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3 노발대발(2)
    2022년 09월 04일 15시 51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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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47 

     

     

     

     "갑발제, 마르테."

     

     머리카락을 복잡하게 엮어서, 대나무 바구니 무늬의 두터운 벽을 형성했다.

     베르베느가 가진 가장 단단한 방패는, 하지만 쉽게도 파괴되었다.

     회오리에 닿은 벽은 순식간에 풀려서, 그 기세를 잃지 않고 베르베느를 덮쳤다.

     

     찰나의 순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대비하고 있어서다. 이 퍼포먼스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일은 베르베느 자신도 생각하지 않았다.

     

     

     "흠. 생각보다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겠군요."

     

     우토는 턱을 매만지면서 베르베느를 바라보았다.

     

     움직임이 제한되었다고는 해도, 지금 것은 야마타노오로치의 일격도 받아내었던 성벽급의 장벽이었지만 정말 간단히 뚫렸다.

     

     

     "아아, 정말...'

     

     들러붙은 슬라임의 감촉에, 베르베느는 부딪힐 곳이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일단 웃엇다.

     이런 때에는 웃으라고 샤리아가 말했기 때문이다.

     

     

     

     

     베르베느도 슬슬 눈이 익숙해질 무렵이다.

     여기선 바람의 옷에 쓰고 있던 마력을 전부 공격에 쏟아서, 단번에 승부를 낸다.

     

     그렇게 공세에 나선 것이 몇 분 전의 이야기.

     

     

     "으윽..."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후퇴하는 베르베느.

     전황은 완전히 우토에게 기울어 있다.

     베르베느는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가까스로 우토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벌써 10격은 들어갔을까.

     그 모든 것이 직격한 것은 아니지만, 착실하게 대미지를 누적시키고 있다.

     

     

     ".....탄발제 디 볼테!"

     

     베르베느는 힘없는 미소를 짓더니, 머리카락으로 몇몇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완성하자마자, 동그라미 중심에서 붉은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우토는 그것들을 냉정하게 바라보다가, 기류를 발생시키며 탄도를 벗어났다.

     

     후퇴하는 베르베느에게, 우토는 보답이라는 것처럼 채찍 모양으로 늘린 회오리를 내리쳤다.

     공격에 반응한 머리카락이 즉시 방어 형태를 만들지만, 회오리의 압력에 버티지 못한 베르베르는 먼지처럼 날아갔다. 미소는 흐트러지고, 고통의 그것으로 바뀐다.

     

     

     "흠..."

     

     작게 기침하는 베르베느를 보고, 우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느낌.

     꽤 깊게 들어갔다.

     뼈 정도는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그 마술, 점점 알 것 같습니다."

     

     몇 번의 응수로, 우토는 베르베느의 능력을 대략적으로 파악하였다.

     

     머리카락을 경질화해서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술.

     머리카락은 잘 늘어나는데, 최대는 약 100미터 전후.

     몇몇 형태가 존재해서, 몇 종류의 공격형태, 방어형태를 구성한다.

     형태 변화를 할 때의 머리카락은 평상시보다 빠르고 강인하다.

     

     방어는 오토나 매뉴얼로 나누니다.

     마력과 적의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베르베느를 지키는 오토 가드.

     오토 가드보다 방어력을 높여 강력한 공격을 막기 위해 쓰는 매뉴얼 가드.

     

     그리고 공격은 매뉴얼만 존재한다.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종류는 중거리 공격이 가장 많다.

     

     장점은 여러 상황에 대처 가능하다는 높은 범용성.

     단점은, 그녀 자신의 육체가 비교적 약하다는 점이다.

     

     세발 째의 슬라임탄을 회피하지 못한 것이 좋은 증거다. 반사속도도 몸놀림도 대단하지 않다.

     

     

     "정발제 드로미."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고무처럼 늘어난다.

     

     표정은 일부러 짓는 듯한 미소.

     표정은 제쳐두고, 다시 반격할만한 기운이 있는 것은 의외였지만ㅡㅡㅡ느리다.

     우토는 다가온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붙잡고서, 끌어당기는 형태로 베르베르와 함께 머리카락을 등 뒤로 던져버렸다.

     

     

     "꺄아아아악!?"

     

     하늘을 향해 반원을 그리면서 지면에 패대기친다.

     베르베느는 머리카락으로 낙법을 취하지 못하고 강타당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슬라임을 또 한 발 던졌다. 이번에는 방어조차 못해서, 앞머리를 중심으로 베르베느의 안면에 명중했다.

     

     

     "웃!? 또...!"

     

     베르베느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에 접근하여, 우토는 바람을 두른 주먹을 내질렀다. 머리카락에 의한 방어를 뚫고, 배 언저리에 주먹을 꽂는다.

     

     베르베느의 초점이 흔들렸다.

     역시 육체 자체는 약하다.

     접근하면 빈틈 투성이다.

     우토는 마지막이라는 듯 손바닥을 배에 갖다 대고서, 대기의 나선을 그렸다.

     

     베르베느는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면서 똑바로 날아갔다.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지면과 몸이 마찰한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먹혀든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베르베느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런데다가 웃고 있다.

     웃는 의미를 모르겠다.

     가짜 미소를 잘 짓는 우토조차도 기분 나빠졌다.

     

     하지만, 얼굴과는 반대로 그녀의 다리는 작게 떨리고 있다. 슬슬 한계인 것이다.

     

     

     "이제 한계겠죠.

     항복한다면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우토가 응시하자,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조금 전보다 붉게 물들었다.

     

     

     "음?"

     

     

     이 반응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뭔가에 반응해서 색깔도 바뀌는 걸까.

     솔직히 이 여자, 그리고 어펙션의 마술사는 아직 정보가 적다.

     어펙션이 야마타노오로치를 정벌할 때, 시시도를 필두로 한 몇몇 감시자를 보내보기는 했지만 원하는 정보는 전혀 손에 못 넣었다.

     

     받은 대미지에 따라 성질이 바뀌는 것인지, 아니면 바뀌는데 시간이 걸리는지. 우토는 확인해보기 위해 공기의 차크람을 손바닥에 만들어서, 고속으로 던졌다.

     

     

     "갑, 발제ㅡㅡㅡ"

     

     방어진이 생겨나기 전에, 바람의 차크람은 베르베느의 옆구리를 베어버렸다.

     

     

     "윽..."

     

     

     짧은 비명.

     사아아, 하면서. 머리카락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아무래도 외상에 따라 붉어지는 구조 같다.

     우토는 이쯤에서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지금의 반응으로 보아 빈사상태다.

     봉인구도 갖고 있으니 포획하면 될 것이다.

     샤리아에 대한 억지력도 된다.

     

     도약하면서 단번에 접근한다.

     베르베느에게 반응은 없다.

     쪼개면서 이쪽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우토는 먼저 왼손에서 술식을 써서 베르베느를 칭칭 얽어매어 구속했다. 이제는 머리카락을 움직이는 것도 힘든지, 속박은 쉽게 성공했다.

     

     

     "읏......!"

     

     베르베느가 몸을 비틀지만, 우토도 그런대로 마력을 할애한 봉인이다. 간단히는 깨트릴 수 없다.

     퍼포먼스가 내려간 지금이라면 더욱.

     

     그리고 우토는, 베르베느를 향해 슬라임을 계속 쏘았다.

     그야말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몸에 빠짐없이 봉인을 하였다.

     

     그 결과, 베르베느의 거의 온몸에 슬라임이 붙었다. 머리카락은 물론, 본드의 욕조 안에 빠진 듯한 꼴이 되어버렸다. 손하나 까닥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이제 미소 짓는 데에도 한계가 왔는지, 그만둔 상태다.

     

     끝났다.

     

     

     "...별거 아니었군요. 뭐 이 정도겠죠."

     

     우토는 중얼거리면서, 베르베느에게 바람을 둘렀다. 만지고 싶지 않아서다.

     다시 기류를 조작하여, 냄새가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조작했다. 준비가 끝나자, 그녀를 띄우려고 손가락을 굽혔다.

     

     하지만 뜨지 않았다.

     

     

     "............?"

     

     손가락을 흔든다.

     안 뜬다기보다, 바람이 흩어졌다.

     

     

     "저..."

     

     베르베느가 한걸음 내딛는다.

     이 상태에서?

     우토는 영문도 모른 채, 한걸음 후퇴했다.

     

     

     "다혈질이라고 자주 듣거든요."

     

     아직도 움직일 수 있나.

     이 녀석은, 아직 빈사 상태가 아니다.

     그렇게 확신한 우토는 손에 바람을 수렴시켜서, 창처럼 날카롭게 연마했다.

     

     

     "다른 사람보다 쉽게 화내요. 특히 싸울 때 불리해지거나 다치거나 하면, 곧장 열받아 버려서..."

     

     바람의 창을 가슴에 찌른다.

     

     살을 꿰뚫기 직전, 실처럼 가느다란 무언가가 창끝에 휘감겨서 멈추게 했다.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와이어 처럼 창을 붙들어매고 있다.

     

     

     "화나면 손댈 수 없게 된다고 들으며 커왔어요. 그 상냥한 티아 님조차, 화가 난 저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서ㅡㅡㅡ"

     

     

     우토는 움직이지 않는 창을 놓고, 또 한쪽 손으로 대기의 도끼를 정제했다.

     목을 노려 일자로 휘두른다.

     동시에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도끼는 둘로 쪼개졌다.

     

     우토가 다시 거리를 벌린다.

     

     

     "이럴 때는 웃으면 된다고 배웠어요.

     이것이 꽤 잘 듣던데요?

     이렇게, 이힛 하고 입을 들면, 기분도 왠지 진정되고, 분노도 사그라들더라고요."

     

     바람을 두른 주먹으로, 우토는 베르베느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확실히 먹힌 느낌.

     하지만 머리카락에 가로막혔다.

     방어당한 것이 아니다.

     그냥 드리워져 있던 옆머리에 막힌 것이다.

     피부까지는 불과 몇 밀리미터.

     

     베르베느가 묵묵히 걷기 시작한다.

     

     

     "옷을 벗으세요."

     

     우토는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뜬금없는 명령이다.

     이런 호우 속에서?

     

     

     "하하, 무슨 허튼 말을."

     

     

     라고 말하면서, 우토는 거리를 두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베르베느는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지면을 가리켰다.

     

     

     "땅에 이마를 대며 사과하는 것이에요."

     

     어디까지나 담담한 어조로, 베르베느가 이어 말한다.

     

     

     "사과하는 거예요."

     "이런이런..."

     

     니스로 고정시킨 듯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베르베느는 하이힐을 철퍽철퍽 울리면서 한 걸음씩 다가왔다.

     

     마력의 흐름은 거의 억제되어있을 터.

     이런데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특대 슬라임을 먹여주마.

     

     봉인구를 전부 꺼내서, 부유시킨다.

     베르베느의 눈동자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본다.

     

     

     "...애초에, 뭔가요 그게."

     

     우토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한테는 대화가 불필요하다.

     

     

     "쏠 생각인가요?"

     

     "....................."

     

     "다음에도 그걸 쏘면 죽여버린...!?"

     

     

     부왁.

     베르베느의 얼굴에 슬라임이 달라붙었다.

     볼과 턱에서, 감색의 액체가 천천히 흘러내린다.

     

     

     "차....차, 차차..."

     "아직도 말할 기운이 있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이참에, 질식할 정도의 양을."

     

     단번에 쏴버린다.

     그럴 셈으로 손목을 흔들자, 슬라임이 전부 증발했다.

     

     

     "............음?"

     

     의문과 동시에, 어떤 의구심이 생겨났다.

     이 봉인구는 꽤 튼튼한 재질일 텐데. 실제로도 웬만한 힘으로는 절단할 수 없다.

     

     지금 것은 열기일까.

     베르베느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머리카락이 새빨갛다.

     진홍색이다.

     짙은 홍련은 마치 화염 같고, 또한 선혈과도 비슷하다.

     

     

     "차, 참는 데도...."

     

     한 마디 중얼거린다.

     오한을 느낀 우토가 급히 물러선다.

     전력으로 공중을 뛰는 우토는 바람보다도 빨랐다.

     대지에서 대략 3km는 될 먹구름까지 도달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계가 있어요오오오ㅗ오ㅗ오ㅗ오ㅗ오ㅗ오오ㅗ오ㅗ오ㅗ오!!!!!"

     

     

     노호성이 하늘을 진동시킨다.

     그것은 아득히 멀리 있는 우토에게도 제대로 닿았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외침.

     그와 거의 동시에, 폭염이 지표면을 핥았다.

     아니,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이 폭발적인 기세로 뻗어나가고 있다.

     숲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황폐해졌다.

     

     

     "이것은..."

     

     

     화내고 있다?

     아니, 확실히 화나도 이상하지 않은 짓은 계속했다.

     하지만 술식의 위력이 늘어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애초에 봉인구는 어떻게 된 걸까.

     

     

     "뭘 도망치는 건가요..."

     

     등 뒤에서 열기가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우토는 최대출력으로 폭풍을 휘감고는, 돌아보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흡!!!"

     

     시야가 빨강으로 물든다. 

     튕겨 나는 온몸.

     잠깐의 간격을 두고, 박치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공중에서 제동을 걸며, 앞을 향한다.

     그곳에는 방전을 배경으로 한, 두 눈을 불태우는 베르베느의 모습이 있었다.

     방금 전과는 모습이 달라서, 머리카락이 더욱 늘어났는데 그것이 화염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분노의 형상과 어우러지자, 오니라고 형용하기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은 여자의 생명이라는 말은 아시나요...?"

     

     베르베느가 머리카락을 움켜잡는다.

     슬라임이, 없다.

     정확히는 있지만, 그 대두분은 몸에 달라붙은 것이다.

     머리카락에 묻은 슬라임만 사라졌다.

     

     

     "이거 냄새나잖아요!!!!!! 코가, 코가 비뚤어질 것만 같잖아요오오오오!! 이런, 이런 더러운 것을!!"

     

     

     베르베느의 포효에 응하는 것처럼, 천둥이 친다.

     

     

     "저, 이렇게나 열받은 건 처음입니다아아아아!!

     이젠 도게자를 하든, 알몸으로 사과하든, 용서할 수 없어요오오오오!!

     절대, 저어어어어얼대 용서 못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위험하다.

     붙잡는 일은 포기하고, 그냥 죽이는 편이 낫겠다. 수지가 안 맞는 것은, 우토가 보아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저도 진심을 내보기로 할까요..."

     

     우토한테서 폭풍이 휘몰아친다.

     모든 피부에, 푸른색의 문장이 생겨났다.

     이것은 풍신의 힘의 일각.

     혼의 중핵은 회수하지 못했지만, 오니가시마에서는 뇌신, 귀신과 함께 풍신의 [힘] 자체의 회수에는 성공했었다.

     

     그것들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복구하여 봉인술로 이 몸에 정착시킨 것이 지금의 우토다.

     물론 위험부담은 있지만, 그걸 말할 때가 아니다.

     솔직히 이 상태의 베르베느를 비비안의 곁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럼, 승부ㅡㅡㅡ"

     "셔러어어어어업!!"

     

     

     우토가 준비하려던 그때, 명치에 날카로운 킥이 들어왔다. 숨 막히는 듯한 감각에, 우토가 고통의 표정을 짓는다.

     

     

     "장발제(葬髮製), 로무르스읏!!"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나선형으로 회전하자, 홍색의 드릴이 10개 이상이나 생겨났다. 드릴은 제각각 작열하면서 총알처럼 우토를 향했다.

     

     

     "큭...!"

     

     

     기류를 조작한다. 여기는 구름 속.

     풍술사에게는 최고의 환경이다.

     산소부족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기류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다.

     

     드릴은 전부 정면에서 우토를 노리고 있다.

     우직한 공격.

     장벽을 20겹이나 둘러친다.

     바람으로 복잡하게 짜인 두터운 배리어였지만, 장지문처럼 쉽게 뚫렸다.

     

     선두를 달리던 드릴이, 먼저 복부에 파고들었다.

     

     

     "컥...!?"

     

     팔, 어깨, 다리, 관자놀이, 옆얼굴.

     있는 부위 전체에 드릴이 파고든다.

     이상하게도 관통은 안 했지만, 그런 당연한 질문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ㅡㅡㅡㅡㅡ윽..."

     

     피분수가 안개가 되어 공중을 떠다닌다.

     겁먹고 밑으로 보려던 것을, 머리카락에 붙잡혀 강제로 앞을 바라보게 되었다.

     눈앞에는 오니가 있다.

     

     

     "군발제ㅡㅡㅡ"

     

     순간,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여러 개로 나뉘었다.

     나무에 돋아난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는, 그 전부가 드릴이다.

     

     

     "게이 - 볼그으으으으으으!!!"

     

     

     붉은 폭풍에 휩싸인다.

     수천에 달하는 자그마한 창.

     그 하나하나가, 우토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으깨지는 감자의 느낌이다.

     

     

     "커헉...악...."

     "봐줬으니 그리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뭘 그리 괴로워하나요?"

     

     

     베르베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마에 드릴을 만들어서는 우토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끼리릭. 

     클램프처럼, 손가락이 두개골을 삐걱거리게 한다.

     베르베느는 한껏 몸을 뒤로 젖힌 다음, 그 반동으로 우토의 안면에다 이마의 드릴을 처박았다.

     

     콰앙.

     교통사고가 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제 쪽이 수천 배는 괴로웠다고요오오오오!!

     정말 이거, 냄새 안 떨어진다고요오오오!!

     [냄새 플플란다스의 개] 같은 별명이 붙으면, 당신 어떻게 책임질건데요오오오오오오ㅗ오오오오!!?!!?!?"

     

     

     한방, 두방, 세방.

     베르베느는 머리를 여러 번 왕복시키면서, 떡방아를 찧는 것처럼 우토에게 박치기를 이어나갔다.

     

     

     "아아ㅏㅏ아ㅏ아ㅏ아아ㅏ아ㅏㅇ아!! 미워, 미워미워미워미워미워미워어어어ㅓ어ㅓ어어!!!

     어떻게 이런 심한 짓을 할 수 있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목숨의 위기를 느낌 우토가, 바람의 폭탄을 베르베느에게 부딪혔다. 그녀는 꿈쩍도 안 했지만, 충격으로 우토가 날아갔다.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정말로 풍신의 힘으로 강화된 것 맞나?

     그런 의문이 떠오를 정도로, 베르베느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하아...하아..."

     "하아하아 시끄럽네요..."

     

     옆에 베르베느가 있다.

     방금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이렇다.

     애초에 그녀는 어떤 원리로 떠있는 걸까.

     

     

     "잠깐..."

     "뭘 기다라는 거죠...?

     죽여달라고 말할 때까지 계속할 건데요."

     

     우토는 이미 그로기 상태였다.

     직격을 너무 많이 당한 것이다.

     

     

     "교섭, 합시다...

     도망친 그녀들의 탈출을 돕겠습니다..."

     "그런 말 안 해도 제가 하겠어요."

     

     "그럼 유익한 정보를..."

     "이젠 됐어요..."

     

     베르베느는 우토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작게 혀를 찼다.

     

     

     "당신 너무 꼴사나워서 보기도 싫네요...

     성가신 수를 쓰나 싶더니 간단히 동료를 팔다니, 못돼 먹은 냄새가 난다고요."

     "그건 당신이잖습니까..."

     "뭐어어어!!??"

     

     그것이 발작 버튼이 되었는지, 베르베느는 우토를 하늘로 던져버렸다.

     

     

     "반죽음으로 끝내려 생각했는데, 이젠 됐어요... 우주에서 쓰레기라도 먹으며 평생을 보내세욧!!"

     

     

     베르베느는 모든 머리카락을 한 곳에 모으더니, 창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기승창.

     한 점을 타격하는 기사의 창.

     결코 꺾이지 않는 분노의 상징.

     

     이것은 성창.

     성살자의 죄악의 창.

     하늘에 던지면 공기를 불태우고, 땅에 던지면 별을 삼킨다.

     

     

     그래서 그 이름을.

     

     

     "귀발제 롱기누스."

     

     

     붉은 기둥이 하늘을 꿰뚫는다.

     그것에 대항하려는 듯, 한층 더 강한 선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홍창은 전혀 주춤거리지 않고 직진하여, 압도적인 폭력으로 자연의 섭리를 왜곡시켰다.

     

     폭풍이 멈추고, 구름이 흩어진다.

     탁 트인 푸른 하늘은, 창에 의해서 홍련으로 물들었다.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그 모습은, 지옥과 다름없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붉은 나선은, 당분간 그 자리에서 머물렀다.

     

     우토는 사라졌다.

     적창에 삼켜져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충격에 의해 저편으로 날아갔는지, 불타버렸는지.

     아마도 전자.

     베르베느한테 남겨진 마지막 이성이, 창의 궤도를 틀어 그 여파만을 닿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살아있다는 보증은 없지만.

     

     

     "............."

     

     아주 약간 불만이 가신 베르베느는, 잠시 제정신을 되찾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노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음의 먹잇감을 찾아서, 붉은 오니는 지표면을 향해 천천히 낙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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