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0 전승 축하연2022년 10월 24일 02시 47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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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동부상업연합이 닐나르 제국에 승리한 게 맞나 애매했지만, 동부상업연합 사람들은 승리를 축하하려는 모양이다.
이 소국이 난폭한 대국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지켜낸 것만으로도 승리라 해야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이 승리를 축하해도 될 듯한 기분이 든다. 고난 끝에 겨우 거머쥔 승리로서.
그렇게 전승 축하연이 열리는 흐름이 되었다.
연회가 열리는 곳은, 수도 하르하.
복구 도중인 그곳에서 전승연이 크게 열리게 되었다. 어느 건물이나 아직 불탄 그대로지만, 사람들은 천막으로 노점을 내고 화재를 피한 연합의회의 의사당을 주점으로 바꿔서 대대적으로 승리를 축하했다.
"저 노점의 꼬치구이, 맛있네요."
"너희들은 살찌지 않으니 마음껏 먹어서 좋겠네......"우리들은 폐허임에도 불구하고 시끌벅적한 하르하의 길거리를 걷고 있다.
"세리니안. 상처는 정말 괜찮은가?"
"예, 여왕 폐하. 문제없습니다."린트부름과의 전투로 부상을 입은 세리니안은 복원기로 회복되었지만, 정말로 회복됐는지 불안하다. 여기는 이미 게임의 세계가 아니니까.
"그보다 오늘은 승리를 축하해요. 우리가 닐나르 제국에 승리한 것을 성대하게 축하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그 나라에 한방 먹인 거니까, 이건 축하해야죠."
"그래. 그 나라에 한방 먹여주었다."
닐나르 제국은 그 후로 완전히 프리스 강의 맞은편으로 철수하여, 거기서 수비를 굳히고 있다. 그들로서도 강은 건널 수 없거나 어려운 상태라는 것으로, 임무는 달성되었다 할 수 있다.
갑작스레 우리한테 기습을 해서 하르하를 불태워버린 녀석들한테 나름대로의 보복을 해줬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닐나르 제국은 현재 구 마르크 왕국령을 병합하여 거대해지고 있으니까.
"그럼, 우리들도 먹고 마시고 놀아야죠!"
"그래. 스웜들도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았지만."
스웜은 일반 시민한테는 자극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하르하의 바깥에 있다. 그럼에도 전장에서의 은혜를 잊지 않은 콘라드의 용병단이 스웜들에게 사식을 넣어주고 있다. 상냥한 녀석들이다.
뭐, 우리가 즐기면 그 기쁨은 집합의식으로 모든 스웜에게 공유된다. 우리들만 즐거움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세리니안. 제일 열심히 했으니 뭔가 바라는 것은?"
"고기를 먹고 싶군요. 어쨌든 고기입니다."
세리니안은 정말 육식계 여자구나.
"그럼 먼저 저곳의 꼬치구이부터 먹자. 라이사도 먹고 싶어 했고."
"기대되네요."우리들은 꼬치구이와 튀김 등을 먹으면서, 전승 분위기에 취한 하르하의 길거리를 만끽했다. 오늘 섭취한 칼로리만으로도 1주일은 버틸 수 있어 보인다. 그만큼 살찔 거라 생각하니 여성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좋잖아. 오늘은 축하의 날이다.
"여어, 여왕 아가씨!"
그런 생각을 내가 하고 있자, 꽤나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콘라드. 의원들은 의사당에 모여서 식전을 하고 있다지? 출석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오늘 승리는 당신들 덕택이라고. 의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안 했고. 오늘 연회의 주연은 당신이다. 자, 와봐. 모두가 기다린다고."
"알았다. 조금 얼굴을 비치면 되는 거지?"
"글쎄. 의원들은 모두 당신 얼굴을 보고 싶어 하던데."
내가 묻자, 콘라드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짓는다.
"하아. 갈 수밖에 없나. 하지만 과한 환영은 그만둬. 난 결국 닐나르 제국의 승리한 게 아니니까."
"흠. 의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이번 전쟁에서 동부상업연합이 대국을 상대로 독립을 지켜냈다. 그게 승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정말 성가신 이야기다.
"그럼 의사당으로 갈까. 세리니안, 라이사. 함께 가자."
"예, 여왕 폐하."내가 말하자, 세리니안과 라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에스코트해드리죠, 아가씨들."
콘라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예절 바른 인사를 하고서, 세리머니가 열리고 있을 의사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의사당도 완전히 무사한 건 아닌가. 뭐, 그만큼 많은 와이번이 날아왔으니까."
의사당도 일부가 무너지고 석재는 그을려 있었다. 그럼에도 저 훌륭한 건물은 지금도 땅에 제대로 붙박여 있다. 이것이 승리의 상징이라는 것처럼.
"자자, 들어가 봐. 모두 기다린다고."
콘라드가 그렇게 말하며 재촉하자, 우리는 의사당으로 들어갔다. 이게 신사의 에스코트라니.
"여러분! 주목! 이번 승리의 주역인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 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의사당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우리 동부상업연합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워준 아라크네아는 든든한 동맹국이었습니다. 난폭한 닐나르 제국의 침략을 저지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라크네아와의 동맹이 성립되었기 때문이 틀림없습니다."
"동부상업연합 만세!"
"아라크네아 만세!"의사당의 상석에 앉아있는 여성이 그렇게 고하자, 의원들이 만세의 목소리를 낸다.
"닐나르 제국은 우리 땅에 침략하기를 100년은 주저할 거다. 아라크네아와 동부상업연합이 강한 동맹을 맺고 있는 동안은, 그들도 전혀 손쓸 수 없겠지. 녀석들이 어떠한 괴물을 가졌어도 우리는 그걸 이겨내니까!"
"맞아! 동부상업연합은 난폭한 대국에 결코 굴하지 않는다! 아라크네아와의 동맹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동부상업연합과 아라크네아에 영광 있으라!"
만세의 소리에 이어, 아라크네아와 동부상업연합의 동맹을 찬미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만둬. 난 나를 위해 싸웠을뿐이다. 너희 조국의 독립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싸울 때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 위대한 동맹자 아라크네아 만세!"
"연설을! 연설을!"
의사당은 열기에 휩싸였고, 내게 시선이 모였다.
이런 것은 잼병이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단상에 올랐다
"동부상업연합 여러분. 이번 동맹이 바로 유효히 작동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아니, 어느 의미에서는 유감이다. 가능하다면 동맹이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되었야 했다. 전쟁은 무서운 거니까."
그래.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게 최고다.
하지만 전쟁을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패배자한테는 명예도 목숨도 없다.
"우리들은 이후로도 함께 싸우기를 원하지만, 많이는 안 바란다. 우리는 이제부터 닐나르 제국을 향해 진군할 셈이다. 그 전쟁에 제군들을 휘말리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도와준다면 기쁠 것이다."
이번 전투에서는 많은 물자를 소모하고 수많은 병력을 잃었다. 보급이 필요하다.
"지금은 이번 승리를 축하하자. 이건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닐나르 제국의 침략에서 이 나라를 지켜냈다. 이것도 승리의 일부다. 너희들의 승리다. 너희들이 힘을 합하여 일구어 낸 승리다. 용병단과 모험가, 그리고 도와준 자들의 승리다."
그래, 이것은 아라크네아만의 승리가 아냐.
동부상업연합의 용병단이, 모험가길드가,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준 자들이 있었기 때문의 승리다. 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승리다.
그 용병단의 콘라드와 모험가길드의 케랄트, 그리고 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준 호나산이 제각기 날 바라보고 있다. 승리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건 너희들이야. 내가 아냐. 너희가 포기했다면, 나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우리들은 더욱 앞의 승리로 나아간다. 닐나르 제국을 이 지상에서 말소시키든가, 이 아라크네아에 종속된 존재로 만들 거다. 그렇게 한다면 너희를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이제 독립이 위협받는 일도, 도시가 불타는 일도 없어지는 것이다."
의원들은 내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있다.
"나는 승리한다. 아라크네아는 승리한다. 그리고 진정한 승리를 얻은 날에는, 진짜 전승회를 열자꾸나. 그 자리에 너희들이 참가해주기를 바란다. 오늘 내가 초대받았을 때처럼, 너희를 초대 하마."
난 거기까지 말하고서 연설을 끝냈다.
연설은 잼병이다. 남들의 앞에서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건 부끄러워진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만세!"
"동부상업연합과 아라크네아의 동맹이야말로 진정한 단결이다!"내 연설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나름대로 먹힌 모양이다. 이게 제대로 안 먹혔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이 자리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아라크네아의 여왕은 겸허하지만 야심을 가진 분이로고."
"그래. 이번 승리를 우리 승리로 만들고, 닐나르 제국을 멸망시킨다고 선언하다니."
의원들이 웅성대며 대화한다.
"그레빌레아 님."
"뭔데 케랄트. 모험가길드에서 볼일이라도?"내가 연설을 끝내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모험가길드장 케랄트가 말을 걸어왔다. 평소대로의 무뚝뚝한 얼굴이라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이다. 이 여성한테도 익숙해져서 애착이 느껴질 정도다.
"닐나르 제국으로 향하는 거죠?"
"그래. 제국과 우리는 전쟁상태다. 어느 쪽이 멸망할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아. 그리고 난 질 생각이 없고.""그럼, 황제관방 제3부에는 조심하세요. 닐나르 제국의 첩보조직인데, 이쪽에서도 모험가길드를 통해 몇 명을 파견해봤지만 그 중 몇명이 황제관방 제3부에 구속되어 행방불명이 되었으니까요."
"황제관방 제3부라. 기억해두지."
내가 첩보전을 하기란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쪽 모험가가 침입했다면 그 정보를 살 수 있을까?"
"그야 물론이죠. 저희가 밝힐 수 없는 정보 이외에는 가격을 매겨서 판매할게요."
좋아. 이걸로 닐나르 제국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나중에 정보를 사러 갈 테니, 잘 부탁한다."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이번 승리에 감사해요."케랄트는 그것만 말하고서 떠나갔다.
"그레빌레아 양."
"다음은 넌가, 호나산."다음으로 내게 말을 건 자는 은행가인 호나산이었다.
"이 나라를 지켜주신 데 대해 상당한 재산을 소비했다고 생각됩니다만, 저희의 자금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으신지?"
"하지만 돌아올 이득은 적을 텐데?""이건 융자가 아닙니다. 순수한 자금지원입니다. 독립을 돈으로 산다는 발상은 최악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한테 가능한 일은 돈을 내는 일 밖에 없지요. 할 수 있는 일로 돕게 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만."
흠. 은행가라는 것은 억척스러운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정이 있구나.
"그럼 기쁘게 받으마. 나중에 돌려줄 수 있는 만큼은 돌려주겠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아라크네아의 지갑은 지금도 가벼우니까."
"받아주시면 이쪽으로서도 감사한 일이지요. 이걸로 저도 구원받은 기분이외다."
호나산. 돈을 빌리는 것은 아니지만 갚을 수 있는 만큼은 언젠가 돌려줄게. 닐나르 제국을 멸망시키면 그런대로 많은 돈을 손에 넣을 테니까.
"여어, 영웅 나으리! 괜찮은 연설이었다고!"
"콘라드. 다음은 네가 연설해보면 어떤가."다음은 콘라드. 그는 거품이 일어난 샴페인 두 잔을 들고서 한쪽을 내게 내밀었다. 술은 잘 못하는데.
"난 연설할 짬이 아냐. 기껏해야 부하를 상대로 화내기나 하지. 의원이 되어도 회의에서 좀처럼 이길 느낌이 안 들더라고. 솔직히 의원에는 안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어."
"그럼 안 되잖나. 의원답게 변론을 공부해보면 어떤가. 네가 내놓은 정책은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가 호쾌하게 웃자, 나도 작게 웃었다.
"이후로도 우리 힘이 필요하면 말해줘. 언제든 힘이 될게."
"기대하지. 하지만 지금은 이 나라를 지키는 걸 우선해."섣불리 용병단을 움직였다간 니나르 제국이 다시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 위험성은 지고 싶지 않다.
"그럼 이만, 여왕 폐하. 이후의 행운을 기도할게."
콘라드는 그렇게 말하며 떠나갔다.
"멋있었어요, 여왕 폐하!"
"여왕 폐하의 말씀에 군중들은 매료되었습니다."
내가 라이사와 세리니안에게 돌아가자, 둘까지도 그런 말을 한다.
"놀리지들 마. 난 솔직한 마음을 말했을뿐이다."
나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그렇게 대답했다.
"자, 오늘은 이제 지쳤으니 숙소로 들어가서 자자."
이렇게 동부상업연합을 둘러싼 전쟁은 끝났다.
당초의 목적이었던 동부상업연합을 경유해 닐나르 제국으로 침공한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또 다른 방법은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드레드노트 스웜을 써서 프리스 강을 강행 돌파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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