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5 선제공격(4)2022년 10월 16일 21시 46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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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신속하게 프란츠 교황국을 함락시켜야만 한다.
미션 업데이트는 싱글 미션에서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로 허를 찔린 것은 처음이다. 난 스웜의 강력함을 빌미로 너무 우쭐댄 것일지도 모른다.
나로서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음을 반성해야겠다.
“적병은 아직 바움푸터 마을에 다가오지 않았나. 좋은 징조다. 제노사이드 스웜도 어떻게든 갖춰놓았으니, 완전히 무방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 집합의식을 통해 바움푸터 마을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움푸터 마을은 어떻게든 된다. 지금은 프란츠 교황국이다.”
우리들은 감색산맥을 지나 평원지대를 쓸어버리고, 교황국 방면으로도 침공해 온 닐나르 제국과의 접촉을 피하며 수도 사니아를 목표로 나아갔다. 제국과의 교전을 피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로 교황국의 함락이 늦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세리니안. 전진속도는?”
“달려가고 있습니다. 수도 사니아까지는 앞으로 이삼일이면 될 겁니다.”스웜들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속도가 무기다. 전속력으로 전진해야한다. 프란츠 교황국을 함락시키면 부대를 돌려 닐나르 제국에 우르르 몰려들게 할 것이다.
슈트라우트 공국으로 돌아가는 방안도 있었지만, 그것은 포기했다. 이쪽에서 제국을 직접 위협하는 위치에 들어서면 적은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러 공국까지 돌아가서 구 마르크 왕국을 수복할만한 시간은 없다.
“조금 피곤하군……”
“폐하, 조금 쉬시는 게 어떨지요. 이미 사흘이나 주무시지 못하셨잖습니까.”
그랬다. 닐나르 제국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쉴 수는 없어, 세리니안. 완전히 위기상황이란 말이다. 구 마르크 왕국은 거의 제압당한 상태라서, 언제 녀석들이 바움푸터에 손 댈지 몰라. 슈트라우트 왕국에서 방어를 준비하고 있지만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적은 마르크 왕국이었던 장소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다.
리퍼 스웜들은 용맹하게 싸우며 시간을 벌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모든 보병을 중장화시킨 닐나르 제국의 침략 앞에서, 그들은 정말 시간벌이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벌어준 시간 덕분에 약간이나마 바움푸터 마을의 방어태세가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죽음은 허망한 것이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닐나르 제국은…… 그 나라는 항공전력을 보유하고 있지. 그게 성가셔.”
난 항공전력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라크네아의 대공유닛은 화염방사로 공중을 공격하는 파이어 스웜과 독침을 날리는 포이즌 스웜이지만, 그것들은 구 마르크 왕국령에 하나도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지켜야하는 바움푸터 마을은 초목이 우거진 사림지대에 숨겨져 있어서, 와이번의 정찰로는 발견할 수 없다. 우리 본거지인 동굴도 발견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피곤하다……
오랫동안 스웜의 집합의식에 연결되었던 탓인지, 나라는 것이 애매해지고 있다. 나는 그레빌레아. 아라크네아의 여왕. 언젠가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 18세. 대학교 1학년. 잊지 마. 그게 나다. 나는 스웜이면서 스웜이 아닌 것이다.
“여왕 폐하. 역시 쉬시는 게 어떠실지. 안색이 너무 나쁩니다. 지금 여기서 쓰러지는 편이 아라크네아한테 더욱 크나큰 손실입니다.”
세리니안은 내가 정말 걱정인 모양이다. 울먹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정도로 걱정해주는 건 기쁘다.
“그래, 조금 쉬자꾸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깨워주렴.”
“알겠습니다.”세리니안한테 그렇게 부탁한 나는 마차의 뒷좌석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 전재, 정말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엘프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스웜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 난 하나 더 약속했던 것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 약속은 뭐였더라……
생각나지 않아……
……………………………………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왠지 흥겨운 리듬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눈을 떴다.
난 낯선 홀에 있었다. 극장 같은 홀. 그곳에서 난 의자에 앉아있고, 무대에서는 한 소녀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어. 깨어나셨나요?”
피아노를 연주하던 소녀는 손을 멈추고는 내 쪽을 향해 손짓했다.
검정색 위주의 고딕 로리타 패션.
“사마엘?”
“그래요. 당신의 사마엘이에요. 어떤가요, 제가 만든 이 공간은. 꽤 괜찮죠? 스칼라 극장에도 지지 않아요. 제 피아노 연주도 괜찮았죠?”
그럭저럭일지도. 나쁘지 않은 연주였다.
“사마엘. 산달폰은?”
“그녀는 지금 없어요. 때로는 혼자 마주하는 게 어때요? 악의와 쾌락의 유혹에.”
평소라면 있어야 할 산달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그만한 환경에서도 아직 미치지 않았네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더 미쳐야 해요. 스웜의 집합의식에 몸을 맡겨 이유 없는 대량살육에 손을 물들여야죠. 그거야말로 당신이 나아가야 할 길인데 말이에요.”
“왜 그런 짓을 해야만 하는데? 난 계속 나로서 있을래. 스웜의 집합의식에 삼켜지고 싶지 않아.”
“스웜의 의지에 몸을 맡겼다면 지금쯤 이런 곤경에 직면하지 않았다 해도요?”
사마엘이 그렇게 대답하고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스웜의 집합의식에 맡겨 모든 것을 먹고 증식하고 증식하고 증식해서, 그 물량으로 모든 것을 밀어버렸다면 니나르 제국이 당신의 허를 찌를 일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지금쯤 닐나르 제국까지도 아라크네아의 일부가 되었겠죠. 그런데도 스웜의 집합의식에 몸을 맡기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단순한 살육이다.”
“살육은 살육. 좋은 살육과 나쁜 살육은 없어요.”
확실히 난 이것저것 이유를 대며 사람을 죽여왔다.
하지만 결국 살인임에는 변함없다.
“그래도 난 스웜의 집합의식에 몸을 내맡길 생각은 없어. 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도 결코 스웜의 집합의식에 삼켜지지 않을 거야.”
“그건 유감이네요. 그러는 편이 당신의 약속이 지켜지기 쉬운걸요. 당신이 스웜한테 약속했던 승리가요.”
내가 단언하자, 사마엘은 불협화음을 연주하며 내게 고했다.
“당신은 어째서 스웜한테 승리를 약속했나요? 잡아먹히는 게 무서워서 그랬나요? 그럼 약속을 취소하면 되잖아요. 스웜은 이미 당신한테 순종적이니 거스를 수는 없어요. 알고 있잖아요?”
“……스웜들은 배신하지 않아. 스웜이 날 배신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스웜을 배신하지 않아. 약속한 일이니 난 끝까지 지킬 거야. 다만, 내 방식으로.”
“하아. 산달폰이 마음에 들어할만한 사람이네요. 그런 짓 해봤자 전혀 소용없는데. 이 세계 자체가 무의미. 당신의 꿈이나 마찬가지.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네요. 꿈이긴 해도 현실이기도 하니까요.”
피아노를 치던 사마엘이 한숨을 짓는다.
“좋은 걸 가르쳐드리죠.”
갑자기 사마엘이 내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은 자신의 부모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나요?”
“그야 물론.”그러고 보니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게 언제였더라.
“땡. 둘 다 이미 죽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는ㅡㅡ”
사마엘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내 눈앞으로 얼굴을 가까이한다.
“당신이 죽였어.”
그 말에 내 사고가 멈췄다.
“내가, 죽였다…?”
“그래요. 당신이 죽였어요. 이 살인자.”
부모님은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내가 죽였을 리가 없다.
“거짓말 마.”
“거짓말 아닌데요. 형편 좋게 기억이 바뀌었을 뿐이라고요. 자, 객석을 바라봐요.”내가 화를 내며 부정하자, 사마엘은 극장의 관객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의사가 있었다. 서류와 생체인증 스캐너를 든 의사가.
난 그 의사를 알고 있다. 본 적이 없을 텐데도 알고 있다.
갑자기 난 심한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자,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죽였잖아요. 자신의 어머니를. 당신은 못된 사람. 정말 못된 사람이에요. 태연히 살인에 손을 물이는 이유도 이걸로 알겠죠. 당신은 못된 사람이니까요.”
날 비난하는 사마엘의 목소리를 피해 귀를 막으며, 웅크려 앉는다.
아니. 아니. 아냐. 난 죽이지 않았어. 안 죽였어.
“거기까지다, 사마엘.”
갑자기 씩씩한 목소리가 이 극장에 들려왔다.
“어머나, 산달폰. 잘도 여기를 알았네요.”
“너희들 악마가 하는 짓이야 뻔하지.”“산달폰, 나는……”
“당신은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았답니다, ㅡㅡㅡ씨. 저 악마의 말은 듣지 마세요. 악마는 말로 사람을 속이죠. 거짓말만 하는 그 입에서 나오는 말로.”그렇게 고한 산달폰은 부드럽게 날 안아주었다.
“실례잖아요, 산달폰. 저는 사실만 말했는걸요. 이 사람은 자기 어머니를 죽였잖아요.”
“아니, 죽이지 않았다.”사마엘이 항의하자, 산달폰이 날카롭게 대답한다.
“ㅡㅡㅡ씨. 당신은 훌륭히 살아가고 있어요. 상대가 이형의 것들임에도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려 하고 있죠. 그 자세는 좋게 봐야 해요. 어떤 악의를 마주한다 해도, 그 자세를 잊지 말아주세요.”
“잊지 않아.”
스웜들과 약속했었다. 그들을 승리시키기로.
“그리고, 어떤 증오를 마주해도 잊지 말아주세요.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너무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 돼요. 냉정한 당신으로 있어주세요.”
“알고 있어, 산달폰.”
‘최근의 나는 너무 감정적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그렇게 되어버린다. 이것만은 별 수 없다.
“그럼, 또 만나요, ㅡㅡㅡ씨. 전 반드시 당신을 구해내겠어요. 이 악의로 가득 찬 악마의 게임에서, 반드시.”
산달폰이 그렇게 고하자 의식이 멀어진다.
“산달폰. 난 정말로ㅡㅡ”
난 정말로 어머니를 죽이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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