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0 모험가길드(2)
    2022년 10월 07일 03시 39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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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22/

     

     

     

     우리들은 그리폰 정벌의 퀘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마린의 교외를 찾아갔다. 교외는 전원의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한적한 모습이었다. 무서운 괴물이 나올만한 장소로는 안 보인다.

     

     "여왕 폐하. 그리폰은 어딨습니까?"
     "내가 다 묻고 싶어. 애초에 여기가 그리폰의 둥지라는 것도 아니니, 항상 있지는 않을 거다."

     세리니안이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어 하며 물어봤지만,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 그럼, 어떻게 그리폰을 쓰러트려야 할지?"
     "대책은 있어. 끌어내면 돼."

     

     초조해하는 세리니안도 귀엽지만, 지금은 그 귀여움을 즐길 시간이 아니다.

     

     "자, 이걸 쓰자."

     내가 준비한 것은 두 마리의 소였다.

     

     "소, 말입니까?"

     "그리폰에 대해 물어보니, 녀석들은 길을 지나는 마차의 말과 농경지대의 가축을 노려 공격해온다고 하더라. 그럼 먹이로 낚아서 낚인 그리폰을 요리하자꾸나."

     나는 글은 읽지 못하지만 대화는 가능하다.

     

     세리니안이 그리폰 퇴치에 두근거리는 동안, 난 길드의 접수원에게 퀘스트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었다. 어째서 교외에 그리폰이 출몰하면 곤란한지, 보통 그리폰은 어떻게 정벌하는지.

     

     그렇게 이끌어 낸 작전이 먹이로 낚는다는 작전이다.

     

     "그리폰은 요즘 이 부근에 가축이 사라지고 마차도 다니지 않아 배가 고플 거다. 틀림없이 이 먹이에 달려들겠지. 그럼 소를 저기 묶어놔."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내가 명령하자, 세리니안은 2마리의 소를 길가의 울타리에 묶었다.

     

     "이제 우리들은 숨자. 바람을 받는 쪽으로. 라이사, 그 화살은 준비되었지?"
     "네, 갖고 왔어요."

     좋아. 이걸로 준비 끝이다.

     

     "그럼 다음은 너희들의 일이다. 내가 참견할 일은 더 이상 없어."

     스탯이 일반인 이하인 나는 여기서 퇴장이다.

     

     "어떤 것일까요?"
     "매와 라이온의 키메라다. 그리고 크지."

     라이사가 생각에 잠기자, 내가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기사로서는 한번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세리니안은 기사였지. 괴물 퇴치도 기사의 일인가."

     세리니안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기사로서 괴물을 잡고 싶다는 정신 때문인 모양이다. 그녀도 조금 어린애 같은 면모가 있다.

     

     "......그리폰을 잡고 싶은 것은 어린애 같습니까?"
     "아, 미안. 하지만 트로피를 원하는 건 게임의 느낌이라서 어린애 같아."

     

     집합의식을 통해 세리니안한테 내 생각을 전하자, 그녀가 슬픈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괴물을 쓰러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역시 어린애 같다고 생각해.

     

     "뭐, 나도 비슷한가. 내 경우는 괴물이 아닌 국가를 쓰러트려서 트로피를 얻는 거지. 세리니안의 트로피보다 피비린내나고, 험악하다."

     나도 게임하는 느낌으로 이 세계를 '플레이'하고 있으니 남말할 때가 아니다.

     

     "여왕 폐하. 날개 소리가 들려요. 뭔가 커다란 것이 접근하고 있네요."
     "그리폰이다. 아니면 파리의 왕이던가. 너희들, 준비해."

     라이사가 날카롭게 고하자, 난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서 3분 정도 지나자 사냥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폰이다. 전승대로, 매의 반신과 사자의 반신을 한 괴물. 그것이 겁먹고 울부짖은 소를 붙잡더니 그대로 날아가려고 한다. 소의 살점에 그리폰의 발톱이 파고들어서 피가 배어 나온다.

     

     "라이사. 쏴."
     "네."

     

     첫 수를 쓴 자는 라이사다.

     

     라이사가 특수한 가공을 한 화살을 장궁에 걸고는 그리폰을 조준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살은 그리폰을 향해 날아갔다.

     

     "갸악!"

     그리폰이 비명을 지르며 소를 놓친다.

     

     "다음, 세리니안, 매스커레이드 스웜!"

     "예!"

     

     세리니안과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내 명령을 듣고, 우리가 숨어있던 수풀에서 뛰쳐나왔다. 세리니안은 검은 칼날의 파성검을,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무기점에서 산 도끼를 손에 들고 있다.

     

     "기이!"

     그리폰은 화사의 아픔에서 회복했는지, 아니면 아드레날린으로 통증을 무시하고 있는지 세리니안과 매스커레이드 스웜을 향해 날개를 크게 펼치며 맹렬히 공격해왔다.

     

     "이야압!"

     세리니안은 기합소리를 내면서 파성검을 휘둘러, 단번에 그리폰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기, 깃!"

     하지만 그리폰은 몸을 비틀어 세리니안의 일격을 회피하고서, 부리를 세리니안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세리니안한테 그것은 둔한 동작이라서, 곧장 빙글 회전하여 회피하면서 보답으로 파성검을 이용해 부리를 베어버렸다.

     

     그리고 매스커레이드 스웜도 말없이 공격을 하였다. 도끼가 노리는 곳은 그리폰의 날개다. 하지만 날갯짓을 하는 그리폰의 날개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다. 애초에 매스커레이드 스웜은 인간 형태의 싸움에 익숙지 않다.

     

     "앗! 저 녀석, 도망칠 셈이네!"

     그리폰은 크게 날개짓을 하더니, 하늘로 날아올라 남쪽으로 날아갔다. 놓칠 수 없다며 라이사가 다시 하살을 쏘자, 그것은 그리폰의 옆구리에 박혔다. 하지만 그리폰은 추락하지 않았다.

     

     "폐하! 놓쳤습니다!"
     "괜찮다. 화살에는 강력한 향수를 발라놓아서, 스웜의 후각이라면 추격할 수 있다. 이제 녀석의 둥지까지 나아가자."

     "역시 여왕 폐하십니다. 준비성이 투철하시군요."
     "뭐, 상대는 날아다니니까 날아서 도망치는 일도 고려해둔 거다."

     세리니안의 칭찬은 조금 쑥스럽다.

     

     "자, 냄새를 쫓자. 매스커레이드 스웜, 나설 차례다."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감각기관이 인간에 가까운 세리니안과 라이사보다는 매스커레이드 쪽이 후각이 뛰어나다. 추적은 그에게 맡기자.

     

     그건 그렇고, 너무 멀리 가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왜냐면 내 스탯은 일반인 이하라서, 곧장 뻗고 마는 것이다.

     


     

     "이 앞입니다."

     그리폰이 날아간 뒤 40분가량.

     

     우리들은 이제야 그리폰의 둥지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지쳤다아......"

     난 녹초가 되었다. 그리폰의 둥지는 산 위에 있는 동굴이었는데, 그 산까지 가는 거소, 산을 오르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그리폰을 정벌해서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울고 싶어진다.

     

     "괜찮으십니까, 여왕 폐하?"
     "그다지 괜찮지 않아. 빨리 끝내고 와, 세리니안."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세리니안은 보기에도 두근거리는 기색으로 동굴 안을 향해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그리폰의 포효가 들려오더니, 격한 금속음이 울리기를 5분.

     

     "정벌했습니다, 폐하."
     "수고했다."

     난 그리폰의 목을 들고 온 세리니안을 치하했다.

     

     "그리고 둥지에는 그리폰의 새끼가 3마리 있었습니다."

     "그래? 그건 어떻게 했지?"

     세리니안의 보고에 내가 물어보았다.

     

     "아직 어려서 죽이는 것도 뭣해서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건 안 좋아. 그건 안 좋다, 세리니안."

     그리폰은 지금이야 어려도, 언젠가 다시 커져서 또 가축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부모가 살해당한 만큼, 증오심에 마구 죽이고 다닐지도 모른다. 복수의 연쇄라는 것은 야생동물한테도 적용되는 것이다.

     

     "세리니안. 선택지는 둘이다. 하나, 새끼를 죽인다. 둘, 새끼를 확보해서 데리고 돌아간다. 그리고 키워서 커지면 전환로에 넣어 스웜으로 만든다."

     그리폰의 스웜이라니 매력적이다.

     

     "그럼, 키우도록 하죠. 그리폰은 강력한 마수. 전력이 된다면 좋을 겁니다."
     "그럼, 결정됐군. 그리폰은 세리니안이 책임지고 키우도록."

     이렇게 그리폰 정벌 퀘스트는 달성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막 모험가가 되었는데도 이런 어려운 임무를 소화해내다니 놀랍네요. 역시 우수한 스테이터스를 가진 분들 다워요."

     

     나는 일반인 이하지만.

     

     "그런데, 그리폰이란 것은 어느 정도면 다 자라지?"
     "그리폰이요? 글쎄요. 반년이면 성조가 돼요. 그래서 참 곤란해요. 바로 커버리니까 아무리 정벌해도 끝이 없단 말이에요."

     내 질문에, 접수원은 그렇게 대답했다.

     

     "반년 동안 돌볼 수 있겠나, 세리니안?"
     "예. 그 정도는 쉽습니다."

     내가 확인하자, 세리니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폰 새끼는 숙소에 숨겨뒀다. 새끼라고 해도 식욕이 왕성해서, 3마리가 양 1마리를 다 먹고 말았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이 보수인 100만 크랑입니다."

     

     우리들 앞에 턱 하고 놓이는 금화.

     

     "흠. 이건 쓸만해 보여."

     돈을 벌기 위해 모험가의 일을 계속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런데 여왕 폐하. 시선을 느낍니다만."
     "모험가들이겠지. 우리들한테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작전 성공이구나."

     모험가들은 우리들의 기대대로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이걸로 모험가들과 연줄이 생긴다면,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이, 당신들이 그리폰을 정벌했어?"
     "그랬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청년이 말을 걸어와서, 난 되도록 부드럽게 대답했다.

     

     "대단한걸. 그 퀘스트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누구도 받으려 하지 않았다고. 그걸 오늘 등록한 모험가가 처리하다니, 대단한 것도 정도가 있지. 당신들 어디 출신인데?"

     허물없는 남자지만, 모험가란 것은 다 그런 모양이다.

     

     "마르크 왕국이다."
     "마르크 왕국이라. 그거 딱하게도. 도망쳐 온 건가?"

     "그래. 그런 참이다."

     내가 거짓 신분을 말하자, 청년은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마르크 왕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나라에서 직접 조사의뢰가 나왔다는 정도만. 나라는 마르크 왕국이 어딘가의 괴물에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모험가를 계속 보내고 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녀석은 거의 없고."

     과연. 마르크 왕국의 내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나.

     

     "이어서 묻겠는데, 이 나라는 평화로울 것 같나?"

     "평화로울 것 같다라. 글쎄. 소문으로는 닐나르 제국이 주둔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던데. 프란츠 교황국에서도 동맹을 맺으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던가."

     흠. 이 나라에도 전쟁의 기운이 있나.

     

     "닐나르 제국과의 관계는 어떻지?"
     "녀석들은 오만해. 세상이 지들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어. 자기들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인다나 뭐라나."

     오만한 대국인가.

     

     "그리고 나라에서 대대적으로 물자를 사들이고 있어. 이건 전쟁의 조짐일지도 몰라. 나라가 물자를 사들이는 건, 재해가 일어날 때나 전쟁을 대비할 때라고."

     그걸 빨리 말했어야지. 분명한 전쟁 준비잖아.

     

     "슈트라우트 공국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지?"
     "지금의 공작인 샤론 공작 각하는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셔. 괴물을 상대하는 것도, 닐나르 제국을 상대하는 것도."

     전쟁을 할 생각은 없지만 대비는 하고 있는가.

     

     "어이, 괜찮다면 우리랑 파티 맺을래? 너희들이 들어오면 상위 퀘스트도 공략할 수 있어 보여. 이 맨티코어 퇴치는 어때?"
     "딱히 상관없다. 받아들이지."

     

     그날, 우리들은 맨티코어 퇴치의 의뢰를 받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라이사가 눈알을 꿰뚫고 세리니안이 베어 죽여서 땡이다. 동행한 모험가들은 딱히 아무 도움도 안 되었다.

     

     하지만 이걸로 우리 명성은 높아졌다.

     

     그리폰에 이어 맨티코어를 정벌한 우리들은, 모험가길드에서 유명해져서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진정 노리는 것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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