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9 모험가길드(1)
    2022년 10월 07일 01시 38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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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21/

     

     

     

     우리들은 숙소에 짐을 놓고서, 최초의 도시 마린의 조사를 바로 시작했다.

     

     "그럼, 정보수집 말인데."

     나는 세리니안, 라이사, 매스커레이드 스웜을 데리고 거리를 나아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지형은 파악했으니, 나로서는 언제든 공략할 수 있지만 교섭을 위해 내부 사정을 알아두고 싶어. 이런 경우는 어디로 가야 좋을까?"

     이 세계에는 신문이 없다. 신문으로 세계의 정세를 알 수는 없다.

     

     애초에 신문이 있어도 난 이 세계의 글자를 읽을 수 없다.

     

     "저는 잘 모르겠네요. 마을이었다면 집회장에 가면 대략적인 일은 알 수 있거든요."

     "집회장..... 여왕 폐하, 여기선 주점에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라이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세리니안이 막 생각났다는 듯 제안을 해왔다.

     

     "주점이라. 확실히 정보는 있을 법 해."

     난 세리니안의 의견에 납득하고는 술집을 찾았다.

     

     주점은 의외로 간단히 찾아냈다. 글자를 모르는 나도 알 수 있도록 맥주잔의 그림이 그려진 간판이 있어서 바로 알아챘다.

     

     "그럼 가볼까. 세리니안, 라이사, 매스커레이드 스웜."
     "예."

     

     난 세 명을 데리고 주점의 문을 지났다.

     

     "아앙?"

     

     갑자기 주목이 쏠렸다.

     

     뭐 당연하다. 난 워커 스웜이 만들어준 휘황찬란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세리니안과 라이사는 깜짝 놀랄 정도의 미소녀다. 주목이 모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가씨. 여기가 무슨 가게인지는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문옆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남자ㅡㅡ아마 저것이 드워프라고 생각한다ㅡㅡ가 말을 걸어와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아가씨가 있을 장소가 아니라는 것도 알 텐데. 여긴 어른의 사교장이다. 아가씨한테는 3,4년 빨라."
     "아, 그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주점에 14살로 젊어진 내가 오는 것이 이상해서 드워프가 말을 건 모양이다. 확실히 생각이 짧았다. 지금의 난 완전히 잊었지만 외모가 14세 정도인 것이다.

     

     "이렇게 보여도 난 어른이다. 그렇지, 세리니안?"
     "옙! 여왕 폐하께선 확실히 성인이십니다."

     내가 고하자, 세리니안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니 여기서 즐겨도 되겠지?"

     "맘대로 해. 어린 시절부터 술 마시다가 멍청해져도 난 몰라."
     

     드워프는 포기했다면서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자신의 맥주잔으로 입을 되돌렸다.

     

     "세리니안, 라이사, 매스커레이드 스웜. 카운터에 앉자. 그리고 소문을 들어보자꾸나."
     "예, 여왕 폐하."

     내가 고하자, 일행이 카운터에 자리 잡았다.

     

     "손님, 주문은 뭘로?"
     "적포도주."

     "저는 우유요."

     "난 에일."

     나와 라이사와 세리니안이 제각각 주문했다. 우유를 시키는 방법이 있었다니.

     

     뭐 좋다. 지금은 귀를 쫑긋 세우기나 하자. 어딘가의 누가 술에 취해 쓸데없는 말을 할지도 모르니까.

     

     "어이, 들었냐. 마르크 왕국의 사건."

     "어, 들었지. 나라가 멸망하다니 무서운 이야기라고."

     오우. 바로 들여온다.

     

     "공작 폐하는 어떻게 하실 셈일지. 괴물들이 북진해오면 닐나르 제국이 쳐들어오는 것보다 큰일이지 않아?"

     "닐나르 제국 쪽이 훨씬 무서워. 왜냐면 닐나르 제국의 황제 맥시밀리안은 괴물 중의 괴물이니까."

     

     흠. 닐나르 제국과 슈트라우트 공국은 관계가 좋지 않은가. 이것은 파고들 틈이 될지도 모른다.

     

     "모험가길드의 녀석들은 편하기도 하지. 녀석들은 적당한 용돈벌이로 마르크 왕국을 보고 오기만 하면 되니까. 녀석들은 슈트라우트 공국이 멸망해도 딴 곳에 가서 장사하면 된다고."

     "아니. 모험가길드 녀석들도 꽤 고생하는 모양이더라. 나라에서 발주한 퀘스트를 진행하려는데 사람이 부족하대. 누구도 마르크 왕국에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야. 왜냐면 마르크 왕국은 괴물 때문에 멸망했으니까."

     모험가길드라는 조직이 마르크 왕국의 조사를 시작했나. 국경의 리퍼 스웜들에게 경계해두도록 해야겠다. 섣불리 내부를 보이는 것은 탐탁지 않다.

     

     "모험각길드의 녀석들한테 건배! 그들한테 영광 있기를!"

     "겁쟁이 기사단을 대신해 괴물의 둥지를 조사하는 불나방들에게 건배!"

     

     취객들은 제각각 소리 내어 건배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모험가길드라는 것에 흥미가 생기는데. 라이사, 뭔가 알아?"
     "전 자세히 모르지만, 때때로 엘프의 숲에 탈옥수를 붙잡으러 오는 모험가들이 왔었어요. 용병 같은 게 아닐까요?"

     내가 묻자, 라이사는 불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냥 모험가길드에 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좀 성가실 거야. 이쪽은 정체 모를 난민이니까."

     

     세리니안이 제안하자, 난 그렇게 말하며 부정했다.

     

     "손님들, 마르크 왕국의 난민인가?"

     아무래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주점의 점주가 그렇게 말해왔다.

     

     "네. 마르크 왕국에서 도망쳐왔어요."

     "그쪽의 드레스 아가씨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갑옷 아가씨와 활 아가씨는 모험가길드에서도 통할 것 같구만. 난민이라 수입이 없을 테니 모험가길드에 들러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짐덩이 취급받는 나와 모험가 같다는 세리니안가 라이사.

     

     여기선 모험을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모험가길드는 어딨지?"

     "스벤 공 기념로에 있지. 커다란 간판이 있으니 바로 알 게다."

     내가 묻자, 주점의 점주가 그렇게 대답했다.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 이건 사례금이다."

     난 많은 은화를 카운터에 올려놓고서, 일행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세리니안, 라이사. 모험가길드라는 조직에 대해 조사하자. 먼저 잠입이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이 되면 움직인다. 녀석들이 마르크 왕국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 그다지 알려지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알려졌을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폐하."

     난 가게 바깥에서 그렇게 명령하고서, 일행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침구류는 푹신푹신했고 식사는 맛있었으며 바다가 보이는 경치는 예뻐서 매우 만족했음을 여기에 기록해둔다. 고마워, 세리니안. 넌 숙소를 고르는데도 재능 있어.

     


     

     세리니안과 라이사에게 고했던 것처럼, 다음날 아침에는 모험가길드로 향했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내가 늦잠을 잔 것은 비밀이다. 세리니안도 라이사도 웃으며 용서해줬기 때문에 다행이었다는 걸로 해둔다. 미안.

     

     "모험가길드는 스벤 공 기념로에 있댔지."

     난 주점에서 들었던 대로 길을 나아갔다.

     

     "저건가?"

     

     내가 스벤 공 기념로라는 거창한 이름이 지어진 길을 나아가고 있자, 교차하는 검과 화살이 그려진 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척 보기에도 용병을 모집한다는 듯한 간판이다.

     

     "저거겠죠. 따로 그럴듯한 건물은 없습니다."

     "과연 어떤 장소일까요......?"

     

     세리니안은 씩씩하게, 라이사는 약간 불안하게 말했다.

     

     "뭐든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가보자."

     나는 일행을 데리고 나아갔다.

     

     건물은...... 딱히 특이한 부분은 없다. 접수대 같은 카운터가 있는 호텔 같고, 게시판과 서류가 놓인 테이블이 있는 것은 관청 같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인종이 제각각이다. 드워프도 있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있다. 통일되지 않은 제각각의 갑옷을 입고서, 통일되지 않은 무기를 휴대하고 있다.

     

     "여기가 모험가길드구나."

    난 내부를 둘러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험가길드 마린 지부에 어서 오세요. 퀘스트를 발주하시려고요?"
     "아니. 모험가라는 것에 흥미가 생겨서 보러 왔을뿐이다."

     접수원이 밝게 인사하자, 난 그렇게 대답하며 접수원을 무시했다.

     

     "세리니안. 여기 있는 녀석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지?"
     "뒤죽박죽이군요. 저희들이 고전할만한 상대고 있고, 워커 스웜도 못 이길 것들까지 있습니다."

     모험가길드를 빈틈없이 정찰하는 나와 세리니안.

     

     "붙어있는 퀘스트. 글자를 읽을 수만 있었다면......"

     분하게도, 나는 이 세계의 말은 할 수 있어도 글자는 못 읽는다.

     

     "폐하. 저희도 모험가로서 활동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왜지, 세리니안? 그럴 필요가 있나?"

     "예, 폐하. 여기 있는 모험가들을 조사하려면, 연줄을 만드는 것이 제일. 저희들도 모험가로서 활동하면 연줄이 생기지 않을까요."

     음. 확실히 세리니안이 제안한 대로다.

     

     나는 집합의식을 통해서 라이사와 매스커레이드 스웜한테도 계획에 찬성하는지 확인해보았다. 내 물음에 둘 다 수긍해왔다.

     

     "결정됐네. 모험가길드에서 활동하자."

     난 의젓하게 고하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먼저 어디서 뭘 해야 하지?"
     "접수에서 등록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구나. 방금 전에는 무시했지만 이번에는 상대해주자.

     

     "모험가 등록을 부탁하고 싶은데."

     "네, 알겠습니다. 먼저 길드 카드를 작성하겠사오니ㅡㅡ"

     "길드 카드? 연간 유지비는 필요한가?"

     "아, 아뇨. 퀘스트를 몇 가지 해주시면 그걸로 괜찮은데요."

     

     지구에서도 이런저런 카드를 만들어서 진저리가 났지만, 이세계에서까지 카드를 만들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럼 길드카드를 만들어 줘."
     "네. 그럼 이 수정에 손을 얹어주세요. 그러면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접수원이 그렇게 고하자, 난 매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수정에 손을 얹으면 아라크네아의 여왕임이 들켜버리지는 않을까. 매스커레이드 스웜도 그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난 수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 저기, 등록하시지 그러세요?"

     "그래. 한다. 하지만 잠깐 설명이 필요하다."

     난 그렇게 말하며 질문의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묻고 싶은데, 이건 개인정보를 읽는 기계인가?"
     "읽어 들이는 개인정보는 이름과 스테이터스만이에요. 이용자 분들 중에는 여러 가지로 사정이 있는 분도 많아서요."

     그거라면 문제없어 보인다.

     

     "다른 일은 전혀 읽지 않는 거지?"
     "그렇게 여러 가지를 읽어 들이는 기계가 있다면 지금쯤 큰일이 났을 거라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이름과 스테이터스만 읽어 들여요."

     확실히 그런 편리한 기계가 있었다면 국경에서 걸려 유혈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등록은 하시는 건가요?"
     "그래. 세리니안, 너부터 해봐."

     먼저 세리니안부터다.

     

     "여기 손을 올리면 되나?"
     "네. 그거면 돼요."

     세리니안이 묻자, 접수원은 수정에서 나오는 빛이 카드에 글자를 새겨가는 과정을 바라보았다.

     

     "세리니안 님이네요. 매우 높은 스테이터스를 지닌 모양이네요. 이거라면 어느 파티에서도 도움이 되겠어요."

     "내가 모시는 자는 여왕 폐하 뿐이다. 다른 자를 모실 생각은 없다."

     "그, 그런가요."

     딱한 접수원이다.

     

     "다음은 라이사."
     "네!"

     내가 부르자 라이사가 수정 위에 손을 둔다.

     

     "흠흠. 손재주와 민첩성이 매우 높으시네요. 그 활을 사용하시나요?"
     "네. 이걸 써서 싸워요."
     "확실히 이 스테이터스라면 적당하겠네요."

     라이사의 스탯도 높은 모양이다.

     

     "다음은 매스커."
     "알겠습니다, 폐하."

    매스커레이드 스웜이라 부르면 정체를 들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기선 매스커로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길드카드에는 제대로 매스커레이드 스웜이라 기재되어 있었다.

     

     "저기. 매스커레이드 스웜 씨? 별난 이름이네요. 하지만 스테이터스는 은밀성 등이 매우 높아서 척후에 어울리는 모양이에요."

     으으음. 매스커레이드 스웜의 이름이 밝혀진데 더해, 그도 스탯이 높다.

     

     "마지막은 내가......"

     나는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도, 수정 위에 손을 올렸다.

     

     "그레빌레아 씨네요. 스탯은...... 조금 낮네요."
     "솔직히 말해. 어느 정도나 낮지?"
     "평균을 조금 많이 밑돌고 있어요."

     하아.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다.

     

     나는 세리니안처럼 검을 휘두르며 싸울 수 없고, 라이사처럼 활을 쓸 수 도 없다. 허약한 일반시민인 것이다.

     

     "하지만 지성과 통솔력이 매우 높아요. 이건 당 길드에서도 기록이 경신될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명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가질 만한 수준이에요."

     그렇게 접수원이 고했다.

     

     "역시 여왕 폐하시군요. 대단합니다"
     "세리니안. 다른 스탯은 일반인 이하다. 칭찬하지 마."

     세리니안이 감동하여 칭찬하자, 난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이걸로 모험가 등록은 끝인가?"
     "네. 이제는 마음껏 퀘스트를 발주해주세요."

     이 모험가길드라는 곳은 비디오 대여점보다도 규칙이 널널하구나.

     

     "뭐, 좋아. 세리니안. 적당한 퀘스트를 골라와."
     "알겠습니다, 폐하."

     내가 명령하자, 세리니안은 게시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치의 주저도 없이, 별이 많이 붙은 퀘스트 발주서를 들고 돌아왔다.

     

     "......세리니안. 그건 위험한 퀘스트가 아냐?"

     "괜찮습니다. 저희들이라면 가능합니다."

     내가 묻자 세리니안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라이사, 내용은 뭐라 쓰여있지?"
     "으음. [교외에 출몰하는 그리폰 퇴치를 부탁합니다. 보수는 정벌에 100만 크랑. 포획은 300만 크랑]이라고 하네요."

     

     라이사는 인간의 글자도 읽을 수 있다.

     

     "그리폰이라......"

     분명 매의 반신에 사자의 반신을 지닌 괴물이었을 터.

     

     "천사에 비한다면 대단한 상대는 아니겠지. 받자."
     "그럼 바로 접수를 끝내겠습니다."

     

     세리니안은 그리폰과 싸우게 되는 것이 매우 기대되는지, 두근거리는 기색으로 길드의 접수로 향했다.

     

     그로부터 접수를 끝낸 우리들이 퀘스트의 목표인 그리폰 퇴치에 나선 것은 30분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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