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사토 소스케의 가장 긴 하루(4)2022년 09월 03일 16시 38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28
※ 하카마 : 무녀복의 하의 부분. 남자도 입는다
어둠 속을 헤엄치듯이, 베르베느는 먹구름에 완전히 섞여있다.
휘몰아치는 강풍 속이라 해도, 장벽으로 막을 수 없는 위력은 아니다. 다행히 우토 미즈키는 주위의 기류를 다루는 마술을 가진 데다, 티아의 도움도 있어서 전선에서의 이탈은 순조로웠다.
구름이 이어지는 범위는 아마도 30km 전후.
거기까지 멀어지면 한숨 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베르베느는 방심했다.
말 그대로 구름 속에 숨은 것에 안도한 것인지.
시야가 트린 상공인데도, 시키가미 겐사이의 공격 간격에서 멀어졌다는 발상이 애초에 잘못되었던 것이다.
"잔잔한 태도, 진(陣)."
지상에서 하얀 섬광이 날아온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베르베느의 앞머리에 뭔가가 스쳤다.
"...............읏!?"
급정지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꺼운 먹구름이 베르베느를 중심으로 세로로 좌악 갈라졌다.
완전하게.
위를 올려다보면 태양이 고개를 드러내어 하늘의 은총가 지상을 비추고 있다. 빌딩의 계곡에 있는 듯한 감각이다.
"거긴가."
곧장 목표를 포착한 겐사이가, 유운을 나뭇가지처럼 휘둘렀다. 자아내는 참격의 장막. 엄청난 오한을 느낀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이 새빨갛게 물든다.
다음 순간, 먹구름은 부채질된 연기처럼 날아가서 견문의 탑 부근에서 완전히 소멸. 태양빛을 가리던 천장은 사라지고, 단번에 빛과 어둠이 뒤바뀌었다.
"오오...!"
"겐사이 님이다!"
"역시 겐사이 님!"
수많은 나인들과 공방을 벌이던 대성군의 마술사가, 아낌없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것이야말로 천재지변. 기후조차 바꾸는 시키가미 겐사이의 수완은, 천위에 비해 전혀 손색없었다.
"훌륭하십니다. 겐사이 님."
하카마 차림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나인의 분신들을 어렵지 않게 베어 넘겼다. 특급 마술사인 켄자키 토우카 또한 겐사이의 위업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겐사이에게 기쁨의 빛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 아직도 끝장내지 못해서다.
너무 멀어서 보통의 마술사로는 판별할 수 없겠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지금도 쥐새끼처럼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모습은 이미 포착해놓았다.
어렴풋이 내지른 조금 전의 일격과는 다르다.
제대로 목표를 바라보면서,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끝장낸다.
"잔잔한ㅡㅡㅡ"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던 유운은, 발도 하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그 기세가 사그라들었다.
시끄러운 타악기 같은 둔한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킨다. 발도 전에 저지당한 것은 오랜만의 경험이다.
"호오..."
불꽃같은 머리카락이 하늘거린다.
겐사이의 시선 끝에는, 프레데리카가 장검을 내민 형태로 서 있었다. 순식간에 품에 파고들어서 그 검끝으로 유운을 막은 것이다.
"샤리아의 오른팔인가.
꽤 날카로운 검이로구먼."
"...당신과 겨루는 건, 학생 이래."
프레데리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냉담한 자세로 겐사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무례한."
프레데리카가 일단 거리를 두려던 순간, 겐사이의 뒤에서 하카마 차림의 여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말투에 비해서, 그 표정에는 강렬한 분노의 색은 없다. 마치 친구한테 붙은 벌레라도 털어내려는 듯한 얼굴로, 겐자키 토우카는 반투명한 대태도를 크게 내리쳤다.
간발의 차이로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검속이 무섭도록 빠르다.
궤도도 칼날도 아름답다.
너무나도 정도. 젊은이인 것 치고는, 마치 교본 같은 검술을 쓴다.
"그런 낡은 검으로 이분에게 도전할 셈인가. 건방진 것도 적당히 해라."
겐자키의 두 눈은, 오물이라도 보는 모습이었다.
겐사이에게 심취한 듯한 말투다.
제자라고는 들었지만, 아무래도 여간내기가 아닌 모양이다.
"넌 하늘 쪽을 쫓아라. 이 녀석은 내가 하마."
"............"
겐자키는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곧장 칼을 칼집에 넣었다.
"원하시는 대로."
그렇게 말하고서, 겐자키는 그 자리에서 휙 사라졌다.
곧장 프레데리카가 쫓아가기 위해 땅을 차올랐지만, 겐사이가 서 있는 탓에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지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상, 섣불리 몸을 움직일 수는 없다.
"와라 계집. 네년부터 먼저 베어 주마."
"............."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눈앞의 노인을 바라본다. 프레데리카의 손목을 기점으로, 수중의 장검이 흔들리고 있다.
◇
프레데리카와 겐사이가 대치하기 시작한 무렵, 그 주변의 마술사들도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전투로 바꿔나가고 있었다.
"햐하하핫."
흥겨워하는 웃음소리가 전장에 메아리친다.
야마타노오로치는 흐트러진 표정을 되돌리려 하지 않고, 입가를 올리며 한 남자를 뒤쫓고 있다.
다른 자들은 눈길도 안 주고 있다.
아니, 처음에는 몇 명이 주위에서 얼쩡거렸지만, 다른 대성군 사람들이 맡아버렸다.
어느 사이엔가, 상대하는 자는 흑창을 든 연미복의 노인만이 남았다.
"좋다고, 너! 나쁘지 않아!!"
야마토가 가느다란 팔을 일문자로 휘두른다.
하지만, 창에 의해 정말 간단히 빗겨 났다.
노인의 민첩성, 지구력 등은 오로치보다 분명 밑이다.
기술인가, 경험인가.
어쨌든 그럼에도 강하다.
"..............."
그러는 한편, 빅토르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겨룰 때마다 전해지는 이 느낌.
아마도 귀신급의 요마.
정면에서 부딪히는 건 무리다.
그보다, 능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승부조차 안 된다.
범자가 새겨진 안대에 손을 댄다.
꽤 이전부터 디스펠로 봉인을 녹이고 있지만, 아직 해제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력 정도는 차츰 돌아오고 있다.
"히야! 다음 것 간다앗!"
품에 파고든 야마타노오로치가, 오른팔을 크게 휘두른다.
빠르지만, 너무 크게 휘둘렀다.
빅토르는 반 걸음 물러나면서, 자신의 그림자에서 폭이 넓은 칼날을 현현시켰다.
"허영."
야마타의 발목을 베는 것처럼.
흑빛의 칼날이 빅토르를 중심으로 선회했다.
야마타의 가느다란 발은 저항다운 저항도 보이지 않고, 장딴지 부근부터 맥없이 절단되었다.
"어ㅡㅡㅡ"
밸런스가 무너진 그 순간.
노병의 찌르기가 야마타의 쇄골 부근에 명중했다.
아니, 피한 것이다.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얼굴에 구멍을 뚫었을 것이다.
추격의 위력에 의해 날아간 야마타는, 먼저 공중에서 다리를 재생시키고는 그대로 가뿐히 착지했다.
이 정도의 부상이라면 곧장 고친다.
문제는 상처가 났다는 점이다.
그렇게 위력이 강한 공격으로는 안 보였고, 여파도 주위를 휘말릴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공간간섭.
"좋아 할배. 그런 싸움법은 싫지 않다고."
나쁘지는 않다.
경쾌하게 공격을 피하면서 폴짝거리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여흥이다.
"하지만, 더 내보일 수 있지?"
야마타가 사악한 미소를 짓자, 눈가 주변에 비늘 같은 것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해서, 소녀의 마력이 부풀어 올랐다. 진심이 아니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저력이 보이지 않는다.
"쉽게는 안 되는 겁니까..."
빅토르는 미간에 주름을 지으면서, 천천히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잊고 있었던 세계가, 눈동자에 투영되려 하고 있다.
◇
빅토르의 전장에서 조금 가까운 장소에서, 아즈마 쿄코는 일사불란하게 주위를 얼리고 있었다.
"후우...."
길게 한숨을 쉰다.
그러자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것처럼, 그녀의 주위에 눈보라가 친다.
하지만 [표적]은 일으킨 블리자드를 정말 간단히 피하고서, 지면을 기는 것처럼 쿄코를 향해 접근했다.
"그거, 나한테는 안 통해."
섬광이 달린다. 검이다.
약간 폭이 넓은 삼각형의 검.
다루는 자는 수려한 모습의 미남.
하지만 어둠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눈동자는, 쿄코를 경계하기에는 충분했다.
"Valkyrie stamp."
체내에서 해머를 뽑아내어, 봉처럼 긴 손잡이로 검격을 받아낸다.
양팔에 전해지는 전기 같은 충격.
아즈마 쿄코는 지드 하우리오와 싸우는 것이 처음이다.
그보다도, 그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은닉되어있다.
소문이라고 한다면 수개월 전의 영맥폭주 때, 바다뱀 히드라를 타도한 일이랄까. 드러난 공적은 이것뿐이다.
"...묘르닐의 레플리카인가."
지드는 감탄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약간 몸을 웅크리고는 거합베기와 비슷한 참격을 자아냈다.
대응 못할 속도는 아니다.
쿄코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칼날을 피하고는. 낙엽이라도 치는 것처럼 해머를 내리쳤다.
"그것도 안 통해."
하지만 지드가 해머에 직검을 갖다 대자, 그 궤도가 바뀌었다.
경험한 적이 없는 묘한 감각.
타격이, 미끄러졌다.
"왜 안 통하는지 알겠어?"
여유로운 태도로 지드가 물어본다.
지면에 내리 꽂힌 망치를, 삼각검으로 콩콩 두들기면서.
"가르쳐 주지.
그것은 내가 용사이며, 영웅이기 때문이다."
"............."
쿄코는 노골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찌푸린 채, 정면의 지드에게 손을 뻗었다.
"빙탄(氷誕)."
술식에 자신의 저주를 싣는다.
손바닥에서 나온 냉기를 띈 빛이었지만, 지드의 앞에서 휘어지고 말았다.
등 뒤가 점점 흰색으로 뒤바뀐다.
"대홍련."
이번에는 보다 강력한 주문을 영창한다.
절대영도... 까지는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동결시키기에는 충분한 동결파.
하지만 그것도, 지드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부채꼴로 퍼진 술식의 파도는 지드를 중심으로 두쪽이 나버려서, 제각각 비틀어지며 엉뚱한 방향에 명중했다.
"은세계."
그럼 범위 전부를 얼린다.
동 형태로 퍼져나가는 구형의 푸른빛.
쿄코의 마술은 360도 전체를 동결시켰지만, 지드의 주변만은 얼지 않았다.
"안 통해. 용사니까."
공격이 휘어진다.
랄까, 그 묘한 모양의 검으로 휘어버리고 있다.
말로만 듣던 겐사이의 전성기 시절과 비슷하지만, 마력의 파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강화된 육체와 그것을 최대 효율로 가동시키는 기술.
그런 것일까. 납득은 못하겠지만.
"ㅡㅡㅡㅡ꺄아아아악!"
그렇게 생각할 즈음, 주변에 뭔가가 떨어졌다.
미리온 데드라인이다.
그녀는 곧장 일어섰지만, 군데군데 부상을 입고 있다.
몇 초 지나자, 미리온에 이어 선이 가느다란 포니테일의 여자가 살포시 내려섰다.
이 여자의 이름은...그래, 우르테.
우르테 마킷.
"...지드."
우르테는 조금 전까지 상대하던 미리온은 거들떠도 안 보고, 지드를 돌아보면서,
"불사묘의 분신체가 예상 이상으로 강한 모양이야. 저 사람 빨리 쓰러트려 줄래?'
"문제없어.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영웅이니까."
"그러든가."
우르테는 어디까지나 냉랭한 태도로, 갑자기 지드의 뒤에 숨는 것처럼 후퇴했다.
"지원해줄게. 한 번에 처리해."
"오케이. 이 승리를 네게 선사하지."
"그런 건 됐으니까."
우르테가 말을 내뱉자, 지드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인챈트일까.
본 적 없는 술식이다.
경계를 높이고 있자, 미리온이 쿄코의 옆에 섰다.
"아즈마 씨. 우르테 씨와 지드 씨는 전형적인 전후위예요. 단순하기 때문에 강하니 주의를."
적의 역량은 미리온의 상처가 말해주고 있다.
저 우르테라는 마술사, 지금까지 전위 없이 미리온과 싸워왔는데도 저 정도인데.
조금 전의 용병도 그렇고, 숨긴 패를 아낌없이 쓰고 있다.
정말로 오늘 끝장낼 생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성군의 전력은 온존해두고 있다.
죽을 생각으로 안 하면 못 이길지도 모른다.
설령 그 대가가, 자신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폭음이 흔해진 전장을 둘러보면서, 로긴스는 문득 눈을 가늘게 했다.
진영끼리 부딪히고 나서 이미 10분 정도는 지났을까.
임무라면 어쩔 수 없다며 따르고 있던 로긴스는, 벌써 이 전투가 질리기 시작했다.
그는 싸움이 싫지는 않지만, 솔직히 좋다는 것도 아니다. 일방적인 유린은 좋아하지만, 이 정도까지 규모가 커지면 곤란한 면이 있다.
빨리 끝낼 수단은 있다.
일단 허가도 받아놓았다.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이 조금 전.
"Massive Freeze."
손바닥에서 나오는 회색의 파동.
이 마력이 전역에 도달하면 그걸로 끝이다.
벽왕조차 막기란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육문에는 공간동결술식에 대항할만한 마술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박식 - 백화영람(百禍領嵐)."
마언과 함께 나온 것은, 거대한 띠의 파도였다. 폭 2미터는 될 거대한 박식이, 로긴스의 전방에서 불규칙하게 날뛰고 있다.
마치 가시화된 폭풍.
그것들이 방금 동결시킨 공간에 휘감기나 싶더니, 리모컨으로 조작한 것처럼 공간의 동결이 해제되었다.
"아~~~"
시야 구석에 있는 샤리아 버밀리온의 모습을 발견한다.
미끼에 섞여 사라져나 싶더니, 바로 쫓아온 모양이다.
"샤리아 씨는 정말 끈질기군요...."
"당신이 진지하게 안 싸우니까요."
샤리아는 입만으로 미소를 보여주고서. 가볍게 손을 내저어 박식을 꺼냈다. 로긴스는 그걸 프리즈로 막으려 했지만, 박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기세를 줄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공간에서 마검을 꺼내 들며, 아무렇게나 쳐냈다.
"정지...아니, 분명 [고정]이었습니까.
공간을 침식하는 저와 다르게, 박식에 의해 개별적으로 간섭하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사람한테 직접 쓰지 않는 거지요?"
처음부터 그랬다.
로긴스는 한번 박식에 붙잡힐 뻔했다.
그때 로긴스를 공간 채로 고정시켰다면 시간 벌이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설마 당신, 사람은 간섭할 수 없다...던가."
샤리아에게 반응은 없다.
이쪽의 기색을 엿보고 있다.
샤리아의 공간간섭은 공간고정.
로긴스의 [술식] 그 자체에 간섭해서 동결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인간 혹은 생물을 직접 고정시킬 수는 없다는 걸까.
다시 말해 선공을 취할 수 없다.
그래서 유일하게 로긴스의 프리즈에 대항할 수 있는 샤리아가, 이렇게 달라붙는 것이다.
지금은.
"........"
샤리아가 뭔가 주저하는 듯한 위화감을, 로긴스는 묘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싸워도 진전은 없으리라. 좀 더 정보가 필요하다.
샤리아의 오른팔에 검은 띠가 휘감긴 것은, 그야말로 그때였다.
"..........어라."
샤리아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은 순간.
위에서 짐승처럼 몸을 날린 것은, 조금 전 전투불능이 되었을 바니키스였다.
"죽을 뻔했다."
오히려 바니키스가 죽지 않았음에 로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뿐인가 쌩쌩한 기색으로, 샤리아에게 술식을 쓰려하고 있다.
박식에서 자력으로 도망친 것일까.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확실히 회장이라는 직함은 받을만한 모양이다.
"박식 - 단ㅡㅡㅡ"
서걱.
마언을 외우기 직전에, 바니키스에 발차기가 작렬했다.
샤리아가 한 것이 아니다.
완만한 펌을 한 처진 눈의 소녀, 소환 마술사인 리벳 브란샤르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하나~ 둘."
리벳은 수레바퀴처럼 돌아서 옆차기를 날려, 바니키스를 축구공처럼 날려버렸다.
하지만 바니키스는 공중에서 화려하게 몸을 비틀고는, 그대로 체조선수처럼 지면에 착지.
튼튼해서 그런지, 얼굴의 상처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
"살아있었습니까, 회장님."
"나도 그대로 방치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네."
바니키스는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엄지로 닦고는, 샤리아의 띠를 떼어내었다.
샤리아의 수중에는 아직 띠가 남아있는 채다. 마킹이라도 되는 걸까.
"저 여자는 내가 상대함세.
로긴스 씨는 요격을 담당하시게."
회장 본인이 샤리아를 저지해준다면 든든하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뭐 보고 있으시게."
바니키스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기하학 문양의 마법진이 샤리아를 감쌌다.
"박식 - 단계(斷界)."
금속 같은 것이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샤리아의 온몸이 흔들렸다. 다음 순간, 눈을 홱 부릅뜬 샤리아가 무수한 수의 박식을 로긴스와 바니키스에게로 보냈다.
"어허."
예상 밖의 반격.
공격에 대비했기 때문에 방어를 했지만, 그보다도 빨리 샤리아 버밀리온의 모습이 사라졌다.
"...응?"
어느 사이엔가 로긴스는 혼자만 남아있었다.
바니키스도, 그리고 리벳이라는 자도 없다.
세 사람이 홀연 자취를 감췄다.
추측하건대, 샤리아한테 남아있던 검은 띠가 뭔가의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아마도 간섭. 그것도 이동 계통이다.
바니키스의 비장의 수라고나 할까.
일단 방해꾼은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그 사이에 전력으로 프리즈를 전개한다면 전부 끝난다.
로긴스는 드물게도 타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오른손에 막대한 마력을 수렴시켰다.
"All..."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생각한 직후, 머리 위에서 뭔가가 충돌했다. 가까스로 방어는 성공했지만, 기세까지는 멈출 수 없다. 로긴스는 전개했던 방어진과 함께 밑의 지면에 파고들면서, 그제야 처음으로 대상을 확인했다.
"공봉(空縫)."
마치 펼쳐진 우산처럼, 반투명한 섬광이 머리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눈과 흡사한 장발을 휘날리고 있는 나인의 모습이 있었다.
"네 상대는 나야."
말하자마자, 나인은 세로로 빙글 회전해서는 그 기세로 발꿈치를 장벽에 떨구었다.
그걸로 로긴스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다시 마법진이 대지에 파고든다.
거기다 추격타로 섬광의 추격이 이어졌다. 참격을 동반한 빛은 로긴스만이 아닌 그 지표면까지 확산해서, 주변 일대를 포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붕괴시켰다.
"...엇, 차차."
드디어 충격을 견디지 못한 지면에 구멍이 뻥 뚫렸다. 밑에는 어렴풋이 공동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지하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면을 파괴한 것이다. 확실히 로긴스를 전장에서 빼내려면 이런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긴스는 딱히 혼란스럽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 나인의 능력으로는 절대 로긴스를 쓰러트릴 수 없어서다.
"저와 싸우는 건 좋지만, 능력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로긴스는 대담하게 웃으면서, 더욱 장벽을 쳤다.
나인이 내지른 참격은 로긴스를 밀어서 지하로 떨어트리려 했지만, 그 칼날이 로긴스까지 닿는 일은 전혀 없었다.
"허봉(虛縫) - 투명."
로긴스의 방벽에 밀착하면서, 나인은 더욱 추격타를 날렸다. 거의 영거리에서 쓰는 한층 더 커다란 섬광.
그 수는 실로 삼십.
그럼에도 로긴스의 방벽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지만, 술식의 여파는 밑으로 퍼져나가서 지하공간의 바닥을 산산조각으로 파괴하여, 그 끝에 있는 거대한 공동으로 안내하였다.
이제는 짜증이 난 로긴스가, 손가락을 하나 흔들어 나인을 정지시켰다. 그걸로 막았나 싶었지만, 동결시킨 나인의 등 뒤에서 대량의 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것이 본체라고 한다면, 복사의 술식은 전부 해제되었을 터. 다시 말해 지금까지 상대하던 것은 분신체.
확실히 로긴스를 상대로 맨몸으로 도전하는 건 어리석다.
대응법을 익혀놓았다.
"떨어져."
안광을 빛내는 나인 중 1명을, 로긴스가 베어서 떨어트렸다. 그럼에도 기세는 멈추지 않는다. 분신체의 수는 대략 200에 달한다.
이 중 어딘가에 본체가 섞여있음이 틀림없다.
"월리를 찾아라인가요.
뭐 좋습니다. 어울려드리죠."
로긴스는 유쾌하게 말하고서, 둔하게 빛나는 나인의 눈을 향해 검끝을 찔렀다.
◇
방 하나 정도의 공간 중앙에, 빛이 일렁인다.
"배고파."
시선을 두리번거리던 펜릴이, 주변에 있던 조약돌을 입에 던져 넣는다. 와삭와삭. 스낵 같은 소리가 들린다.
"...역시 돌이나 흙으로는 힘이 안 나와. 어딘가에 짙은 마소는 없는 걸까나...앗."
펜릴이 옆의 코즈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약간 크게 놀라서는, 입에 손을 대었다.
"코즈미 머리 길지 않아? 잘라줄까?"
"안 돼요."
의연하게 대답하는 코즈미와, 입을 삐죽이는 펜릴.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아몬은 머리 위에서 다가오는 기묘한 마력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상까지, 약 27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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