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6 왕국의 종말(4)
    2022년 10월 06일 02시 55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17/

     

     

     

     우리들은 남자의 시체를 워커 스웜에게 옮기도록 하고서, 시체의 옆에 떨어져 있던 호박색 보석을 주워 들었다.

     

     "이건 뭘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듭니다."

     내가 호박색 보석을 바라보자, 세리니안이 경계의 빛을 낸다.

     

     "뭐, 좋아. 이 성의 인간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난 그렇게 말하고는 리퍼 스웜들에게 성문을 열게 했다.

     

     "저, 적이다! 적이 들어왔다!"

     "그런! 폐하께서 나가셨는데도!?'

     

     성 안에 있던 병사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겁쟁이들이다.

     

     "세리니안, 리퍼 스웜, 디커 스웜. 성 안을 청소해. 하지만 하나 확보해두고 싶은 것이 있어. 고귀한 신분의 인간들 몇 명. 죽이지 않고 살려서 데려와."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내가 명령하자, 스웜들이 알았다는 뜻으로 소리 내었다.

     

     "하지만, 그 외엔 다 죽여. 살려둘 가치는 없어."

     

     필요한 것은 이 호박색의 보석이 뭔지 아는 인간이다. 일반 병사들한테 가치는 없다. 고기경단이 된다는 정도의 가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명령대로 스웜 군단이 움직인다.

     

     겁먹은 병사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하인들을 도륙내고, 시종을 절편으로 만들어 유혈의 참극을 성안에서 반복한다. 피바다가 퍼지고, 그 위에 시체가 떠오른다. 피 냄새가 짙게 난다.

     

     "살려줘! 살려줘! 죽이지 마!"

     한 시녀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하지만 곧장 리퍼 스웜한테 붙잡혀서 머리에 낫이 박히고 배를 찢겨서 내장이 다 드러났다.

     

     한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하지만 순식간에 리퍼 스웜한테 붙잡혀서는 머리를 베이고 가슴을 여러 차례 찔리며 고기 파편을 흩뿌린다.

     

     "성내의 청소는 순조롭나?"

     

     성은 매우 넓었지만, 리퍼 스웜은 무수히 있다. 지하실에서 홀, 그리고 국왕의 집무실까지 샅샅이 뒤져서는 생존자가 없나 하고 냄새와 소리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찾아냈다.

     

     많은 병사가 죽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성은 시체의 산으로 뒤덮이고, 살아남은 자는 극히 일부였다. 그렇다, 살아남은 자는 내가 명령한 자들로서, 그들을 스웜들이 연행해왔다.

     

     고귀한 신분의 인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자들이, 스웜의 실에 의해 칭칭 묶여서는 내 앞에 끌려 나왔다.

     

     "이 안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자는?"

     

     20명 전후의 남녀한테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모두가 한 소녀한테로 시선을 향하려다가, 눈을 돌렸다.

     

     멍청한. 다 들켰잖아.

     

     "거기 너. 이게 뭔지 알겠어?"

     나는 한 소녀의 앞에다 호박색 보석을 놓았다. 그러자 소녀는 겁먹은 것처럼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뭔지 가르쳐줘."

     "진화의 보옥이에요..... 사람한테 절대적인 힘을 준다는 왕가의 보옥입니다. 이걸로 힘을 얻은 자는 죽을 때까지 그 힘을 잃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설마, 아바마마께선 이걸 써서......!"

     나의 물음에, 소녀가 경악했다.

     

     아하. 그것이 왕인가 뭔가였구나.

     

     하지만, 힘을 준다기에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힘을 받는다기보다, 미쳐버렸다고만 생각된다. 힘은 얻는 모양이지만, 날뛰기만 할뿐의 괴물로만 보였다.

     

     "아바마마는! 아바마마께선 어떻게 되셨나요!?"

     "여기에 없으면 죽었겠지. 난 네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

     외치는 소녀에게, 난 귀찮아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소녀가 내 말을 듣고 흐느낀다.

     

     세리니안이 우는 것은 귀엽지만, 낯선 적국 인간이 우는 모습은 귀엽지 않다. 찝찝할뿐이다. 난 이 소녀의 목을 베라고 리퍼 스웜에게 명령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복수라기엔 아직 악의가 부족하다. 전쟁으로서는 비참함이 부족하다. 침략으로서는 얻은 것이 너무 적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패러사이트 스웜."

     난 옷 속에 대기시켜 두었던 패러사이트 스웜을 바깥으로 꺼냈다.

     

     소녀와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은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 장난감이 되어야겠다."
     "잠깐만! 뭐든지 할 테니까, 살려ㅡㅡ"

     

     난 세리니안에게 명해서 남자의 머리를 부여잡게 하고는, 패러사이트 스웜을 입안에 흘려 넣었다.

     

     "아, 아, 아, 아......"

     패러사이트 스웜은 남자의 목에 들어가서 그곳에 정착하더니, 촉수를 뻗어 뇌를 지배했다. 남자는 몇 분 정도 경련하더니, 기묘한 소리를 흘리며 그대로 공허한 눈이 되어서는 패러사이트 스웜에 지배되었음을 알렸다.

     

     "다음은 너다."
     "싫어! 도와줘요, 아바마마! 도와줘요!"

     

     잘 울부짖는 애다. 난 다시 세리니안한테 부탁해서 소녀의 머리를 고정시키고는,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다음 패러사이트 스웜을 먹였다. 패러사이트 스웜은 가느다란 목의 안을 비집는 것처럼 침입해서는, 그곳에서 정착했다.

     

     "아, 아, 아, 바, 마, 마......"

     이 아이도 눈이 공허해지며 패러사이트 스웜에 당했음을 알렸다. 잘 울부짖는 애였지만, 지금은 예의 바르게 조용히 있다

     

     "다른 것들한테도 패러사이트 스웜을 심어.'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난 남은 작업을 세리니안한테 맡기고서, 아무도 안 남게 된 성을 걸었다.

     

     아직도 여기저기 피바다가 남아있다. 시체는 남아있지 않다.

     

     "여기가 알현실......"

     

     난 이 성안에서 유혈사태가 적은 장소를 찾아냈다. 알현실이다.

     

     난 천천히 옥좌를 향해 나아가서, 옥좌에 앉았다.

     

     "아라크네아의 여왕......"

     아라크네아.

     

     모든 것을 스웜으로 삼키는 것을 바라는 사악한 진영.

     

     스웜이 원하는 것은 승리와 번영. 인간과 다름없다. 인간도 승리와 번영을 원하지 않는가. 스웜 쪽이 조금 피비린내가 나는 정도다. 다른 부분은 별반 차이 없다.

     

     정말 그럴까?

     

    스웜은 지상의 전부를 스웜으로 뒤덮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의 사전에 타협이라는 단어는 없다. 철저하게, 세계 끝까지 스웜의 무리로 뒤덮기를 바라고 있다.

     

     너희들은 정말 괴물다워.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너희들이 그런 승리를 원한다면 선서해줄게. 너희들이 세계를 스웜으로 뒤덮기를 원한다면 그에 따를게. 나는 너희들한테 승리를 가져다주기로 약속했으니까. 너희들을 이끌기로 약속했으니까.

     

     아무리 큰 희생이 나와도 그 약속은 지키자. 난 너희들을 배신해서 너희들한테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난 겁쟁이야.

     

     "여왕 폐하."

     내가 옥좌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세리니안이 알현실에 들어왔다. 옥좌에 걸터앉은 나에게 예를 표하고서, 20명 전후의 남녀를 데리고 들어왔다. 앞서 내가 패러사이트 스웜을 기생시키도록 명령한 것들이다.

     

     "세리니안. 준비는 되었나?"

     "예. 모든 것들한테 패러사이트 스웜을 기생시켰습니다. 이것들은 완전히 당신의 종복입니다, 여왕 폐하."

     

     세리니안이 그렇게 고하며 내게 무릎 꿇자, 다른 것들은 두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하였다.

     

     "수고했다, 세리니안."

     

     내가 이렇게 하는 사이에도 알현실에는 일을 끝낸 스웜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제 성안에는 살아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 시그리아 자체에 살아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구 수십만의 도시가, 단번에 무인지대가 되었다.

     

     정말 감개무량하다.

     

     "수고했어, 스웜들."
     "영광입니다, 여왕 폐하."

     내가 스웜들을 치하하자, 그들은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그럼, 제군. 우리의 원적은 멸망했다. 마르크 왕국은 이제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의 완전무결한 승리다. 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냐."

     난 옥좌에 앉은 채로, 정말 오만하게 고했다.

     

     "우리들의 다음 목적은 무엇이냐?"
     "세계의 지배. 아라크네아에 의한 세계통일입니다."

     내가 물어보자, 세리니안이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아직 그때는 아냐. 우리들은 이 마르크 왕국이었던 장소를 통치할 필요가 있다. 개척의 시간이다. 제군, 동력기관을 지어라. 수태로를 지어라. 육장고를 지어라. 대형 수태로를 지어라. 비상육소(飛翔肉巣)를 지어라."

     4X게임에서는 적한테서 빼앗은 토지를 개척하는 것도 게임 요소중 하나다. 이미 개발된 것은 그대로 이용하고, 부족한 것은 건설하며, 파괴된 것은 복구한다.

     

     사실은 적한테서 모든 것을 빼앗고, 빼앗고, 빼앗으며 나아가는 것이 가장 손쉬워서 좋지만, 지금은 섣불리 적을 늘리고 싶지 않고, 마르크 왕국의 정복만으로는 충분한 부를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발을 한다.

     

     "이후에는 내정으로 방향을 튼다. 따분할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국경의 경비를 강화하는 것도 잊지 마. 우리의 적은 마르크 왕국만이 아닌 다른 곳에도 있겠지. 그런 것들이 우리 땅을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

     적어도 마르크 왕국에는 북으로 슈트라우트 공국, 남으로 닐나르 제국, 동으로 프란츠 교황국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들은 주로 인간으로 구성된 국가다. 인접국이 갑자기 스웜의 국가가 되어버렸음에 결코 좋은 반응은 내지 않으리라. 최악의 경우, 세 나라가 연합해서 쳐들어 올 가능성까지 있다.

     

     "우리의 신성한 국토를 지켜라. 그리고 국가를 번영시켜라. 그것이 모든 스웜의 의무다. 그것은 훗날 세계를 제패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게을리해서는 아니 된다."

     아라크네아한테는 들어맞지 않는 연설이다.

     

     아라크네아식으로 연설하자면, [빼앗고 죽이고 빼앗아라. 그리고 계속 늘어나라]일 것이다. 그들은 그 이외의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난 여러 시합을 통해 알고 있다. 때로는 웅크려서 내정을 하고 강력한 유닛과 건물을 해금하고 전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

     

     "이해해라. 지금은 정말로 이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여왕으로서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그렇게 부탁했다.

     

     "모든 것은 여왕 폐하의 뜻대로. 여왕 폐하께선 단지 명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저희들은 그에 따르겠습니다."

     

     세리니안이 그렇게 고하자, 다른 스웜들이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여왕 폐하 만세."
     "여왕 폐하 만세."

     

     스웜들은 복종의 자세를 취한 채 나를 찬미했다. 정말 드높게.

     

     "고맙다, 제군. 난 너희들을 이끌겠다. 반드시."

     난 스웜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728x90

    '판타지 > 여왕폐하의 이세계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8 북쪽의 교역국가로  (0) 2022.10.06
    017 변이  (0) 2022.10.06
    015 왕국의 종말(3)  (0) 2022.10.03
    014 왕국의 종말(2)  (0) 2022.10.02
    013 왕국의 종말(1)  (0) 2022.10.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