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어딜 가든 교전 중(3)2022년 09월 05일 23시 58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73
잔잔하게 나아간 검은 파동이, 켄자키의 칼을 건드린다.
제대로 부딪히면 져버린다.
켄자키는 찰나의 순간 반보 물러나면서, 그대로 야앵을 받아 흘렸다. 하지만 완전히는 받아내지 못해서, 켄자키의 가느다란 몸은 낙엽처럼 날아가버렸다.
"ㅡㅡㅡ윽..."
착지한다.
밀려났다.
지금이 참격, 처음 것보다 월등히 빨랐다.
아니, 그 검은 한번씩 휘두를 때마다 가속하고 있다.
밀실에서 튀어다니는 탱탱볼. 예를 들자면 그런 이상한 궤도를 그리고 있다.
공간을 튀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과연... 결국은ㅡㅡㅡ"
켄자키는 이쪽을 응시하는 비비안을 바라보면서,
"ㅡㅡㅡ주보의 응용이로군.
도검으로 대기를 붙잡고, 튀어 다니는 것으로 검격을 가속시키는."
그렇다면, 저 부자연스러운 가속에도 설명이 간다.
내지른 검을 팔의 힘으로 베는 것이 아닌, 공기를 튕기는 반동으로 연격으로 이어나간다고 한다면, 확실히 검은 계속 가속한다. 이른바 기어 같은 것이다.
검은 일격마다 예리함을 더해가고, 참격을 거듭한만큼 강해진다.
하지만 주보는 인간의 육체로 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섬세한 보법.
발끝, 발가락의 무게중심, 발디딤.
발바닥에 있는 섬세한 육체조작을 습득하지 않으면, 공중을 박찰 수는 없다.
대기의 유동에 달라붙기에는, 그야말로 손발과 다름없는 감각신경이 필요할 터. 침으로 보트를 고속으로 미는 듯한 행위를, 저렇게나 쉽게.
하늘을 뜀뛰는 검.
흔들면 흔들수록 가속하는 도검에 의한 주보.
그것이야말로 도약검의 원리.
"검은 팔의 연장선이라고 자주 말하지만...
검을 정말로 수족처럼 다룰 줄은."
과연 비비안한테는 자신의 검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 그것에 흥미는 가지만ㅡㅡㅡ
".........인정하마. 네 검은 확실히 빨라. 나에게는 없는 무게도 있고."
갑자기, 켄자키의 반투명한 검이 색채를 완전히 잃었다. 공기의 굴절도 없는 완전한 무색. 칼자루에서 위에 있는 도신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배경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내 검은 더욱 빠르지."
".............."
켄자키가 자세를 낮추면서, 하단의 자세로 검을 든다.
땅을 기는 듯한 독특한 자세를, 비비안은 확실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눈이 침침해...'
켄자키가 4명, 아니 5명으로 보인다.
흔들거리는 켄자키는, 대체 어느 것이 진짜일까.
어느 것이든 좋다.
성가시니까, 전부 베어버릴뿐.
하지만 마지막 일도.
사용할 기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고, 비비안은 땅을 차올랐다. 본인은 전력으로 시작할 셈이었지만, 속도 자체는 현격하게 떨어져 있었다.
거리는 대략 50미터.
켄자키는 비비안의 공격 범위에 들어오기 전에 끝장내기 위해, 하단으로 들었던 칼을 단번에 베어 올렸다.
"아조(阿鳥)."
대기를 울리며, 참격을 정면으로 날린다.
충격파는 미세한 나선을 그리면서, 질주하는 비비안에 새의 궤도로 접근했다.
반면 비비안은 팔과 검을 하나의 채찍처럼 풀어놓고서, 모았던 힘을 눈앞의 참격과 함께 지면으로 패대기쳤다.
휘두른 야앵의 여파가 주위의 초목을 뒤흔든다.
자연의 비명을 들으면서, 켄자키는 검봉을 비비안에게 향한다.
"가라취(伽羅吹)."
찌르기에 의해 생겨난 공기의 흔들림이, 용의 숨결로 변해 숲을 집어삼킨다. 충격파는 땅을 기면서, 사선 상의 지면을 깊게 긁으며 돌진했다.
비비안은 참격을 내지른 칼을 되돌리지 않고, 공기로 튀게 만들어 그대로 가속시킨 상태로 충격파를 깨트렸다.
갈라진 참격의 잔해가 비비안의 주위에서 흩어진다.
거리는 약 30미터.
단발로는 힘에 부친다.
조금 멀지만ㅡㅡㅡ
켄자키는 손잡이를 꽉 쥐고서, 서 있는 채 종횡무진으로 검섬을 그렸다.
"쌀쌀."
휘몰아치는 질풍이, 네 빛이 되어 공간을 누빈다. 검격이 비비안에게 닿기도 전에, 켄자키는 더욱 공격을 이어나갔다.
"비연(妃燕)."
화살처럼 빠르게 내지른 신속의 마검.
앞선 참격과 합하면 그 수는 열여덟.
사방에서 추격하는 섬광의 감옥은, 한치의 틈도 없이 비비안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퇴로는 공중 이외엔 없다.
섣불리 뛰어오를 경우, 추격의 쌀쌀로 끝장나버린다. 정면에서 켄자키의 기술로 도전해도 마찬가지. 그 틈에 혼신의 [진(陣)]을 쓰면 된다. 무엇을 선택해도 외통수.
비비안이 선택한 행동은 후자였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 후퇴라는 글자는 사고에 없을 것이다. 덮쳐오는 18가닥의 검격을, 믿기지 않는 기세로 쳐낸다.
하나, 둘.
빛의 깜빡임에 따라 튕겨 난 검격이 지면을 새기고, 혹은 비비안에게 상흔을 남기고 사라진다.
비비안이 야앵과 뒷면베기를 휘두를 때마다, 그녀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 전진은 켄자키로 보면 결코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배어 나오는 압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쌀쌀의 연발로 납도할 시간은 벌었다.
비비안에게 생겨난 찰나의 경직을 놀려서, 켄자키는 다시 한번 검을 자루에 넣었다.
칼집에서 검을 빼내면서, 빛으로 바꾼다.
거의 동시에, 비비안이 쌀쌀의 연발을 모두 쳐냈다.
거합의 자세로 자아내는 진의 쌀쌀은 주위도 속도도 다른 기술과는 격이 다르다. 거듭된 대미지에 의해, 비비안의 시력도 떨어져 있다.
이제 보고 반응할 수준이 아니다.
또한 켄자키와의 거리도 조금 남아있다.
이미 회피는 불가능.
여기서 결판내야 한다.
이미 켄자키의 검은 안 보인다.
하지만 노리는 장소는 안다.
목이다. 목밖에 없다.
칼집은 왼쪽 허리에 차고 있다.
그럼 목의 오른쪽.
여기다. 여기를 핀포인트로 때린다.
참격이 오는 타이밍은, 이 싸움에서 습득한 정보와, 2년 동안의 정보를 믿을 수밖에.
"진(陣)."
어둠 속에서 검을 비약시킨다.
기도하면서 휘두른 검은, 뭔가에 부딪혀 새된 소리를 울렸다.
맞았다.
시야 왼쪽에 피를 적신 켄자키의 칼이 보인다.
공격을 빗겨낸 것이다.
이제 거리는 좁혀졌다.
이대로 끝장낸다.
여기가 마지막 기회라는 듯, 비비안이 오른발을 내딛는다. 튀어 오르는 진흙탕.
순간, 찌르는 듯한 오한이 비비안을 덮쳤다.
"잔잔한 태도 - 두번."
공중에 떠 있던 피인이 다시 움직인다.
회피한 틈을 찌르는 2연격ㅡㅡㅡ
거의 노타임으로 휘두른 칼날이, 사신의 낫처럼 거리를 좁힌다.
"그건, 이미 봤어."
하지만 잘라낸 것은, 뒤처져 있던 비비안의 뒷머리뿐이었다. 직전에 고개를 숙인 비비안한테는 일절의 부상을 입히는 일 없이, 도신은 또다시 공중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메리와의 싸움에서 보았던 겐사이의 기술은 이미 머리에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라취]의 찌르기나 [쌀쌀]의 연격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진의 2연격은 유운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
가짜라면 회피할 수 있다.
무방비해진 켄자키에게 혼신의 야앵을 휘두른다.
가속은 충분.
일격에 의식을 빼앗는다.
갑자기, 켄자키가 미소 지었다.
"너는, 역시 강하구나."
비비안이 시야 바깥에서 뭔가를 느꼈다.
그것은 방금 날아간 피인이 있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어쩌지. 나의 [진]은 3연격이다."
바람이 베이는 소리가 난다.
"잔잔한 태도 - 비취(翡翠)."
슈왓.
옆구리에 검이 파고든다.
완전한 사각에서의 공격ㅡㅡㅡ비비안은 이번에야말로 조금도 대응할 수 없었다.
그것은 비비안을 둘로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검이 배꼽 부근까지 깊게 파고드는 결과가 되었다.
손바닥에 전해져 오는 느낌에, 승리를 확신했다. 확실히 내장을 베었다. 마술사라 해도, 여기까지 베이면 살아날 수 없다.
그럼에도 비비안이 멈추지 않은 것은, 켄자키에게 있어서 믿기 어려운 전개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짐승 같은 포효.
피를 튀기면서 내지른 목소리가, 숲을 쩌렁쩌렁하게 진동시킨다.
"너는...불사신인가!!"
배의 중앙 부근까지 박힌 검을 빼내려고, 켄자키가 자루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선택할 것을 처음부터 읽은 모양이다. 피인을 뽑아내는 것으로 잠시 굳어버린 켄자키의 오른쪽 팔을, 놓치지 않고 뒷면베기가 꿰뚫었다.
"..........!?"
어째서, 아직도 이런 행동이 가능한가.
전투가 시작되고서 몇 차례나 이 여자를 베었다.
측도 - 피인의 날카로움은 무엇이든 벤다.
분명 통했을 터.
"네 검은... 가볍단 말이야...!"
항상 다음 수를 생각하기 때문에, 발디딤이 보통보다 약간 얕아진다. 확실히 안전한 전투 방식이기는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만큼 리턴도 적다. 다시 말해 찌르기를 할 때, 하반신은 이미 도주의 자세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너무 빠른 대비라고 할 수 있는 그 행위 때문에, 검의 위력이 줄어든다.
뒷면베기가 꽂혀서 주로 쓰는 팔을 봉인당한 켄자키가 선택한 행동은 후퇴였다. 비비안은 이미 죽은 몸. 무리하게 여기서 어울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격을 피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승리한 것과 마찬가지.
그 결단은 거의 올바르다.
다만 하나 놓친 점은, 비비안이 이미 수십에 달하는 [가속]을 끝냈다는 사실이다.
"ㅡㅡㅡㅡㅡ"
켄자키가 후퇴한 공간을 집어삼키려는 듯, 비비안이 오른발을 내딛는다.
서둘러 물러난 것으로 생겨난 서로의 차이는, 비비안에게 일족일도의 공격 간격을 가져다주었다.
검은빛으로 변한 야앵의 속도는, 켄자키가 예상한 것보다도 대폭 빨라져 있었다. 반격은 불가능. 켄자키는 남은 힘으로 칼을 바꿔 들고서, 모든 장벽을 전개하여 칠흑의 파도에 대비했다.
순간, 숲이 갈라졌다.
휘두른 야앵의 도신에서 생겨난 대참격이, 나무들을 잡초처럼 베어버렸다. 인위적인 재해라고 해야 할 순수한 폭력은, 겐자키에게 티끌만큼의 저항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저 멀리 날려버렸다.
완벽할 정도로 들어갔다.
[도약검 - 이십중(二十重)의 태도]
참격이라기보다 일종의 폭격에 가까운 강렬한 충격은, 켄자키의 뼈를 방어와 함께 철저하게 유린했다.
"..........."
켄자키가 눈치챘을 때는, 오체투지한 상태로 비를 맞고 있었다. 왼팔이 점토처럼 늘어져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한방에...이렇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몇 겹으로 쳐놓은 장벽이 어렵지 않게 파괴되었다.
애검도 부러졌다.
그에 비해, 켄자키는 몇 번을 베었던 걸까.
수십 번은 될 것이다.
분명, 안 통했던 것은 아니다.
켄자키의 검이 가벼웠던 것이다.
"나의 검은 가볍다라... 잘도 말하는군."
다리를 질질 끌면서, 적에게로 향한다.
비비안은 가까스로 살아있다.
살아있기는 하지만, 꿈쩍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버려 둬도 죽겠지만..."
적어도 마무리는 자신의 검으로.
부러진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편안한 잠을.
그것이 켄자키에게 가능한 최대의 예의였다.
그러자, 그때.
켄자키의 바로 밑의 지면에 구멍이 뚫렸다.
"앗싸아아아아아ㅏ아아ㅏ아아ㅏ아!!"
포효와 함께 지면에서 팔이 돋아난다.
켄자키가 반응했을 무렵에는, 솟아 오른 주먹이 정확하게 턱을 꿰뚫었다.
정신과 육체를 잇고 있던 의식의 끈이, 기습에 의해 이번에야말로 끊겼다. 뭐가 즐거운지 외쳐대는 여성을 마지막으로, 켄자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발치에 쓰러진 켄자키를 바라보지도 않고, 펜릴은 기쁨에 젖어 부르르 떨었다.
"비다ㅡㅡㅡ!! 은총의 비다ㅡㅡㅡㅡ!!"
펜릴은 하늘을 향해 팔을 들면서, 환희의 목소리를 계속 질러댔다. 결계와 구름에 가로막혔지만, 햇빛을 피부로 느낀다. 싱그러운 자연의 숨결이야말로 펜릴에게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쿨럭... 펜릴 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펜릴이 뚫은 구멍에서, 코즈미가 기침을 하며 기어올라왔다. 이어서 나온 아몬이, 빗속에서 진흙을 털어낸다.
"이제야..."
아몬은 눈을 가늘게 하며, 주변의 풍경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저편이 보이는 기둥은 견문의 탑.
펜릴이 분투한 덕분인지, 의외로 도착이 빨랐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
조금 전부터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의 충돌.
여기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음은 명백하다.
"아몬 군!"
"왜."
아몬이 어깨너머로 돌아보자, 펜릴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이것 봐, 비라고 비! 이건 비야!
비...비 맛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알았으니 좀 닥쳐."
계속 외쳐대는 펜릴에게서 눈을 떼고, 아몬은 이후의 일을 생각했다. 일단 동포의 혼을 회수해야만 한다. 다행히 이곳저곳에서 반응이 느껴진다. 아마 세 마리의 뱀과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이용당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의 불안은 이 육체의 연약함이다.
시키가미의 말예의 말에 따르면,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수용체] 라고 하지만, 어쨌든 빈약하다. 이래서는 소귀 정도의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귀신 본체를 재구축할만한 마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출력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제삼자한테서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데ㅡㅡㅡ
"응?"
문득, 조금 전부터 코즈미가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아하니 쓰러져 있는 낯선 여자의 앞에서 웅크리고 있다.
"어이, 왜 그래?"
코즈미의 뒤에서 내려다보니, 피투성이의 여자가 가느다란 호흡을 하며 쓰러져 있다. 온몸에 새겨진 상처는 어느 것이나 심각한 것들. 거의 시체로 착각할 정도로 깊은 외상을 입었다.
특히 복부가 심하다. 상황으로 보건대 방금 펜릴이 패서 쓰러트린 여자와 싸우고 있던 걸까.
"고칠 셈인가?
이미 늦었을 거다. 차라리 죽여서 편하게 해 줘라."
"아니, 아직 안 늦었어요."
코즈미는 낮은 목소리로 부정하고는, 앞을 바라본 채 고개 저었다.
"펜릴 씨."
"왜? 코즈미도 비 마실래?"
"주위의 경계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뭐? 왜? 뭐 상관없지만."
펜릴은 꽤 순순히 승낙하고는,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두 곳, 싸우는 녀석들이 있어. 저기, 아몬 군도 도와줘."
"뭐?"
펜릴의 부탁에, 아몬은 의아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나하고는 관계없잖아."
"뭐~? 탈출시켜준 건 나인데?"
"............"
확실히 그 말대로다.
"....뭐 좋다.
넌 주위를 경계해. 나는 이 부근에서 결계를 칠 테니."
펜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코를 킁킁거리며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빨리 떠나야 하는데.
아몬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치에 쓰러진 여자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피가 멎어있다.
그리고 이미 베인 조직의 결합도 시작되고 있다.
생각보다 대처가 빠르다.
◇
"재주도 좋군."
아몬의 말에, 코즈미가 대답하지는 않았다.
눈앞의 부상자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지, 재빨리 손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아몬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의 상처로 죽음에 이르고, 치료도 타인에게 맡겨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게 오니는 세 번이나 패배했다.
"...으......"
문득, 여자가 눈을 감은채 신음했다.
이 여자의 생명력이 높은 건지, 아니면 시키가미의 치유가 통한 건지. 각성은 생각보다 빨랐다.
"...비비안 씨. 절 알아보겠어요?"
".........코즈...미?"
힘없이 열린 눈꺼풀의 안에, 초점이 안 맞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비비안은 눈앞의 인간이 누구인지를 확인하자, 뭔가 안심이 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너, 무사했었네...다행이다..."
"...조금 더 참아주세요. 바로 고칠 테니까요."
"몇 번이나... 미안..."
옅은 호흡을 반복하면서, 비비안은 아직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의식이 날아갔기 때문에, 승패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다시금 싸움이 끝났음을 자각하고서, 비비안은 선잠에 몸을 맡겼다.
'스승님.........'
마지막으로 눈꺼풀 안쪽에 떠오른 것은, 프레데리카의 모습이었다.
◇
프레데리카와 겐사이는 어느 사이엔가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원인은 겐사이의 일도에 있다. 겐사이의 찌르기를 제대로 방어한 프레데리카가, 그대로 유성처럼 날아갔기 때문이다. 날아간 곳은 견문의 탑을 에워싼 분지의 언덕.
".............."
충분한 넓이를 얻은 양자의 싸움은 더욱 맹렬해졌다.
프레데리카의 검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고, 거리를 두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가까이에서 겨루게 되면 달라붙는 것처럼 떨어지지 않아서, 일족일도도 쉽지 않다.
내디딤도 쉽지 않은 이 근거리에서, 프레데리카의 검은 계속 튀어 다니며 부자연스러운 반복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겐사이가 입은 상처가 여덟.
대부분 스친 상처지만, 그중에는 자칫 잘못하면 깊은 상처가 될만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흠."
겐사이는 작게 숨을 내쉬면서, 유운을 칼집에 넣었다.
시선 끝에는 견문의 탑의 모습이 있다.
다즈몬드와 마린이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 몇 시간. 열쇠가 전부 갖춰지면, 드디어 계획은 대단원을 맞이한다.
"슬슬 때인가..."
겐사이는 발치에 쓰러져 있는 프레데리카를 바라보고서, 그대로 흥미를 잃은 것처럼 담담한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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