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 어딜 가든 교전 중(2)2022년 09월 05일 21시 01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65
그래서 받아 흘릴 틈을 주지 않는다.
접촉상태에서 바로 혼신의 일격을 때려 박는다.
미리온에게는 거리가 아주 가까운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상과의 거리는 손이 닿는 범위면 어디든 좋다. 설령 영거리라 해도, 최고의 일타를 자아낼 수 있다.
"귀곡 - 무촌경."
옆에서 보면, 미리온은 마치 정지한 것만 같다. 배에 주먹이 닿은 지드가, 혼자서 상체를 꺾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미리온의 거동은 수 cm단위였다.
두 다리를 강하게 모으고서, 그 힘을 주먹에 집약시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움직임.
파앙, 하고 지면이 갈라진다.
쿠키처럼, 미리온의 발치에 있는 돌바닥이 붕괴한다. 정교한 육체조작에 의해 그 응력의 모든 것은 주먹에 수렴. 그리고 지드는 배에 대포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날아가서, 궤도상에 있던 건축물의 모서리에 부딪혔다.
◇
"ㅡㅡㅡ앗..."
미리온이 아즈마 쿄코로 뒤바뀐 것을 깨달은 우르테는, 곧장 주위의 빛구슬을 고속으로 이동시켰다.
상대와의 거리는 대략 50미터.
첫 번째 빛구슬이 닿기까지는 0.1초 이하.
예비는 충분.
쿄코는 발키리 스탬프를 높게 들어올리고는, 발치에 거대한 마법진을 전개시켰다.
"Gefrieren stamp rally"
얼음덩어리가 꽃을 피운다.
얼음의 장미는 악마적인 속도로 확산하더니, 빛구슬을 밀어내며 그대로 단번에 우르테한테로 향했다.
"읏...!!?"
얼음덩이 저편에서 작은 비명이 들린다.
쿄코는 그걸 끝으로 그 자리에서 도약.
해머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더욱 한방을 때려 넣기 위해 마력을 짜냈다.
우르테는 한쪽 팔이 얼어붙어있다.
모두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 빛나는 구슬과 쿄코의 마술은 상성이 나쁜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큰 기술로 끝장낸다.
"Velvet..."
마력을 해방시키려는 순간, 빛구슬이 옆에서 강습해왔다. 쿄코는 짜낸 술식을 파기하고, 해머를 휘둘러 다가오는 빛구슬을 쳐냈다.
결국 우르테의 근처에 착지.
얼굴을 바라보니, 초조함과 두려움이 일절 없는, 냉철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음은 당신이군요."
"....라는 모양이네요."
쿄코는 발키리 스탬프를 막대기처럼 돌리고는, 한 손으로 들었다. 우르테 또한 빛구슬을 주위에 띄웠다.
탄내와 언내가, 천천히 그 자리를 채운다.
◇
짙은 안개가 낀 숲 속을, 비비안은 일사분란히 달리고 있다.
"하아....하아....!"
싸움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직도 켄자키에게 대항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이쪽은 녹초인데, 그녀는 아직 상처도 입지 않은 형국이다.
어쨌든 공격이 닿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간격 안에 파고들어서, 살을 주고 뼈를 취할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ㅡㅡㅡ
"웃...!?"
목덜미 부근에 오한이 달린다.
보지 않아도 안다.
이 감각.
온다.
그것이 온다.
"잔잔한 태도."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내리자, 뒷머리에 뭔가가 스쳤다.
거의 동시에, 주변의 나무들이 두쪽으로 잘려나갔다. 마치 벌초하는 것처럼.
빠르다. 공격 거리도 그렇지만,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지금도 피한 것은 타이밍이 맞아서다. 완전히 비비안의 지각속도를 상회하고 있다. 위력은 겐사이에 못 미치지만, 검속에 관해서는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래서는 방어만 하게 될뿐.
하지만 도망칠 수도 없다.
이런 때는 먼저 어떻게 해야 좋을까.
비비안은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음~ 뭐였더라...'
그래, 적의 전투 스타일을 파악하라는 것.
켄자키 토우카.
전체적으로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을 중시한 육체강화를 쓰는 검사.
깊게는 내딛지 않고, 항상 [다음]을 준비할만한 여유를 가지며 싸운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이 닿지 않는다.
전체적인 스펙이 높지만, 특히 속도가 뛰어나다.
공격 범위는 근거리에서 원거리까지 다양.
유효 사정거리는 대략 90미터.
원거리에서의 정밀도는 결코 좋지는 않다.
사용하는 기술은 기본적인 일본 검술.
화려한 맹공보다도 확실한 일격이 취향.
가장 성가신 기술은 거합의 자세에서 내지르는 원거리 참격.
비비안의 사정거리에서는 회피도 방어도 거의 불가능.
그렇다고 해서 거리를 두면 피할뿐인 표적이 된다.
그럼 거합베기를 쓸 틈을 안 주면 된다.
납도의 틈을 완전히 파고들면, 잔잔한 태도는 안 온다.
비비안은 야앵과 뒷면베기를 양손에 들고, 낮게 몸을 웅크렸다. 그대로 땅에서 튀어나가서, 켄자키와의 사이를 단번에 좁혔다.
"호오?"
켄자키가 감탄했는지 소리 냈지만, 초조한 기색은 없다. 비비안은 파고든 기세를 전부 야앵에 실어서, 두쪽을 낼 셈으로 크게 휘둘렀다.
내리치는 야앵의 검봉을, 켄자키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검이 다가왔음을 자각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치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한 눈이다.
"느려."
입가를 심술 맞게 비튼다.
옅게 피가 묻은 칼날이, 뱀처럼 야앵에 휘감긴다. 그것을 깨달았을 무렵에는, 비비안의 참격의 기세는 완전히 죽어있었다.
'이렇게나 간단히, 흘리다니...'
자세가 허물어지는 것을 애써 억누른다.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면서, 뒷면베기를 휘둘러 이격을 날릴 준비에 들어선다.
시간으로 보면 1초 미만의 자세.
그것은 켄자키에게 너무나도 충분한 반격의 시간이었다.
"잔잔한 태도 - 화산령(火産靈)."
일렁이는 바늘 같은 빛을, 비비안은 반응하지도 못했다. 잠깐의 침묵 후, 두 팔이 베임과 동시에 발화한다. 작열이 뒤섞인 아픔이, 비비안의 의식을 침범했다.
"으아앗...!?"
"접근을 시도해서 발도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정답이다.
[진]의 형이라면 확실히 넌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ㅡㅡㅡ"
옆구리에 발차기가 파고든다.
즉흥의 어설픈 것이 아니다.
연마된 발차기는 비비안의 복근을 뚫고, 늑골과 내장을 뒤틀리게 했다. 비비안은 그야말로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기세로 날아가서, 온몸이 나무에 박혀버렸다.
"ㅡㅡㅡ잔잔함은 발도술만이 아니다.
바람을 가르는 신속의 검이야말로 잔잔함의 정체."
비비안이 의식을 회복하려는 사이, 켄자키는 순간이동 같은 속도로 접근해왔다. 대비할 틈도 없이 공기를 가르는 반투명의 칼이, 비비안의 목을 노린다.
"읏...!"
뒷면베기를 써서 간발의 차로 검섬을 튕겨냈지만, 켄자키의 칼은 새가 나는 듯한 움직임으로 피해서는 다시 비비안의 쇄골을 베어버렸다.
"잔잔한 태도 - 비연(妃燕)."
켄자키의 칼이 여러 겹으로 흔들린다.
자아내는 것은 장막과도 같은 연속의 검격.
"도약검 - 오의 태도."
검을 가속시킨다.
이쪽도 질 수 없다며 응전하지만, 곧장 양팔에 무리가 왔다. 결국 검기는 어중간하게 끝났고, 이제는 켄자키의 검격을 두 칼로 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야말로 토끼와 거북이의 구도. 비비안한테 늘어나는 자상의 숫자는, 그대로 속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젠...장..."
힘겹게 투덜거리고서, 비비안은 위로 뛰어올랐다. 이제 그런 힘은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켄자키는 의외라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잠시 무릎을 굽혔다가 높게 도약했다.
쫓아온다.
비비안은 허공에다가 발바닥을 쳐서, 공압의 반발력만으로 방향을 바꿔서는 같은 요령으로 더욱 가속하며 하늘을 달려 나갔다.
물론 이 기술은 비비안만의 기술은 아니다.
켄자키 또한 공중을 내달리는 기술을 체득하고 있다.
우연히 뛰는 법을 배운 비비안과는 다른, 수련에 의해 습득한 보법. 어느 쪽이 빠른지는 결과를 보지 않아도 일목요연하다.
"그 나이에 주보를 쓰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런 상태로는 못 도망친다."
5초도 지나지 않아, 비비안은 정말 간단히 따라 잡혔다. 속도로는 당해낼 수 없다고 알면서도, 다시금 대기를 박차서 궤도를 바꾼다.
어쨌든 태세를 정비하지 못하면 승산은 없다.
".............."
도망치기만 하는 비비안에게 짜증이 샘솟았는지.
켄자키는 어이가 없다며 한숨을 짓고서, 지면을 등지면서 칼을 상단으로 들었다.
"잔잔한 태도 - 아조(阿鳥)."
초승달 모양의 참격이 비비안을 뒤쫓는다.
이것에 당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 공포가, 오히려 비비안을 진정시켰다.
일단 공중을 달리는 걸 그만두고, 아슬아슬할 때까지 끌어들이고서 전력으로 공기를 박찼다. 그걸로 완전히 사선상에서 도망쳐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초승달의 참격은 깊은 각도로 휘어져서 그대로 비비안을 베어버렸다.
"앗....!?"
유도참격ㅡㅡㅡ!?
단순한 체술로는 이렇게 안 된다.
아마 마술도 섞인 검술.
공격의 폭이 너무 넓다.
추가로 최상을 입은 비비안에게, 이미 달릴만한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결과 힘이 다한 날파리처럼 추락하는 비비안에게, 켄자키는 조용하게, 그리고 필살의 일념을 담아 측도 - 피인을 납도 했다.
"잔잔한 태도 - 진(陣)."
대기가 잔잔함에 물든다. 마무리 일격으로 내지른 잔잔한 진섬은, 비비안의 눈에는 느리게 보였다. 주마등 같은 감각이다. 사고는 가속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만신창이의 몸 그 자체다.
'아, 죽는구나.'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걸 받으면 끝장이다. 겐사이한테서 받았던 일도는, 비비안의 미숙함을 고려하여 손속을 봐준 공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격으로 실신할 정도의 대미지를 입었다. 켄자키는 그런 식으로 봐주지는 않으리라.
방어ㅡㅡㅡ아니, 늦다.
이것을 튕겨내려면, 야앵의 질량을 얼마나 끌어올려야만 하는 걸까.
1만....아니 더욱.
그렇게나 무거운 검은 그녀로선 이제 휘두를 수 없다.
그뿐인가, 베인 탓에 팔의 감각이 이상해진 모양이다.
비의 차가움도, 아픔도, 검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전부 다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
땅으로 낙하하는 비비안을 눈으로 좇으면서, 켄자키는 나뭇가지를 발판 삼아 숲 속을 달리고 있다.
끝장냈다. 기술을 쓴 순간, 확신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잔잔한 아조가 들어간 시점에서 전투불능까지 몰아넣었다고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 진까지 썼다.
대요마조차 쓰러트릴 필살의 참격이다.
단순한 계집이 버텨낼 리는 없지만ㅡㅡㅡ
쏟아지는 빗속에서, 비비안은 서 있었다.
그 모습은 피투성이.
페인트를 끼얹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참혹한 몰골이다.
하지만 서 있다.
서 있는 거라면, 설만한 힘이 남아있다는 뜻. 다리가 떨리는 기색도 없다.
설마, 선채로 기절한 것도 아닐 것이다.
"너..."
감겨있던 비비안의 눈꺼풀이 뜨이자, 둔하게 빛나는 안구가 켄자키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켄자키는 즉시, 하지만 결코 초조하지 않고 피인을 눈앞으로 들었다.
"잘 막아냈구나."
그것은 켄자키의 가감 없는 칭찬이었다.
지금 것은 확실하게 맞았을 것이다.
죽지 않았다는 말은, 피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비안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고는, 약간 눈을 가늘게 했다.
"............................막았다?"
중얼거리는 것처럼 되물은 그 말을, 켄자키는 이미 듣지 않았다. 대기를 베어내면서 칼을 움직이고 있다.
목을 날릴 생각으로 그은 검격은, 하지만 검은 섬광에 의해 막혀버렸다. 단두대처럼 내리친 야앵이, 피인을 지면으로 떨궈버린 것이다.
"...........읏."
칼끝이 지면에 파고들었다.
켄자키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칼날을 빼내어, 신속하게 다음 공격으로 이어나갔다. 아름답게 선회한 흉날은 그야말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비비안의 목에 빨려 들었다.
돌아온 것은 예리한 금속음.
뒷면베기가 어느 사이엔가 목을 향한 공격을 막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반응이 날카롭다.
아니, 날카로워졌다.
비비안이 천천히 몸을 흔들며, 한걸음 내디뎠다. 이미 이 거리는 [일족일도].
검사에게는 절호의 위치.
순간, 비비안의 검이, 아니 팔이 휘었다.
마치 채찍처럼, 어깨부터 검끝까지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손의 공격.
하지만 궤도는 보인다.
켄자키는 반걸음 물러나서 검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회피했다.
앞띠에 작은 흠집이 생겼지만, 켄자키는 상관하지 않고 카운터를 날릴ㅡㅡㅡ
"...음!?"
켄자키가 반격에 나섰을 대, 이미 비비안의 칼은 코앞까지 도달해있었다.
너무 빠르다.
언제 검을 되돌렸나?
뭐지 이 이상한 움직임은.
이래서는 마치 크롬의 무박자 같다.
"큭ㅡㅡㅡ"
휘두르려던 칼을 정지시키고, 후퇴하면서 양손으로 칼을 대각선으로 든다.
그것은 켄자키가 취한 첫 방어였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켄자키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자가 기억이 애매해지는 것처럼, 켄자키 또한 일의 흐름을 놓쳤다.
켄자키가 받아낸 일격은, 그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ㅡㅡㅡ윽!?"
날아간다.
그 표현은 켄자키에게 있어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다.
구태여 말하자면 켄자키는 발사에 가까운 속도로,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면서 공중을 가른 것이다.
그 기세는 총알, 혹은 대포.
때때로 부딪히는 나무에 부딪히면서 부러뜨리기를 스물 하고도 네 그루. 진흙에 길게 선을 그리면서, 조금씩 정지한다.
"............하아...."
칼을 지팡이 대신 짚고 몸을 들며, 진흙 투성이가 된 얼굴을 든다. 먼저 처음으로 인식한 것은 팔의 저림이었다. 방어했음에도 뼛속까지 파고든 강검.
지금의 일격,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재밌군..."
생각지 못한 반격.
기사회생한 먹잇감의 앞에서, 켄자키는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켄자키는 무릎을 굽히고는 단번에 도약했다. 비비안은 곧장 찾았다. 그녀 또한 추격을 위해 켄자키를 향해 하늘을 달려오고 있다.
접근전에서 불리한 것은 지금 것으로 알았다.
그렇다면 접근시키지 않는다.
거리를 두며 완봉승을 거두면 된다.
"잔잔한 태도 - 아조."
칼에 술식을 담아서 전력으로 휘두른다.
방출된 마력은 낫처럼 수렴되어, 충격파가 되어 비비안을 향했다.
이번의 비비안은 도망치지 않았다.
이 기술에서 도망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다.
비비안은 야앵과 뒷면베기를 상단으로 들고서, 그대로 다가오는 참격을 두 무기로 때려눕혔다.
검섬은 그걸로 사라졌다. 먼지가 되어 소실된 공격의 잔해를 보지도 않고, 비비안은 똑바로 가속했다.
완전히 이쪽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검의 실력이 늘어났다. 방금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아마 그걸 물어보는 것에 의미는 없다. 회심의 수라면 죽어가기 전에 꺼냈을 터. 그러니 이것은, 본인의 뜻과는 다른 일이다.
할 일은 여태까지와 변함없다. 실력이 올랐다면, 그걸 인식한 상태에서 맞설뿐.
스탭을 밟는 것처럼, 켄자키는 경쾌하게 후방으로 도약했다. 그대로 피아의 거리를 확보하면서, 활시위를 당기듯이 도검을 모았다.
"잔잔한 태도 - 가라취(伽羅吹)."
혼신의 찌르기.
전차라 해도 점토처럼 꿰뚫는 찌르기의 충격파를, 비비안은 겁먹는 일 없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분 나쁜 눈동자다. 뭐든지 삼켜버릴 것만 같은, 심연이라 부를 만한 눈.
끝없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안구가, 더욱 기분 나빴다.
◇
미사일 모양의 충격파에 대한 대처를, 비비안은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의 때. 마물 일격을 받기 직전, 여러 흐름이 정체되었다. 일초가 십초로 늘어난 것처럼, 주위 모든 것이 느려졌다. 묘한 감각이다.
위화감은 그 외에도 있다.
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몸이 가벼워진 것이 아니다.
그 증거로 움직임은 아직 둔하다.
하지만, 검만은 가벼웠다.
그런 것보다, 검을 쥐고 있는 감각이 사라졌다.
신경이 이상해졌나 싶었지만, 아니다.
검과 육체의 경계를 모르게 되었다.
용접된 것처럼 억지스러운 연결도 아니다.
칼자루와 손바닥이 하나의 [관절]로 기능하고 있다ㅡㅡㅡ구태여 말로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
도신이 가르는 차가운 바람을.
칼끝이 튕겨내는 빗방울을.
약간 스치는 대기의 먼지를.
그 모든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검에 닿는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비비안에게 전해진다.
비비안의 팔이 검이 되었는지,
아니면 검이 비비안의 팔이 되었는지.
검의 구석구석까지 자신의 의지가 전해진다.
이미 검의 무게란 없다.
그런 것은, 육체와 뒤섞이고 말았다.
프레데리카가 전하고 싶었던 바는 이것이었다.
자신의 육체와 무게를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팔과 뒤섞인 검의 질량을, 본인이 의식할 리가 없다.
그래서 무중.
무게는 있지만, 무게를 느낄 수 없다.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쉬익!"
회피할 것을 읽었던 것처럼, 켄자키가 두 번째의 창을 내지른다. 그 모습을, 비비안은 관절의 움직임까지도 인식하고 있었다. 감각이 너무나 예리해졌다.
모든 것이 느리다. 느리게 보이지만, 자신도 느리다.
"....일만."
야앵을 만 배로 바꿔서, 뒷면베기와 함께 든다.
무게는 곧장 순응하여, 비비안의 몸이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켄자키가 내지른 충격파는 아직 거의 나아가지 않았다.
칼끝에서 방사되는 도중이다.
말하자면 포신에서 어중간하게 나온 포탄.
저 공격은 기압의 물리공격 치고는 이상하게 강력했다. 자신의 마력을 술식에 포함시켰다면, 그것은 술자와 [이어져 있다]고 봐도 된다.
뒷면베기의 검봉을, 충격파의 선단에 마찰시킨다.
베었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빛의 속도로 이동을 시작. 충격파는 베인 부분을 기점으로 반원만큼 선회하여, 켄자키의 칼을 통해 손, 팔, 어깨로 전해지고, 그대로 등에다 일자로 된 상처를 새겼다.
"앗...!?"
베였다.
완전히 의식도 못한 공격에, 켄자키가 뒤를 신경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깨너머로 돌아보고 나서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기까지 1초 미만.
비비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ㅡㅡㅡ"
뒷면베기와 야앵이 빛으로 변해서, X자의 궤도로 교차한다.
반응이 늦은 켄자키의 회피는 완벽하지 않아서, 목을 아주 약간 베였다.
휘두른 비비안의 쌍칼이 생물처럼 돌아온다. 연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잔잔한 태도 - 쌀쌀."
양손으로 강하게 손잡이를 쥐고서, 켄자키는 전속력으로 검격을 날렸다. 속도를 중시한 질풍의 검. 거리가 좁혀진 이상, 우월한 부분으로 맞선다.
"도약검 - 팔의 태도."
백과 흑의 섬광이 뒤섞인다.
켄자키의 일도는, 검정과 보라의 검에 제대로 막혀버렸다. 충격의 여파는 광범위에 걸쳐 퍼져서, 초목과 빗방울을 거세게 날려버렸다.
비비안은 물러날 기색이 없다.
힘겨루기에서는 이기기 어렵다.
이 이상의 대미지를 입히려면, 방어를 파고들어야 한다.
피인을 빙글 돌려서, 발목을 향해 이도를 날렸다.
켄자키가 그리는 투명한 검섬은, 그러나 짙은 칠흑으로 덧칠되었다. 양손이 저리지만, 손을 놀릴 수는 없다.
삼도.
찌르기가 막혔다.
오도.
피아의 중심에서, 피인과 야앵이 충돌한다.
칠도.
일자를 그리는 뒷면베기와 육체와의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피인을 끼워서 방어한다.
그리고 팔도ㅡㅡㅡ
728x90'이능력배틀물 > 개와 용사는 꾸밈이 없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7 용병이 두 명 (0) 2022.09.06 146 어딜 가든 교전 중(3) (0) 2022.09.05 144 어딜 가든 교전 중(1) (0) 2022.09.05 143 노발대발(2) (0) 2022.09.04 142 노발대발(1) (0) 2022.09.04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