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4 어딜 가든 교전 중(1)
    2022년 09월 05일 15시 08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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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56 

     

     

     

     비비안이 검술을 배운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하고도 6개월 전의 이야기다.

     

     "검은 왼손으로 휘두르세요."

     그것이 비비안에게 주어진 최초의 과제였다.

     프레데리카는 말했다.

     오른팔에 힘을 너무 넣으면 휘두를 때 흔들린다.

     잘못된 휘두르기는 [얼치기]나 마찬가지여서, 어떤 명도를 들어도 벨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평소에 쓰는 팔과 관계없이, 왼손으로 지탱하는 검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

     

     이것은 간단했다.

     원래부터 재주 좋았던 비비안은 순식간에 왼손으로 휘두르기를 습득했다.

     

     "발디딤은 날카롭게. 물 흐르듯이."

     

     이것도 간단했다.

     결국 중심 이동의 문제다.

     그 자리에서 이동한 기세.

     자신의 체중.

     그것들을 전부 검끝에 싣는 기술이다.

     

     칼날의 끝에 무게를 싣는 타이밍이 조금 어려웠지만, 이것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몸에 익숙해졌을 때, 비비안의 검은 바위를 벨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프레데리카의 가르침은 이어졌다.

     언뜻 보면 잘 모르는 이야기도, 그녀는 전부 합리적으로 설명해줬다. 비비안은 반발하는 일 없이, 그 전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비비안의 검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1년이 지날 무렵에는 쇳덩이를 두부처럼 썰어버릴 수 있었고, 공중에 떠 있는 나뭇잎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비안은 오외의 습득을 허가받았다.

     마술과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반.

     프레데리카가 보기에는 이례적으로 빠른 일이었다.

     

     도약검.

     그것이 프레데리카가 가진 오의의 이름이다.

     별명은 천속검.

     

     방식은 몇 번이나 배웠다.

     특수한 검기라서, 다치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검을 휘두를 때 다친다니 무슨 기술인가 싶더니, 별일 없다. 단순한 연격이었다.

     

     비비안은 가르침 받은 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 결과 팔이 부러졌다.

     어째서 팔이 부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러졌다. 팔꿈치 주위가 산산조각 나 버렸다.

     

     프레데리카는 말했다.

     

     "아직 검을 휘두르면 안 되는 모양이네요."

     비비안은 물어보았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검을 휘두르는 것과 휘둘리는 것은 경우가 다릅니다. 당신은 검에 휘둘리고 있는 것입니다."

     프레데리카는 조용히 고개 젓더니, 비비안의 눈앞에서 몇 차례 검을 휘둘렀다.

     

     "이것은 뭘로 보이나요."

     프레데리카가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길래, 비비안은 바로 대답했다.

     

     "팔."

     "그럼, 이것은?"

     

     프레데리카는 다음으로 자신의 칼을 가리켰다.

     

     "검."

     

     "달라요."

     문답은 그걸로 끝났다.

     프레데리카는 '아직 이르다' 고 결론짓고는, 오의의 가르침을 중지하고 말았다.

     

     "당신이 검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그때 다음으로 넘어가죠."

     "그런 거, 무리잖아요."

     "이것만은 입으로 전해줘도 의미가 없답니다. 일단은 휘두르기를 하세요. 적어도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하세요."

     

     비비안은 노력했다.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검에 휘둘리지 않도록.

     검에서 무게를 없애기 위해,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다.

     

     시행착오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비비안은 더욱 강해졌다.

     상1급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도 얻을 수 있었다.

     무섭도록 순조롭게 성장했다.

     비비안 자신, 이런 소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럼에도, 검은 무거웠다.

     

     

     

     

     "...................퉷.'

     

     입에 고인 피를 뱉는다.

     붉은 피는 지면에 녹아들더니, 빗방울 속에 빨려 드는 것처럼 희석되어간다.

     

     팔에 새겨진 상흔이, 작열하는 것처럼 아프다.

     지금 것으로 몇 번을 베였을까.

     비비안은 옅은 호흡을 반복하다가, 야앵을 지팡이 삼아 무릎을 꿇었다.

     

     

     "약하군..."

     

     

     비에 젖은 머리를 털어내면서, 켄자키가 내려다보며 내뱉었다. 하얀 하카마와 반투명한 칼에는 선혈이 흠뻑 묻어있다.

     

     칼을 겨룬 것은 십여 합.

     비비안은 그 전부에서 져버렸다.

     사실 승부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아아, 이 사람도 강해...'

     

     

     검이 너무 빠르다.

     비비안이 강검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검은 유.

     너무나 빠른 검격을, 비비안은 계속 받아버리기만 한다.

     

     특급 마술사는 강하다.

     그런 당연한 일,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생각해보면, 요즘 비비안은 계속 지기만 했다.

     

     시시도한테 지고.

     겐사이한테 지고.

     쌍둥이한테 지고.

     크롬한테 지고.

     그리고 지금, 새로운 패배를 맛보려 하고 있다.

     

     패배의 연속이다.

     이래 뵈어도 그다지 져본 경험은 없었는데...

     아니, 이기는 승부만 해왔던 것일지도.

     

     

     "끝인가?"

     

     

     켄자키가 천천히 걸어온다.

     걸어오는 가냘픈 검사에 맞서, 비비안은 조용히 칼을 들었다.

     

     

     "...아직이야."

     

     허세를 부리며 검을 뽑아 든다.

     진흙투성이의 야앵은, 지금까지의 어떤 검보다도 무거웠다.

     

     

     

     

     정신 차리고 보니 모르는 장소에 있었다. 라는 상황은 샤리아한테 드문 일이 아니다.

     

     육가의 목숨을 노리는 악한한테 납치되어 어디론가 끌러간 적도 있었고, 요마한테 물리적으로 날아갔던 일도 있다.

     

     가장 많았던 것은 전이의 트랩이다.

     여태까지의 전투에서 두 번 걸렸었다.

     두 번이다.

     같은 트랩에 두 번, 샤리아가 걸렸던 일이 있다.

     전이마법은 덫 중에서도 특출나게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번에, 샤리아는 세 번째의 덫에 걸렸다.

     기분 나쁘게도, 이번에도 전이다.

     공간전이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강제적으로 날아갔다.

     

     바니키스의 공간간섭.

     아니면 그에 준하는 능력에 의해, 샤리아는 하얀 방으로 전이되었다.

     

     

     "리벳. 무사하니?"

     "네, 딱히 부상은 없어요..."

     

     

     전이한 순간, 리벳이 샤리아와 닿아있더 ㄴ것이 행운이었다. 졸린 표정이지만 그녀는 도움이 된다. 그 반면, 덫에 따라서는 둘 다 당해버릴 위험도 있지만...

     

     

     "...그리운가?"

     

     끼익, 하며 구두 소리가 울린다.

     어느 사이엔가 전방에 있던 바니키스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아수라장을 재현해보았다. 어때? 완벽하지?"

     

     거듭 물어보는 바니키스에게, 샤리아는 팔짱을 끼며 코웃음쳤다.

     

     

     "왜 일부러 여기를?"

     "뭐, 잠깐의 여흥이지."

     "원래의 방을 산산조각 낸 게 그리도 분했던 건가요."

     "아니."

     

     바니키스는 고개를 젓고는, 대담하게 웃었다.

     

     

     "난 형식부터 따지는 주의라서, 네년을 패주는데 어울리는 무대다 여기였을 뿐이다."

     "무대라니..."

     

     샤리아는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눌렀다.

     이 남자는, 이 노인은 예전부터 그랬다.

     말과 행동이 크게 어긋나 있다.

     자존심과 자기애가 그를 어긋나게 하는 것이다.

     

     

     "...집에서 추방된 뒤로, 전혀 변함없네요."

     

     "계집이 건방진 말이나 하기는."

     

     말은 가시 돋쳤지만, 바니키스한테는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2대 1인데도 이 상태라면, 아마 자신이 유리하다는 확신이 있는 모양이다. 천위를 이길 수 있는 계책을 마련했을지도 모른다.

     

     

     "네년은 천위를 얻고 변했구나."

     

     "당신이야말로, 회장이 된 뒤로 많이 변했네요."

     

     

     육가에 있던 시절에도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니었지만, 협회의 회장이 된 뒤로는 전부터 계속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뭐, 좋다."

     

     

     바니키스는 자조 섞어 도리질치고는, 손목을 가볍게 흔들며 검은 띠가 나타나게 했다. 띠는 바니키스를 두르는 것처럼 빙글 돌아서, 하나의 원을 만들었다.

     

     

     "뭐 옛날이야기에 꽃을 피울 사이도 아니니. 덤벼 봐라."

     

     샤리아는 바니키스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손목에서 하얀 띠를 몇 개 출현시켰다.

     

     양측 사이의 공기가 서로 마찰하는 것처럼 밀쳐내고 있다.

     

     바니키스 베나리보.

     원래 이름은 바니키스 버밀리온.

     샤리아의 큰 할아버지.

     젊은 시절에는 특급 마술사로 활약하던 호걸이었다.

     

     그가 회장이 된 것은 10년 전.

     대성군이 세를 불린 것도 분명 그 시절부터였다.

     

     

     "샤리아 씨."

     

     눈앞을 집중하고 있자, 리벳이 바니키스에게 시선을 주면서 중얼거렸다.

     

     

     "이 공간, 위험해요.

     오늘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가는 편이..."

     

     "...글쎄. 이런 경우에서도, 일단 살인에는 허가가 필요한데. 아아, 하지만 유사시니까 협회법도 적용되려나."

     "그 협회가 전 세계에 싸움을 걸고 있잖아요."

     

     솔직히, 여기는 리벳에게 있어 지낼만한 장소가 아니다. 조금 전부터 [노아]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분명 뭔가의 장치가 있다 봐도 좋다.

     

     

     "어쨌든, 늦어지기 전에 전력으로 해요. 제가 전위를 맡을게요."

     "그다지 사람은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샤리아는 한숨을 짓고서, 빛의 띠를 작은 원형으로 바꾸고는 공중에 여럿 띄웠다.

     그녀는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있다.

     

     리벳은 진심을 내라고 말했다.

     공간간섭이라면, 마술적인 함정이라 해도 봉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죽이자, 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요...'

     

     

     리벳이 곁눈질로 흘끗 샤리아를 바라보았다.

     옆머리 때문에 얼굴은 안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기가 흐르는 듯한 오한을 느꼈다.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발생한 수증기가, 나선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쏟아지는 비가 순식간에 얼어붙자, 무수한 우박이 땅에 떨어진다.

     

     하늘로 솟은 얼음 기둥을 바라보면서, 아즈마 쿄코는 조용히 혀를 찼다.

     

     

     ㅡㅡㅡ빗나갔다.

     

     

     이걸로 몇 번째인가.

     여러 번 내지른 초저온의 빙결파.

     하지만 주위의 온도가 전혀 내려가지 않는다.

     술식이, 기술이, 이 남자한테 통할 기미가 없다.

     

     

     "소용없다."

     

     그리고 지금, 다시 방출된 술식이 비틀렸다.

     비틀린 푸른 광선은 커브를 그리면서, 하늘 저편으로 멀어져 간다.

     장벽을 치는 것이 아닌, 단지 검을 휘두른 것만으로도 마술이 휘어지고 만다.

     

     지드 하우리오.

     영맥폭주사건에서 히드라를 물리치며 [용살자]의 이명을 얻은 마검사. 파트너인 우르테의 지원이 있으면 특급 중에서도 상위에 위치한 실력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나의 [유수검]은 모든 흐름을 지배하지."

     

     지드는 그리 선언하고서, 하반신을 약간 낮추며 믿기지 않는 속도로 간격을 좁혔다.

     조금 반응이 늦었던 쿄코가, 발키리 스탬프를 발사적으로 휘두른다.

     

     맞는다.

     방어해도 얼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여러 번 있었다.

     이만큼이나 접근했는데도, 망치가 닿을락 말락 하게 되면ㅡㅡㅡ

     

     

     "말했지, 흐름을 지배한다고."

     

     천천히. 해머가 미끄러졌다.

     부자연스러운 쪽으로, 하지만 결코 감속하는 일 없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바꿨다.

     

     

     "그것은 물론 물리적인 벡터이며ㅡㅡㅡ"

     

     

     무기가 빗나가고 말았다.

     이대로 억지로 되돌리면 깔끔하게 카운터를 당한다. 쿄코는 양손으로 다루던 해머의 손잡이에서 한 손을 놓고서, 그 손을 지드에게 들이댔다.

     

     

     "폭빙."

     

     부채꼴로 퍼져나가는 푸른색의 광선.

     형태적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드가 검을 댄 부분만이 홱 구부러지더니 거절당하는 것처럼 꺾여버린다.

     

     

     "ㅡㅡㅡ또한, 마술도 예외는 아니다."

     

     멋지게 간파당했다.

    지드는 대부분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기술을 사용한 뒤의 경직에 들어간 쿄코는, 그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받아내는 것만이 아니라ㅡㅡㅡ"

     

     순간.

    지드의 검이 채찍처럼 변했다.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에, 쿄코는 회피할 수 없었다.

     후퇴가 늦어져서, 오른쪽 어깨 부근을 베인 것이다.

     

     

     "뭐, 이렇게도 되지."

     

     "ㅡㅡㅡ읏..."

     

     강하다.

     방어에 특화되었나 싶더니 강렬한 참격을 쓴다. 공수 양쪽으로 틈이 없다. 공격이 닿을 느낌이 안 든다.

     

     하다 못해 미리온과 둘이서 덤볐다면ㅡㅡㅡ

     하지만 지드 탓에 분단되고 말았다.

     전위와 후위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전황을 리셋시킬 뭔가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은, 미리온 또한 마찬가지였다.

     

     

     "큭..."

     

     지면에 무릎을 꿇고서 숨을 고른다.

     정면에는 우르테가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다.

     주위에는 몇몇의 빛구슬.

     

     실력차는 그리 크기 않다.

     오히려 스펙으로는 미리온이 상회할 정도다. 하지만 전법이 안 맞는다. 후위 지향의 쿄코는 지드와의 상성이 나쁘다. 지원해주러 가야만 한다.

     

     몸을 낮추며, 다리를 크게 벌린다.

     먼저 이 거리를 좁힌다.

     어쨌든 공격 범위에 들어오지 않으면 승부를 못 낸다.

     

     온몸을 가동해서, 그 힘을 손끝에서 폭발시킨다.

     용수철처럼 튕겨나가는 미리온.

     속도 중시의 활보.

     이것에서 공격으로 이을만한 기세는 없다.

     그만큼, 공격을 피하는 데에 의식을 할애한다.

     

     한 걸음.

     우르테가 반응하자, 빛구슬이 미리온에게 날아간다.

     수는 일곱. 빛구슬은 제각각 다른 궤도를 그리면서, 둘러싸는 것처럼 앞을 막아섰다.

     

     두 걸음.

     빛구슬을 화경으로 쳐낸다.

     하나, 둘, 셋.

     피할 때마다 손목이 불탄다.

     고열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세 걸음.

     받아내지 못했던 빛구슬이 옆구리를 스친다.

     작열의 아픔.

     주춤한 순간,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듯한 정교함으로 빛구슬이 미리온의 사각을 노렸다.

     

     빠르다.

     수는 그리 많지 않은데도 대응하기가 어렵다.

     

     

     "느려."

     

     정신이 팔린 사이, 우르테가 오른팔을 휙 내렸다. 머리 위에서 덮쳐오는 빛구슬을, 미리온은 간발의 차로 피했다.

     

     

     "ㅡㅡㅡ으으...!"

     

     5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다.

     팔극권은 초근접전이 주다.

     다시 말하자면 범위가 짧은 것이다.

     자신의 수법을 제대로 연구해놓았다.

     

     

     "다가오려 해도 소용없어. 나의 [모클]에서는ㅡㅡㅡ"

     

     빛구슬은 우르테 앞으로 일렬로 정렬하더니, 그대로 공벌레처럼 천천히 퍼져나갔다.

     퍼져나간 빛구슬은 양을 닮았다.

     그보다, 양이다.

     공 사이즈로 데포르메화한 양. 그것이 일곱 마리가 있다. 갑자기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ㅡㅡㅡ절대 도망칠 수 없어.

     고위신수, [홍축국]의 먹이가 되어라."

     

     소환사.

     빛구슬의 정체는 생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힘.

     평범한 소환마와는 다르다.

     

     미리온은 다친 곳을 치유하면서, 우르테와의 간격을 재었다.

     

     

     [단번에 쳐들어와도, 소용없다고~]

     

     

     발에 힘을 주고 있자, 낮은 음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이의 목소리다. 잘 보니, 우르테의 옆에 떠 있는 둥근 양이 낸 것이었다.

     

     

     [그래, 소용없다고~]

     

     

     동조하듯이, 다른 양이 대사를 이어 말한다.

     

     

     [맞아 맞아~]

     [주인님한테는, 손가락 하나 못 댄다고~]

     [어디서든 덤벼봐~]

     [쫄았냐?]

     

     

     말을 하나 싶더니, 양들은 일제히 미리온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어느 양은 섀도우 복싱으로, 또 어떤 양은 팔짱을 끼며 대담하게 미소 지으면서, 어떤 양은 손바닥을 움직이면서, 어느 양은 드러눕는 등의 다채로운 도발이다.

     

     아무래도 힘 빠지는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강한 것은 사실.

     

     이번에야말로 간격을 좁힌다.

     미리온이 두 다리에 힘을 집중시켰을 때, 근처의 대지가 부서졌다.

     

     

     [읏!?]

     

     

     밸런스가 무너졌다.

     미리온과 우르테의 사이를, 무언가가 지나갔다.

     검은 피부의 소녀, 야마타노오로치.

     그리고 빅토르.

     그 두 사람이, 고속으로 이동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미리온은 이 충격이 그들의 것임을 즉시 깨달았다.

     

     

     "아아아ㅏ아ㅏㅏ아아ㅏ아아앗!!"

     

     

     소녀가 외친다.

     자그마한 소녀가 사지를 움직일 때마다, 그 여파로 지면이 파인다.

     

     그런데도 빅토르는 멀쩡했다.

     그뿐인가 부상이 늘어나는 건 소녀 쪽이다.

     야마타노오로치의 손과 주먹이 닿기 전에, 흑창으로 전부 쳐내면서 바로 반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좋아, 할배에!!"

     

     

     야마타노오로치는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기쁜 듯이 외쳐댔다. 매우 유쾌하다는 듯 대미지를 받아내고 있다.

     

     

     "더욱! 더욱 날 즐겁게 해봐아아아아!!"

     

     야마타노오로치가 팔을 크게 휘두른다.

     그 여파로 미리온은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우르테 또한 비슷한 상태다.

     

     야마타노오로치는 한껏 모은 팔을 빅토르에게 내질렀다. 그는 그걸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서, 흑창의 끝을 야마타노오로치의 배에 슬쩍 갖다 대었다.

     

     

     "그렇게나 날뛰면ㅡㅡㅡ"

     

     빅토르가 내달린다.

     잠시 후, 소녀의 등에 흑창의 끄트머리가 돋아났다.

     

     

     "광장이 못 버팁니다만."

     

     야마타노오로치가 작게 각혈한다.

     복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

     분명히 먹혀들었다.

     

     

     "사자영."

     

     빅토르의 그림자가 파문을 일으키자, 안에서 거대한 검은 사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로 형성된 사자는 용수철처럼 몸을 웅크린 뒤, 단번에 야마타노오로치의 어깨를 향해 이를 향했다.

     

     

     "으읏...!?"

     

     흩날리는 혈액.

     야마타노오로치가 잠깐 움찔한 사이, 빅토르는 날이 긴 창을 꺼내서는 달라붙은 사자까지 합하여 옆구리를 일자로 베어버렸다.

     야마타노오로치의 옆에 있는 지면에, 붉은 선이 새겨진다.

     

     

     "아아...강해..."

     

     감개무량한 듯, 야마타노오로치가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눈동자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래선 부족하다고."

     

     순간, 미리온의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대성군 측의 전력일 우르테도, 전율한 듯 눈을 부릅떴다.

     

      

     "그 녀석들은,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야마타노오로치의 손끝에서, 비늘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늘어나는 짙은 마력.

     강력한 일격이 온다.

     그런 예감을, 그 자리의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날 죽여봐."

     

     

     폭발한다.

     야마타노오로치가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마력이라도 방출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팔로 지면을 친 것인지, 단지 하나 분명한 것은, 폭격보다도 월등히 강한 충격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ㅡㅡㅡ!"

     

     

     미리온은 충격의 여파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적의 위치도 알 수 없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며 신중해졌던 그때, 밑의 지면에 갑자기 파도쳤다.

     

     

     "어?"

     

     구멍함정에 걸린 것처럼, 그림자로 떨어진다.

     정신이 들자, 눈앞에는 어째선지 지드가 서 있었다.

     

     

     "음...!?"

     

     지드가 눈을 부릅뜬다.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다.

     하지만 미리온은 멍한 머리로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공간호환.

     빅토르의 고유능력이다.

     아즈마 쿄코와 미리온의 위치를 몰래 바꾼 모양이다. 아마, 불리한 상대와 싸우고 있음을 순식간에 눈치챘으리라.

     

     이 근거리가 무엇보다도 큰 증거.

     미리온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드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그제야 지드가 미리온에게 의식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 소용없다. 단순한 주먹은 내게..."

     

     두 다리를 대지에 [연결한다].

     지드의 능력은 유수검기.

     여러 흐름을 지배하는 방어적인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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