기를 잃은 눈으로, 마리안느는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제 무리무리. 끝장이야.

     

     

    〇w34t5 gtuisg!h;!!!uirhs!!

    ge4h 238r5ygohaep0r!!!

     

     

     왠지, 장소가 뒤바뀌고 나서는 채팅창도 버그가 나버렸고.

     이제 끝인가~?

     아....... 진짜로 이건 안 되겠네.

     

     지금의 나는, 죽지는 않았다. 그것 뿐. 살아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울지도. 불량 폼은 어느 사이엔가 해제되어 있고.

     몸은 아직 움직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정신이 움직이지 않아. 그냥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고.

     여기서 끝나버린다면 싱거운 결말이구나.

     

     천천히 주위를 바라본다.

     나를 끌어안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유이 양.

     지크프리트 씨를 업고서, 전장을 바라보며 절규하고 있는 유트.

     도망칠 곳은 없나 찾고 있는 린디. 어 너는 이런 상태로도 움직일 수 있냐고. 대단한걸.

     

     음, 뭐라고나 할까.

     이른바 신들의 전쟁이라서, 보기만 해도 이쪽의 영혼이 부서질 것 같단 말이지.

     

     원인이 나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버님이, 살해당해서. 원수를 갚는 것도, 자력으로 할 수 없어서. 애초에 상대가 카산드라 씨라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서.

     

     나만 남겨졌다고 생각한다.

     기어를 넣을 타이밍을 놓쳤다고나 할까, 주지 않았다고나 할까.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빈약함이, 겨우 한 번의 실수가 여기까지 상황을 악화시켰다.

     진짜 웃겨 정말.

     

     주위를 전부 둘러보고서, 마지막으로.

     눈앞에서 쓰러진 로이를 보았다.

     망토는 흙과 진흙에 더럽혀졌고, 금발은 반짝임을 잃었다.

     

     그의 검지 손가락이 움찔거리며 움직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있잖아. 아니 당연하다. 외상이 전혀 없으니까.

     

     그래, 로이는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어.

     천천히 고개를 움직인 그가 날 바라본다.

     도망치라고 말하는 걸까, 싶었다.

     시선이 겹친다.

     

     

     ㅡㅡㅡ온몸의 감각이 사라졌다.

     

     

     로이의 눈동자에는 체념이 없었다. 화염이 깃들어 있다. 아직이다, 아직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 눈길에 꿰뚫렸다. 호흡이 멈춘다.

     그는, 로이는 말하고 있다. 아직이라고. 너도 아직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싸울 수 있어.

     ......몸은, 아직 움직여.

     단지 마음이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약혼남은 그걸 이해하지 않는다.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의 벽안이 외치고 있다. 그런 짓을 할 여자였냐고.

     계속 함께 있었으니까, 알고 있다고. 너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포기하기 말라고. 포기하는 건 너답지 않다고.

     

     

     

     

     ㅡㅡㅡㅡ일어서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날 맹세했다.

     유성을 함께 보았던 소년에게 맹세했다.

     세계의 정점에 서기를. 누구보다도 눈부신, 스러질 때의 반짝임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배신할 수는 없다.

     

     

     나는, 그날의 소년과 소녀를 배신해서는 안 돼!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목구멍이 찢어져라 외침과 동시에, 두 다리를 박차며 유이 양의 품속에서 벗어났다.

     

     "앗ㅡㅡㅡㅡ마리안느, 양......?"
     "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아아아아진짜아아아아아아! 방금 전까지의 저는 잊으세요! 그런, 그런 꼴불견인 모습은, 피스라운드 가문의 장녀로서 인정할 수 없사와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천하무쌍!"

     루시퍼가 그렸던 밤하늘.

     

     "내가, 고금최강!"

     그곳에 균열을 입힌다.

     

     

     "나야말로ㅡㅡ최강의 영애에에!!"

     

     파직,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세계가 깨지고. 암야가 날아가서, 되찾을 모습은 끝없는 푸른 하늘!

     

     "노 카운트! 노 카운트랍니다! 조금 쓰러져 있었지만..... 동전이 떨어졌을뿐이랍니다!"

     "최강의 영애는 동전을 안 줍는다구."

     큰 소리로 자기변호를 해보지만, 린디의 싸늘한 지적이 날아왔다.

     쓸데없는 말 말라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안도한 듯한 미소였다.

     

     "......미안해요. 기다리게 했사와요."
     "신경 쓰지 마. 그래서? 일단 덧칠되기 전의 지형이라면, 피난 루트가 있기는 해."
     "좋아요.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 기회를 봐서 모두를."
     "오케~ 맡겨줘."

     오랜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을 맡기고서.

     나는 파프닐과 루시퍼가 격돌하고 있는 지점으로 걸어갔다.

     

     루시퍼가 날뛰는 모양이지만, 애초에 말이지.

     너는 내가 불렀다고!

     말 좀 들어! 이쪽을 봐!!

     

     

     ".............음!? 마리안느, 왔는가ㅡㅡㅡ!"

     

     

     말로 내뱉지 않아도, 녀석은 이쪽을 돌아보았다.

     루시퍼는 입가를 들어 올리더니,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제멋대로 해줬네요! 하지만!! 당신의 주연은 여기까지랍니다!"
     "......훗. 출력의 저하...... 그런가. 증오에 삼켜지지 않았는가."

     

    〇독수리안티 우오오오오옷!? 채팅 칠 수 있게 되었다!? 복구되었나!? 

    〇무적 대체 어떻게....... 왜 파프닐이 귀갑묶기를 당한 거야!?

    〇일본대표 어이 방금 세 번이나 국지적인 세계개변이 일어났다고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하지만 설명은 나중이다.

     오른손을 하늘로 뻗고서, 나는 영창을 시작했다.

     

     

     ────rain fall、sky burn、glory glow
     ────shooting、exposing、shining、coming
     ────justice、white、execution、Panagia
     ────sin break down、judgement goes down

     

     정면.

     구속된 파프닐과,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루시퍼와.

     그리고 카산드라 씨가, 소년을 끌어안으며 이쪽을 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마리안느......! 당신, 아직도 일어설 힘이 있었나요......!?"

     

     

     훗훗후.

     

     일어설 수 있는 힘, 밖에 남지 않았거든.

     

     

     

     ────vengeance is mine!

     

     

     

     "홀드 오픈ㅡㅡ매그너라이즈 미티어."

     

     

     쏟아지는 것은 대지에 가득한 유성군.

     방어하기 위해 물의 날개를 전개하는 카산드라 씨였지만, 찰나 나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뭐, 나는 등을 보이며 줄행랑을 치고 있으니까.

     

     "마리안느......!? 당신, 도망치는 건가요!?"
     "네 물론이죠! 도망치고 말고요!"

     유성군의 배치는 직격이 아닌, 도주하는 루트를 파괴하기 위한 것.

     지연도 걸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속해서 유성군이 쏟아진다.

     이미 저쪽에서는 린디네도 도주를 시작하고 있다.

     

     그래 맞아. 

     지금 여기서는ㅡㅡ물러난다. 패주라고 말해도 좋아.

     

     "놓칠 거라 생각해요!?"

     파괴의 폭풍을 뚫고, 그녀가 수리검처럼 압축된 물방울을 날린다.

     그것들이 나와 린디의 등을 꿰뚫었지만, 직후 그 모습은 사라졌다.

     

     "ㅡㅡㅡㅡ!? 신기루......!?"

     

     이 이상 어울려줄 수 있겠냐고, 일단 후퇴다 후퇴.

     단지, 마지막으로 메시지만은 남겨둘까.

     

     "카산드라 씨,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답니다!"
     "!?"

     

     일단 급브레이크를 걸며 돌아본다.

     유성군이 만들어내는 파괴의 벽 너머로.

     나는......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면서, 뱃속 깊은 곳부터 외쳤다.

     

     

     "어디 두고 보자고요~~~~~~~~~!!"

     

     

    red moon 지금 것 전생한 뒤로 가장 악역영애다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〇101일째의악어 다시 말해 파프닐이 날뛰어서 아가씨가 인자 트리거로 루시퍼를 소환해서 시간을 벌고 어떻게든 때를 봐서 후퇴했다는 말인가

    〇바깥에서왔습니다 고질라 파이널 워즈의 줄거리 쪽이 훨씬 알기 쉬워

     

     

    전장으로 변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크게 돌아서 여관으로 향하는 산길을 걷고 있는 나는, 채팅란과 현재 상황을 확인하였다.

    모두 무사하다. 뭐, 마지막에 카산드라 씨의 추격에 당해버릴 타이밍이 있었지만...... 그건 어떻게든 되었다.

     

     "아몬 선생님...... 고맙사와요.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는데 도와주셨네요."
     "신경 쓰지 마. 학생을 지키는 건 교사의 역할...... 이라고 잘난 듯이 말할 수도 없으려나."

     약간 낙담한 기색의 남자가 한 명 늘어났다.

     세계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서야 상황을 확인했다는 그는, 우리의 화속성 교사이며 위대한 악마인 아몬 선생이다.

     

     "미안하다. 이몸이...... 이렇게나 치명적인 순간 함께 할 수 없었다니."
     "그런, 당신이 안 계셨더라면, 정말로 위험했답니다."

     그의 공헌은 크다. 너무 크다.

     후퇴는 제때에 맞을지 의심스러웠다. 그걸 확정시킨 것은, 그의 마법이었다.

     화염을 조종해 발생시킨 신기루. 평상시의 카산드라 씨한테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루시퍼가 현현한 극한 상황에서는 공을 세웠다.

     

     "......그래서, 말이다."
     "네."

     탈진한 모습으로, 모두 묵묵히 걷고 있다.

     의식을 되찾은 로이와 지크프리트 씨는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두 사람은 진짜로 죽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낙담해 있다.

     하지만, 후열에서 걷던 나와 아몬 선생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왜 저 녀석은 또 현현하는 거냐......!"
     "아니......잘 모르겠사와요......"

     가장 뒤에 있는 것은, 몸의 절반 정도가 빛의 입자로 녹아들고 있는 루시퍼였다.

     너 왜 아직도 있냐면서 냉담한 눈을 향하지만, 그는 괜스레 가슴을 편다.

     

     "아, 마리안느. 추격자는 없다. 뿌리친 거겠지."
     "......그건, 좋은 일이지만, 저기......"

     "그리고, 조금 물어보고 싶은 일도 있다."
     "......뭔데요."
     "이 록맨 제로라는 게임, 너무 어렵지 않은가!?"
     "이 타이밍에 그걸 묻는 신경이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이 녀석 한 손에 게임보이 어드밴스 들고 있어!

     어디서 산 거야!

     

     "훗, 그리 놀라지 마라 마리안느. 나는 어느 정도 구조를 이해하면 마력을 짜내서 물질을 재현할 수도 있지. 지옥에서 등신대의 널 만드는데 힘썼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네 사고방식을 복사하는 건 어려워서 단념했지만."

     "극혐. 극혐......무리. 진짜 무리. 구해준 것을 감안해도 무리네요. 네 무리!"

     "내 거처로 온다면 PS4는 물론, PS5까지 있다만."
     "....................................."
     "피스라운드 양!?"

     앗차, 진짜로 마음 흔들렸다.

     

     "그보다 루시퍼, 그래서 왜 당신은 아직도 현현하고 있는지가 궁금한데요."
     "아, 그건 네게 전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루시퍼는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시공의 틈새에 넣고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알겠는가, 마리안느. 세계를 멸망시키는 무대장치에 불과한 내가...... 지금은 이렇게 게임을 즐긴다는 의미를."
     "......전에도 말씀하셨던 거네요. 단순히 멸망을 약속하는 것만이 아닌, 그 앞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죠. 문화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것을 중시한다면서요. 파프닐은 그다지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요."
     "그래, 그렇다. 그리고 나도 예전에는 저랬었다. 하지만......변했다.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만이 아닌, 게임과 만화를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요?"
     "너도 그럴 것이다, 마리안느. 증오만이 너의 전부는 아닐 터."

     조용한 음성이었다.

     어느새 앞서가던 린네 일행도 걸음을 멈추고서, 대악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만일, 네가 정말로 증오만 남게 되었다면, 그때 다시금 세계를 소각시켜주마. 하지만ㅡㅡ그렇지 않았다. 마리안느, 내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라. 너는 앞서, 확실히 증오만 들어찬 존재가 아니었다."
     ".........."
     "그래서 그 순간 그만두었다. 나의 손으로 가져올 파괴와 멸망은, 지금 바로 이루어야 하는 일이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도중에 그만둘 의리는 없다. 그걸 그만두게 한 것은, 네 마음속에 불꽃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

     완전히 마음이 꺾여있었다. 지금도 딱히 극적으로 부활한 것은 아냐.

     하지만ㅡㅡ

     

     "......읏?"

     고개를 돌려 로이를 응시하자, 그는 무슨 일인가 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당황하는 모양이다. 흥, 말로 설명해줄 의리는 없네요.

     

     "그러니 마리안느. 너의 대답을 보여줘라. 네가 드높게 부르는 승리의 함성이 좋다. 네가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모습이 좋다. 그러니...... 네가 아직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네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맙, 습니다. 관대하시네요......"
     "당연하지. 하지만 나의 어젠다에 흔들림은 없다. 팩트 베이스를 가슴에 새겨두면서도, 컨센서스를 얻도록 노력 하마."
     "그 어조가 되지만 않았다면 좋은 이야기였는데."

     "진짜 좀 조용히 해주실래요?"

     마침 그때, 루시퍼의 몸이 붕괴하는 속도가 늘어났다.

     아무래도 기한이 다 된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충고하자, 마리안느. [미티어]로는 [프룩투스]를 못 이긴다."
     ".............."
     "하지만, 금주란 그것 자체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보유자가 필요하다. 승산을 찾는다면 그 점이겠지."

     "허튼소리를. 아니, 아니요! 그거 좋아요!"

     무너져가는 루시퍼를 바라보면서, 나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럼 증명해드리죠! 최강은 저의 [미티어]라는 것을!"
     "훗...... 기대하고 있으마, 너의 해답을......"

     

     대악마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서, 드디어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〇찔러용 후우……이야~ 해수욕 편 재밌었네요

    〇제3의성별 멋대로 끝내지 마

    〇적절한개미지옥 이 정도까지 루시퍼가 마음에 들어 하다니 대단해...... 혹시 여성향 게임의 재능'은' 있는 거 아냐......?

     

     

     '은' 은 사족이라고. 그 외에도 재능으로 흘러넘친단 말이야.

     그건 어쨌건.

     ......어찌저찌해도, 도와주었다. 도움받았다. 빚이 생겨버렸구나.

     

     

    찔러용 정말로 큰 빚이 생겨버렸네

    〇바깥에서왔습니다 맞아. 숨겨진 보스라는 걸 잊을 것 같다니까

    〇찔러용 이야~ 루시 님의 신규 그림과 보이스 덕분에 아가씨한테 크나큰 빚이 생겼어. 몇 초는 실신했었으니, 다음에 동지한테 데이터 보내서 기절시켜줘야지~

    〇일본대표 2차 재해를 일으키고 있잖아.

     

     

     무서워.......

     뭐, 오타쿠란 저런 법이지. 확실히 최애 캐릭의 수영복이 갑자기 업데이트되는 것만으로도 발광할 텐데, 최애가 스토리의 중추로 팍팍 나와버리면 그야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도 남는걸.

     

     "......마리안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여관으로 돌아가서, 태세를 정비하겠사와요. 아마 왕도 쪽에서도 정보가 와 있겠죠. 상황을 파악한 뒤, 이쪽도 제대로 대책을 짜서 복수하겠사와요."

     유트의 말에, 일단의 방침을 전했다.

     복수라는 말을 듣자,

     모두가 적지 않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응? 뭔데. 뭔가 별난 말이라도 했나?

     

     "저기, 마리안느 양. 그건 다시 말해......"
     "네. 이건 변명할 수 없는 패주랍니다."
     "...... 노, 놀라워. 받아들이는 거야?"

     

     린디의 물음에 대해.

     나는 스읍~~~~~~~~~~~~~~~~~~~~~하고 숨을 들이마시고는.

     

     

     

     "저언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답니다!"

     

     

     

     파닥파닥~! 하며 근처의 나무에서 새가 도망칠 정도로 외쳤다.

     

     

    〇육변기 그렇겠지~

    〇타로 알고 있었다

    〇우주의기원 패배를 받아들일 바에야 죽을 것 같고, 죽어서 복수할 수 없을 정도라면 주저 않고 도망칠 여자

     

     

     "초반부터 정신 공격으로 이쪽에 디버프를 걸다니 금주 보유자로서 부끄러운 짓 아니겠어요!!  아~~~~~~ 진짜 떠올렸더니 진짜 열받아!! 머리에 물이 끼얹어져도 스틱에서 손을 떼서는 안 되는 법인데!"

     "시, 시끄러......"

     귀를 틀어막으며 신음하는 유트를 무시하면서.

     나는 휙 하고, 앞서 전장이 되었던 관광지 방향을 노려보았다.

     지금은 이미 없겠지만, 관계없어.

     

     "두고 보자, 라는 말은 진짜랍니다......! 이 굴욕은 10배, 아니 100배로 돌려드리겠사와요......!!"

     그래 맞아. 넥타이 핀은, 카산드라 씨가 갖고 있다. 그걸 되찾기 전까지는 못 죽어. 죽을 수는 없어.

     마리안느 피스라운드는, 이제부터가 강하다.

     강하다면 강한 거라고.

     

     "로이! 지크프리트 씨! 다음 결전에서는 당신들의 힘도 필요하답니다! 여관에 돌아가서 자세~히 대화해보자고요!"
     "......그래, 알고 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방금 전부터 의기소침해있는 두 사람에게, 나는.

     

     

     "만일 이긴다면ㅡㅡ바아캉스를 계속 하자고요! 깔맞춤 알로하든 경주용 수영복이든 뭐든 입도록 하죠!"
     [!?!?!?!?!?!?]

     

     

     두 사람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온다.

     앗 이걸로 되는 거냐. 그보다 로이는 몰라도 지크프리트 씨조차 낚이는 거냐고. 쌓여있던 걸까.....?

     

     "뭐, 마리안느 너 그런 말을 간단히.....!"

     "뭔가요. 린디하고는 관계없잖아요."
     "마, 마리안느 양, 메이드 복은 어때요......!"
     "앗 유이 양하고는 관계있었네요."

     

     콧김을 내뿜으며 다가오는 유이 양을, 린디가 뒤에서 말린다.

     난처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유트와 로이가 진지한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절대 져서는 안 되겠어."
     "응...... 낙담할 때가 아냐. 나는 ,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청춘의 한 페이지처럼 되어버렸다.

     스스로 해놓고 말하기 뭣하지만, 이런 걸로 기운차리는 파티, 좀 싫어.

     

     "마리안느 양, 진정해. 고맙다, 충격 덕분에 눈이 뜨였다."
     "네, 그건 다행이네요."
     "여관으로 돌아가자마자 옷을 고르러ㅡㅡ방침을 확인하자."

     "지크프리트 씨? 뭔가 들렸는데요......"

     뭐, 어쨌든 부활했다면 다행이다.

     

     "피스라운드 양...... 저기, 뭐라고나 할까. 개성적인 동료가 많구만......"

     아몬 선생은 질렸다는 기색이다.

     

     "당신 상사에 비하면 나은 편이랍니다."
     "그런 말은 그만둬."

     나는 일격으로 선생을 논파한 뒤, 주먹을 쥐고 치켜들었다.

     

     

     "한번 패주 했다 해도, 마지막으로 이기면 된답니다! 하지만 아마도, 다음 패배는 절대 허락되지 않겠죠! 필승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부터 작전을 발령하겠사와요!"
     [..........!]

     "이름 하야ㅡㅡ [두근☆금주 투성이의 전쟁대회~미티어도 있어요!~] 랍니다!!"

     [..........!?]

     

     

     괴악한 작명 실력에 절규하는 일동을 이끌고서.

     나는 반격의 봉화를 올리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〇화성 이세계에서 통할 리가 없잖아 그 소재

    〇고행무리 아마 이거 순수하게 뜻을 몰라서 곤란해하는 거라 생각해

     

     

     제일 부끄러운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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