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1 사교계(1)
    2022년 10월 08일 00시 15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23/

     

     

     

     그리폰과 맨티코어를 정벌한 두에도 여러 고난이도의 퀘스트를 달성해온 우리들은, 이 마린은 물론이고 슈트라우트 공국 전체에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인물도 있었다.

     

     "니들이 요즘 활약한다는 모험가냐?"

     숙소에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은 골목에서 그렇게 말을 건 자는, 보기에도 불량해보이는 남자 집단이었다. 싸구려 가죽 갑옷을 입고서 우리들한테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활약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험가는 맞다."

     난 남자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시치미 떼기는. 니들이 고난이도 퀘스트를 마구 달성한 탓에 우리들 모험가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니들 땜에 길드에 고난이도 퀘스트가 넘쳐난단 말이야."

     뭐야. 실력부족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건가.

     

     "그래서? 그럼 직업을 바꾸지 그래. 너희들이라면 뭔가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뭐라고, 개소리 집어쳐!"

     내가 진저리를 치며 말하자, 남자는 칼을 뽑았다.

     

     "그걸 뽑았다는 말은 싸울 셈인가?"
     "조금 본보기를 보여줄뿐이라고. 그 예쁘장한 얼굴에 칼자국이 나면 어떨까."

     내가 물어보자, 남자는 그리 대답하며 장검을 빙글 돌렸다.

     

     "세리니안. 상대해."
     "알겠습니다."

     세리니안이 남자들 앞으로 나선다.

     

     "그럼, 먼저 너부터다! 각오해라!"

     남자는 그리 말하며 장검을 들었는데, 양손이 베여서 떨어졌다.

     

     "끄악! 뭐, 뭐냐 이거ㅡㅡ"

     다음 순간, 우리들한테 시비를 걸었던 5명의 남자들의 목이 날아가서 선혈이 골목을 적셨다. 생존자 없음. 모두 목을 베여서 작게 경련하며 지면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후로도 시비 걸 것 같네."
     "그때마다 목을 베겠습니다."

     

     나는 유명해지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깨달았다.

     

     "자, 오늘도 모험가길드에 가자. 정보수집이다."

     모험가길드에서는 여러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구 마르크 왕국의 상황을 모험가들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국가 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가. 국내 정세가 어떻게 되었나 등등.

     

     "아, 그레빌레아 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접수원이 미소를 가득 지으며 우리를 맞이해줬다.

     

     "뭔가 곤란한 퀘스트라도 생겼어?"
     "아뇨. 나라의 높으신 분이 그레빌레아 님을 만나고 싶다 해서요."

     켁. 너무 유명해졌나?

     

     마르크 왕국의 난민치고는 너무 판치고 다녔던 일에서 세금의 미납까지 여러 가지가 내 머리를 스쳤다.

     

     아, 그리고 세리니안이 항상 나를 여왕 폐하라고 불렀던 일도 있지만, 이건 단순한 애칭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아무 문제도 없다. 정말 여왕이라면 등록 시 본명이 밝혀지는 모험가길드에서 모험가로 지내지 않으니까.

     

     그럼 대체 뭐람......

     

     "그레빌레아 님? 괜찮으세요?"

     "그, 그래. 괜찮다. 그래서 그 높은 녀석은 뭐가 목적이지?"

     접수원이 걱정스럽게 물어봐서, 난 그렇게 대답해줬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분명 그레빌레아 님의 활약을 격려하러 온 거겠죠. 그리고 슈트라우트 공국에서는 유능한 모험가가 때때로 나라에 발탁되는 일도 있거든요."

     흠. 나라의 내부에 파고드는 것은 위험하지만, 이득도 크겠구나.

     

     "그리고 모레 저녁에 열리는 파티에 그레빌레아 님 일행을 초대한다는 말씀이 있어서요!"

     "파티?"

     

     접수원이 고하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이곳 마린에서는 정기적으로 상업길드의 길드장이 나라와 마을의 높은 분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고 있거든요. 정말 유명하고 고귀한 사람만 불린다는 파티라서, 누구나 거기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정치적 모금을 위한 파티는 아니겠지.

     

     "뭐, 먼저 높으신 분과 만나보세요. 저와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 거라 생각해요."

     "그것도 그렇네."

     여기서 의논해도 별 수 없다.

     

     결의를 다지고 높은 녀석이라는 걸 만나보자.

     


     

     "그쪽이 그레빌레아 양인가?"

     우리를 맞이한 자는 멋진 수염의 중년남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지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말투가 괘씸하다만, 모험가길드의 영웅이니 봐주도록 하마."

     

     잘난 어르신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잘났지만.

     

     "나는 바질 드 뷔퐁 백작이다. 이번에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는 모험가가 있다고 듣고 직접 만나러 왔다. 하지만 의외로군. 대부분 여성 모험가의 파티일 줄은."

     확실히 남자는 매스커레이드 스웜 뿐이다. 사실 그도 무성생물이지만.

     

     "그건 그렇고 뭔가 피냄새가 나는 건 기분 탓인가?"

     "조금 전 우리들한테 난폭한 짓을 하려던 악한을 베어 죽인 참이다. 이 마을은 치안이 나빠."

     난 태연하게 그리 설명했다.

     

     "허어! 정말 치안이 나쁘군. 이 마을의 치안은 전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가련한 아가씨들한테 난폭한 짓을 하다가 죽는 얼간이가 있다니. 시장한테 치안문제를 신경 쓰라 말해야겠군."

     

     악한을 죽인 것은 정당방위에 들어가는지, 바질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를 만나서, 만족했나?"
     "정말 무례한 모험가로다. 하지만 그 드레스는 일류 장인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구나."
     

     워커 스웜. 넌 일류 장인의 칭호를 얻었다고.

     

     "실은 신분을 숨기고 모험가를 하고 있는 마르크 왕국의 귀족은 아닌가?"

     그리고, 여기서 바질이 엉뚱한 질문을 꺼냈다.

     

     "아니. 단순한 모험가다."
     "모험가가 그런 드레스 차림을 한다는 얘긴 들은 바가 없네. 그리고 그 3명은 시종 아닌가?"

     제멋대로 마르크 왕국의 귀족이라 의심해도 곤란하다. 난 마르크 왕국을 전혀 모르니까. 우리들은 짓밟고 멸망시켰을뿐이다.

     

     "확실히 난 폐하를 모시는 기사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나는 집합의식을 통해 세리니안을 혼냈다. 그러자 세리니안이 눈물지었다. 귀여워.

     

     "어디의 귀족인지는 묻지 않으마. 마르크 왕국은 멸망해버렸다고 들었으니, 섣불리 고향을 떠올리게 해서 슬픈 추억을 되새기게 하면 안 되니까."

     

     오,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주네. 이후로는 마르크 왕국에 대해 들으면 트라우마가 자극된다는 행동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르크 왕국의 귀족으로 위장하는 것도 완벽하겠다.

     

     "그런데 모험가이며 마르크 왕국의 귀족인 당신들한테 부탁이 있네만, 들어줄 수 있을까?"
     "그래. 들어주마."

     다음 화제는 뭘까? 그 파티?

     

     "이튿날 저녁에 만찬회가 열리는데, 부디 참가했으면 하네. 모험가로서 막대한 활약을 하는 그대들을, 나라의 요인들도 주목하고 있지. 부디 만찬회에서 참석자들한테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네."

     역시 만찬회에 참가해달라는 건가. 그런 것은 싫지만.

     

     "상관없다. 출석하마. 이튿날이렷다?"

     "이튿날 저녁."

     "조금 묻고 싶다만, 드레스와 턱시도를 빌릴 수 있을까. 난 파티에 참가해도 괜찮은 드레스를 가졌지만, 세 사람은 없어서 말이다."

     "오오. 그런 일이라면 내게 맡기게나. 난 옷가게도 경영하고 있으니, 필요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준비하지."

     

     좋아, 이걸로 드레스는 문제없음.

     

     "장소는 어딘가?"
     "마린의 영빈관이다. 이게 초대장이고."

     바질은 그렇게 고하며 4장의 초대장을 건넸다.

     

     "알겠다. 일부러 초대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만찬회를 흥겹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리 힘주지 않아도 출석하기만 하면 된다네. 참석자들은 소문의 모험가를 직접 보고 싶어할뿐이니까."

     

     뭐냐 그건. 우리들은 손님 끌기용 팬더냐.

     

     "뭐 좋아. 참가는 하마. 드레스와 턱시도는 내일 치수를 재러 3명을 보낼 텐데, 드레스 값은 얼마나 하지?"

     

     "그건 됐네. 우리가 무리하게 출석을 부탁했으니 이쪽에서 부담하는 게 도리가 아니겠나."

     호오. 언짢은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럼, 만찬회에서 만나도록 함세. 그리고 옷가게의 주소는 여기 써두었으니, 이걸 보고 가면 도착할 거다."

     

     바질은 마지막으로 메모를 남기고 떠났다.

     

     "이 메모 읽을 수 있겠어 라이사?"

     "네. 루이 공 영광대로 3블록 모퉁이네요."

     내가 물어보자, 라이사가 메모를 보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여러 가지로 할 일이 있으니까."

     난 그리 고하고서 세 명을 데리고 모험가길드를 나서려 했다.

     

     "아! 그레빌레아 님! 용건은 뭐였나요?"

     나가려 하자, 수다쟁이 접수원한테 붙잡혔다.

     

     "손님 끌기용으로 만찬회에 나오라 들었다."

     "와! 대단하잖아요! 우리 길드에서 그 만찬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워요! 이건 역사에 길이 남겠는데요!?"

     내가 진저리를 치며 고하자, 접수원은 마구 재잘대기 시작했다.

     

     "역사에 남을지는 둘째치고 국가의 수장은 출석할까?"
     "네? 슈트라우트 공작님이요? 샤론 공작 각하는 출석하다 말다 하세요. 요즘은 바쁘신 모양이라 잘 모르겠네요."

     

     쳇. 이 나라의 수뇌와 직접 담판을 지으면 좋았을 것을.

     

     "정보에 감사한다. 그럼 이만."
     "네! 당 모험가길드를 잘 선전해주세요!"

     

     나는 이 이상 접수원의 수다에 어울릴 수 없다며 재빨리 나갔다.

    728x90

    '판타지 > 여왕폐하의 이세계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3 사교계(3)  (0) 2022.10.08
    022 사교계(2)  (0) 2022.10.08
    020 모험가길드(2)  (0) 2022.10.07
    019 모험가길드(1)  (0) 2022.10.07
    018 북쪽의 교역국가로  (0) 2022.10.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