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2 온천으로 (2)
    2022년 10월 24일 15시 31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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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90/

     

     

     

     "베이티아 홈에 잘 오셨어요. 숙박인가요? 식사인가요?"

     밀림을 방황하던 내가 집합의식으로 세리니안에게 구조신호를 내어 겨우 구조된 뒤로 30분. 우리는 이제야 온천과 인접한 숙소의 현관을 지나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숙박이다. 2박 3일로."

     "네! 그럼 방을 안내해드릴게요!"

     너무 오래 쉴 수는 없지만 2박 3일 정도는 괜찮겠지. 요즘 전쟁의 연속으로 지쳤다. 온천에 들어가서 편히 쉬고 싶다.

     

     "그럼, 편히 쉬세요!"

     호텔의 종업원은 우리를 방에 안내하고는 떠나갔다.

     

     그 방에는 침대가 넷, 그 외의 가구가 4인분. 창문으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그야말로 절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바다란 것은 좋구나.

     

     "여왕 폐하! 온천으로 가요! 온천!"
     "너무 재촉 마라. 난 약 1시간이나 그리폰의 비행에 어울린 끝에 조난했다. 조금 쉬게 해 줘."

     라이사는 흥분하는 기색이지만, 난 조금 지쳤다.

     

     "그럼, 기다릴 게요!"

     라이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침대에 앉아서 내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뚫어지게 본다.

     

     그 시선을 받고 있자니 쉴래야 쉴 수 없잖아......

     

     "알았다, 알았다고. 온천에 들어가자. 온천은 어디에 있는지 들었나?"

     "네! 프런트에서 지도를 받았거든요!"

     기다렸다는 것처럼 라이사가 지도를 꺼낸다. 귀엽다.

     

     "그럼, 가볼까. 타월은 있지? 비누는? 샴푸는?"
     "전부 있어요! 여왕 폐하는 걱정도 많으셔라."

     무슨 일이든 확인이 중요한데.

     

     "세리니안, 평상복은 가져왔나?"
     "예. 하르하에서 샀던 것입니다."

     갑옷을 입은 채로 온천에 들어갈 수는 없다. 세리니안은 여기서 갑옷을 벗고 나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행이다.

     

     우리의 복장 말인데, 나는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장식이 있는 캐주얼 드레스. 라이사는 보이쉬한 반바지와 니하이 삭스에다 검은 민소매 와이셔츠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세리니안은, 검은 롱 스커트와 하얀 와이셔츠다.

     

     "세리니안. 왠지 커리어 우먼 같은걸. 유능한 비서라고나 할까."
     "예? 그렇습니까? 되도록 돋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게 말한 세리니안이 아무렇게나 스커트를 걷어 보였다.

     

     그러자 허벅지에 단검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 저런 의미였냐.

     

     "다만 스커트가 너무 길어서 움직이기 긴 게 단점이군요. 조금 더 짧은 스커트를 골랐어야 했습니다. 너무 짧으면 부끄럽지만요......"

     

     "세리니안은 항상 전장인가. 조금은 순수하게 즐기는 걸 생각해도 된다. 넌 그대로 있어도 강하니까."

     "아뇨. 폐하의 몸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저의 존재 의의. 그것 없는 저는 말도 안 됩니다. 부디 이후로도 폐하의 몸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세리니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부탁했다.

     

     "당연하지, 세리니안. 난 네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해. 네게서는 용기를 받고 있어. 이후로도 잘 부탁해."

     

     "예, 폐하!"

     이것 참. 복장 얘기에서 많이 이탈해버렸다.

     

     "자, 그럼 슬슬 온천으로 가자."

     "기대되네요!"

     나와 라이사는 흥분되는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온천은 훌륭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노천탕도 훌륭했지만, 푹 자면서 들어갈 수 있는 침탕이 있는 것이 기쁘다. 여기서 몸을 덥히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최고다. 재빨리 몸을 씻고는 먼저 노천탕을 즐기고서 침탕에서 느긋하게 있자.

     

     "우와! 정말 넓은 욕조네요! 이렇게나 넓은 욕조 처음 봤다구요! 호수 같네요, 아가씨!"

     

     라이사는 온천을 보았을 때부터 흥분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엘프의 숲에서 나올 때부터 보이는 것 모든 것이 참신할 것이다. 나로서는 익숙한 온천의 모습도, 라이사한테는 미지의 것이다. 귀여운 녀석.

     

     "저기, 아가씨? 어디를 보고 계십니까?"

     그런 나도 미지의 것을 보고 있다. 세리니안의 가슴이다.

     

     크다. 나와 같은 학년에도 이런 커다란 가슴을 가진 녀석은 없었다. 만년 중학생 보디라고 불렸던 나로서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푸짐한 가슴이다. 어떤 식으로 지내면 이런 나이스 보디가 되는 걸까. 배 아파......

     

     "아, 아가씨! 아가씨도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슴으로 말해도 설득력이 없어, 세리니안."

     난 그녀의 가슴을 응시했다. 지긋~이.

     

     "저기, 아가씨? 욕조에 안 들어가나요?"

     "그래. 들어가, 라이사. 이 커다란 과일이 물에 뜨는 걸 보고 싶으니까."

     라이사가 물어보자, 난 세리니안의 가슴을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후우. 역시 온천은 좋아."

     따스한 물에 들어가자 질투심도 약간 가라앉았다.

     

     "전망이 좋군요."
     "그래. 저렇게 예쁜 바다를 바라보면서 온천에 들어갈 수 있다니, 최고다."

     세리니안의 말에, 내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적지 않아?"

     

     이만큼이나 훌륭한 온천여관인데도, 온천에 들어간 사람은 우리를 제외하면 젊은 여성 1명 뿐이다. 다른 손님은 안 보인다. 거의 전세 낸 상태다.

     

     "아아, 그건가요. 전쟁의 영향이에요."

     내 의문에 대답한 자는 젊은 여성이었다.

     

     "전쟁의 영향?"

     "네. 이 섬은 무방비하고, 배는 대부분 해군이 징발되어서요. 그래서 한가한 사람이 조각배로 찾아오는 정도랍니다. 뭐, 저도 그중 하나지만요."

     확실히 전쟁이 일어났음을 생각하면 일부러 섬까지 찾아가려는 사람은 없을 법도 하다. 아깝다.

     

     "그리고 별난 소문이 있어서요."
     "별난 소문?"

     "듣자 하니 남쪽에서 괴물이 오고 있다는 얘기라서요. 신대륙의 포트리오 공화국에서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다지만, 언제 패할지 모른대요. 괴물은 남쪽 대륙을 유린한 뒤에 섬을 통해서 북쪽에 온다는 소문이 있어요."

     남쪽에서 괴물이 온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분명 나브릿지 군도에서 혁명이 일어날 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는데.

     

     "뭐, 단순한 소문이죠. 사실 이 전란의 시대에는 어디든 돈이 없어서, 섬까지 와서 휴가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유명한 은행가의 딸이라서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만요."

     

     그렇게 말한 젊은 여성은 웃었다.

     

     "그런가......"

     이 전란의 시대에 느긋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건 한정된 인간들 뿐. 정말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노천탕에서 조용히 바다의 잔잔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침탕으로 향했다.

     

     거기서 드러누우며 생각했다. 이후의 일을.

     

     "아가씨.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잠깐,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지라던가."

     세리니안이 묻자 난 그렇게 대답했다.

     

     "아가씨. 피곤하십니까?"
     "조금, 은."

     세리니안이 옆에 누우면서 묻자, 난 한숨을 쉬며 그렇게 대답했다.

     

     "닐나르 제국은 버거운 상대다.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어. 어쩌면 엄청난 짓거리를 해올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계속 싸우는 게 힘들어져. 전쟁은 수 읽기의 싸움이니까."

     그렇다, 전쟁은 수읽기 싸움이다.

     

     상대는 승리하기 위해 이쪽이 생각지 못한 짓을 한다. 그리고 우리도 승리하기 위해 상대가 생각도 못한 일을 해야만 한다.

     

     "솔직히, 상대의 악의를 계속 짐작하는 건 피곤해. 난 선의에 둘러싸여 지내고 싶단 말이다. 목숨을 위협받거나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난 내 세계에 돌아가고 싶다."

     이렇게 불평하는 건 몇 번째일까.

     

     "저기, 자신의 세계라는 말씀은 이전에도 하셨지만, 여기와 다른 장소에 있는 겁니까? 저희가 거기 가는 건 정말로 불가능합니까?"

     "무리야, 세리니안. 우리는 언젠가 작별해야 돼. 그 작별의 날까지는 함께 지내자."

     

     애초에 이 세계는 뭘까.

     

     게임의 세계와는 다르다. 게임의 중장보병은 더욱 튼튼했다. 게임의 발리스타는 더욱 강력했다. 게임의 지도자는 좀 더 단순했다.

     

     "과연 나는 살아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ㅡㅡ저는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겠어요.

     

     ㅡㅡ당신이 죽였는데요. 자신의 어머니를.

     

     두통이 든다.

     

     나는, 나는, 정말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산달폰과 사마엘이 했던 말은 마치 내가 이미ㅡㅡ

     

     "아가씨?"

     

     나는 모르는 사이 고통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눈치챈 세리니안이 날 신경 써서 말을 걸었다. 날 정말 걱정해주는 것은 집합의식을 통해서도 강하게 전해져 온다.

     

     "괜찮아, 세리니안. 난 괜찮다. 너무 탕에 오래 들어갔던 모양인데. 잠시 나가서 쉬고 있어야지. 또 돌아올 테니까 라이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어."

     

     "알겠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조심하시길. 오늘의 아가씨는...... 평소보다 연약한 모양이니까요."

     연약하다라.

     

     확실히 약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열을 식히고서, 다시 온천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즐거운 일만을 생각했다. 세리니안의 대화나 라이사와의 대화를.

     

     세리니안과는 게임에서 여러 번 만났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내가 게임 안에서 세리니안을 실수로 죽게 만든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안색이 핼쑥해져서는 식은땀을 흘린다.

     

     라이사와는 귀중한 만남이다. 일본에서 지냈다면 엘프를 보는 일은 없었다. 그들 덕분에 초반의 식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일어난 일로 말미암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그녀와의 만남도 중요한 일이다.

     

     이 세계에도 즐거운 일과 모르는 일은 많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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