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사토 소스케의 가장 긴 하루(3)2022년 09월 03일 01시 53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19
몸을 웅크렸던 로긴스가 일어났을 때는, 주위의 전망이 매우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건물의 키가 낮아졌다.
탑의 표층에는 실이 마구 뒤엉킨 것 같은 참격흔이 남아있다.
여전히 사정거리가 길다.
적들은... 무사한 모습이다.
선두에 나인이 있던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겐사이의 범위권 참격이 최고속에 달하기 전에, 저 여자가 손으로 빗겨낸 것이다.
그리고 샤리아도 기습에서 제대로 피해버렸다.
"...그보다 겐사이 씨, 지금 저도 베려고 했지요?"
"사정거리에 들어온 네놈이 나빴다."
로긴스가 미소지으면서 탓하자, 겐사이는 딱히 신경 쓰는 기색 없이 받아흘렸다. 그보다도 표정이 약간 떫다. 지금의 일격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매우 분했던 모양이다.
"어이 꼬마. 지금 있는 게 전부인가?"
"아마도요."
"흠. 이 정도인가."
붙잡은 6명도 합하여 10명 남짓.
특급 마술사 이상이 태반이라는 것이 성가시지만, 수가 너무 적다.
저래서는 금이 잔뜩 간 제방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인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타이밍에서 그녀들을 돕는 건 약간 예정과 어긋났다.
증원을 믿으면 아슬아슬한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샤리아와 어펙션의 의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 상태로 버티며 기다리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다.
있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구해내고 싶은 것은 나인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쿄, 빅. 벽을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수긍하고서, 사방에 몇 겹에 다라는 벽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성벽처럼 두껍고 높은 자벽. 하지만, 이것도 길게는 못 버틴다
"저기 샤리아. 베르베느의 술식은 풀 수 있겠어?"
"물론이에요."
잔류한 마력으로 보아 이대로 내버려 둬도 돌아오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샤리아는 조용히 수긍하고서, 손목에서 붕대를 뻗어 정지해있는 베르베느 일행을 휘감았다.
쩌억 하고 뭔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멈춰있던 베르베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옹오ㅗ오호옷!? 뭐뭐뭐뭔가요!?"
베르베느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면서도, 발에 힘을 주며 어떻게든 버텨냈다.
머리카락으로 휘감겨 있던 6명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위의 경치가 변한 것을 보고, 이제야 무엇을 당했는지를 떠올려냈다.
"벨, 괜찮니?"
"샤, 샤리아 님!"
"도움이 늦어서 미안해."
"아, 아니요 그런...!"
맞아버린 이유는 피할 수 없어서다.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샤리아의 어둡고 싸늘한 표정을 보고 멈췄다.
"그리고..."
샤리아는 베르베느한테서 시선을 돌려서, 그대로 티아에게 초점을 맞췄다.
"미안, 티아. 늦은 것 같지만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한 점 사과할게."
"아, 아니... 언니는...
내가, 내 멋대로 쫓아왔을뿐이니까."
"아니. 가만히 있지 말고 제대로 말해줬어야 했어. 부모님한테도 민폐를 끼쳤고ㅡㅡㅡ"
샤리아는 평소대로의 표정은 아니었다.
정말 여동생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이 정도로 비장감을 띈 그녀를 보는 것은, 티아 자신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말하고 싶은 건 여러 가지로 있지만, 지금은 도망쳐. 가능한 한 멀리까지."
"언니는?"
"우리는 시간을 벌게. 괜찮아, 바로 쫓아갈 테니까.
아니, 제대로 죽여놓을 테니까, 걱정은 필요 없어."
"하지만..."
그다음의 말을, 티아는 자연스레 삼켰다.
자신을 보는 샤리아의 두 눈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알았어.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그래. 티아야말로 조심해야 해."
대화는 그걸로 끝이라는 것처럼, 샤리아는 앞을 다시 돌아보았다. 슬슬 공격해 올 무렵이다. 특히 로긴스가 무엇을 해온다면, 대처할 수 있는 자는 샤리아밖에 없다.
그때 문득, 샤리아 근처에 작은 배가 내려섰다.
배 위에는 하늘에서 경계를 맡고 있던 엘리제와 리벳이 있었다.
"샤리아 님~ 왠지 주위에 요마랑 마술사가 점점 늘어나요~"
"그러니... 노아는 역시, 많이는 못 옮기는 거지?"
"그야, 옮기려고 생각하면 옮기지만...
도망칠 정도로 빨리 날려면, 사람을 많이 태우는 건 좀... 장벽도 못 치고요."
리벳의 보고에, 샤리아는 못마땅한 반응을 드러냈다. 원래는 노아를 써서 순식간에 이탈하고 싶었지만, 리벳의 회복이 늦어버렸다. 지금의 마력으로 다룰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나룻배가 한계.
이것은 약간 휴식을 취한다고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닌, 여태까지의 무리가 거듭된 결과였다.
"그럼 정면 돌파해야겠네. 에리, 베르베느의 도움을 부탁할 수 있겠니?"
"네! 전 쌩쌩해요!"
몇 겹으로 진을 쳐도, 엘리제의 포효라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베느베느가 그녀를 옮긴다면 단점인 기동력도 충분히 보충된다.
"그들을 막아내려면, 조금 더 전력이 필요하겠죠."
갑자기 말을 꺼낸 자는 아나스타샤였다.
그 자리의 모두가 돌아봄과 동시에, 허리에 감고 있던 베르베느의 머리카락을 스스로 풀었다.
허리 부근에서 마법진을 전개하고서, 작은 돌격소총을 꺼낸다.
아무래도 맞설 셈인가 보다.
"................"
그런 아나스타샤를 따라서, 아니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미리온도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을 풀고는 땅에 내려섰다.
"저, 저도 돕겠어요.
이, 이래 뵈어도 안나 씨보다 연상이니까요."
"어? 하지만, 미리온 씨는..."
샤리아가 아는 정보로는, 미리온한테 이 정도로 도와줄 의리는 없다.
오히려 휘말리게 해서 미안할 정도다.
"아니요. 목띠의 주식을 풀어준 은혜는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크롬 스승님께는 해둘 이야기가 있어요. 부디 돕게 해 주세요."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샤리아도 딱히 반대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아나스타샤도 여러 무장을 전개해놓았다. 전력은 많을수록 좋다.
"....알겠습니다. 협력 감사해요. 벨, 에리를."
"알겠어요!"
베르베느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금발의 일부로 엘리제를 부드럽게 감아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걸로 총 5명.
전부 200킬로 정도지만, 베르베느한테는 별 문제 없는 무게다.
"슬슬 오겠군요."
아즈마 쿄코가 중얼거렸다.
준비가 갖춰짐에 따라, 이 자리의 분위기는 냉각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각오를 다졌다.
그런 와중에 비비안만은, 고민하는 얼굴로 시선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대로 자신만 도망쳐도 될까 하면서.
하지만 결국, 비비안은 아나스타샤와 마찬가지로 여기 남기로 결심했다.
"스승님, 그럼 저도 싸우겠어요."
"................비비안."
프레데리카는 의외롭다는 듯 눈을 둥글게 떴다. 오니가시마에서도 살아남았던 그녀다. 확실히 여기서도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프레데리카는 잠시 주저하고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베르베느를 도와주세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도망갈 때 베르베느가 쓰러졌을 경우, 티아 일행을 지켜줄 인재가 필요하다. 엘리제는 단독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 해서 전위에 미즈키나 티아를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여러 의미를 깨닫고, 비비안은 스승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세요."
"그래요."
프레데리카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장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눈에 새겨진 광경은 겐사이의 거합베기였다.
너무나도 빠르고, 아름다운.
찰나의 오차도 없는 신속의 검.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지향하는 검술의 극치.
그 사용자가, 지금 눈앞에 있다.
"...모두, 준비하라구."
마력의 움직임을 느낀 나인이, 모두에게 경계를 재촉했다. 동시에, 모두를 에워쌌던 벽의 일부가 부자연스럽게 흔들렸다.
[명(鳴)]
풍경과 비슷한 구슬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에 따라, 성벽의 일부가 산산조각으로 붕괴했다.
반사적으로 엘리제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비비안도 들은 기억이 있는 것이다.
이, 독특한 공격 소리는ㅡㅡㅡ
"그때의 쌍둥이..."
나타난 쌍둥이 소녀를 보고, 비비안이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그녀들은 비비안이 백발이 된 원인을 만든 장본인이며, 엘리제하고도 다소나마 악연이 있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강하다.
비비안과 엘리제는 완패를 맛보았었다.
그런 선입견이 있어서일까.
쌍둥이의 한쪽, 수가 미묘하게 떨고 있음을, 육친인 쿠 이외에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쿠, 괜찮아?"
"사, 사토 소스케는 없어?"
"부재. 안심."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여다보는 쿠를 제쳐두고서, 수는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소스케한테 붙잡혔다가 바니키스가 구해준 것이 어젯밤의 일. 그 전투를 끝내고 나서도, 아직 소스케의 악마 같은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보고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
"조, 좋아... 너희들! 순순히 항복해!
겐사이 씨가 지금이라면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말했거든!"
내심은 불안정했지만, 수의 권고는 나인 일행에게 확실하게 들린 모양이었다.
아즈마가 의아하다는 듯 쌍둥이의 뒤를 바라본다.
서 있는 것은 100체 정도의 군세.
아직도 늘어나고 있다.
리벳 왈 이것이 사방팔방에 있다고 한다.
"...나인, 저렇게 말합니다만."
"... 보나 마나 뻥이라구.
항복하면 뼈도 안 남을 거라구.'
"그것도 그렇군요."
아즈마는 자신의 무기고에 있는 무기를 움켜쥐면서, 단번에 빼냈다.
성인의 키아 비교해도 손색없는 거대한 망치.
발키리 스탬프를 현현시켰다.
그에 따라, 모두가 제각각의 무기를 꺼냈다.
수는 그들이 전투태세에 들어선 것을 확인하자, 입을 팔자로 비틀었다.
"겐사이 씨~! 싸운대~! 죽이자~! 이제 죽이자~!"
"듣고 있다."
수의 옆 공간이 흔들리나 싶더니, 갑자기 겐사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나타난 것은 겐사이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아지랑이의 잔재, 그 뒤에서 하카마를 입은 흰 피부의 소녀가.
이어서 비슷한 정장을 입은 남녀가 둘.
선글라스를 낀 큼직한 흑인이 1명.
"어이 할아버지.
전부 물어 죽여도 되는 거지?"
침묵을 깬 것은 흑인 거한이었다.
남자는 나인 일행을 둘러보면서, 기분 나쁜 미소를 가득 지었다.
선글라스 너머서도 알 수 있는 안광의 예리함.
전투광으로 알려져 있는 마술사.
옛날 전설의 용병으로 군림했던 기데온 본이다.
아니, 그만이 아니다.
겐사이의 제자인 켄자키 토우카.
용살자로 이름 높은 지드와 우르테도 있다.
누구나 변방의 마술사도 알만한 쟁쟁한 멤버였다.
겐사이를 필두로 이름난 특급 마술사들이 모여있다.
모두 대성군에 소속된 특급 마술사들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니 시끄럽네요..."
"넌 쓸데없는 걱정 마. 길은 우리들이 열 테니."
질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베르베느에게, 프레데리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미 이곳은 두 진영의 살기로 가득 차 있다.
휘몰아치는 마력이 돌바닥에 금을 내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미세한 움직임조차 전투의 신호가 되는 이 상황에, 갑자기 가벼운 어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몰입하는 와중에 죄송하지만..."
두 진영 사이에 끼어드는 것처럼 나타난 로긴스가, 양손을 들면서 나인 일행을 바라보았다. 대성군의 멤버들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여러분, 역시 항복할 생각은 없습니까? 이렇게나 인원 차이도 나는데."
팡.
메마른 총소리와 함께, 로긴스의 볼을 뭔가가 스쳤다.
로긴스의 뒤에 서 있던 기데온이, 글러브 같은 손으로 눈앞에 날아온 것을 잡았다.
"...술식 군용탄인가."
기데온은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총알을 움켜쥐었다. 총알은 곧장 으스러져서, 팝콘처럼 찌부러졌다.
"대화는 됐으니, 빨리 덤벼보시죠."
"하아... 진심을 내는 건 본의가 아닌데요..."
아나스타샤의 말에, 로긴스는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맞서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태도로, 로긴스는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섬광이 번쩍이면서 옆에 짙은 피부의 소녀가 나타났다.
"...아......? 벌써 내 차롄가?"
소녀는 찌뿌둥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긁으면서, 커다란 눈으로 나인과 샤이라를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또 니들이냐."
"야마타노오로치 씨, 여러분, 시작하세요."
"오케~ 물러서 있어 아저씨."
야마타가 입가를 크게 일그러뜨렸다.
순간, 막대한 마력의 격류가 일어났다.
ㅡㅡㅡ온다.
반응한 나인이, 대량의 마력을 짜냈다.
나인 일행은 아무 대책도 없이 온 것은 아니다.
대군을 상대하게 되어도 [숫자로 이기는] 수단이 있기 때문에, 무모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싸움에도 도전한 것이다.
"temporary lives."
마언을 읊는다.
그러자 광장에 나타난 것은 수많은 나인이었다.
마력으로 짜인 복사체. 그 수는 대략 5천.
주입한 마력은 약 3할.
한 번에 만들어내는 복사체의 수는 이것이 한계였다.
"우와 극혐."
수가 바로 내놓은 감상은 그것이었다.
같은 얼굴이 수천 명이나 늘어서 있다.
약간의 공포물이다.
아직 전력은 온존시키고 있지만, 이미 낙관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대성군의 멤버들은 자연스레 경계와 집중을 높였다.
"그럼, 시작해볼까."
주인의 신호를 시작으로, 파도처럼 몰아치는 고양이들.
그에 맞춰서 대성군이 반격의 자세를 취한다.
이제는 전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싸움이 시작된다.
◇
"에이드리야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
내가 갑자기 포효하자, 옆에 서 있던 모모코 씨와 이리자키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너..."
"왜 그러세요? 사토 씨."
"아니..."
나는 고개를 약간 젓고서,
"왠지 오랫동안 개그를 못한 기분이 들어서, 지금 안에 해두려고."
"무슨 말하는 거냐 너."
왜 너는...
그래 뭐 하고 있었지 난.
뭐냐고 나는.
◇
양 진영이 움직인 것을 보고, 베르베느는 머리카락을 용수철처럼 변형시켰다.
"갑니다아!"
웅크렸던 허리를 펴면서, 튕겨 나는 용수철의 응력으로 순식간에 하늘에 떠올랐다.
순간적인 도약.
빗방울을 날려버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로켓 같다.
장벽을 두른 베르베느와 5명은 음속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아득한 저편, 구름과 같은 고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먹구름에 도달하기 전, 베느베느가 가장 빨리 어떤 기척을 느꼈다.
밑으로 시선을 옮기자, 까무잡잡한 짙은 구릿빛 피부의 남자ㅡㅡㅡ기데온 본이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베르베느를 쫓아오고 있었다.
"우왓!? 무, 뭔가요 당신!?'
"갑자기 도망치다니 섭섭하잖아."
기데온은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나랑 조금 놀다 가라고."
"거절하겠어요!"
다가오는 대포 같은 철권.
베르베느는 일갈하고는, 머리카락을 철괴처럼 뭉쳐서 재빨리 휘둘렀다.
두 덩어리는 폭발음을 울리며 격돌했고, 그 여파로 내려오던 빗방울이 모조리 날아갔다.
티아의 뼈에도 충격이 전해져 온다.
약간 밀렸는지, 이쪽의 자세가 조금 무너졌다. 반면 기데온은 여유만만한 얼굴이다.
베르베느의 마술인 [노발천(怒髮天)]은 마술사 중에서도 굴지의 위력을 자랑한다. 마술로 변형된 모발은 근섬유처럼 유동적이면서, 또한 어떠한 물질보다도 단단하다.
기데온은 갑작스러운 베르베느의 움직임에 어렵지 않게 대처했다. 그의 장기인 마술은 육체강화라고 들었다.
비행이 아닌 점프로 따라온 것이 좋은 증거다.
이런 녀석들한테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다.
베르베느는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머리카락을 헬레콥터처럼 만들어 고속으로 돌리며 단번에 부상했다.
"오~호호호호호호호호홋! 제가 공중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나요!? 그대로 떨어지도록 하세요!"
울려 퍼지는 조소. 드높게 웃는 베르베느에게, 따라온 다섯 명이 약간 안도한다.
하지만, 기데온은 악마 같은 속도로 상승했다.
"오호호호........!?"
무섭게도 빠르다.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공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걸까.
잘 보니, 허공에 발판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속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저건."
기데온의 움직임은 비비안의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프레데리카와 소스케가 가끔씩 했던 기술이다. 기데온이 같은 것을 쓰는 것까진 모르지만, 그 또한 공중에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다.
"으으으...!
프릿카 같은 짓을...!"
참지 못하고 혀를 차는 베르베느.
어쨌든 지금의 비행 방식으로는 기데온에게 따라 잡힌다.
"하아앗!!"
갑자기 울리는 포효.
가장 공격 범위가 긴 엘리제가, 기데온이 접근하기 전에 즉시 목을 울렸다. 기세 좋게 내지른 섬광은 완만한 나선을 그리며, 기데온을 향했다.
"하핫, 뭐야 그건?"
하지만, 모으지 않고 쓴 것이 문제였던가.
기데온이 통나무 같은 팔을 힘껏 휘두르자, 마력포는 손등과 잠깐의 대치 상태를 거쳐서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나 버렸다.
"고, 고릴라!"
엘리제는 뭔가를 눈치챈 얼굴로,
"고릴라예요 저건! 학명은 고릴라 고릴라예요!"
"에, 에리! 지, 진정해...!"
엘리제를 달래려는 듯 끌어안는 미코 또한, 맹렬하게 쫓아오는 기데온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오니.
반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는 육체는, 그 자체가 일종의 흉기다.
"아~ 정말! 어쩔 수 없네요!"
베르베느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마력의 격류가 휘몰아치더니, 아름답게 흔들거리던 금발은 불타는 듯한 홍련에 물들었다.
"호오?"
기데온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뀌었다.
아무래도 별것 아닌 잔챙이는 아닌 모양이다.
"좋은데. 이제야 할 생각이 들었나?"
"머리카락 하나 남겨두지 않겠어요오오오오오!!"
두 눈을 반짝이면서, 베르베느는 머리카락을 거미줄 처럼 확산시켜서는 그 끝을 드릴처럼 날카롭게 했다.
술식의 시작점인 머리를 중심으로, 비색의 창의 끝부분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목표는 기데온.
베르베느는 전속력으로 머리카락을 향했다.
붉은 창과 주먹이, 서로 끌리는 것처럼 접근한다.
베르베느는 꼬챙이를 만들 셈으로.
기데온은 머리카락을 산산조각 낼 셈으로.
양측은 한 줌의 주저함도 없이 상대에게 적의를 향한다.
하지만 충돌하기 직전.
기데온의 뒷머리에 한 발의 흉탄이 덮쳤다.
"읏!?"
기데온이 다른 방향으로 쳐낸다.
갑자기 날아든 원호의 일격은, 베르베느조차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미 고도는 3천 미터.
노려서 공격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다. 그런데다가 급소를 노리다니.
어쨌든 틈이 생겼다. 베르베느는 추격타를 날리는 것조차 포기하고서 맹렬하게 머리카락의 프로펠러를 돌려서, 천둥이 치는 두터운 먹구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엇차차...!"
기데온이 자세를 바로 하려 하지만, 이번에는 허리 부근에 돌멩이 같은 것이 꽂혔다.
이 충격은 기억에 있는 것이다.
맞아본 사람만 아는 그 아픔.
이것은 저격이다.
"짜증나게시리..."
기데온은 등의 표층에 박힌 총알을 잡아 빼내고는, 으스러뜨리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순간, 총알에서 공 모양의 마법진이 전개.
기데온이 뭔가 대처하는 것보다 빠르게, 보통이 아닌 무게가 그를 덮쳤다.
폭포의 격류에 휩쓸린 것처럼,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속도로 기데온의 육체가 수직 낙하한다.
"과연, 중력조작인가."
미리 총알에 술식이 새겨져 있던 모양이다.
추락의 충격을 견뎌낸 기데온의 다리는 저릿하지만, 움직임에는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있어 문제는 그게 아니라ㅡㅡㅡ
방금 전의 예능.
아는 사람 중에서 해당하는 자는 1명밖에 없다.
기데온은 해답을 맞춰보는 것처럼, 숙였던 얼굴을 들고는 싱긋 미소 지었다.
눈앞에는 대형 라이플을 짊어진 여자가 서 있었다. 머리 모양과 모습은 기억과 많이 달랐지만, 저 안광만큼은 잊을 수 없다.
"역시 너였냐. 게르첸."
"아프간 이래인가요.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나스타샤는 형식뿐인 인사를 말하고서, 왼손에 든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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