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8 구출작전2022년 10월 14일 10시 12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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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이 붙잡혔다.
그 일에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했다.
이제야 아틀란티카와의 동맹이 체결되었는데, 그 동맹의 핵심인 이자벨이 적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건 크나큰 문제이며, 매우 머리가 아파오는 문제였다.
"제군. 우리 동맹 이자벨을 구출하겠다."
나는 늘어선 스웜들의 앞에서 그렇게 선언했다.
"이자벨은 우리와의 동맹에 승낙해 준 공로자다. 그 자는 현재 적의 손에 붙잡혀 있다. 해적을 그들이 어떻게 다룰지는 모르겠지만, 사형은 면할 수 없으리라. 왜냐면 그녀는 프란츠 교황국의 물류를 파괴해왔으니까."
나의 말을, 스웜들은 조용히 듣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한테는 아틀란티카아의 동맹이 필요하다. 우리는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동맹을 성립시킨 친구를 구하기 위해 이제부터 적지에 돌입한다. 적지 페넬리아로 돌입하여 이자벨을 되찾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해도, 집합의식에 불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스웜들도 이자벨을 친구라고 생각해 줬는지, 아니면 여왕인 내 의지에 따를뿐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스웜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다.
"자, 제군. 전투의 준비를 하여라. 턱으로 적을 씹어먹고, 독침으로 찔러죽이며, 낫으로 사지를 갈라놓아라. 어떻게 해서든 이자벨을 구출하는 거다. 아라크네아를 위하여!"
"아라크네아를 위하여! 여왕 폐하 만세!"
나의 연설에, 스웜들이 함성을 지른다.
"여왕 폐하, 편성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바로 세리니안이 내게 물어보았다.
"리퍼 스웜 75체, 포이즌 스웜은 30체 총 105체로 간다. 리퍼 스웜이 전열, 포이즌 스웜은 후열이다. 리퍼 스웜으로 벽을 만들고 포이즌 스웜이 독침을 쏘게 한다."
"그거면 좋아보입니다. 전열에는 저도 나서겠습니다. 저기, 그 일로 상담이 있습니다만......"
"뭐지, 세리니안?"세리니안이 말하기 어렵다는 듯 머뭇거리자, 내가 물어봤다.
"또 그 몸이 뜨거워지는 감촉이 들어서...... 이건 진화일까요?"
"그럴지도 몰라. 확인해보자."세리니안이 다음 레벨로 파워업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럼 세리니안. 청색 갑옷을 상상해. 병자처럼 새파란 색을 한 갑옷을. 그것이 네 새로운 모습이다. 자, 떠올려봐. 나도 네 모습을 강하게 떠올릴 테니. 자, 힘내."
"예, 여왕 폐하. 저의 새로운 모습을......"
내가 세리니안의 새로운 모습을 떠올리자, 세리니안이 그걸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어졌다.
세리니안의 갑옷이 허물어지더니, 그 밑에서 새로운 갑옷이 형성된다. 청색의 갑옷. 새파란 빛의 갑옷. 이 갑옷을 앞에 둔 적도 새파래질 거라는 의미가 담긴 갑옷.
"이걸로......괜찮습니까?"
세리니안의 갑옷은 재형성되었다.
심홍의 갑옷에서 확 바뀌어 새파란 갑옷으로.
그리고, 세리니안의 등에는 벌레의 날개가 돋아나 있다. 잠자리 같은 얇은 날개가 강인한 외골격에 달라붙어 예쁘게 반짝이고 있다.
"그래. 그거면 돼. 이걸로 넌 제3단계의 진화를 맞이했다. 페일 나이트 스웜 [세리니안]이다. 이걸로 한정적이나마 비행능력도 생겼다. 이후로도 열심히 아라크네아를 지탱해 줘라, 세리니안."
"옙! 이 몸을 바쳐서라도, 아라크네아와 여왕 폐하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나의 영웅 유닛. 페일 나이트 스웜 [세리니안].
그것은 한정적인 비행능력과 함께, 전체적인 공격력, 방어력의 향상. 그리고 꼬리의 독도 포이즌 스웜의 50%의 위력까지 올라간 훌륭한 만능 유닛. 이래서 세리니안은 강한 것이다.
"자, 세리니안. 우리의 동맹을 구하러 가자. 이자벨한테는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고, 이후로도 아틀란티카와는 비슷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그를 위해 힘내자꾸나."
"예. 동맹을 구출하고 우리의 승리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세리니안의 진화는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자벨을 구출하러 향했다.
현지에는 이미 슈트라우트 공국의 난민을 가장한 여러 매스커레이드 스웜이 잠복해 ㅇㅆ다. 하지만 그들도 페넬리아에 다가가기 어려운지, 그들한테서 정보가 올라오고 있지 않다.
이렇게 되었으니 직접 가서 강행돌파로 이자벨을 탈환해야 한다.
그럼 아틀란티카와의 동맹도 잘 진행될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이 안이한 것임을 알 길도 없이.
항만도시 페넬리아에는 대형 상선으로 향했다.
해적들은 페넬리아를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왜냐면 프란츠 교황국의 해군기지가 있고, 수천에 달하는 해병대원이 주둔하고 있으니까. 항만도시를 어지럽히는 해적들도 페넬리아만은 손대지 않는다.
그런 장소에 우리들이 쳐들어가는 것이다.
대형 상선은 돛을 펴고 천천히 나아가서, 페넬리아에 다가갔다.
도중에 검문을 받으면 스웜을 들켜서 힘든 일이 되겠지만, 다행히 이 페넬리아를 습격하는 해적이 없기 때문인지 따로 검문받는 일 없이 부두에 정박했다.
"도착했구나, 세리니안."
"예, 여왕 폐하."대형 상선의 갑판에서, 나와 세리니안이 페넬리아의 부두를 바라본다.
확실히 해적이 두려워할 법하다.
해군의 함선 같은 것이 수십 척이나 정박해 있으며, 건장한 수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형을 당한 해적들이 등대에 목매여 있는 것이다. 이거라면 해적들도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저편에서 항구의 관리가 오고 있지만, 우리는 서류가 없다. 시작하자."
"알겠습니다.""앞장서라, 세리니안. 난 스웜을 내리겠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매번 선두를 맡겨서 세리니안한테는 미안하지만, 창고에서 스웜들을 풀어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가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그녀도 진화했으니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믿고 있어, 세리니안.
"그곳의 배. 선장은 어딨나?"
"이 배에 선장은 없다. 있는 것은 죽음 뿐."항구의 관리가 묻자, 세리니안은 의태를 풀고는 단번에 관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참. 세리니안의 장검은 불쌍한 관리의 목을 날려버리고, 호위하던 해병대원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단시켰다. 전부 순식간의 일이었다.
"저, 적이다! 적습ㅡㅡ"
살아남은 해병대원이 외치려 하지만, 세리니안의 칼날이 더 빨랐다. 그녀는 해병대원의 목을 날리고는 피어오르는 피분수 속에서 싱긋 웃었다.
"스웜들아! 전쟁의 시간이다! 돌진하여 우리 맹우를 구출하라!"
나는 창고에서 그렇게 말하며, 갑판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스웜들은 일제히 창고에서 뛰어올라서 부두에 내려섰다. 그 속도는, 역시 게임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 리퍼 스웜이라고 납득할만하다.
"괴, 괴물이 왔다! 괴물이다!"
"히익! 군은, 군대는 뭐 하고 있는 거야!"비명을 지르는 상선의 선장과 해병대의 지휘관과 해군의 장교.
그것들을 리퍼 스웜이 파도처럼 삼키고 지나간다. 삼켜진 인간들은 베이고 토막이 나버리고 팔다리를 잃어 지면에 나뒹굴었다. 바다에서 나타난 리퍼 스웜들은 그야말로 파도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다.
그리고, 그들은 순식간에 부두의 주위를 제압하여 상륙지점을 확보했다.
그리고 나서 포이즌 스웜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부두에 내려섰다. 포이즌 스웜은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리퍼 스웜과 비교하면 느린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다.
리퍼 스웜이 전열에서 벽이 되고, 그 후방에 포이즌 스웜이 전개한다. 이걸로 포진은 완벽하다.
"세리니안. 지금부터 선행해서 정보를 모아라. 우리는 광장까지 전진하고는 대기할 테니."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나는 세리니안을 척후로 보내고는 스웜들과 함께 전진했다.
스웜들이 독특한 발소리를 내며 전진하자, 마을 주민들은 두려워하여 문을 닫았다. 원래는 스웜답게 척살해야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우리의 목적은 이자벨을 구출하는 일이다.
"아라크네아 분들!"
그때 갑자기 노파가 집에서 뛰쳐나왔다.
"멈춰라. 무슨 일인가?"
"예. 아라크네아 분들께서 늙은 저를 대신해 복수를 이뤄주셨으면 합니다. 제 딸은 이단자로 낙인찍혀 처형당했지요. 상반신의 피부가 벗겨지고 화형을 당했지 뭡니까. 너무 불쌍하게도....."
아라크네아한테 인간의 온정을 바라다니 곤란한 노인이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이단자라니?
"이단자? 어째서 당신 딸은 그런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나?"
난 노파에게 그리 물었다.
"이단자란 빛의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을 말합니다. 그 교의에 반하는 자들을 이단자로서 다루고는 하지요. 제 딸은 결혼 전에 애인과 맺어진 걸로 이단자로 낙인찍혀서 애인과 함께 처형당해버렸습니다......"
빛의 신이라는 녀석은 전부터 비뚤어진 종교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런 종교를 지금까지 믿고 있었던 건가? 그만두려고 생각하는 인간은 없었고?"
"여태까지는 이렇게나 엄히 계율을 지키려는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자애와 관용으로 가득 찬 종교였지요. 그런데 요즘 들어 완전 딴판으로...... 지금은 마을 사람도 믿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밀고할지 모르니까요."
흠.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우리들과도 관계된 일일까?
"안 됐지만 네 복수를 약속할 수는 없다. 우리들은 아라크네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스웜이 폭풍이지. 뭐든지 무차별적으로 매장시킬 뿐이다. 하지만ㅡㅡ"
나는 노파를 향해 그리 고했다.
"하지만, 그런 왜곡된 종교는 없애야 한다. 난 너의 딸을 죽인 놈을 죽이게 되겠지. 결코 그것이 널 위해서가 아니지만. 그것이 네 복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스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악몽. 그런 거지?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부디 딸을 살해한 것들에게 보복을......"
노파는 그렇게 말하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자, 다시 전진이다. 나아가자. 광장까지 나아가자. 이 마을의 광장을 제압하면 마을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우리들은 전진한다. 앞으로, 앞으로.
"세리니안?"
하지만, 의외로 세리니안이 빨리 돌아왔다.
"세리니안, 무슨 일인가?"
"구출 대상 말입니다만, 이미 광장에서 처형이 실행되었습니다. 아니, 처형되는 도중일지도 모르겠지만요."뭐라고. 그렇게나 빨리 처형을 집행하다니.
"처형을 집행 중이라고 했지? 서둘러 구출하자.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폐하."내게 그렇게 고하는 세리니안의 표정은 딱딱해서, 나는 매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우리들은 전진속도를 빠르게 하여 나아갔다. 리퍼 스웜의 속도에 맞추면 전열과 후열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들은 포이즌 스웜의 속도에 맞추어 전진했다. 나는 가까스로 그 속도에 따라갔다.
처형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살려야 한다.
이자벨은 아틀란티카의 동맹을 이루게 해 준 은인이다. 물론 나도 그녀가 간부회를 제거하는데 힘을 보태줬지만.
그리고 그녀와는 함께 씨 서펜트를 퇴치했었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전우인 것이다. 그리 간단히 내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생각했었다.
"이자, 벨.....?"
그리고, 나는 광장에서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확실히 처형은 집행 중이었다.
이자벨의 상반신 피부는 벗겨져서, 화형을 당하고 있다. 불에 타버린 살이 물집을 일으키자 그것이 이자벨을 괴롭히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민중들은 환호성을 내고 있었다. 마녀라든가 이단자라는 함성을 내며 흥분하고 있어서, 우리들이 도착한 일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자벨이 발버둥 칠 때마다 민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벌레다! 벌레들이 왔다고!"
"왤케 많아! 해군은 뭘 하고 있는 거야!?"그리고, 이제야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소복 차림의 남자들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낸다.
"여왕 폐하......"
"세리니안. 넌 이자벨을 구출해. 너희들은 이 자리에 있는 것들을 모두 죽여."
세리니안이 날 걱정하는 시선을 향해오자, 난 짧게 명령했다.
모두 죽인다. 여기엔 살려둘 가치가 있는 인간이 없다.
"벌레다! 도망쳐! 살해당한다!"
"도망쳐! 도망쳐!"놓칠까 보냐. 전부 죽인다.
리퍼 스웜이 전진하여 군중에 파고들어 그들을 찢어 죽이고, 포이즌 스웜은 독침의 비를 내려 민중들을 독즙으로 바꿔놓는다. 누구도 살려두지 말라는 나의 명령을 받고, 스웜들은 철저한 학살을 한다.
"경비병! 경비병을 불러!"
"신이시여!"
외치는 소복 차림의 남자들. 저것이 사형집행인이구나.
"포이즌 스웜, 저 남자들에게 독을."
"알겠습니다, 폐하."내가 명하자, 포이즌 스웜이 독침의 조준을 소복의 남자들에게로 맞춘다.
그리고, 발사되는 독침.
남자들의 가슴에 독침이 직격 한다.
"크윽......"
"아파! 아파! 살려줘, 살려줘......"
남자들은 포이즌 스웜의 독에 고통을 느끼다가, 녹아서 육즙으로 변했다.
"여왕 폐하. 구출 대상을 구조했지만....."
내가 스웜들에게 학살을 명령하고 있을 대, 세리니안이 이자벨을 품고 돌아왔다.
벗겨진 피부. 불탄 흔적. 전부 아파 보인다.
"이자벨. 늦어서 미안. 널 구할 셈이었는데."
"그러, 셔. 그거 기쁘, 네......"내가 세리니안이 품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사과하자, 이자벨은 연약하게 소리 내었다. 목소리는 연약하지만, 그 눈동자는 지금도 확실한 생기를 품고 있다.
"어떻게 하고 싶지? 네 소원을 말해봐."
"그럼, 편하게 일격으로 죽여, 줘. 아무리 나라 해도, 이건 좀 힘들어. 편하게, 해줘....."
내가 묻자, 이자벨이 그렇게 대답했다.
"알았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나는 수긍하고서, 리퍼 스웜을 불렀다.
"그녀를 편하게 해줘라. 일격으로 그녀를......"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왠지 모르게 리퍼 스웜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리퍼 스웜은..... 이자벨을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이자벨, 미안."
나는 이 세계에 와서 수백만의 죽음을 보아왔지만, 그곳에는 특별한 죽음과 무관심한 죽음이 있음을 깨달았다.
특별한 죽음ㅡㅡ자신과 관련 있는 친구가 죽는 일.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 그런 것들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난 초조함과 슬픔을 느낀다.
무관심한 죽음ㅡㅡ티비에서 본 것처럼 먼 나라에서의 죽음 같은 경박하고 마음이 무겁지 않은 죽음. 내가 수만 명,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을 죽여도 신경 쓰지 않을 죽음. 지금 이 광장에서 죽어가고 있는 민중 같은 죽음.
특별한 죽음은 여태까지 여러 번 경험했다.
리나토, 마린의 주민들, 그리고 이자벨.
이런 때의 나는 감정적이다. 아무리 죽여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세리니안, 모두 죽여라. 이 마을에 있는 인간은 한 놈도 남기지 마. 완전히 괴멸시켜. 지금의 내게는 그게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폐하."내가 조용히 명령하자, 세리니안과 스웜들이 대답했다.
리퍼 스웜과 포이즌 스웜은 각각 흩어져서 마을을 헤집고 다녔다.
"아아, 한 명만 죽이지 마라. 그 노파만은."
오늘의 나는 정말 감정적이구나.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알겠다. 소중한 사람이 피부가 벗겨지고 화형을 당한다는 것은, 정말 분함이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을.
"이 마을은 조용해지겠구나."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일어나는 와중,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내 말대로 이 마을은 조용해졌다. 남은 것은 리퍼 스웜에게 해체된 시체와 포이즌 스웜의 독으로 녹은 육즙 뿐.
조용하다. 정말 조용하다. 파도소리만이 들려온다.
"이것이 진혼가다, 이자벨. 너 같은 해적한테 어울리지?"
나는 이자벨의 시체의 머리를 무릎에 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조용해진 항구도시는 적막하면서도 온화했다. 그것이 지금의 이자벨에게는 필요하리라. 아니, 이자벨은 이제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필요로 하는 건 이 나다.
"아아. 질베르트의 배가 왔다. 가자."
그렇게 고한 나는 집합의식으로 스웜들을 불렀다.
스웜들은 주민이 한 명만 남게 된 마을에서, 이 적적한 부두로 돌아왔다. 세리니안의 장검은 새빨간 피가 묻어있었지만, 그것은 무관심한 죽음에 분류되는 인간의 죽음이다.
"세리니안. 어떻게 할까?"
"여왕 폐하꼐서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그런가. 하고 싶은 대로.
"프란츠 교황국을 멸망시키자. 하지만 간단히는 멸망시키지 않아. 보답은 제대로 해줘야지."
우리들은 그 후로 질베르트의 배로 페넬리아를 떠났다.
이자벨의 시체는 질베르트가 해적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수장이다. 위대한 해적에게 묘비는 필요 없다.
그리고, 우리들은 보복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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