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9 숨어드는 독(1)
    2022년 10월 14일 19시 58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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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53/

     

     

     

     슈트라우트 공국이 붕괴하고 나서 수많은 난민이 프란츠 교황국에 밀려들었다. 국경에서는 스웜들이 성벽을 만들고 있다며 쫓겨났는데, 교황 베네딕투스 3세의 명령도 있어서 난민들은 프란츠 교황국에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거기서 난민들을 기다리던 것은 지옥이었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이단심판관. 조금이라도 빛의 신의 교의에 반하면 처형된다. 그런 이단자 사냥의 나라에, 난민들은 흘러든 것이다.

     

     창부는 가장 먼저 화형을 당했다. 그리고 나서 거지가, 그리고 상인들이.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화형을 당했다.

     

     슈트라우트 왕국의 난민들은 이단 심문을 두려워하여 동부 상업 연합 등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이단심판관들이 출입국을 감시하고 있으며 빛의 신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으면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런 와중, 이단심판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정한 땅이 한 곳 있었다.

     

     그것은 프란츠 교황국 수도 사니아의 교외에 있는 어느 4층 건물.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제 님."

     그렇게 말한 것은 노출이 많은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래. 평소대로 부탁해. 와인도 평소대로."

     "알겠어요."

     이곳은 창관이다.

     

     원래 창부들은 가장 먼저 빛의 신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화형 당하지만, 성직자를 상대하는 창부들은 성직자들이 손써준 덕에 살아남았다. 그녀들은 명목상 성광교회의 수녀로 되어있다. 정말 얄궂은 이야기지만, 세계란 그런 법이다.

     

     "준비되었답니다, 자케타 사제님. 이쪽으로 오세요."

     조금 지나자, 다시 그 여성이 돌아와서는 사제를 불렀다. 사제는 현관 홀의 의자에서 일어서서는 가슴을 콩닥거리며, 여성의 안내로 어느 방을 찾아갔다.

     

     "자, 부디 느긋하게 즐기세요."

     여성은 사제를 방까지 안내하고는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데이지. 오늘은 네게 선물이 있어."

     

     사제는 그렇게 말하며 방에 들어갔다.

     

     "어머나, 선물? 기뻐요."

     방 안에서는 속옷 차림의 여성이 사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에 허벅지가 빛나자, 투명한 캐미솔에서 상반신이 비쳐 보인다. 정말 선정적인 그 모습에 사제가 숨을 삼킨다.

     

     "이거야. 요즘은 해적이 많아서 물류가 막혔지만, 육로로 받았어. 나브릿지 군도의 흑진주야. 목걸이로 만들었는데 받아줘."

     "어머나, 기뻐요! 나브릿지의 흑진주는 정말 손에 넣기 어려웠을 텐데!"

     사제는 [청빈한 삶]이라는 빛의 신의 가르침은 알바 아니라는 듯, 거금을 지불하여 이 흑진주를 손에 넣었다.

     

     "실은 저도 쟌니한테 선물이 있거든요. 눈 좀 감아주실래요?"
     "그래."

     어떤 선물일까 하다가 엉큼한 상상을 하며 사제는 눈을 감았다.

     

     "입을 열어봐요."

     창부가 그렇게 고하며 키스를 하자, 쟌니는 들은 대로 입을 벌렸다.

     

     그다음 순간이다. 입속에 뭔가가 들어오는 감촉이 든 것은.

     

     "ㅡㅡ!"

     

     사제는 눈을 부릅뜨고 그걸 토해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것ㅡㅡ패러사이트 스웜은 제대로 목구멍에 고정되어, 촉수를 뻗어 사제의 몸을 지배하였다. 사제는 공허한 눈을 하다가 눈을 한번 도리고 흔들거리는 움직임으로 방에서 나갔다.

     

     "돌아가시나요, 사제님."
     "그래, 오늘은, 돌아갈게."

     

     사제가 그리 고하며 창관에서 떠났다.

     

     "수고했다."

     사제가 떠나자 바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걸로 열 명째다. 거기다 절반은 높은 사람들한테 먹일 수 있었다. 정말 훌륭히 일했다. 감탄했어, 마담 아멜리아."

     

     메마른 박수를 보내는 자는 아라크네아의 여왕이다.

     

     "약속은 지켰으니, 대가는 가져간다?"
     "물론이지. 너희한테도 기분 좋게 약탈품을 나눠주마."

     

     창관의 주인인 아멜리아라는 여성이 말하자, 여왕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안쪽에서 나무상자를 든 남자가 나타나서, 바닥에 그것을 놓았다. 그리고 쇠지레를 써서 그걸 비틀어 열어주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눈부신 보석들이다.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여러 보석이 빼곡한 상자를 보자, 아멜리아가 숨을 삼킨다.

     

     "이거, 전부 받아도 돼?"

     "그 대신 이후로도 협력해줘야겠다. 안 그럼 너희도 죽을 테니까."

     아라크네아의 여왕이 그렇게 고하자, 상자를 날라온 남자의 얼굴이 쪼개지더니 거기서 날카로운 이를 가진 곤충이 얼굴을 보였다. 그걸 본 아멜리아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이 괴물이 전의 창관의 주인을 죽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전의 창관 주인은 물려 죽었다. 매스커레이드 스웜에 의해.

     

     일의 발단은 2개월 전.

     

     어느 날, 이 아라크네아의 여왕을 자칭하는 소녀와 하인의 모습을 한 매스커레이드 스웜이 창관을 찾아왔다. 소녀는 원래 주인한테 아무 말 없이 자신들에게 협력한다면 막대한 부를 쥐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옛 창관 주인은 그걸 거절했다.

     

     자신들한테는 독자적인 돈벌이가 있다. 성직자들에게 남몰래 여자를 팔아서 번다는 일이 있다. 잘 모르는 상대로 위험한 거래를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곧장 창관 주인은 매스커레이드 스웜에게 물려 죽었다. 머리가 이빨로 찢기고 부서져서 그대로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았던 자가 아멜리아다. 그녀는 원래 창부 중 한 명이었는데, 접객을 위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무서운 꼴을 보게 되고 말았다. 인간의 모습을 한 벌레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광경을.

     

     "넌 이 사람과 사이좋았나?"

     "아, 아뇨. 그 남자는 창부를 거칠게 다루고 어떤 변태든 창부를 팔아치워서 모두가 싫어하고 있었거든요."

     

     아라크네아의 여왕이 느긋한 어조로 묻자, 아멜리아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네가 해. 네가 창관을 이어받아서 우리와 거래하는 게 어때? 상당한 보수를 약속할 생각인데."

      

     그렇게 말하며 매스커레이드 스웜의 이빨을 보이면 예스라는 것 외의 대답은 말할 수 없어서, 아멜리아는 아라크네아의 여왕과 남몰래 손을 잡게 되었다.

     

     그 후로 아멜리아는 창관의 주인이 되었고, 여왕은 뒤에서 그걸 조종했다. 여왕은 때때로 창부한테 기분 나쁜 벌레ㅡㅡ패러사이트 스웜을 건네서는 그걸 고위 성직자한테 먹이는 일을 요구했다. 이번처럼.

     

     "이단심문관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단심문관들의 간부는 이미 여기서 우리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단심문관이 여기에 들이닥칠 일은 없어. 네가 이 보석을 잘못 사용하지 않는 한."

     아멜리아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라크네아의 여왕은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지금의 이 나라에서는 돈을 쓸 곳도 없어. 고급점은 청빈의 교리에 반한다며 점주 채로 불타고, 일반 가게도 돈을 너무 써도 처형돼. 대부분 배급제처럼 되었거든."

     프란츠 교황국의 상태는 아라크네아의 여왕의 귀에도 들어가 있었다.

     

     비싼 옷, 보석, 레스토랑 등의 고가 상품을 제공하는 가게는 빛의 가르침인 [청빈의 교리]에 반한다며 점주를 가둬둔 채 불태워졌다.

     

     "빨리 이런 시대가 끝났으면 좋겠어."
     "곧장 끝날 거다. 전부 다."

     전부 다 끝난다.

     

     이 말뜻을 아멜리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로 전부 다 끝나버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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