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7 탕연여정 겟 언더스탠드
    2022년 11월 06일 16시 02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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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고 카산드라 씨. 당신도 바아캉스를 하러 오셨나요."
     "바캉스로 온 것은 아니지만...... 뭐, 절반은 관광도 있으려나."
     "논논. 바아 캉 스, 랍니다."

     "그래요. 저도 바아캉스 때문에 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온천에 둘이서 몸을 담그면서 미소를 나눈다.

     그녀의 말로는 이곳은 카산드라 씨가 전세 낸, 해변학교와는 다른 자리의 노천탕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나, 여관에서 미아가 되었던 모양이다.

     뭐 결과론 결과론. 결과적으로는 카산드라 씨와 만났으니 세이프.

     

     "마리안느는 학교의?"

     "네. 해변학교...... 다시 말해 바아캉스랍니다."
     "후훗. 학업을 태만히 하면 안 되지만, 당신한테는 그런 지적을 할 필요가 없겠네요."
     "당연하지요!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쌓아 올릴 수 있는 건 제대로 쌓아 올려야 하는 법!"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산드라 씨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당연하다. 그녀도 나도 타월을 몸에 두르고 있지 않다. 온천의 투명도가 낮아서 보이지 않을뿐이지, 옆에 알몸의 여성이 있는 것이다.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태어나서 첫 혼욕이라니......! 아니 혼욕은 아니지만! 그래도!

     

     "왜 그래요?"

     "아, 아뇨......"

     머뭇거리면서, 욕조에 코까지 머리를 담가 부글부글 거품을 낸다.

     

     "그러고 보니 이 여관, 보일러에 화속성 8절 영창 마법을 부여했다고 들었어요.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이지만...... 전에 얘기했던 레벨바이트 가문의 신마법이 성립된다면, 이쪽도 크게 변화할 것 같아요."
     "네. 그렇사와요."
     "본래의 용도인 연료의 운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보일러에 대한 부여 등을 테스트하면서 진행하는 형태가 될까요. 당신은 이 나라에서 레벨바이트 가문과 얘기할 기회가 없었나요? 모처럼이니 그쪽도 알아보고 싶거든요."
     "그건......좀......."

     전혀 대화에 집중할 수 없어!

     방금 전부터 흘끗흘끗 시선이 빨려 든다.

     아니.

     아니 뭐, 그러고 보면 나도 그렇긴 하지만.

     

     가슴 짱커~~~~~~~~~~~~~~~~~!!

     

     욕조에 둥둥 떠 있다! 떠 있다고!

     이것이 부력의 실험입니까, 저에 못지않게......!

     

     "......아니, 이야기 듣고 있지 않죠. 너무 뻔히 쳐다보네요."

     "앗 죄송합니다."

     앗차 들켜버렸다.

     카산드라 씨는 딱히 얼굴을 붉히지는 않고, "떽." 하면서 내 코를 검지 손가락으로 튕겼다.

     귀까지 엄청 뜨겁다. 온천에 들어간 탓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그대로 스윽 다가와서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후훗...... 제 몸을...... 만져보고 싶은 걸까요?"

     "네."
     "앗 바로 대답하네요."

     그야 당연.

     ......이거 어쩌면 만질 수 있게 해주는 걸까.

     되나? 도게자라도 하면 기회가 있으려나? 

     

     "정말. 제 몸을 만져봤자 아무것도 안 나올 텐데요."
     "있다고 한다면?"

     "......그,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 얼굴을 마주 한지 두 번째인데요?"
     "하지만, 그래도......!?"
    "아 이거 억지로 밀어붙이려 하는 거네요."

     약혼남의 매직 워드를 써보니, 카산드라 씨는 제정신을 되찾고 스윽 물러났다.

     젠장!

     로이, 너 진짜 무능해!!

     

     

     

     

     

     

     

     

     

     조금 시간이 지나자, 뭐 그럭저럭 긴장은 풀렸다.

     대놓고 보는 건 아직 주저되지만, 카산드라 씨와 둘이서 나란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소를 나눈다.

     편하게 대화한다기에는 소중한 시간.

     전부터 알고 지낸 듯하지만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찬 시간.

     

     "제일의 경기회에서는 진 적이 없다고요!? 이거 좋은 승부가 되겠사와요!"
     "후훗, 즉시 참전을 선언했네요. 하지만 국적이 다르면 나갈 수 없는걸요......?"
     "안심하시길. 저, 국왕과 연줄이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는 안심과 가장 동떨어진 발언이네요."

     

     별것 아닌 대화 도중, 흘끗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역시나 역전의 맹자. 역시나 건물.

     대화 도중에 느끼고는 있었지만, 제일 황국은 아무래도 폐쇄된 나라인 모양이다. 그녀의 이름을 듣지 못했고, 내 일에 대해서도 정말 풍문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대륙 끝까지 내 이름을 떨치게 해야.

     

     "참전은 그렇고, 교류 시합조차도 없었네요.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요."
     "같은 의견이지만...... 무리겠네요. 우리나라는 그런 일은 안 할 거라 생각해요."
     "그런가요. 하지만 언젠가는 들러보고 싶사와요. 낯선 토지, 낯선 전사. 저의 힘을 시험할 절호의 자리잖아요."

     어깨를 돌리면서 말하자, 카산드라 씨는 미소를 지었다.

     

     "그 강직함, 저는 좋아해요."
     "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동질감이 느껴지네요. 강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그 엄격함. 이쪽 나라에서는 모두 진지하게 강해지려고 하는 모양이네요."

     ......이쪽 나라에서는, 이라.

     제일에서는 다르다는 말일까. 틀림없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제일 황국은 원작과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그럼 그 강함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도 질 수 없겠네요. 더욱 힘을 내야."
     "뭐, 그렇겠네요..... 저도 노력하고는 있지만, 카산드라 씨도 더욱 강해지고 싶다고 바라세요?"

     전의 찻집의 일도 그렇고, 제일 황국에서 무패였다는 것이 정말이라면 상당한 실력자일 것이다.

     금주를 쓰면 상대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나와 필적할 것으로 보인다.

     

     "네. 많이 희생해온걸요."
     "예?"

     

     그래서 그 말에, 잠시 반응할 수 없었다.

     

     "강해질 때, 희생은 따르는 법이잖아요?"

     ".........."

     쌓아 올릴 수 있는 것을, 쌓아 올린다.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ㅡㅡ다르다. 노천탕에 몸을 담갔음에도,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노력이 아니다.

     그녀는 희생이라고 말했다.

     

     "카산드라 씨는...... 쌓아 올린 희생만큼 강해진다고 생각하세요?"
     "절대라고는 말 못 하겠네요. 하지만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만 하는 때는, 반드시 있지요."

     

     신중하게 의견을 묻는다.

     생각보다 복잡한 가정이었으려나.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그 사고 회로는 꽤 위험하다고.

     여기선 친구로서 나서 줘야.

     

     "이해는, 된답니다. 저의 아버님이 그랬거든요."
     "......당신의, 아버님."
     "네. 유명한 분인데요...... 맥라렌 피스라운드. 왕국 최고의 수재. 현재 우리나라의 마법 체계는 아버님이 9할을 만들었다고 해도 될 거예요."

     "대단한 분이시네요."
     "아버지로서는 실격이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 참관으로 왔을 때는 기겁했다. 식사를 함께 한 것도 얼마만인지.

     이것은 객관적인 평가다. 그 사람들은, 부모로서의 역할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만일 전생의 기억이 없었더라면 꽤 불량소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희생시키고 싶어서 희생시키는 일은, 분명 아버님도 없었을 거랍니다."
     ".......네. 그건 물론이에요. 저도 좋아서 버린 게 아닌걸요."

     카산드라 씨는, 뜨거운 물을 손으로 퍼올렸다.

     양손의 수면에는 달이 비치고 있다.

     

     흔들리는 그것은, 어차피 허상에 불과하다.

     그녀의 손에서 물이 흘러내림과 동시에, 모습이 일그러지다가 끝내는 사라지고 만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카산드라 씨는 천천히 대사를 엮어나간다.

     

     "저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법을 써서 어떻게 할 건지."
     "......그래서요."
     "왜냐면 이런 것ㅡㅡ사람을 간단히 죽이게 될뿐이잖아요."
     "음, 뭐 그렇사와요."

     아무 생각 없이 맞장구를 쳤다.

     그랬더니, 카산드라 씨는 기세 좋게 이쪽을 돌아보았다.

     

     "네......?"

     "어? 아뇨, 왜냐면 마법을 수련해봤자, 사람을 적절한 속도와 적절한 소비로 죽이게 될뿐이잖아요."
     "그, 건."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도 믿고 있어요. 분명 이 힘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악인을 처벌한다는 건 조금 멋없는 표현이겠고, 예를 들어...... 마법에 꿈꾸는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는 있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나 개인의 주관에 불과하다.

     분명 어딘가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위해서만 발전해가는 마법에 절망한 사람. 혹은 실제로 마법에 상처 입고 상처 입힌 사람.

     생각해보면 아버님은 분명, 누구보다도 마법에 해박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마법의 잔혹함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분명, 저도 더욱 강해진다면 또 다른 것이 보이겠죠. 또다른 장벽을 만나겠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신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
     "뭐 저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있고 싶으니,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이겨낼뿐이지만...... 아버님도 언젠가는 제가 쓰러트리겠사와요."

     몸에 열이 올랐다 싶어서, 온천에서 일어나 가장자리의 바위에 걸터앉는다.

     다리만 첨벙 대며 물에 담근 자세.

     그러자 카산드라 씨도 일어나서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가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네요."
     "네.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ㅡㅡ"
     "아니요. ......고맙네요. 저도 같은 의견이에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요, 마리안느. 슬슬 나가볼게요. 전 이제부터 일이 있어서."
     "어머나, 이제 시작이었는데...... 바쁘신가 보네요."

     카산드라 씨는 달빛을 받으면서, 쓸쓸히 웃었다.

     

     "저기..... 반쯤은 여행, 이라고 말씀하셨죠. 무슨 볼일이 있는데요?"
     "네. 여행이라고 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일을 겸한 것도. 정말 중요한 일...... 이지만, 지금은 딱히 상관없으려나요."

     문득 자신의 손에, 따스함을 느꼈다.

     길냥이라도 올라탔나 싶었더니, 카산드라 씨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오른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

     "저,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었어요."

     가까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내 손에, 그녀의 그것을 포기면서의 발언.

     완전히 내 얼굴이 익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고민했거든요. 마법을 어떻게 사용할지. 이 사용법은 정말로 올바른지에 대해서."
     "......그건."
     "결정하는 건 자기자신이잖아요? ......후훗. 뿌리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상냥한 사람이네요."
     "과장이랍니다. 무책임한 발언이었잖아요."
     "무책임하다는 걸 자각한다는 뜻은, 한없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도 될 텐데요?"

     

     꺄 받아칠 수 없어!

     왠지...... 창피해! 부끄러워!

     

     "뭐...... 희생을 감수해도, 그만큼 강해진다는 보증은 없다는 것만 말해둘게요."
     "명심할게요. 희생에 걸맞은 결과는 당사자가 낼 수밖에 없으니."

     왠지 전해지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 이거.

     하지만, 나도 상응하는 희생을 쌓아온 느낌은 있다. 가볍게 부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하늘을 바라보며 벽안에 달을 비치게 하는, 카산드라 씨의 저 옆얼굴.

     

     "마리안느는, 이후로도...... 희생을 감수할 각오는 있나요."
     "......희생, 인가요."

     희생.

     강해지기 위한 희생.

     아아 그래ㅡㅡ나는 단지, 추방당하는 악역영애에 걸맞은 강함을 원했었다.

     그럼 분명.

     카산드라 씨 쪽이 훨씬 진지하게 강함을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슬슬 시간이네요. 죄송하지만....... 대답은 나중에 듣겠어요."

     

     그 말은 계속 마음에 남았다.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또 만날 거라 느껴졌다.

     

     "그럼, 또 봐요, 마리안느."
     "......네. 또 만나도록 해요, 카산드라 씨."

     마지막 물음에 답하지 못한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우리들은 미소를 나누며, 작별했다.

     

     ㅡㅡ다음에 그녀와 만났을 땐, 제대로 대답해야지.

     

     

     

     

     

     

     

     

     당분간 혼자 노천탕을 즐긴 뒤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창가의 의자에 낮은 린디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맞이했다.

     

     "오래 있었네?"
     "극상의 욕조였답니다."
     "흐음~ 그래서, 넌 어디 간 거야? 네가 없어서 유이가 죽었거든."
     "미아가 되어 개인용 욕조에 들어갔사와요......네? 죽었다뇨?"
     

     주위를 둘러보니 유이 양이 이불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며 중얼대고 있다.

     

     "자자 유이. 내일도 목욕할 수 있으니, 기운 내."
     "저는 내일의 목욕이 두려워졌는데요!?"

     욕조에서 뭐할 셈이냐 이 여자.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러고 보니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떠올리고는 방송화면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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