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부-5 도중교환 데이브레이크
    2022년 11월 06일 03시 33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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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립마법학교 1학년이 해변 학교로 출발하기 전날 밤.

     이 나라를 짊어지고 있는 국왕 아서는, 왕으로서의 일을 끝내고는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후우....... 병행해서 찾고는 있지만, 녀석은 안 보이는군)

     

     남몰래 헌병단을 움직여 찾고 있는, 옛 전우.

     피스라운드 가문의 당주 및 미리온아크 가문의 당주와 함께, 제1왕자 아서 직할의 부대에서 이름을 떨쳤던 영걸 중 한 명.

     지금은 멸망한 하인차라투스 왕국과는 반대 측 인접국과의 전쟁에 막을 내린 영웅적 존재이면서, 전쟁 종결 후 곧장 행방이 묘연해진, 전우이면서도 학우.

     

     (어디에 있지......)

     

     친구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찾아다니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아서는 침실의 문을 열었다.

     

     "ㅡㅡㅡㅡ!?"

     방에는 선객이 있었다.

     암야에 녹아들 것만 같은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고, 애수를 띈 진홍색 눈을 창밖으로 향하는 남자.

     칠흑의 정장과 칠흑의 셔츠, 칠흑의 넥타이.

     루비가 박힌 실버 넥타이핀을 원포인트의 색으로 삼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섹시함마저 풍기는 미남.

     

     "맥라렌......!?"

     "아서. 인사하러 왔다."

     창가의 의자에 걸터앉은 맥라렌은, 테이블에 놓인 술병의 내용물을 잔에 따랐다.

     

     "어이 그거, 그대의 것이 아닐 텐데?"
     "신경쓰지 마."

     

     평소대로의 방자함에 탄식하며, 아서는 살짝 문을 닫았다.

     

     "오랜만이구먼. 보호자 참관에 왔다고는 들었네. 그리고 딸과 살육전을 벌인 일도."
     "그 정도로 마리안느는 안 죽어. 나와의 싸움에서 벽을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얻었지. 그녀는 이제 외톨이가 아냐."
     "흥. 외톨이로 두지 않는 건, 먼저 그대의 일이 아닌가?"
     "오우, 찔리는데. 하지만 내가 옆에 있다 한들......."

     딸의 앞에서는, 타인의 앞에서는 거의 감정을 보이지 않던 그는.

     국왕의 암에서 음울한 한숨을 쉬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힘없이 술잔을 들어서는 입에 흘려 넣는다. 머리의 안쪽이 뜨거워지면서 사고가 뿌옇게 되는 감각을, 맥라렌은 좋아했다.

     

     "내게 부모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면서."
     "그랬었지. 레이아...... 네 부인도 포함해, 인격이 괴멸해버렸으니 말일세. 하지만 그런데도 저런 야생마로 키운 것은 청천벽력 할 일 아닌가."
     "방금 전부터 계속 아픈 곳만 찌르기는. 그 애한테 뭐라고 당했어?"
     "물론, 험한 꼴을 당했고말고."

     

     껄껄 웃은 아서는, 맥라렌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르고서 한잔 마신다.

     그리고 분위기를 전환해 예리한 안광을 깃들이며, 전우의 새빨간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딸의 일은 알고 있나."
     "[미티어]의 일? 아니면 루시퍼의 인자가 새겨졌다는 일?"
     "뭣......!?"

     "오. 후자는 처음 들었나보네."

     지옥을 다스리는 대악마 루시퍼의 인자.

     다시 말해, 마리안느의 감정이 극한까지 어두워진다면 그 자리에서 루시퍼가 현현할 위험성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그건 문제없어. 마리안느를 고른 것은 기구한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림없이 인류한테는 플러스가 된다."
     "......그대의 말이라면 믿겠네만. 이쪽으로서도 대책은 개별적으로 해둬야겠구먼."
     "마음대로 해."

     긴 다리를 꼬고서, 맥라렌은 뚜렷하게 미소 지었다.

     

     "보호자 참관 말인데, 가서 다행이었다. 단 녀석은 평소대로더만."
     "훗...... 그 녀석, 남의 앞에서는 이름으로 불리기 싫어하니까."

     현 미리온아크 가문의 당주ㅡㅡ단 미리온아크는, 좋은 의미로 강직한 병사였다.

     기초를 소홀히 하지 않고, 항상 위를 향해 정진한 것만으로도 아서 일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자유자재로 전장을 유린하던 아서 일행과는 다르게, 견실하게 전황을 유리한 쪽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인접국과의 전쟁 말기에는 부상병으로서 보내는 바람에, 아서 일행의 운명이 치명적으로 왜곡되고 만 때 함께 하지 않았다.

     

     "초조해하는 모습은 걸작이었다. 아서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메이드복을 입혔다는 얘기를 꺼냈더니 눈에 띄게 당황하더라."
     "그대도 심술 맞군. 그거, 입히자고 말을 꺼낸 건 그대가 아니었나."
     "어이어이. 말을 꺼낸 건 그쪽이었잖아. 난 찬성했을 뿐이고."

     "거짓말은. 동죄다 동죄."

     

     술을 마시면서, 아서는 자신의 잔이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맞은편의 맥라렌은 놀리는 표정으로 이미 술병을 손에 들고 있다.

     

     "훗...... 늙었구만. 나라를 짊어졌으니, 그것도 그런가."
     "하하, 면목없구먼."
     "아니. 그게 아냐. 어조를 말하는 거라고."
     "이제 와서 그걸 신경 쓰는 겐가?"
     "학우가 늙으니 말을 쓰면 누구든 신경 쓰지 않겠어?"
     "단 녀석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네만......"
     "그 녀석은 그렇게 보여도, 우리들...... 우리들 중에서도 적응력이 제일 뛰어나니까."

     거기서 맥라렌은, 대화의 흐름을 끊고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창밖에는 밤하늘 밑에서 잠들어 있는 왕도의 광경이 펼쳐져 있다.

     

     "그 녀석은 그대로면 돼. 그대로 있었으면 해. 이건 내 고집이려나."
     "아니. 나도 그리 생각한다네."
     "그리고...... 이 나라도 이대로면 된다고 생각해. 난 좋다고. 같은 하늘 아래서 누구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게 제일이니까."

     "그, 렇긴 하네만."
     "넌 잘하고 있어, 아서."
     "............."

     어느 사이엔가 맥라렌의 잔이 비어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아서는 술병에 손을 뻗었다. 친구로서 오랜만에 대화했더니 피곤함을 잊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서로 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로, 예전에는 언제든 대화했었다.

     하지만 맥라렌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가 전환되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 같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국왕 아서."
     "................."

     술병으로 뻗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갈 곳을 잃어버린 그것은 방황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힘없이 테이블에 놓였다.

     맞은편의 붉은 눈동자에는 술기운이 안 보인다. 예전부터 술에 강했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뭔가를 느꼈다.

     

     "내일. 아니 날짜는 바뀌었나. 오늘부터 마리안느는 해안 학교에 가게 되겠지."
     "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겐가?"
     "맞아. 그리고 전하고 싶은 건 반대다.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내가 어떻게든 할게. 져버려서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뭘 할 셈인가."
     "큰일. 우리 세대의 빚을, 청산한다."

     맥라렌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깐. 어디로 가나."
     "제일 황국의 황녀의 이야기는 들었나?"
     ".......부대와 함께 동료를 학살한 뒤, 실종되었다고 하네만."
     "이 나라에 와 있어."

     "...... !"
     "금주 보유자다. 마리안느와 접촉하겠지. 아니 접촉할 생각이 없어도, 눈에 안 보이는 인력에 이끌려 반드시 만난다. 금주 보유자란 그런 법이니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아서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뭐, 잘 될지는 마리안느 따름인가. 내가 죽어도, 그녀라면 재주껏 해낼 거야."
     "......맥라렌. 빚이라는 것은 그 녀석의 일이겠지. 그 녀석은 내가."
     "안 돼."

     무거운 목소리였다. 방의 중력이 수십 배나 늘어난 것 같았다.

     

     

     "그 녀석은....... 그 녀석만은, 내가 막는다. 그때 끝내지 못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었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 손으로 끝장내야만 하는 거야."

     

     맥라렌. 이라고 다시 한번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고개도 안 돌리고 방문을 향해 걸어가서, 바닥을 기점으로 시공의 틈새를 열어 그 안으로 사라졌다.

     아서는 그의 등이 있었던 공간을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맞은편 자리를 바라보았다.

     비어버린 술잔은, 달빛을 받은 물방울이 한줄기 흘러내릴 뿐이었다. [각주:1]

     

     

     

     

     

     

     

     

     

     마차로 해변 학교에 간다고 들었을 때는 솔직히 학교가 돌았나 싶었다.

     학생이 100명이 넘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마차 하나마다 공간을 확장시키는 마법이 걸려있어서 1개 반 정도는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결국 이거 버스잖아.

     

     "잠깐 로이, 이거 6 가진 거 당신이죠."
     "안 가졌어."
     "아니 분명 당신이에요. 이런 심술궂은 짓을 하는 건 당신 뿐이에요."

     "안 가졌다고."

     한 반이 통째로 타버린 마차의 안.

     큰 흔들림도 없이 팔걸이도 딸린 푹신한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에서, 우리들은 테이블을 펼치고 트럼프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〇독수리안티 너, 너무 못해……

    〇적절한개미지옥 이런 게임에서도 지기 싫어하는 건 좀 그래. 제대로 포기하라고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열받았어! 반드시 한판 이긴다! 이기기...... 위해서는....... 하트 6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너 말이야! 손패 안에서 하트가 대부분 갖춰졌거든! 하지만 6도 8도 없는 거야! 악몽이냐고!

     

     "알겠으니 빨랑 하트 6을 내놓으세요!"
     "내가 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
     "모두가 그렇게 말했사와요! 너는 소설가가 될 거라는 둥, 알리바이는 완벽하다는 둥, 밝지 않는 밤은 없다는 둥......!"
     "꽤 멋진 범인이 섞여있었네요!?"

     옆의 유이 양이 경악의 소리를 낸다.

     그녀도 손패가 1장만 남아있어서,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내 손패. 한 손으로 다 들 수 없지만.

     

     "알겠으니 다음은 미리온아크야."
     "어어, 미안."

     린디의 재촉으로, 로이가 시선을 내게서 테이블로 되돌린다.

     나의 맞은편에 앉은 그는, 바닥을 바라보는 것처럼 앞으로 숙이다가, 그때 손패를 한 장 떨어트렸다. 하트 6이었다.

     

     "앗."
     "저것 봐요! 이 너구리! 여우! 까마귀!"
     "동물만 얘기하는 거 의미가 있는 거냐고......?"

     대각선에 앉은 유트가 물어보았다.

     의미가 있겠냐고. 놀릴 때 의미는 불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상대를 열받게 하는 파괴력이다.

     

     "하하핫, 학생들 사이에선 이런 게임이 유행하는군요. 어때요 대장, 룰을 배워서 기사단에 퍼트리는 건?"

     "친교를 다지기 위해서 유의미할지는 좀......"

     학생 나이가 아닌, 변성기가 끝난 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흘끗 바라보니 유트와 마찬가지로 마차에 탄 기사단 분들과, 그들을 이끄는 지크프리트 씨가 입구 쪽에 앉아있다.

     반의 학생들은 기사들을 흘끗거리며 보고 있다. 그렇다 해도 적대적인 시선은 아니다. 얼굴이 반반한까, 이 녀석들. 여름이라 붕 뜬 거다. 정말이지 학생의 본분을 떠올려.

     

     "어이, 다음은 마리안느라고."
     "아아 네, 실례...... 아니 아아아아직도 내놓을 것이 없사와요!!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아.....하아.....미티어!!"

     "어째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너무나도 불평을 내뱉고 싶었기에 해서는 안될 말을 외치고 말았다.

     혼란에 빠진 나를 보다 못했는지, 지크프리트 씨가 슬쩍 다가와서는 로이한테 말을 걸었다.

     

     "미리온아크 군. 저기, 마리안느 양은 이런 게임을 잘 못하나?"
     "예, 죽을 정도로 못하지요. 하지만 트럼프를 하고 싶다며 말을 꺼낸 건 그녀였으니."
     "미, 민폐로군..... 보드게임류 전반을 못하는가?"
     "체스는 비교적 나은 편입니다. 자주 했거든요. 500판 넘게 했으려나."

     린디가 작은 목소리로 [또 자랑하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틈만 나면 자랑. 기본이지.

     

     "호오, 전적은?"
     "500번 정도 국면을 뒤집었습니다."

     로이의 말에, 지크프리트 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 판세를 뒤집다인가. 너무 난폭하지 않은가?"
     "아뇨. 저와 마리안느의 자리를 바꾼 겁니다."

     "승부욕이 지나치지 않은가......!?"

     "뭐 그 상황에서 매번 제가 이겼지만요."

     "승률이 너무 낮지 않은가......!?"

     시끄러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랍니다!!

     손패를 아무리 노려보아도 현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탄식을 하며 기사단 분들에게로 눈을 돌린다.

     수영복 갖고 왔을까. 그렇긴 해도 현실은 실내용 경장비지만.

     그리고, 뭐라고나 할까.

     

     "......오늘은 기사단 분들이 평소보다 온순하다고나 할까. 왠지 조용하네요?"

     

     내 지적에, 지크프리트 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기사단의 풍기가 문란하지 않냐는 민원이 와서 말이다."

     헐. 재밌어 보이는 화제네.

     무심코 다과회 때 얼굴을 익혔던 지크프리트 씨의 부하한테 물어본다.

     

     "어머나. 거친 기사분이 계셨나 보네요. 누군가가 학생을 상대로 문제라도?"

     "하핫. 놀리지 마십시오 피스라운드 양. 학생을 상대로 딴마음을 먹어서는, 기사를 해나갈 수 없습니다."
     "물론 그래야죠. 농담이었답니다."

     아하하, 오호호, 라며 우리들은 그 기사 분과 웃었다.

     뭐 갑옷에 욕정해도 기사는 해나갈 수 있는 모양이니 수상쩍긴 해도.

     

     "..........!!"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마차의 천장을 바라보던 지크프리트 씨가 기세 좋게 자신의 건틀릿에 자신의 이마를 부딪히게 했다.

     

     "지, 지크프리트 공?"

     "어이어이, 괜찮아?"

     

     로이와 유트가 걱정하는 소리를 낸다.

     적발의 기사는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정말. 딴마음은 품지 않았다......"

     "아, 예. 저기...... 그래서, 물어볼 것은요?"

     

     왠지 망가진 듯해서, 얼굴을 아는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안경을 쓴 그는, 분명 지크프리트 씨의 오른팔인 부중대장이었을 터.

     그는 약간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여태까지와 하는 일은 변함없지만...... 이건 변명이겠군요. 비번 때 밤에 마을로 나가 놀다가 돌아오던 길에 취한 기색의 기사가 걷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뭐, 지금 저희 본거지는 마법학교의 영빈관이니까요. 다시 말해 발견한 곳이 통학로였습니다."

     아아, 알겠다.

     기사는 질서의 상징이니, 쉴 때라고는 해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학생이 평소에 쓰는 통학로에서.

     사람이나 그냥 마음대로 하게 냅두자는 생각은 들지만서도.

     

     

    〇일본대표 경관이 편의점에 들러서 혼나는 것 같잖아

    〇101일째의악어 음~ 자경단! ㅋ

     

     

     "지크프리트 대장이 선발한 우리 부대는, 기사단 중에서도 개성적인 멤버가 모였는데 그중에서도 밤놀이를 잘하는 인원이 많습니다."
     "그래. 나와는 다르게."

     가만히 있던 지크프리트 씨가, 피를 닦아 후련해진 기색으로 복귀했다.

     흐음~

     

     

     

     밤놀이에 자신 있다는 말인가요. 마음에 안 드네요......!

     

     

    〇바깥에서왔습니다 동정 특유의 버릇이라고

     

     

     

     너 싸대기 날린다.

     하지만 밤놀이에 뛰어난 남자라고 듣고, 반의 여자들이 향하는 시선이 싸늘한 것으로 바뀌었다.

     유이 양과 린디도 흘쩍 나한테 다가와 있다.

     

     "정말이지...... 그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바뀌었다면, 주의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사와요."
     "음, 면목없다. 내가 제대로 지도해야만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잼병이라서."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나서보죠."
     "그건 좀."
     "도와주겠다는데도 거절해요?"

     "분명 좋지 않은 일을 하겠지. 그런 얼굴이었다."

     째려보는 지크프리트 씨의 시선을 받아 흘리며.

     크흠 하며 헛시침을 하며 목의 상태를 확인한 뒤.

     긴 다리를 우아하게 꼬며 무릎에 턱을 괴고는.

     

     

     "히양♥ 아앙 안 돼요♥ 앙♥ 좀 더 천천히...... 앗♥앗♥아앗♥"

     [...........!?]

     

     

     나는 완전 진지한 표정으로 교성을 내었다.

     

     

    〇고행무리 뭐야 뭐야?

    〇잠자리헌터 잠깐만

    〇무적 녹음한 녀석 있냐!? 있을 리가 없나!

    〇바깥에서 왔습니다 노 모션으로 그러는 거 그만둬

     

     

     마차에 있던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가끔 돌출된 지면을 밟아 수레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만이 덧없이 울려 퍼졌다.

     

     "한번 더?"

     ".......아니, 미안하다. 솔직히 방금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거든."
     "그건 그거대로 너무 충격이 크잖아요. 조금 충격이네요."

     지크프리트 씨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둘러보니 유이 양과 린디도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뻐끔거리더니, 고개를 숙이며 두 다리를 모을뿐이었다.

     유트는 목부터 위 전체에서 수증기를 내고 있다. 완전히 오버히트한 모양이네.

     

     "다시 말해, 여성은 쾌락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교성을 낼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지."
     "보세요."
     "......?"

     내가 손가락으로 갈킨 곳.

     기사들 태반이,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찌푸리면서, 고뇌의 목소리를 내며 필사적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모두들, [그때의 그것은 설마......]라고 생각하는 거랍니다."
     "너희들......!"

     지크프리트 씨는 어이없다는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반성할 기회는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기, 소녀가 그런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어라? 학생을 상대로 묘한 마음을 품어서는 기사를 해나갈 수 없다면서요?"

     ".........."

     

     장신의, 내가 아는 최고의 기사는, 표정을 모두 없앴다.

     그리고 고개를 쑤욱 내려서 내 귓가에서 속삭였다.

     

     "난 기사이기 전에 남자인데?"
     "~~~~~~~~~~~~으읏."

     ASMR인가?

     약간 아랫배가 두근거렸다.

     

     

    〇고행무리 아가씨, 생각해보면 원래 남자였지만 이젠 완전히 여자네

    〇TS에일가견 남성 멘탈의 잔해를 재주껏 재활용한 여성이라는 느낌. 이건 이거대로 [가능]

    〇무적 어......임신했다......

    〇일본대표 꿈 깨

     

     

     신체적으로는 여자의 상황으로 계속 살아왔으니, 정신도 그에 따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그보다 지금의 대사는 조금 대단해. 대단했어. 깜짝 놀랐다. 귀가 임신하나 싶었다.

     이런 육식계 대사를 말하다니, 설마 이 사람 나를ㅡㅡ

     

     "하지만, 기사는 인간이다...... 인간이란 암수가 나뉘지. 시간 상의 문제로, 남과 여, 혹은 어느 쪽도 아닌 성 정체성을 가지는 쪽이 기사보다 앞서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간은 직업과는 다른 영역에서 성적 욕망을 지닌다. 조금 전 우리 부대장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다 해서 성인 남성을 놀리는 건 좋지 않다."

     아니 이거 추근덕대는 게 아니라 설교였잖아.

     

     "봐라. 타가하라 양과 하트세츄아 양도 질린 기색이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유이, 뭐라고 말좀 해봐 유이."
     "마리안느 양, 지금 것을 다시 한번......"
     "유이!?"
     "그녀들은 안 되겠다."

     

     지크프리트 씨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동성친구를 떠올려 봐. 그 아이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 어떻게 생각할 거지?"
     "으으음......"

     그렇게는 말해도, 난 친구가 적은데.

     음.

     

     

     [어머나, 마리안느. 저의 야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요? 후후후...... 못된 아이]

     

     

     "풋......!?"
     "우왓 갑자기 코피 뿜지 마! 무슨 상상을 한 거냐 넌!"

     코에서 분수처럼 선혈이 흘러나오자, 서둘러 지크프리트 씨가 피를 닦아주었다.

     

     "과, 과연 이건 심장에 나빠보이네요......!"
     "아니 그런 방향으로 말한 것은...... 뭐 됐다."

     

     어찌저찌해서 잘 수습된 그때였다.

     공간은 확장되었지만, 바깥에 보이는 경치는 평소대로.

     산길을 달리던 풍경이 단번에 탁 트인 순간을, 우연하게도 목격했다.

     

     "어머ㅡㅡ바다네요!"

     환희의 목소리를 내며, 오션 뷰를 감상한다.

     창문은 좁았지만, 광대한 대해원이 마차 바깥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바다랍니다 로이!"

     ".........."
     "잠깐 듣고 있어요 로이!? 바다가 보인다고요!"

     바깥을 바라보면서 맞은편 귀공자의 어깨를 흔들지만 반응이 없다.

     어라? 싶어 고개를 향하자.

     옆의 로이는, 콧구멍에서 폭포처럼 피를 흘리며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이미 전체적으로 흑백이 되어버린 얼굴이었다.

     

     

     바다에 도착했다 싶더니, 약혼남이 시체가 되어버렸사와요. 예이.

     

     

    〇일본대표 뭐?

    red moon 말하지 마 죽인다

    〇찔러용 평생 고생해라

    〇우주의기원 같은 입에서 에로 목소리와 아재 개그를 내뱉지 마

     

     

     네, 죄송합니다......

     

     

    〇무적 방금 전 지크프리트 씨의 음성 녹음하신 분? 부르는 대로 삽니다

    〇잠자리헌터 아니 그거 녹음은 무리인 게......

    〇무적 죄송합니다

    〇무적 부탁합니다

    〇제3의성별 우와

    〇무적 제발

    〇무적 누구 없나요

    〇무적 부탁입니다, 제발. 신발도 핥아드립니다

     

     

     

     이건 못 보겠다......

     슬퍼져서, 로이한테 회복마법을 걸며 방송화면을 닫았다.

     때를 봐서, 내가 부탁으로 녹음할 수 있는 타이밍에 말하게 해 줄까 생각했다.

     

     나도 다시 한번 듣고 싶으니까!


     

    1. 아서의 심정을 대변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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