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7 거짓의 천사(2)2022년 10월 17일 07시 21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63/
우리들은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여, 드디어 교황청의 앞까지 도달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나."
나는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교황청의 장엄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종교시설이라기보다, 세속적인 왕이 보유한 궁전처럼 생겨서 신비로운 기색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세상의 빛의 신이란 것도 이 건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또 성문인가. 조금 꺼려지는 수를 쓸 수밖에 없겠는데."
성문 안에 성문이 있음은 사전 정찰로 파악했지만, 실제로 바라보게 되니 정말 성가시다. 일일이 폐육포를 건설할 수도 없고 디거 스웜을 쓴다는 방법도 있지만, 안에 중장보병이 숨어있으면 쓸데없는 희생이 된다.
그래서 난 약간 꺼려지는 수단을 쓰기로 했다.
"세리니안, 라이사. 15초 후에 돌입이다. 준비해."
"알겠습니다, 폐하."나는 수를 쓰고서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펑~
다음 순간, 무거운 폭발음이 들리더니 성문이 내부에서 외부로 날아갔다.
"매스커레이드 스웜입니까."
"그래. 자폭은 그다지 좋아하는 수단이 아니지만."
매스커레이드 스웜의 자폭으로 난 교황청의 성문에 구멍을 냈다. 이걸로 교황청까지는 프리패스ㅡㅡ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거기까지다1"
교황청의 기나긴 계단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리스인가."
파리스 펌프리. 이 남자의 얼굴을 잊을 수는 없다. 저쪽은 첫 대면이겠지만, 나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이자벨을 괴롭혔던 처형을 만들어 내어 실행되도록 부추겼다는 것을.
"파리스 펌프리. 네놈한테는 여러 가지로 할 말이 있고 해주고 싶은 일도 여러 가지로 있다. 제대로 들어줘야겠다."
"닥쳐라! 네년이 그 아라크네아의 여왕인가 본데, 네년의 명운도 여기까지다! 이 이상 성스러운 땅을 더럽히게 두지 않겠다!"
파리스는 정말 기세 좋게 말하고서, 나에게 다가왔다.
"호오. 재미있는 말을 하는데. 천사라도 부를 건가? 아니면 바실리스크? 아니면 메타트론이라도 부를 건가? 뭐든 좋으니 해보도록 해봐."
"흥. 메타트론 님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그분의 무서움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럼, 제대로 맛보도록 해라!"
파리스의 외침과 동시에 교황청 안에서 성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것이 성가인지 이해했냐면, 화려하게 꾸민 것 치고는 따분한 노래라서다. 성가라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그 너무나도 장엄한 음악과 함께 빛이 내려오더니, 그곳에 한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갑주로 두르고 거대한 외날검을 손에 든 거인이다.
잠깐만. 난 이 녀석을 본 기억이 있다.
"치천사 메타트론! 설마 마리안느의 영웅 유닛의 최종 진화 형태가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그렇다. 그 게임에서 마리안느라는 선의 진영이 사용하는 영웅 유닛이 이 [치천사 메타트론]이다. 처음에는 대천사에서 시작하여 몇 번의 진화를 거쳐 이 최종 진화형 태인 치천사가 된다.
나는 앞서 교황청에 잠입한 패러사이트 스웜을 통해 메타트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 녀석들의 기사단이 부른 것은 세리니안이 쓰러트렸던 천사의 일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다. [치천사 메타트론]은 그런 손쉬운 존재가 아냐!
"세리니안, 라이사! 전방의 거인에게 집중포화다! 제노사이드 스웜과 포이즌 스웜은 제자리에서 대기! 포이즌 스웜은 독침을 쏘고 제노사이드 스웜은 공격에 대비해!"
"예!"
내가 급히 명령을 내리자, 세리니안과 라이사가 대답한다.
세리니안은 파성검을 들고 메타트론을 향해 돌격했고, 라이사는 장궁에 화살을 메겨 단번에 쏘았다. 제노사이드 스웜들은 방어태세에 들어선 채였고, 포이즌 스웜은 메타트론을 향해 독침을 쏘았다.
"오오! 신을 위하여! 신앙만이 있을뿐! 신앙이야말로 구원에 달하는 길이노라!"
메타트론에게 공격은 통할 것이다. [치천사 메타트론]은 게임 안에서도 통상 공격으로 격파되는 일이 있었다. 나도 스웜 무리를 희생하여 메타트론을 쓰러트린 일이 있다. 어떤 때는 동맹국 그레고리아의 파이어 드레이크한테 불세례를 받는 메타트론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영웅 유닛의 최종단계에 달한 것을 통상 유닛으로 쓰러트리는 건 막대한 희생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세리니안을 보면 알겠지만, 영웅 유닛은 정말 강력한 통상 유닛이 한 다스가 있어도 당해낼 상대기 아니니까.
"신앙을! 우리에게 일사불란한 신앙을!"
메타트론이 그렇게 외치면서, 손에 든 장검을 내리친다.
"크윽......!"
"꺄악!"
메타트론의 그 일격으로, 세리니안은 수십 미터나 날아가 성벽에 충돌했으며 라이사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제노사이드 스웜들도 필사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며 몸을 지키고 있다.
"세리니안! 어떻게든 메타트론을 없애! 그걸 할 수 있는 자는 이 안에서 너 뿐이다! 너만 믿는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영웅 유닛을 쓰러트리려면 같은 영웅 유닛으로 상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영웅 유닛이 이미 없을 경우는 물량으로 쓰러트리게 되지만, 그 경우는 정말 희생이 막대해서 그 후의 전황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세리니안은 아직 제3단계. 후반의 진화 속도가 느리다는 아라크네아 영웅 유닛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겨야만 한다. 어떻게든.
"라이사! 너는 후방에서 세리니안의 지원사격에 힘써라! 독화살이든 불화살이든 상관없어! 계속 쏴!"
"알겠어요, 여왕 폐하!"
네임드지만 영웅 유닛이 아닌 라이사는 가능한 일이 적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하도록 해야. 이쪽의 수단은 정말 적으니까.
"흡!"
"이야앗!"메타트론과 세리니안의 장검이 교차하자 격심한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세리니안은 분명하게 밀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필사적이다. 집합의식을 통해 내 의식이 전해지고 있는지, 그녀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더욱 민감하게 보인다.
"하앗!"
그리고, 일격. 세리니안의 장검이 메타트론의 가슴을 찢자, 파성검이 메타트론에게 대미지를 입힌다. 그럼에도 메타트론은 쓰러지지 않는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무모한! 신앙 없는 것은 적수가 안 될지니!"
메타트론의 반격이 세리니안을 향한다. 세리니안은 나뭇잎처럼 날아가서 다시금 벽에 충돌했는데, 갑옷에 금이 갔다. 보기만 해도 아파보인다.
"아직이다! 아직! 여왕 폐하를 위하여!"
"도와줄게요!"세리니안은 곧장 자세를 바로잡았고, 라이사는 원호 사격을 가했다.
"크윽......!"
라이사가 쏜 독화살이 메타트론의 안구에 꽂혀서, 그 시야를 빼앗는다. 영웅 유닛이라 해도 눈을 당하면 행동은 제한될 것
이다.
이대로라면 가능할까?
"신앙 없는 것에게 영광도 없을지니! 신앙없는 것에게 승리도 없으리라!"
메타트론은 폭주한 기계처럼 외치고는 나를 향해 돌격해왔다.
큰일 났다. 게임에서는 자신을 노리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자신의 방어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이대로 가면 살해당한다.
아아. 죽는 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산달폰이 맞이하러 와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녀와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기분이......
"여왕 폐하!"
나를 베려고 하는 메타트론을, 옆에서 세리니안이 베었다. 완전한 기습공격이다. 메타트론은 세리니안이 다가온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오른쪽 어깨부터 팔꿈치에 걸쳐 살을 베였다.
"크아아아악!"
메타트론은 비명을 질렀고, 녀석의 오른팔에는 깊은 자상이 새겨졌다.
"그 누가! 날 제치고! 여왕 폐하를! 쓰러트릴 수 있겠느냐! 나는 기사! 아라크네아의 기사다!"
세리니안은 베고 베고 베고 베었다.
정말 필사적으로, 정말 열심히, 정말 미워하며.
그런 세리니안은 정말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녀라면 날 구해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미 그녀는 날 구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메타트론이 쓰러진다면......
하지만ㅡㅡ
"흥! 신앙 없는 것에게 승리란 없노라!"
메타트론이 세리니안을 쳐내고는 장검으로 그녀를 벤다.
"젠장......!"
세리니안은 그 일격에 또다시 날아가서 성벽에 파묻힐 정도로 부딪혔다. 이미 갑옷은 다 떨어져서 제대로 싸울 수 없어 보인다. 움직이는 것으로도 조각나버릴 것 같아서 정말 두렵다.
두렵다. 세리니안이 죽어버리면 견딜 수 없다.
그러니, 지켜야 해. 이번에는 내가 세리니안을 지킬 차례다.
"라이사, 원호 사격이다. 그리고ㅡㅡ"
나는 결단을 내렸다.
"제노사이드 스웜, 전진."
세리니안은 메타트론을 충분히 괴롭혔다. 그리고 메타트론도 세리니안을 괴롭혔다. 그럼 이대로 반복하면 된다.
나아가라, 제노사이드 스웜. 우리 영웅의 의지를 이어라.
나의 그 의지에 응하는 것처럼, 제노사이드 스웜들은 메타트론을 향해 돌진하여 모여들었다. 모여서, 송곳니로 찔렀다. 찔러서, 살을 벤다.
"신앙 없는 벌레들! 신앙 앞에서 그런 짓, 은......"
메타트론은 살아있는 채로 제노사이드 스웜에 의해 해체되어갔다. 장검을 휘둘러 모여든 스웜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앞서 세리니안이 입힌 대미지 때문에 잘 안 된다.
"제노사이드 스웜, 그대로 끝장내라."
내가 명령하자, 제노사이드 스웜은 그에 응했다.
메타트론의 목을 물어서 살을 뜯어낸다. 계속, 한없이. 그리고 메타트론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을 신호로, 그 목을 끊어버렸다. 메타트론의 험상궂은 모습의 목이 떨어져서 지면을 구른다.
"이겼, 나요?"
"이겼어, 라이사. 하지만, 세리니안은."나는 세리니안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갑옷이 부서저 엉망진창인 상태라서, 지금이라도 죽어버릴 정도로 호흡이 미약했다. 하지만 내게 가능한 일은 없다. 세리니안이 살아남아 주기를 필사적으로 기도할 뿐이다. 부탁이니 세리니안을 죽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쿨럭......!"
세리니안이 기침한 것은 그때였다.
"세리니안! 세리니안!? 무사한가!"
"괜찮, 습니다. 몸이 조금 아프지만...... 이 정도는......"세리니안은 가볍게 대답했지만 아무리 봐도 괜찮지는 않다.
"세리니안. 가만히 있어. 워커 스웜한테 복원기를 만들게 해서 거기서 치유받게 해 줄 테니까. 그 사이 라이사와 제노사이드 스웜들이 널 지켜주도록 해줄게."
"배려,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죄송합니다. 힘이 되지 못해서......"
"넌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고."
그래, 너와 라이사의 필사적인 싸움과 제노사이드 스웜들 덕분에 얻은 승리다.
"난 전쟁을 끝내고 올게. 이제 여기서의 전투는 진저리가 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포이즌 스웜들을 데리고 메타트론이 쓰러지자 망연자실해 있는 파리스에게로 향했다.
728x90'판타지 > 여왕폐하의 이세계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9 서쪽으로 향하라(1) (0) 2022.10.17 058 괴뢰화 (0) 2022.10.17 056 거짓의 천사(1) (0) 2022.10.17 055 선제공격(4) (0) 2022.10.16 054 선제공격(3) (0) 2022.10.16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