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3 온천으로(3)
    2022년 10월 24일 16시 54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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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91/

     

     

     

     우리들은 온천을 만끽한 다음, 방에서 푹 쉬었다.

     

     나는 속옷 차림이 되어 서늘한 시트에 몸을 파묻고 있다. 세리니안은 뭔가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오늘은 휴일이니 내 마음대로 지내게 할 거다. 그녀의 충언도 오늘은 쉬는 날이다.

     

     "바깥 세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네요."

     

     문득 하리사가 창문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본 적 없는 넓찍한 온천. 끝이 안 보이는 바다. 그 바다를 오가는 커다란 배. 엘프의 숲에 있었다면 한평생 볼일이 없었던 거네요. 리나토한테도 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라이사는 멍하니 읊조리면서,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다.

     

     "라이사. 리나토도 세상을 보고 있다. 네 눈을 통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저만 세상을 보고 리나토가 못 보는 건 너무 불쌍하니까요."

     작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돼. 아직 리나토가 곁에 있다고, 마음 한구석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건 잘못된 일이 아냐. 억지로 현실에 눈을 돌린 들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세리니안. 온천은 만끽했나?"
     "예. 왠지 몸이 풀린 느낌이 듭니다. 이거라면 다음 전투에서도 이길 것 같습니다!"

     세리니안은 싸우는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좋겠지.

     

     "예.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아가씨."

     앗차. 내 심정이 집합의식을 통해 세리니안한테 전해진 모양이다.

     

     "그래. 이후로도 잘 부탁해, 세리니안."

     나는 신뢰하는 내 기사에게 그렇게 대답하고서, 몸에서 온천의 열기가 식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온천을 즐긴 뒤에는 식사의 시간이다.

     

     온천여관이라고 한다면 회석요리겠지만, 이세계에 그런 것은 없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시는 메뉴를 골라주세요!"

     종업원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메뉴판과 찬물을 놓고 갔다.

     

     "흠. 여러 가지가 있어서...... 정말 고민되네......"

     메뉴판에는 맛있어 보이는 요리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어느 것이나 매력적이어서, 어느 걸 고를지 고민된다.

     

     "전 해산물 튀김 세트로 할게요!"

     라이사는 바로 메뉴를 정했다. 결단력 있구나.

     

     "저는 오늘의 추천 세트를."

     세리니안도 정해버렸다. 이런. 나만 정하지 못했어.

     

     그렇게 내가 초조해할 때, 신경 쓰이는 것이 보였다.

     

     "카레.......?"

     카레란 것은 그 카레일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매콤 달콤한 그 카레라이스를 말하는 걸까.

     

     "잠깐만."
     "네! 무슨 일인가요 손님!"

     

     내가 종업원을 부르자 다가온다.

     

     "이 카레라는 것은 쌀을 메인으로 하고, 매우면서도 걸쭉한 느낌의 소스를 끼얹은 요리가 맞나?"

     "네, 맞아요! 포트리오에서는 유명하지만, 이 근방에는 아는 손님이 드물죠. 손님은 포트리오에서 오셨나요?"

     "아니. 다른 장소에서다."

     카레.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나는 해산물 카레 세트로 하지."

     나는 참지 못하고 카레를 고르고 말았다. 모처럼 이국의 땅에 왔는데 일본과 같은 식사를 먹는 건 아까운 기분도 들지만, 이국의 카레는 이국의 맛이 있을지도 모르니 좋다고 치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종업원은 주문을 확인하더니, 재빨리 주방으로 향했다.

     

     "아가씨. 카레는 어떤 요리입니까?"
     "정말 맛있는 요리다, 세리니안. 나중에 조금 나눠줄게."

     카레. 카레. 카레라이스.

     

     "기다리셨습니다, 전채인 샐러드와 가다랑어 마리네입니다!"

     

     디너 코스는 전채부터 나오는 본격파 요리였다.

     

     전채가 나오고, 수프가 나온 다음에는 카레가 나올 차례다.

     

     "이쪽이 시푸드 카레입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오오, 카레다. 호박색 루가 쌀에 제대로 스며든 훌륭한 카레라이스다.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첫 한술을 떠서 입으로 옮겼다.

     

     조금 뜨거워서 후회했지만, 역시 카레의 맛이다. 약간 매워서 어머니의 카레와는 다르지만, 카레의 향신료가 잘 느껴지는 맛이다. 역시 카레는 최고야. 인류가 만들어낸 보물 중 하나다.

     

     "그, 그 정도입니까?"

     

     아. 내 심정이 또 세리니안한테 전해졌는지,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하며 카레를 바라보고 있다.

     

     "맛 좀 봐, 세리니안."

     나는 스푼으로 카레를 퍼서 세리니안의 입으로 옮겼다.

     

     "그, 그럼, 잘 먹겠습니다."

     세리니안은 향신료의 향기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지만, 내가 권하는 표정을 보고서는 입을 열고 카레라이스를 입에 넣었다.

     

     "이건......자극적이군요. 하지만 여왕 폐하께서 납득하시는 것도 이해가 가는 맛입니다. 저도 카레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내일 카레로 하면 돼."

     그래, 2박 3일이니 하루 만에 모두 체험하지 않아도 돼.

     

     "아가씨! 제 굴튀김을 나눠드릴 테니, 저한테도 카레를!"
     "그래그래. 라이사도 카레를 맛보도록 해. 이것도 바깥세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지."

     

     우리들 세 명은 제각각의 요리를 교환하면서 식사를 시작하여, 디저트로 나온 맛난 케이크로 입가심을 한 다음 식후의 커피를 끝으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온천에 가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온천을 진심으로 만끽했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아직 불안이 있다.

     

     닐나르 제국은 어떻게 움직일 셈일까 하는.

     

     나는 닐나르 제국 해군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지만, 그들도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상업연합에 상륙해 올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스웜을 파견하자.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은 닐나르 제국이 그레고리아의 유닛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와이번은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린트부름은 틀림없이 그레고리아의 유닛이다. 제국은 어떻게 그레고리아의 유닛을 사용하는 걸까.

     

     그렇다면, 베히모스와 드래곤에도 대비해야만 한다.

     

     다행히, 이제야 해금된 유닛은 린트부름한테도 유효한 유닛이다. 그러면서도 드레드노트 스웜처럼 굼뜬 걸음걸이가 아닌, 다른 유닛과 같이 행동할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닐나르 제국도 영웅 유닛을 보유했다면?

     

     게임 중 최강급이라 일컬어지는 그레고리아의 영웅 유닛 [용살의 게오르기우스]가 나온다면 우리들이 싸울 수 있을까. 세린안은 아직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기색이 없는데, 만일 게오르기우스가 최종 진화 형태로 나온다면 최악이다.

     

     "후우...... 생각할 일이 많네......"

     과제는 산더미만큼 있지만, 이번 온천여행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이걸로 당분간 힘낼 수 있어 보인다.

     

     온천을 권유한 라이사한테는 제대로 감사를 말해야겠다.

     

     그럼, 슬슬 자자.

     

     잘 자요.

     


     

     나는 눈을 떴다.

     

     아니, 이거 꿈이다.

     

     왜냐면, 내가 있는 곳은 일본에 있는 내 집이었으니까.

     

     "산달폰, 사마엘. 어느 쪽이야?"

     나는 이미 공간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진짜 내 방이 아니란 것을.

     

     "저예요, ㅡㅡㅡ씨."
     "산달폰이구나. 너라서 다행이야."

     나타난 흰 옷의 소녀가 말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마엘은 솔직히 대하기 껄끄럽다.

     

     "들려주세요. 그 세계의 일을 ㅡㅡㅡ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작스러운데, 산달폰. 하지만 어려운 질문이네."

     산달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애착도 있고, 부하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즐거워. 하지만 그곳에 내가 있어야 할 세계가 아님은 알고 있어. 나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그래서 뭐라 말하기 어려워."

     "솔직하네요, ㅡㅡㅡ씨는."

     내가 곤란해하며 대답하자, 산달폰이 부드럽게 웃는다.

     

     "하지만, 그게 좋을지도 몰라요. ㅡㅡㅡ씨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았죠. 때로는 냉혹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이유가 있어서 하는 일. 그래서 저는 당신을 그 세계에서 구해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한 산달폰은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무리예요. 사마엘이 그 세계에 뭔가를 해놓은 모양이라서, 어떤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 세계에서 나갈 수 없는 모양이에요."

     

     "뭔가의 조건만 달성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 왠지 게임 같은 이야기네."

     

     산달폰의 말에, 나는 심술 맞은 사마엘을 원망했다.

     

     "ㅡㅡㅡ씨는 정말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야 당연하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아파트야. 언젠가는 대학을 졸업해서 나가겠지만, 그때까지는 여기가 내 주거지."

     산달폰이 묻자, 나는 주저 없이 그리 대답했다.

     

     "그런가요.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산달폰은 왠지 슬퍼 보였다.

     

     "ㅡㅡㅡㅡ씨. 현재를 열심히 살아주세요. 구원은 있답니다. 반드시."

     산달폰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내 의식은 이미 어둠에 떨어지고 있었다.

     

     저 산달폰의 서글픈 시선은 뭘까?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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